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유영(柳永)은 북송(北宋) 번영기에 활약한 대표적인 사(詞) 작가이다. 북송 시기 새롭게 대두한 시민 계층의 정서를 반영한 만사(慢詞)를 창작하여 이후 송사(宋詞)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매우 대중적인 사 작가이다. 그의 작품집 《악장집(樂章集)》에 수록된 사는 현재 약 200여 수가 전하며, 송대(宋代) 시민 문학의 새로운 기풍과 작품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2. 저자
(1) 성명:유영(柳永)(984?~1053)
(2) 자(字)·별호(別號):본래 이름은 유삼변(柳三變), 자는 경장(景莊), 후에 개명한 이름은 유영(柳永), 호는 가경(耆卿), 별호는 유칠(柳七), 유둔전(柳屯田)
(3) 출생지역:복건성(福建省) 숭안(崇安)
(4) 주요활동과 생애
유영은 일곱째라는 뜻으로 유칠(柳七)이라고도 불렸다. 북송의 저명한 사인(詞人)이며, 완약파(婉約派)의 대표 인물이다. 관료 집안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시사(詩詞)를 공부하고 출세의 뜻을 가졌다. 고향을 떠나 항주(杭州), 소주(蘇州)를 떠돌며 낭만적인 생활에 빠져 있다가 당시의 수도인 변경(汴京)(현재 개봉(開封))에서 여러 번 과거시험을 보았으나 낙방한 후, 사를 짓는 데 매진했다. 이후 경우(景祐) 원년(1034)에 뒤늦게 진사(進士)에 급제하여 둔전원외랑(屯田員外郎)의 관직을 지내 유둔전이라 불렸다. 일찍부터 화류계에 출입하여 많은 가사를 썼는데, 주로 가기(歌妓) 생활과 도시 풍경을 노래하는 작품을 썼다. 일생 동안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살았으며 1053년경에 병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영을 흠모했던 기녀들이 해마다 유영의 기일에 모여 조유회(弔柳會)라는 이름을 만들고 유영이 지은 가사를 노래했다고 전한다.
유영은 송사를 전면 개혁한 첫 번째 사인이며 북송 시기 새롭게 대두한 시민 계층의 정서를 반영한 만사를 창작하여, 이후 송사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또한, 민간 문학의 생명력과 활기를 송사에 도입했고, 도시의 풍물을 묘사하거나 나그네의 향수를 토로하는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 인물이다. 대표 작품집으로 《악장집》이 있다.
(5) 주요저작:시가(詩歌)는 〈자해가(煮海歌)〉, 〈제중봉사(題中峰寺)〉, 〈증내신손가구(贈内臣孫可久)〉 등이 있고, 사는 〈우림령(雨霖鈴)〉, 〈접련화(蝶戀花)〉, 〈소년유(少年遊)〉, 〈망해조(望海潮)〉 등이 있다.
3. 서지사항
북송 시기 문학작품은 민간 가요로부터 시작된 사(詞)라는 문학 양식이 유행하면서 안수(晏殊)와 유영, 소식(蘇軾)을 거치면서 형식과 내용이 변화를 갖게 되었다. 그중 가장 대표되는 것이 《악장집》이다. 악장집의 작품들은 가원(歌院)과 같은 특별한 장소에서 전문적인 가기에 의해 불린 노래로 송대의 새로운 문화 현상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유영의 사는 판본이 많은데, 판본에 따라 약 200~216수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악장집의 판본은 32종인데, 어떤 판본은 목록만 존재하거나 그 내용이 완전하지 못해 다음 4가지 판본이 비교적 완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대순으로 명대(明代) 모진(毛晉)의 급고각(汲古閣)(모진 개인이 지은 장서관(藏書館))에서 간행된 《송육십명가사(宋六十名家詞)》에 수록된 《악장집》1권, 청대 모부계(毛斧季)가 간행한 《악장집》 3권, 청(淸)나라 주효장(朱孝臧)의 《강촌총서(彊邨叢書)》에 수록된 《악장집》 3권, 그리고 현대 당규장(唐圭璋)의 《전송사(全宋詞)》에 수록된 《악장집》 3권이 있다. 그 중 주효장의 《악장집》에는 상·중·하 3권에 194수의 사 작품과 〈속첨곡자(續添曲子)〉라는 표제(標題)로 12수가 수록되어 있어 모두 206수가 수록되어 있고, 당규장의 판본은 여기에 7수를 보충하여 213수가 수록되어 있다.
4. 내용
유영은 당시 사람들의 기호를 파악하여 그것을 잘 반영한 작품을 창작하였는데, 이 작품들은 당시 사람들에 의해 노래로 불렸다. 이렇듯 《악장집》은 노래 가사집이기 때문에 작품도 궁조(宮調)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데, 정궁(正宮)부터 중려궁(中呂宮), 선려궁(仙呂宮)으로 이어지는 18종의 궁조와 140종의 사조(詞調)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동명(同名)의 사조라 하여도 궁조에 따라 율조(律調)의 장단이 모두 다르다. 정궁에 있는 〈투백화(鬪百花)〉는 애정사에 속하는데, 기행역사에 속하는 〈설매향(雪梅香)〉 역시 정궁에 나란히 배열된 것으로 보아 《악장집》의 구성이 작품의 제재나 내용보다는 음악의 궁조를 더욱 중요시한 것을 알 수 있다.
