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영규율수(瀛奎律髓)》는 당(唐) 이래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선시(選詩)의 전통과 송대(宋代)에 걸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시화류(詩話類)의 창작 경향을 결합시켜, 당송(唐宋) 두 조대(朝代)에 걸친 율시(律詩)를 49개의 문류(門類)로 나누어 편정하여 논한 최초의 책으로, 총49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元)나라 전지원(前至元) 20년(1283)에 완성되었다. 저자인 방회(方回)는 이 책을 통해 강서시파(江西詩派)의 핵심적인 시학이론(詩學理論)을 종합하는 한편 이 유파의 조직체계를 새롭게 정리하여 이른바 “일조삼종설(一祖三宗說)”을 제창하였다.
2. 저자
(1) 성명:방회(方回)(1227-1307)
(2) 자(字)·별호(別號): 자는 만리(萬里), 호는 허곡(虛谷)인데 주희(朱熹)의 학문을 흠모하여 자양(紫陽)이라는 호를 쓰기도 함.
(3) 출생지역:안휘성(安徽省) 휘주(徽州) 흡현(歙縣).
(4) 주요활동과 생애
남송 이종(理宗) 시기에 등제하여 수주교수(隨州敎授), 연강제간(沿江制幹) 등을 역임하였으나 당시 권신(權臣)이었던 가사도(賈似道)와 사이가 좋지 못하여 벼슬길에서 오래도록 애로가 많았다. 그러다가 지원(至元)(1276) 봄에 송태후(宋太后) 및 사군(嗣君)의 조서를 받들어 성(城)을 내주고 원(元)에 항복하여 (남송의) 가의대부(嘉議大夫)로 (원의) 건덕로총관(建德路總管) 겸 부윤(府尹)에 제수되었다. 얼마 후에 송 황실에 의해 통의대부(通議大夫)로 품계가 올랐으며, 옛 관직은 그대로 맡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모든 벼슬을 그만두고 전당(錢塘)에서 은거하며 후학 지도와 저술 활동에 매진하였다. 그는 원나라 조정에 출사(出仕)한 이력 때문에 두고두고 가혹한 비판을 받게 되었다.
(5) 주요저작:지금까지 전해지는 그의 저작으로는 《동강집(桐江集)》 8권과 《동강속집(桐江續集)》 36권, 《허곡간초(虛谷閒抄)》 1권, 《문선안포사시평(文選顔鮑謝詩評)》 4권, 《속고금고(續古今攷)》 37권 등 5종의 저작 외에 시학 이론서인 《영규율수》 49권이 있다.
3. 서지사항
《영규율수》의 판본 가운데 중요한 판본으로는 진사태간본(陳士泰刊本)(1710)과 황엽촌장본(黃葉村莊本)(1712), 사고전서본(四庫全書本)(1787) 및 조선간본(朝鮮刊本)(1475)이 있다.
4. 내용
《영규율수》는 당송(唐宋)의 율시(律詩)를 49문류(門類)로 분편(分編)한 뒤 정열적인 비주(批注) 작업을 수행한 시선집(詩選集)이면서 동시에 시평집(詩評集)인 독특한 책이다. 총 3014수(首)에 달하는 시가 수록되어 있으나 중복되는 작품이 23수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수록된 작품의 총수는 2991수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수록된 시인은 모두 385명이며, 이 가운데 송인(宋人)이 220명에 이른다. 49개의 문류는 다음과 같다.
