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통서(通書)》는 원래 명칭이 《역통(易通)》이다. “통서”라는 것은 그 내용이 광범위한 인간의 활동을 관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면서도 그것이 통속적인 언어로 쓰여 진 책이라는 말이다. 일명 《염계통서(濂溪通書)》 또는 《주자통서(周子通書)》라고도 한다.
이 책은 주돈이(周敦頤)가 치평(治平) 4년(1067)에 영주(永州) 통판(通判)으로 재임할 때 소주(邵州) 지사(知事)를 대행하면서 소주의 주학(州學)에서 학자들에게 강의한 후 영주로 돌아와서 그 내용을 정리하여 문자로 기록한 것이다. 《통서》는 1권 40장(章), 2,601자로 구성되어 있다. 《주역》과 《중용》의 사상을 설명하고 있으며, 본문은 직접적으로 《중용》에 근거하고 있다.
2. 저자
(1) 성명:주돈이(周敦頤)(1017~1073). 본디 이름은 돈실(敦實)이었는데 송(宋)나라 영종(英宗) 조종실(趙宗實)(1032~1067)의 이름을 피휘(避諱)하여 돈이(敦頤)로 고쳤다.
(2) 자(字)·호(號):자는 무숙(茂叔), 시호는 원공(元公)이다. 1072년 56세가 되던 해 강서성(江西省) 여산(廬山) 아래 은거하면서 대문 앞에 흐르는 개울에 염계(濂溪)라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그로 인해 세칭 염계선생(濂溪先生)이라고 부른다.
(3) 출생지역:북송(北宋) 도주(道州) 영도(營道) 누전보(樓田堡), 즉 지금의 호남성(湖南省) 도현(道縣)(별명은 道州, 아친(雅稱)은 蓮城)에서 태어났다.
(4) 주요활동과 생애
주돈이는 북송 진종(眞宗) 천희(天禧) 원년(1017)에 태어나서 신종(神宗) 희녕(熙寧) 6년 7월 향년 5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경우(景祐) 3년(1036) 20세에 외숙부 정향(鄭向)(976~1038)의 추천을 받아 음직(蔭職)으로 장작감(將作監) 주부(主簿)가 되었다. 인종(仁宗) 강정(康定) 원년(1040) 24세 때 모친의 삼년상을 치른 후 분녕현(分寧縣) 주부를 맡았다.
그 후 32년간 남강군(南康軍) 사리참군(司理參軍), 침주군(郴州軍) 침주현(郴州縣) 현령, 계양현(桂陽縣) 현령, 대리사승(大理寺丞), 홍주(洪州) 남창현(南昌縣) 지현(知縣), 태자중사(太子中舍), 합주(合州) 판관(判官), 국자감(國子監) 박사(博士), 건주(虔州) 통판(通判), 영주(永州) 통판, 우부랑중(虞部郎中), 광남서로제점형옥(廣南西路提點刑獄), 남강군 지군(知軍), 광남동로제점형옥(廣南東路提點刑獄), 광동제점형옥(廣東提點刑獄) 등의 관직을 역임했다.
이런 가운데 인종(仁宗) 경력(慶歷) 4년(1046) 30세 때 침주현 현령으로 부임해서는 학교를 세우고 여가를 활용하여 사람들을 가르쳤는데, 정호(程顥)와 정이(程頤) 형제가 부친인 정향(程珦)의 명을 받들어 주돈이에게 사사(師事)한 것이 이때였다.
영종(寧宗)은 가정(嘉定) 13년(1220)에 주돈이에게 원공(元公)이라는 시호를 내렸으며, 이종(理宗)은 순우(淳祐) 원년(1241)에 주돈이를 여남백(汝男伯)에 봉하고 그의 신주를 공묘(孔廟)에 배향하였다.
(5) 주요저작:《태극도설(太極圖說)》, 《통서(通書》, 〈애련설(愛蓮說)〉, 《원공주선생염계집(元公周先生濂溪集)》 등이 있다.
3. 서지사항
《통서》는 북송(北宋)(960~1127) 때 필사본으로 전해지다가 남송(南宋)(1127~1279)에 이르러 정문본(程門本), 구강본(九江本)(1144), 춘릉본(春陵本), 영릉본(零陵本), 정문본 계열의 호굉본(胡宏本)과 기관본(祁寬本), 구강본 계열의 연평본(延平本), 제유명도본(諸儒鳴道本), 그리고 춘릉본을 중각(重刻)한 섭중개본(葉重開本) 등의 판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외에도 주희(朱熹)가 정문본을 저본으로 삼고 구강본과 영릉본과 춘릉본을 참조하여 교정한 장사본(長沙本)(1167), 장사본을 재차로 교정한 건안본(建安本)(1169), 건안본을 개정한 남강본(南康本)(1179), 그리고 남강본을 교정해 주해를 붙인 남강재정본(南康再定本)이 있다. 이 남강재정본이 현전하는 성리대전서본(性理大全書本) 《통서》의 원형이 되었다.
