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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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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는 《왜한삼재도회(倭漢三才圖會)》라는 서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동아시아 전통적 서적 분류에서 유서(類書)에 속하는, 일종의 도설백과사전(圖說百科事典)에 해당되는 책으로 일본 에도시대 중기(1713년 무렵 간행) 데라시마 료안(寺島良安)에 의하여 편찬된 책이다. 이 책은 데라시마 료안이 중국 명대 말기 왕기(王圻)와 왕사의(王思義) 부자(父子)에 의하여 편찬된 《삼재도회(三才圖會)》를 모방한 위에 일본 에도시대 당시의 상황을 반영하여 편찬한 책으로서 105권으로 이루어졌으며, 발간된 이후 일본에서 널리 읽혀졌을 뿐만 아니라 조선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2. 편자

(1) 성명:데라시마 료안(寺島良安)(1654?~?)
(2) 자(字)·별호(別號):데라시마 료안의 자(字)는 쇼준(尙順), 호(號)는 교린도(杏林堂)이다
(3) 출생지역:데라시마 료안의 출생지는 노시로(能代)(현재의 아키타(秋田) 현)라는 설과 오사카(大坂)의 고즈(高津)라고 하는 설의 두 가지 견해가 있다.
(4) 주요활동과 생애
《화한삼재도회》가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하여 데라시마 료안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고, 《화한삼재도회》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데라시마 료안은 노시로의 해상 운송업에 종사하는 집안 출신으로 오사카로 가서 이토 료겐(伊藤良玄)의 문하에 들어가 의사가 되었다는 설과, 대대로 의사인 집안의 후예라는 설이 있는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어떻든 데라시마 료안은 오사카 성에 근무하는 의관(醫官)이 되었으며 법교(法橋)의 칭호를 받게 되었다. 법교는 원래 승려 중 셋째로 높은 계급을 나타내는 말인데, 중세 이후로는 의사, 화가, 유학자 등에게도 이와 같은 칭호가 주어졌다. 데라시마 료안은 의사로 근무하면서 일본 고유의 학문과 한학(漢學)에도 열심이었는데, 대략 20대 후반부터 약 30년간 《화한삼재도회》의 편찬에 힘을 쏟아 60세 무렵 완성하였다. 그는 《화한삼재도회》의 〈자서(自敍)〉에서, 그가 《화한삼재도회》를 편찬한 것은 스승인 와케 나카야스(和氣仲安)로부터 의사가 되려면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 즉 삼라만상에 대하여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화한삼재도회》에는, 〈자서〉 외에 스승인 와케 하쿠오(和氣伯雄)(和氣仲安), 당시 국립대학의 총장에 해당하는 대학두(大學頭)이었던 하야시 노부아쓰(林信篤)의 서문이 실려 있으며, 또 교하라 노부미치(淸原宣通)의 후서(後序), 초간된 이후에 삽입된 것으로 보이는 가운카쿠슈(臥雲閣主)의 발문(跋文)이 첨부되어 있어서 데라시마 료안이 이들과 교류가 있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5) 주요저작:본서 외 《삼재제신본기(三才諸神本紀)》, 《제세보(濟世寶)》, 《홍법대사약전(弘法大師略傳)》, 《제종관견(諸宗管見)》, 《일본도(日本圖)》, 《중국도(中國圖)》 등이 있다.