01. 登覽, 02. 朝省, 03. 懷古, 04. 風土, 05. 昇平, 06. 宦情, 07. 風懷, 08. 宴集, 09. 老壽, 10. 春日, 11. 夏日, 12. 秋日, 13. 冬日, 14. 晨朝, 15. 暮夜, 16. 節序, 17. 晴雨, 18. 茶, 19. 酒, 20. 梅花, 21. 雪, 22. 月, 23. 閒適, 24. 送別, 25. 拗字, 26. 變體, 27. 着題, 28. 陵廟, 29. 旅況, 30. 邊塞, 31. 宮閫, 32. 忠憤, 33. 山巖, 34. 川泉, 35. 庭宇, 36. 論詩, 37. 技藝, 38. 遠外, 39. 消遣, 40. 兄弟, 41. 子息, 42. 寄贈, 43. 遷謫, 44. 疾病, 45. 感舊, 46. 俠少, 47. 釋梵, 48. 仙逸, 49. 傷悼
《영규율수》의 문류별(門類別) 평균 작품 수는 60여 수 정도가 된다. 그러나 많게는 249수에서 적게는 6수에 이르기까지 각 문류별 작품 수의 편차가 매우 심한 편이다. 방회는 문류별로 선정한 작품을 다시 시대별, 시인별로 편배하였으며, 개별적인 시에 들어가서는 해제, 작가 소개, 작품 분석 및 비평, 작가의 전체적인 작풍 간평(簡評), 시어(詩語) 비평(批評), 교감(校勘), 고증(考證), 고사(故事)나 지리(地理) 등 시와 유관한 사항 소개와 문류에 대한 입장 등을 기술하고 있는데,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시화류(詩話類)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양식이다. 이것은 그가 시화류의 양식적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였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체례(體例)는 《문선(文選)》 및 당인선당시(唐人選唐詩) 등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시화류의 장점을 흡수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5. 가치와 영향
《영규율수》는 방회를 강서시파(江西詩派) 시학이론의 완성자로 자리매김 되게 한 저술로, 본격적으로 선시(選詩)와 평시(評詩)를 결합시킨 중국문학사상 최초의 책이다. 방회는 이 책을 통해 강서시파의 핵심적인 시학이론을 종합하는 한편 이 유파의 조직체계를 새롭게 정리하여 이른바 “일조삼종설(一祖三宗說)”을 제창하였다. 일조삼종설이란 두보(杜甫)를 초조(初祖)로, 황정견(黃庭堅)과 진사도(陳師道), 진여의(陳與義)를 삼종사(三宗師)로 하여 시를 배울 것을 요구한 학습이론이다. 우리 선현들도 시법(詩法)을 익히기 위하여 이 《영규율수》를 애독하였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시는 우선 격(格)이 높은가를 보아야 하는데 (격이 높고) 뜻 또한 주도(周到)하며 말 또한 공려(工麗)하다면 상품(上品)이다. 뜻은 주도하고 말이 공려하지만 격이 높지 않으면 그 다음이다. 격도 없고 뜻도 없으며 또한 말도 보잘 것 없다면 하품(下品)이다.[語詩先看格高 而意又到 語又工 爲上 意到 語工 而格不高 次之 無格 無意 又無語 下矣]” 〈권21․설류(雪類)〉
• “아아, 고금의 시인 가운데 마땅히 두보(杜甫)와 황정견(黃庭堅), 진사도(陳師道), 진여의(陳與義) 네 사람을 일조삼종(一祖三宗)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여타의 시인들 가운데 배향에 참여시킬 만한 사람들도 얼마간 있다.[鳴呼 古今詩人當以老杜山谷後山簡齋四家爲一祖三宗 餘可預配饗者有數焉]” 〈권26․변체류(變體類)〉
(2) 색인어:방회(方回), 영규율수(瀛奎律髓), 일조삼종설(一祖三宗說), 강서시파(江西詩派), 학두(學杜), 시법(詩法), 시정신(詩精神), 시안(詩眼), 번안(翻案), 정경(情景), 허실(虛實), 요(拗), 불변부진(不變不進), 격고(格高), 숙(熟), 의도(意到), 어공(語工)
(3) 참고문헌
• 《瀛奎律髓彙評》(3冊), 李慶甲 集評校點, 上海古籍出版社, 1986.
• 《瀛奎律髓》, 淸 康熙 49年 陳士泰刊本, 臺北國立中央圖書館 所藏本.
• 《瀛奎律髓》, 淸 康熙 51年 黃葉村莊本, 東海大學圖書館 所藏本.
• 《瀛奎律髓》, 四庫全書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