남송 때 《통서》는 이미 주돈이의 기타 저술들과 합쳐져서 《원공주선생염계집(元公周先生濂溪集)》, 《염계선생대성집(濂溪先生大成集)》, 《염계선생대전집(濂溪先生大全集)》으로 거듭 간행되었다. 그밖에도 명대의 《주원공집(周元公集)》과 《주자전서(周子全書)》, 그리고 청대의 장백행(張伯行)(1651~1725)이 편집한 《주렴계집(周濂溪集)》와 건륭(乾隆)(1736~1796) 연간에 동용(董榕)(1711~1760)이 판각한 《주자전서(周子全書)》 등이 있다.
4. 내용
이 책은 유가의 심성론(心性論), 공부론(工夫論) 등의 개념을 매우 간결하게 기술하고 있다. 《통서》의 핵심적 내용은 “성(誠)”이다. “성”은 성인(聖人)이 의거하는 바이자 만물이 비롯되는 시초로서 모든 사람들이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으로 간주되고 있다.
《통서》는 모두 35개의 주제를 40장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제1장 〈성상(誠上)〉, 제2장 〈성하(誠下)〉, 제3장 〈성기덕(誠幾德)〉, 제4장 〈성(聖)〉, 제5장 〈신동(慎動)〉, 제6장 〈도(道)〉, 제7장 〈사(師)〉, 제8장 〈행(幸)〉, 제9장 〈사(思)〉, 제10장 〈지학(志學)〉, 제11장 〈순화(順化)〉, 제12장 〈치(治)〉, 제13장 〈예악(禮樂)〉, 제14장 〈무실(務實)〉, 제15장 〈애경(愛敬)〉, 제16장 〈동정(動靜)〉, 제17장 〈악상(樂上)〉, 제18장 〈악중(樂中)〉, 제19장 〈악하(樂下)〉, 제20장 〈성학(聖學)〉, 제21장 〈공명(公明)〉, 제22장 〈리성명(理性命)〉, 제23장 〈안자(顔子)〉, 제24장 〈사우상(師友上)〉, 제25장 〈사우하(師友下)〉, 제26장 〈과(過)〉, 제27장 〈세(勢)〉, 제28장 〈문사(文辭)〉, 제29장 〈성온(聖蘊)〉, 제30장 〈정온(精蘊)〉, 제31장 〈건손익동(乾損益動)〉, 제32장 〈가인규복무망(家人暌復無妄)〉, 제33장 〈부귀(富貴)〉, 제34장 〈누(陋)〉, 제35장 〈의의(擬議)〉, 제36장 〈형(刑)〉, 제37장 〈공(公)〉, 제38장 〈공자상(孔子上)〉, 제39장 〈공자하(孔子下)〉, 제40장 〈몽간(蒙艮)〉이다.
