1. 개요
송(宋)나라 때 호순신(胡舜申)이 지은 《지리신법》은 조선시대 음양과(陰陽科) 취재(取才) 시험의 과시(科試) 과목으로 선정된 풍수지리서이다. 풍수학에서 산수의 형기(形氣) 및 이기(理氣) 그리고 택일(擇日) 등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북두구성(北斗九星)에 따른 길흉론 등 독특한 풍수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지리신법은 조선 창업공신 하륜(河崙(1348~1416))에 의해 처음 소개된 이후 조선 궁궐과 왕릉 조성에 적극 활용되는 등 조선 사회를 풍미한 대표적 풍수이론서 중 하나다.
2. 저자
(1)성명:호순신(胡舜申(1091~1177))
(2)자:여가(汝嘉)
(3)출생지역:적계(績溪(현 안휘성(安徽省) 적계현(績溪縣)))
(4)주요활동과 생애
송나라 때 인물인 호순신의 생애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기록만 있을 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오군지(吳郡志)》등에 의하면 40세를 넘겨 항금명신(抗金名臣)인 형 호순척(胡舜陟)의 도움으로 엄주부(嚴州府) 녹사참군(綠事參軍), 지소산현사(知蕭山縣事) 등을 지냈다고 한다.
《소주부지(蘇州府志)》에는 호순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소흥(紹興) 연간(1131~1162)에 적계(績溪)에서 오(吳)(현 강소성(江蘇省) 소주(蘇州)) 지방으로 이사해 살았으며 풍수음양학에 통달한 사람이다. 세상에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강서지리신법(江西地理新法)》이 호순신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일찍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풍수술로 살폈는데, 오성(吳城)의 사문(蛇門)이 막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오문충고(吳門忠告)》를 지었다.” 호순신이 74세에 지은 《오문충고》는 성문의 개폐(開閉) 및 좌향(坐向)이 도시의 흥망을 좌우하게 됨을 논한 최초의 현장 풍수 사례라고 평가된다.
(5) 주요 저작:풍수서로 《지리신법》 외에 《오문충고(吳門忠告)》, 《음양비용(陰陽備用)》(12권)을 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서지사항
《지리신법》은 《호씨지서((胡氏之書)》, 《호순신(胡舜申)》, 《유집음양제가지리필용선택대성(類集陰陽諸家地理必用選擇大成)》, 《지리신법호순신(地理新法胡舜申)》, 《강서지리신법》등으로 불렸다. 한국에는 금속활자인 을해자(乙亥字(1455))로 찍은 판본이 국립충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외에 17세기 초인 광해군 연간(1608~1623)에 간행된 교서관목활자본(校書館木活字本)인 《유집음양제가지리필용선택대성》, 고종 3년(1866)에 간행된 중간희현당철자본(重刊希顯堂綴字本)인 《지리신법호순신(地理新法胡舜申)》등 모두 6종 10부가 전해지고 있다.
4. 내용
상하 2권 총 2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권에는 서문에 이어 오산도식(五山圖式)·오행론(五行論)·산론(山論)·수론(水論)·탐랑론(貪狼論)·문곡론(文曲論)·무곡론(武曲論)·우필거문좌보론(右弼巨門左輔論)·염정론(廉貞論)·파군론(破軍論)·녹존론(祿存論)·형세론(形勢論)·택지론(擇地論) 등이 순서대로 실려 있다. 하권에는 정삼십육룡통설론(定三十六龍統說論)·주산론(主山論)·용호론(龍虎論)·기혈론(基穴論)·좌향론(坐向論)·방수론(防水論)·연월론(年月論)·조작론(造作論)·상지론(相地論)·변속론(辨俗論) 등이 수록되어 있다.
호순신은 음양오행(陰陽五行), 12포태법(胞胎法), 구성론(九星論) 등 술수적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풍수지리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 자신은 《금낭경(錦囊經)(장서(葬書))》의 저자 곽박(郭璞)을 스승으로 삼고 있는데, 이 책은 《금낭경》를 이기론(理氣論)적 입장에서 재해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사용하는 오행론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오행법(正五行法)이 아니라 오행의 변체(變體)인 대오행(大五行)을 사용하고 있다. 홍범오행(洪範五行)으로 불리는 대오행은 방위에 따른 풍수적 오행 배치가 일반적인 오행 분류법과 다르다.
