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오륜전비기(伍倫全備記)》는 명(明)나라의 구준(丘濬)이 지은 전기(傳奇) 희곡(戱曲) 작품으로,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래 중국어 교육용 서책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오륜전비(五倫全備)》로 쓰기도 한다.
2. 저자
(1) 성명:구준(丘濬(1421~1495))
(2) 자(字)・별호(別號):구준의 자는 중심(仲深), 호는 경대瓊臺 또는 경산(瓊山)이며, 적옥봉도인(赤玉峰道人)이라고도 칭한다.
(3) 출생지역:광동(廣東) 경산현(瓊山縣(지금의 중국 해남성(海南省)))
(4) 주요활동과 생애
경태(景泰) 5년(1454)에 진사(進士)에 급제하여 한림원서길사(翰林院庶吉士)로 뽑혔으며, 서길사를 마친 후 한림원편수(編修)가 되었다. 성화(成化) 원년(元年(1465))에 한림원시강(侍講)이 되어 《영종실록(英宗實錄)》의 편찬에 참여하였으며, 《영종실록》이 완성되자 한림원시강학사(侍講學士)로 승진하였다. 성화 13년(1477)에는 한림원학사(學士)가 되었으며, 성화 16년(1480)에는 다시 예부시랑(禮部侍郞)으로 승진하고 국자감좨주(國子監祭酒)를 겸하였다. 명(明) 효종(孝宗) 즉위 후 예부상서(禮部尙書) 겸첨사부사(兼詹事府事)가 되어 《헌종실록(憲宗實錄)》을 편찬하면서 부총재(副總裁)를 역임하였다. 홍치(弘治) 4년(1491)에 《헌종실록》이 완성되자 태자태보(太子太保)가 되었으며, 예부상서 겸문연각대학사(兼淵閣大學士)가 되어 기무(機務)에 참여하였다. 내각대학사(內閣大學士)가 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이미 71세였다. 홍치(弘治) 7년(1494)에 무영전대학사(武英殿大學士)에 올랐으며, 이듬해인 1495년 봄에 향년 75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다.
(5) 주요저작
저서로는 《주자학적(朱子學的)》, 《대학연의보(大學衍義補)》, 《구문장집(丘文莊集)》, 《경대집(瓊臺集)》 등이 있고, 전기(傳奇) 작품으로는 《오륜전비기》 외에도 《투필기(投筆記)》, 《거정기(擧鼎記)》, 《나낭기(羅囊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오륜전비기》는 명청(明淸) 희곡사(戱曲史)에서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3. 서지사항
중국에서는 세덕당본(世德堂本) 《오륜전비충효기(伍倫全備忠孝記)》가 유일한 판본으로 《고본희곡총간(古本戱曲叢刊)》에 수록되어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에서는 서울대학교 규장각(奎章閣)에 조선판본(朝鮮板本)인 《오륜전비기》와 그 언해본(諺解本)인 《오륜전비언해(伍倫全備諺解)》가 소장되어 있다.
규장각 소장 《오륜전비기》는 교회청(敎誨廳)에서 간행한 목판본으로 본래는 원(元)‧형(亨)‧이(利)‧정(貞) 4책이었으나 이(利)‧정(貞)은 소실되고 현재 원(元)‧형(亨) 2책만 남아있는 영본(零本)이다.
《오륜전비언해》는 사역원(司譯院) 역관(譯官)들의 중국어 교육을 위하여 《오륜전비기》를 언해한 중국어 교육용 서책이다. 언해 작업은 숙종(肅宗) 22년(1696) 사역원에서 시작되었으나 오래지 않아 중단되었다. 숙종 35년(1709)에 교회청에서 다시 언해를 시도하였지만 역시 완성되지 못하다가 영의정 김창집(金昌集)의 독려로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고 보태어 숙종 46년(1720)에 완성하였고, 이듬해인 경종(景宗) 1년(1721)에 유극신(劉克愼) 등이 경비를 부담하여 간행하였다. 규장각에는 현재 〈규(奎)1456〉・〈규1457〉・〈고(古)3917-9〉 등 세 가지 판본이 소장되어 있는데, 〈규1457〉과 〈고3917-9〉는 8권 4책이고 〈규1456〉은 8권 5책이나, 내용상의 차이는 없다.