3. 서지사항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라는 책 제목은 명대 말기 왕기(王圻)가 편찬한 《삼재도회(三才圖會)》를 모방한 것으로, 일본과 중국의 삼라만상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이 책은 《왜한삼재도회(倭漢三才圖會)》라는 서명으로 통행되기도 하는데, 이 책에 첨부되어 있는 서문을 보면 각각 〈왜한삼재도회략서(倭漢三才圖會略序)〉(林信篤, 1713), 〈화한삼재도회서(和漢三才圖會敍)〉(和氣伯雄, 1713), 〈화한삼재도회후서(和漢三才圖會後序)〉(淸原宣通, 1713)로 제목이 쓰여 있어서, 당시 ‘和’와 ‘倭’는 모두 일본을 의미하는 문자로서 통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현재 일본에서는 주로 《和漢三才圖會》로 호칭되고 있다. 또한 하야시 노브아쓰(林信篤)의 서문에서는 책의 제목 안에 ‘略’자가 들어 있어서, 처음에는 이 책이 《倭漢三才圖會略》으로 불리기도 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에 대하여 저자인 데라시마 료안은 서문에서 삼라만상을 모두 수록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서명에 ‘略’자를 붙였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화한삼재도회》의 자서는 1712년에 쓰였고, 나머지 서문들은 모두 1713년에 쓰인 것으로 보아, 이 책은 대체로 1712년에 편찬이 완성되었고 1713년에 간행된 것으로 추측된다. 가운카쿠슈(臥雲閣主)의 발문(跋文) 〈추가(追加)〉는 1715년으로 서명되어 있어서, 초간된 이후에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화한삼재도회》는 모두 105권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체제는 《삼재도회》를 본떠 크게 삼재(三才)인 천(天), 지(地), 인(人)으로 되어 있지만, 그 배열순서는 《삼재도회》와 달리 천, 인, 지로 되어 있다. 세부 항목의 기술에 있어서는 먼저 그림이 있고 다음에 문자 설명을 두지만, 그림이 없이 문자 설명만으로 된 항목도 있다. 항목에 대하여 중국이나 일본의 고전에 의하여 대체적인 설명을 하고, 일본 당대의 변화 현상 등에 대해서는 ‘안(按)’이라는 표시를 하고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견문을 서술하였는데, 중국과 일본의 고전 출전은 서명을 밝혔으나 에도시대의 저술은 출전을 밝히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많다고 한다. 서술은 기본적으로 한문으로 되어 있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가나를 약간씩 사용하기도 한다. 그림은 대부분 출전을 밝히지 않고 있어서 그 내원을 알 수 없지만, 《삼재도회》의 그림을 답습한 것도 있다.
《화한삼재도회》의 판본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체로 간행 연도가 명기되어 있지 않아서 이 책이 간행된 역사를 파악하기 어려운데, 크게 두 계통으로 나누어진다. 즉 책의 간기(刊記)에 행림당장판(杏林堂藏版)이라고 쓰여 있는 판본과, 책을 간행한 서점의 주인 5명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오서사명연기판(五書肆名連記版)의 두 종류인데, 이 두 판본은 책의 내용에서 약간의 차이점이 발견되며, 이는 아마도 데라시마 료안의 개고(改稿)에 의한 것일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두 판본 모두 간행 연도가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통행본인 오서사본이 개정본일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 판본은 일본국회도서관, 경도대학도서관(京都大學圖書館) 등에 소장되어 있다. 한편 1985년에 도쿄 헤본샤(平凡社)에서 오서사본을 저본으로 하고 다른 판본들을 참고하여 한문으로 되어 있는 《화한삼재도회》를 현대 일본어로 번역하고 주석을 붙여서 18책으로 간행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원문이 행림당본과 다른 곳은 주석에 행림당본의 원문도 소개해두어서 연구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학자료원(2002년), 한국학자료원(2011년), 민속원(2014년)에서 각각 오서사본 계열을 영인 간행하였다.

4. 내용

《화한삼재도회》의 내용은 크게 천(天), 인(人), 지(地)의 3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제1권 〈천부(天部)〉로부터 시작하여 제105권 〈조양류(造醸類)〉에 이르기까지 각 권당 대체로 하나의 테마가 할당되어 인간생활에 관련된 다양한 사물이 폭넓게 다루어져 있다.
천(天)의 부(部)는 제1권부터 제6권까지로서, 그 내용은 천체(天體), 별자리, 사시(四時), 절기(節氣), 역수(曆數), 역점(易占) 등에 관련된 것으로 《삼재도회》와 대체로 유사하다.
인(人)의 부(部)는 제7권에서 제54권까지로서 직업명, 인간관계에 관련된 각종 칭호, 인체의 각 부위, 외국과 외국인, 서예, 문자학, 와카(和歌), 가부키, 바둑, 스모(相撲), 악기류, 각종 도구, 각종 동물 등에 관련된 내용이다.
지(地)의 부(部)는 제55권에서 제105권까지인데, 산(山), 수(水), 광물류, 각 지역의 지도와 지리, 주거, 각종 식물류, 음식물 등에 관련된 내용이 주가 된다.
이상의 간략한 기술 내용만으로도 눈에 띄는 점은 《화한삼재도회》는 비록 《삼재도회》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책이지만 다른 점도 많다는 것이다. 우선 분류에서도 《삼재도회》는 먼저 천, 지, 인에 해당되는 항목들을 설명하고, 천‧지‧인에 포함시키기 애매한 항목들은 뒤에 별도로 배치하였는데, 《화한삼재도회》에서는 삼라만상의 모든 항목들을 천(天), 지(地), 인(人)에 포함시켰다. 그래서 동물들이 인간과 함께 인(人)의 부문에,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식물들은 지(地)의 부문에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는 일본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지리 해설에서 중국과 인접 나라에 대한 것은 모두 합하여 3권 정도의 분량임에 비하여 일본의 지리에는 17, 18권을 할애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삼재도회》에 비하여 실학적(實學的)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화한삼재도회》의 내용이 실학적 성격이 강한 것은 편찬자인 데라시마 료안이 의사이었던 점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5. 가치와 영향

