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황제내경(黃帝內經)》 18권은 후한(後漢) 장중경(張仲景)의 《상한론(傷寒論)》과 더불어 중국 의학(醫學)의 가장 중요한 저작이다. 현행의 《황제내경》은 《소문(素問)》 9권 81편, 《영추(靈樞)》 9권 8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한론》이 실제 치료에 중심이 놓인 저작이라면(經方), 《황제내경》은 한방의학의 기초이론을 서술한 저작이다(醫經). 내용적으로 《소문》이 음양오행설 등 의학 일반론, 경맥이론과 진맥법, 병의 종류와 치료법 등을 다루는데 반해 《영추》는 침구(鍼灸)에 집중되어 훨씬 평이하다. 역대로 《영추》보다 《소문》이 더욱 중시되었다.
2. 저자
미상(未詳).
3. 서지사항
《황제내경》이 ‘황제(黃帝)’라는 서명을 갖는 이유는 이 책이 전설상의 인물인 황제(黃帝)와 그의 신하인 기백(岐伯) 등의 문답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경’이라고 함은 ‘외경(外經)’이 주로 외과 분야임에 반해 내과 분야를 다룬다는 의미이다.
《황제내경》 18권은 전한(前漢) 말년 유흠(劉歆)이 작성한 도서목록인 《칠략(七略)》 의경류(醫經類)에 그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늦어도 전한 이전의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통설에 따르면 《황제내경》 18권은 《소문》 9권과 나머지 9권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후자는 장중경과 같은 한진(漢晉)의 의가(醫家)에 의해 《구권(九卷)》 혹은 《침경(鍼經)》이라고 불리었으나 당(唐)나라 왕빙(王氷)에 의해 《영추》로 호칭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행의 《소문》 9권과 《영추》 9권이 곧 《칠략》에서 전하는 《황제내경》 18권이라는 견해는 사실상 서진(西晉)의 학자 황보밀(皇甫謐)이 처음으로 주장하였으며, 그 진위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이론이 존재한다(《황제내경소문》이라는 명칭은 황보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단지 《소문》 혹은 《황제소문》이라고만 불렸다). 현전하는 《소문》은 남조(南朝) 양(梁)의 시대(502~557)의 《전원기주황제내경소문(全元起注黃帝內經素問)》(8권본, 失傳)을 중심으로 왕빙이 편찬한 주석본(24권본)에 유래하며, 북송(北宋) 가우(嘉祐)에서 치평(治平) 연간(1056~1067)에 임억(林億) 등에 의해 편찬된 《중광보주황제내경소문(重廣補注黃帝內經素問)》은 왕빙 계통을 따른다. 12권본, 24권본, 50권본 등이 있다. 한편 황보밀에 의해 편찬된 《침구갑을경(鍼灸甲乙經)》과 당초(唐初)의 양상선(楊上善)이 편찬한 《황제내경태소(黃帝內經太素)》 30권은 왕빙본과는 다른 계통을 전한다. 참고로 《태소》는 잔본이 일본에 현존한다. 한편 《영추》는 《소문》보다 내용적으로 평이하며 시기적으로도 뒤늦게 성립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문》에 비해 중시되지 않은 탓에 그 전승도 확실하지 않다. 현행본은 남송의 사송(史崧)이 소흥(紹興) 25년(1155)에 가장본(家藏本)에 기초하여 편찬한 24권 교정본의 계통을 따르는데 12권본, 23권본, 24권본 등의 존재한다. 이 역시 《침구갑을경》·《태소》와는 계통을 달리한다.
4. 내용
《소문》과 《영추》는 기본적으로 황제와 신하간의 문답(問答)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황제가 기백(岐伯), 귀유구(鬼臾區), 뇌공(雷公) 등 세 사람의 신하와 문답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귀유구와의 대화 총 7편은 ‘운기(運氣)’를 다루는 부분으로 왕빙에 의해 보완된 내용이다. 후자의 경우는 황제가 기백, 백고(伯高), 소유(少兪), 소사(少師), 뇌공 등 다섯 명의 신하와 문답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문》과 《영추》 모두 문답은 기본적으로 황제가 묻고 신하가 이에 답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유일하게 뇌공의 경우는 뇌공이 묻고 황제가 답하는 형식을 취한다. 또한 내용적으로는 의학원리를 서로 달리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통해 황제학파 내에 원류가 서로 다른 유파가 존재한 것으로 파악하는 견해도 있다.