《악장집》에는 남녀 간의 스스럼없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작품에 담았다. 특히 적극적인 태도의 여성과 자신을 떠나 마음을 상하게 한 남성에 대해 그 잘못을 질타하면서도 여전히 사랑의 감정을 지니고 있는 귀여운 여성 등이 등장한다. 이는 아마도 이 작품들이 어떤 특정한 가기를 염두에 두고 창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송대 사회 모습을 직접 작품에 나타내었는데 이와 관련된 작품에는 각종 명절 분위기를 전하는 작품과 임금이나 지방관의 치적을 송축하는 작품 등이 있다.
5. 가치와 영향
《악장집》은 중국을 대표하는 가사집이다. 음률의 조화를 중시하였으며, 만사와 장조(長調)의 발전에 공헌하였다. 비록 많은 문인이 유영의 작품을 저속하다고 평가하였지만, 당시 “우물물 마시는 곳은 어디든지 유영의 노래가 불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악장집》의 사는 그 영향력이 대단했으며, 시민 문학의 새로운 기운과 작품 특성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다. 당시 유영의 작품이 유행하였던 것은 내용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기호에 맞았기 때문인데 이는 당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사로 창작하여 작품에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대표작 〈우림령〉은 이별의 과정과 그리움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사인데 등려군(鄧麗君)의 〈상간루안(相看淚眼)〉이 바로 〈우림령〉 가사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이다. 이처럼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에 곡을 만들어 노래 부르고 있다.
또한 고려시대 정사(正史)를 기록한 《고려사(高麗史)》 중 2권의 〈악지(樂志)〉 에는 아악(雅樂), 당악(唐樂), 속악(俗樂)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에 실린 사(詞) 40수 중에서 약 7수의 사가 유영의 작품으로 판명되었고, 유영의 사가 이규보(李奎報)와 이제현(李齊賢) 등 고려사인의 사창작에 많은 영향력을 주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본 메이지시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에도 유영에 대한 마음전달과 작품의 일부구절에서 유영의 사를 모방하거나 압운을 사용한 표현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이 유영의 사를 읽고 받은 영향을 그대로 작품 속에 드러낸 것으로 보아 일본에서도 유영의 사는 영향력이 있었고, 그의 사를 좋아했다. 영향을 받은 대표 작가와 작품으로는 모리 카이낭(森槐南)의 《위강월(酹江月)》, 다카노 다케히토(高野竹隐)의 《조중조(朝中措)》, 모리카와 다케시(森川竹磎)의 《우림령(雨霖铃)》, 《망원행(望远行)》 등이 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쓰르라미 애절하게 울고, 장정에 해 저무는데, 소낙비가 막 그쳤다. 성문 밖에서 술 마시니 마음이 어수선해, 한창 머뭇거리자니, 목란 배의 사공이 출발을 재촉한다. 손잡고 눈물 어린 눈을 바라보며, 끝내 말없이 목이 멘다. 가야 할 천 리 길 안개 물길을 생각하자니, 넓은 남쪽 하늘에 저녁 안개가 짙게도 깔려 있구나.[寒蟬淒切 對長亭晚 驟雨初歇 都門帳飮無緖 留戀處 蘭舟催發 執手相看淚眼 竟無語凝噎 念去去 千裏煙波 暮靄沉沉楚天闊]” 〈우림령(雨霖鈴)〉
• “하염없이 누각에 기대니 바람은 솔솔 불어오고, 끝없이 펼쳐진 봄 풍경에 마음은 싱숭생숭, 어두운 심정은 하늘 끝에 가 있고, 안개 자욱한 풀잎에 석양이 비치는데, 말없이 난간에 기댄 그 뜻을 그 누가 알리오.[儜倚危樓風細細 望極春愁 黯黯生天際 草色煙光殘照裏 無言誰會憑闌意]” 〈접련화(蝶戀花)〉
• “세찬 저녁 비가 강과 하늘에 내리니, 맑은 가을이 한바탕 씻겨나간다. 서릿바람 점차 싸늘해지니, 마주한 산하는 서늘한데, 해질녘의 잔광이 누각으로 떨어진다. 곳곳에 꽃 지고 잎 떨어지니, 아름다운 경치는 점점 사라져간다. 오직 장강의 물줄기만, 말없이 동쪽으로 흘러가누나.[對瀟瀟暮雨灑江天 一番洗清秋 漸霜風淒緊 關河冷落 殘照當樓 是處紅衰翠減 苒苒物華休 惟有長江水 無語東流]” 〈팔성감주(八聲甘州)〉
(2) 색인어:유영(柳永), 유삼변(柳三變), 송사(宋詞), 악장집(樂章集), 우림령(雨霖鈴)
(3) 참고문헌
• 樂章集校注(薛瑞生, 中華書局)
• 彊村叢書(朱孝臧·朱祖謀, 廣文書局)
• 柳永詞賞析集(謝桃坊, 巴蜀書社)
• 柳永詞選(梁雪芸, 三聯書店)
• 유영사선(박홍준 역, 지식을만드는지식)
• 송사삼백수(주조모 역, 지식을만드는지식)
• 〈樂章集硏究〉(차주환, 서울대학교 동아문화연구소)
【정태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