《화한삼재도회》가 에도시대 중기(1713년 무렵)에 간행되기 전에 일본에는 이미 《훈몽도휘(訓蒙圖彙)》라는 도설백과사전이 1666년에 간행되었다. 하지만 《훈몽도휘》는 제목에 나타난 바와 같이 어린이들을 위한 계몽서로서, 그 내용도 인물, 역사나 추상적인 사항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문자 설명도 길어야 3줄 정도에 불과하였기에, 일본에서 본격적인 종합도설백과사전의 효시는 《화한삼재도회》라고 할 수 있다. 《화한삼재도회》는 비록 왕기(王圻)의 《삼재도회》를 모방하여 편찬되었지만, 그 내용에서는 중국보다 일본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특히 《삼재도회》보다도 더욱 실학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즉 《화한삼재도회》는 일본과 중국의 고전적 지식 체계를 넘어서 데라시마 료안이 살았던 당시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들을 그림과 함께 많이 수록하고 있어서, 오늘날에도 에도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수용 측면에서도 《화한삼재도회》는 간행된 후 널리 읽혔으며, 메이지시대에도 축약본이 간행되는 등 폭넓게 수용되어 일본 출판문화사상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화한삼재도회》가 조선 후기 실학자들에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이미 밝혀졌다. 즉 《화한삼재도회》는 조선시대 후기에 《삼재도회》와 같이 광범위하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이덕무(李德懋)를 중심으로 한 일부 실학자들의 새로운 문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나의 스승인 와케 나카야스(和氣仲安) 선생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기를, ‘유완소(劉完素)의 말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즉 의사가 되려고 한다면 위로는 천문(天文)을 알고, 아래로는 지리(地理)를 알고, 가운데로는 인사(人事)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이 세 가지에 대해서 모두 밝은 뒤에야 사람의 질병에 대하여 말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눈이 보이지 않는데 밤에 노닐고, 발이 없는데 산을 오르고 물을 건너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라고 하였다.[函丈和氣法眼仲安謂予曰 劉完素有言 欲爲醫者 上知天文 下知地理 中知人事 三者俱明 然後可以語人之疾病 不然 其如蔽目夜遊 無足登涉也 ]“ 〈자서(自敍)〉
• “방금 105권의 책이 완성되었는데, 서식(書式)은 대체로 왕씨(王氏)의 《삼재도회》를 모델로 하였지만, 역대 인물들은 그 인물도가 존재하는 사람과 인물도가 없는 사람을 합하여 무수히 많으니, 모두 기록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인물의 내력에 관한 항목은 생략하였다. 또한 천지인(天地人)에 있어서도 사물(事物)이 광대하여 이것을 모두 수록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이 책을 《삼재도회략(三才圖會略)》이라고 칭하였다.[方今書成百五卷 槩擬王氏三才圖會也 蓋歷代人物有像無像者 可計以千萬焉 欲錄之而未果 故省略人物系傳焉 且於天地人也 事物廣大以不能以悉盡 因號名三才圖會略]” 〈자서(自敍)〉
• “여러 가지 품물들의 그림을 첨부하고 〈그림 아래에 한자(漢字)로〉 이름을 썼으며, 이름 밑에는 다른 이름들을 기재해놓았다. 〈한자〉 이름의 오른쪽 옆에는 히라가나로 일본명을 써두었으며, 왼편에는 가타카나로 한자음을 기입해놓아서 어린이들도 보기 쉽게 하였다.[物物圖形狀 書名目 下記異名 右傍以倭字著和名 左傍以徧假字附唐音 令童蒙易見]” 〈범례(凡例)〉
(2) 색인어: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 데라시마 료안(寺島良安), 삼재도회(三才圖會), 도설백과사전, 그림, 삽화, 문자, 에도시대, 이덕무(李德懋)
(3) 참고문헌
• 《倭漢三才圖會》(寺島良安, 국학자료원, 2002)
• 《倭漢三才圖會》(寺島良安, 한국학자료원, 2011)
• 《和漢三才圖會》(寺島良安, 민속원, 2014)
• 《和漢三才圖會》(寺島良安 著·島田勇雄 外 譯註, 平凡社, 1985)
• 《사전, 시대를 엮다》(오스미 가즈오 저・ 임경택 역, 사계절출판사, 2014)
• 〈《和漢三才圖會》にみる對外認識-中國の《三才圖會》から日本の《和漢三才圖會》へ〉(位田繪美, 《歴史評論》592號, 1999)
• 〈《和漢三才圖會》に見る異國・異國人〉(竹島淳夫, 《國文学解釋と鑑賞》 61(10), 1996)
• 〈近世の世界觀 - 《和漢三才圖會》と《唐土訓蒙圖彙》の考察〉(久能淸香, 《広島女学院大学国語国文学誌》 37호, 2007)
• 〈일본의"유서(類書)에서 백과사전에 이르기까지" -18세기《와칸산사이즈에(倭漢三才圖會)》를 중심으로〉(류사와 타케시, 《쌀‧삶‧문명 연구》 2권, 2009)
• 〈18․19세기 조선의 백과전서파와 《和漢三才圖會》〉(안대회, 《大東文化硏究》 69집, 2010)
• 〈조(朝)·중(中)·일(日) 유서류(類書類)의 특성비교 연구〉(김형태, 《한민족어문학》 73, 2016)
• 〈《삼재도회(三才圖會)》에서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로〉(고인덕, 《중국어문학논집》96, 2016)

【고인덕】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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