《소문》의 경우, ①처음 10여 편은 의학 일반이론을 다룬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양생법, 신기(腎氣) 작용과 인체의 생리를 논하고, 음양론(陰陽論)을 의학의 중심원리로 삼아 내부의 장부(臟腑)와 외부의 환경과의 관계, 분류법으로서 오행설(五行說) 등을 전개한다. ② 옥판론요편 제십오(玉版論要篇第十五)에서 경맥별론편 제이십일(經脈別論篇第二十一)까지는 삼음삼양(三陰三陽) 등 경맥(經脈)이론과 그 진맥법(診脈法)을 주로 서술한다. 병에 대한 진단은 망진(望診), 문진(問診), 복진(腹診) 이외에 맥진(脈診)이 중시되었다. ③ 혈기형지편 제이십사(血氣形志篇第二十四) 이하는 치료법의 일반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서 치료법은 《상한론》과 대조적으로 약물치료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영추》와 같이 주로 자법(刺法)이 중심이다. ④ 태음양명론편 제이십구(太陰陽明論篇第二十九) 이하 대기론편 제사십팔(大氣論篇第四十八)까지는 오장허실병증(五臟虛實病症)을 열거하고 침자(鍼刺) 치료의 원칙과 방법 등 병의 종류와 그 치료법을 상론한다.
《영추》는 경락학설과 자법과 사혈(瀉血) 등 침구이론의 방법과 원칙 등을 상론한다.
5. 가치와 영향
《황제내경》은 중국 의학 사상의 연원(淵源)으로 진한(秦漢) 이전 의학의 총결산이다. 인체의 음양오행학설, 장부(臟腑)설, 한열허실(寒熱虛實), 각종 질병의 치료원칙과 방법, 양생법, 인간과 자연의 상응관계, 경맥(經脈)(12경과 絡脈) 이론, 맥진(脈診)과 자법(刺法)의 중시, 동일 병증에 대한 치료의 지역적 차별성(반보편주의) 등 중국 의학의 이론체계를 상징하는 저술이다. 《상한론》과 본초학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중국 의학에서 치료학의 주류가 약물요법인 것에 반해, 《황제내경》은 자법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상한론》이 경방(經方)으로 분류됨에 반해 《황제내경》이 의경(醫經)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제내경》이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북송 이후의 일이다. 무엇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계통이 다른 《상한론》을 《소문》의 이론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금(金)나라 학자 성무기(成無己)에 의해 시도된 이후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에게 전승되어 한방의 고도의 체계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까지 《상한론》 계통이 병의 원인을 외부[邪氣]에만 두던 것과는 달리 병의 원인을 외사(外邪)와 내상(內傷)으로 분류해, 내상의 경우 《소문》의 논리에 의거하여 그 원인을 비위(脾胃)의 부조화에서 찾아 보양(補養)하려는 시도가 처음으로 주창되었다. 전자를 병인(病因)에 대해 약제를 사용하는 공격파라고 본다면 후자는 보양파로 불렸는데, 금원사대가 중 이고(李杲)와 주진형(朱震亨)이 대표적이다. 주진형은 특히 병의 원인을 “양(陽)이 넘치고 음(陰)이 부족한 것”에서 구해 음을 보완하는 것에 치료의 중심을 두었다. 여기서 의학과 유학(儒學)의 관계에 대해 논의할 지면은 없지만 송원(宋元)의 주자학이 도(道)의 내재화(心學)를 주창한 것과 의학에서 병증의 원인을 내부에서 구한 것 사이의 유사성만은 지적해둔다. 예를 들면 우울증 같은 심리적 질병이 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주진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6. 참고사항
(1)명언
• “근본을 거스르면 그 근본을 다치게 되고 그 진기를 망가트린다.[逆其根 則伐其本 壞其眞矣]” 〈사기조신대론편(四氣調神大論篇)〉
• “성인은 이미 난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미병(未病)을 치료한다.[聖人不治已病 治未病]” 〈사기조신대론편(四氣調神大論篇)〉
• “음양이란 천지의 길이다. 만물의 강기이고, 변화의 부모이고, 삶과 죽음의 근본이고, 신명이 깃든 곳이다. 병의 치료는 반드시 근본에서 구해야 한다.[陰陽者 天地之道也 萬物之綱紀 變化之父母 生殺之本始 神明之府也 治病必求於本]” 〈음양응상대론편(陰陽應象大論篇)〉
(2)색인어:황제내경(黃帝內經), 상한론(傷寒論), 소문(素問), 영추(靈樞), 의경(醫經), 경맥(經脈), 침구(鍼灸),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
(3)참고문헌
• 中國科學技術典籍通彙 醫學卷(河南敎育出版社)
• 中國古代科學技術史綱 醫學卷(路甬祥總主編, 遼寧敎育出版社)
• 岐黃醫道(廖育群, 遼寧敎育出版社)
• 中國古科學技術史 醫學卷(盧嘉錫總主編, 科學出版社)
• 中國の科學(藪內淸編輯, 中央公論社)
【안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