5. 가치와 영향
《지리신법》은 고려를 멸망시키고 탄생한 조선이 새 왕조에 걸맞는 새로운 풍수이론을 필요로 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선왕조의 계룡산 신도안의 건설 중단을 비롯해 문종이 세자이던 시절의 세자빈 권씨의 장지(葬地) 및 선조의 비인 의인왕후(懿仁王后) 박씨의 장지 선정 등에 호순신의 풍수이론이 적극 반영됐다. 《조선왕조실록》에서도 14차례 인용돼, 풍수지리서중 가장 많이 언급된 문헌으로 평가된다.
호순신은 송대(宋代) 유학자 출신이면서도 사주추명학(四柱推命學)의 주요 이론을 풍수 이론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인물로 평가된다. 호순신은 자신의 저서 제목이 ‘강서지리신법’인 것에 대해 중국 강서(江西) 지역의 새로운 지리 이론을 뜻하는 것으로, 자신의 풍수이론이 기존의 여러 학설을 선별해 새롭게 해석한 것으로서 차별성을 갖는다고 밝혔다.
조선에서는 이같은 호순신의 이론을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찮았다. 성리학자인 정구(鄭逑)는 호순신의 《지리신법》은 중국인들조차 잘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주변나라를 혼란에 빠뜨려 망하게 하기 위한 멸만경(滅蠻徑)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내가 땅을 보는 방법은 대체로 사주추명학(四柱推命學)과 같은데, 좌산(坐山)을 위주로 하는 것은 추명학에서 사람이 태어난 해를 위주로 하는 것과 같다. 청룡(靑龍), 백호(白虎), 조산(朝山), 안산(案山)이 좌산을 보필하는 것은 마치 사람이 태어난 달과 날이 서로 잇대어 띠를 이루는 것과 같다.[吾之相地 大抵如人推命 以所坐山爲主 如以人生年爲主也 龍虎朝案仲補翼 如月日之相承帶也]” 〈상지론(相地論)〉
• “무릇 땅에다가 집을 짓고 뼈를 묻을 때 받게 되는 것은 땅의 기운이다. 땅 기운은 아름답거나 그렇지 못한 차이가 이와 같은데, 사람이 그 기를 받아 태어났을 때 어찌 그 사람됨의 맑고 탁함, 현명함과 어리석음, 선함과 악함, 귀함과 천함, 부유하고 가난함, 장수와 요절의 차이가 없겠는가.”[夫 旣於其地 立家植骨 則所受者 地之氣 地之氣 佳否之異 如此 則人受其氣以生 亦豈能無淸濁 賢愚 善惡 貴賤 貧富 壽夭異乎] 〈택지론(擇地論)〉
• “지리는 형세를 근본으로 한다. 형세가 있고 나서야 이 법(이기론(理氣論))을 시행할 수 있다. 형세가 없는데도 이 법을 사용하면 때때로 그 효험이 응하지 않게 된다. 대체 왜 그러한가? 다섯가지 기운(오기(五氣) 즉 생기(生氣))이 땅속을 흐르고 있으며, 인간이 땅에 세우는 것은 모두 생기를 타게 하는 것이다. 형세가 없으면 생기가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地以形勢爲本 有形勢然後 此法可施 無形勢而用之 往往其效不應 夫何故 五氣行乎地中 人所建立 皆以乘生氣 無形勢 則生氣不聚故也] 〈형세론(形勢論)〉
(2) 색인어:호순신(胡舜申). 지리신법(地理新法), 오산도식(五山圖式), 추명학(推命學), 12포태(胞胎), 북두구성(北斗九星)
(3) 참고문헌
• 지리신법(김두규 역해, 비봉출판사)
• 조선 풍수학인의 생애와 논쟁(김두규, 궁리출판사)
• 한국풍수사상연구사(이몽일, 일지사)
• 우리땅 우리 풍수(김두규, 동학사)
• 조선시대 산송자료와 산도를 통해본 풍수 운용의 실제(이화, 민속원)
• 한국풍수인물사(최창조, 민음사)
• 한국 유교건축에 담긴 풍수 이야기(박정해, 씨아이알)
• 고려·조선전기 이기파 풍수 연구(안영배, 원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안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