5. 가치와 영향
《통서》는 남송 때 주희와 장식(張拭) 등의 학자들에 의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책 속에는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공부의 과정 및 그 방법 등이 기술되어 있으며, 성(誠)을 중심으로 하는 윤리학이 제시되어 있다. 그 중에 무욕(無欲), 주정(主靜), 성(誠), 기(幾), 신(神), 성명(性命) 등의 철학적 개념은 송원(宋元) 이학가의 사상적 특징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후 송명이학(宋明理學)의 형성과 발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 까닭에 《통서》는 송명이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되었으며, 주돈이는 도통(道統)의 계승자이자 북송 이학의 비조로 정호, 정이, 소옹(邵雍), 장재(張載)와 함께 북송오자(北宋五子)로 칭해지며, 그의 학설은 만년에 은거한 염계의 이름을 따서 염학(濂學)이라 일컬어진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성(性)이라는 것은 강(剛)과 유(柔) 그리고 선(善)과 악(惡)을 중도(中道)에 맞게 하는 것뿐이다. 강한 성품의 좋은 것은 의(義)가 되고, 곧음[直]이 되고, 단호함[斷]이 되고, 엄격하고 굳셈[嚴毅]이 되고, 능숙하게 견지함[幹固]이 된다. 강한 성품의 나쁜 것은 사나움[猛]이 되고, 편협함[隘]이 되고, 강포함[强梁]이 된다. 부드러운 성품의 좋은 것은 인자함[慈]이 되고, 순종함[順]이 되고, 공손함[巽]이 된다. 부드러운 성품의 나쁜 것은 나약함[懦弱]이 되고, 단호하지 못함[無斷]이 되고, 사특하고 아첨함[邪佞]이 된다. 오직 중도[中]라는 것은 조화를 이루는 것[和]이고, 절도에 들어맞는 것[中節]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가르침을 세우되,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그 악(惡)을 바꾸게 하였으며, 스스로 그 중도에 이르러 그치게 하였다.[性者, 剛柔善惡, 中而已矣. 剛善, 爲義, 爲直, 爲斷, 爲嚴毅, 爲幹固. 惡, 爲猛, 爲隘, 爲彊梁. 柔善, 爲慈, 爲順, 爲巽. 惡, 爲懦弱, 爲無斷, 爲邪佞. 惟中也者, 和也, 中節也. 故聖人立教, 俾人自易其惡, 自至其中而止矣.]” 《통서》 제7장 〈사(師)〉
• “생각하면 지혜롭고, 지혜로우면 성스럽게 된다. 생각함이 없는 상태가 근본이고, 생각하여 형통하게 되는 것은 작용이다. 생각의 기미[幾]가 저쪽에서 움직이면, 참된 마음의 작용[誠]이 이쪽에서 움직여서 생각하지 않아도 형통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 성인(聖人)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미묘한 것에까지 형통할 수 없고, 지혜롭지 않으면 형통하지 않는 것이 없을 수 없다. 이것은 곧 형통하지 않음이 없는 상태는 미묘한 것에까지 형통할 때 생겨나고, 미묘한 것에까지 형통하는 것은 생각할 때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한다는 것은 성스러움을 이루는 근본이고, 길흉이 갈라지는 기미이다.[思曰睿, 睿作聖. 無思, 本也. 思通, 用也. 幾動於彼, 誠動於此, 無思而無不通, 爲聖人. 不思, 則不能通微. 不睿, 則不能無不通. 是則無不通生於通微, 通微生於思. 故思者, 聖功之本, 而吉凶之幾也.]” 《통서》 제9장 〈사(思)〉
(2) 색인어: 주돈이(周惇頤), 주자(周子), 주무숙(周茂叔), 주렴계(周濂溪), 주원공(周元公), 통서(通書), 역통(易通), 염계통서(濂溪通書), 주자통서(周子通書)
(3) 참고문헌
• 《元公周先生濂溪集》(周惇頤 撰, 書目文獻出版社, 宋刻本影印)
• 《諸儒鳴道》(不著撰輯者, 山東友誼書社)
• 《周惇頤集》(陣克明 點校, 中華書局)
• 《周惇頤集》(梁紹輝•徐蓀銘 等 點校, 岳鹿書社)
• 《周子全書》(王雲五 主編, 商務印書館)
• 《道國元公濂溪周夫子年表》(淸 吳大鎔 主修, 常在 編, 民國間抄本)
• 《周濂溪の哲學:初期宋代哲學の硏究》(荻原擴, 藤井書店, 1935)
• 《周濂溪評傳》(梁紹輝, 南京大學出版社, 1994)
• 《道學宗主:周惇頤哲學思想硏究》(楊柱才, 人民出版社, 2004)
• 《通書解》(권정안•김상래 역주, 청계)
• 〈宋儒度正编纂周敦頤文集的淵源、科程及其流傳考述〉(粟品孝, 《湖南科技學院學報》, 2017. 5)
• 〈周敦頤《通書》成書及宋時版本考述〉(楊冰雁, 《唐山師範學院學報》, 2017. 5)
• 〈《通書》文本的歷史眞相〉(劉鹿鳴, 《安徽大學學報 哲學社會科學版》, 2011. 11)
• 〈周敦頤理學著作考證〉(鄭新鋒, 《大衆文藝》 2007. 11)
• 〈周敦頤的《通書》成文于何處〉(張官妹, 《開封大學學報》 2004. 12)
• 〈周濂溪文集一考〉(소현성, 중국학연구회 학술발표회 2007. 11)
• 〈주돈이 저작의 간행과 권위의 형성에 대한 문헌 해석학적 연구〉(소현성, 《동양철학연구》 46권)
【김홍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