1982년 아세아문화사에서 〈규1456〉을 영인하였고 2005년 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규1457〉을 영인한 바 있으며 그밖에 박재연 교수 정리본(1995, 학고방(學古房))이 있다. 박재연 교수 정리본은 〈규1456〉을 저본(底本)으로 하고 《오륜전비기》의 체제를 따라 제1단, 제2단……제28단 등으로 단락을 나누어 원문을 수록하였으며, 각 단락의 머리 부분에는 세덕당본을 참조하여 제목과 함께 삽화 15장을 삽입하여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역주본(譯註本)으로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역주)오륜전비언해》가 있다.
4. 내용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오자서(伍仔胥)의 자손인 오륜전(伍倫全)・오륜비(伍倫備) 형제가 홀어머니 범씨(范氏)의 엄격한 교육 하에 삼강오륜(三綱五倫)에 어긋남이 없는 행실을 지키면서 성장하여 우여곡절 속에서도 마침내 높은 벼슬에 올라 영화를 누리다가 귀향하고, 사후(死後)에는 신선이 된 스승 시선교(施善敎)와 어머니를 만나 선계(仙界)로 들어간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재연 교수 정리본에 따라 각 단락의 제목을 순서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단 〈형제유완(兄弟遊玩)〉, 제2단 〈연사교자(延師敎子)〉, 제3단 〈시문훈녀(施門訓女)〉, 제4단 〈일문쟁사(一門爭死)〉, 제5단 〈앙매의친(央媒議親)〉, 제6단 〈견자부과(遣子赴科)〉, 제7단 〈곡친상명(哭親喪明)〉, 제8단 〈위국구현(爲國求賢)〉, 제9단 〈형제동등(兄弟同登)〉, 제10단 〈의금영귀(衣錦榮歸)〉, 제11단 〈예행친영(禮行親迎)〉, 제12단 〈감천명일(感天明日)〉, 제13단 〈경수훤친(慶壽萱親)〉, 제14단 〈형제부임(兄弟赴任)〉, 제15단 〈욕진간장(欲進諫章)〉, 제16단 〈문민질고(問民疾苦)〉, 제17단 〈천사조폄(薦師遭貶)〉, 제18단 〈취첩송부(取妾送夫)〉, 제19단 〈윤전피로(倫全被虜)〉, 제20단 〈고식문부(姑媳聞否)〉, 제21단 〈형제급난(兄弟急難)〉, 제22단 〈할간구고(割肝救姑)〉, 제23단 〈성심감로(誠心感虜)〉, 제24단 〈솔이귀항(率夷歸降)〉, 제25단 〈동귀수제(同歸守制)〉, 제26단 〈비장조강(備掌朝綱)〉, 제27단 〈전통변녕(全統邊寧)〉, 제28단 〈회합단원(會合團圓)〉.
5. 가치와 영향
《오륜전비기》는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래 주로 중국어 교육용 서책으로 사용되었다. 《오륜전비기》 이전에는 《직해소학(直解小學)》이 《노걸대(老乞大)》・《박통사(朴通事)》와 함께 대표적인 중국어 학습서로 사용되었으나, 《직해소학》이 현실 중국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언어 형식이 역관(譯官)들의 중국어 의사소통능력 함양에 적절치 못하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오륜전비기》로 교체되었다. 《오륜전비기》는 그 내용이 매우 풍부하고 문장의 유형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새로운 중국어 학습서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오륜전비기》가 중국어 학습서로서 아무런 결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노걸대》와 《박통사》는 이미 언해본이 간행되어 역관들에게 매우 훌륭한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유독 이 책만은 언해본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책의 내용이 경사류(經史類)에서 인용된 바가 많아 이해하기가 매우 까다로웠으므로, 이를 가르치는 스승의 가르침도 각각 달라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분명하지 않다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즉 올바른 중국어 교육을 위하여 언해본인 《오륜전비언해》가 간행되었다. 《오륜전비언해》는 《노걸대》・《박통사》와 함께 역과(譯科) 한학(漢學) 과시(科試)에서 배강(背講) 과목에 채택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오늘 배우지 않으면서 내일이 있다 하지 말고, 올해 배우지 않으면서 내년이 있다고 하지 말라. 흐르는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今年不學而有來年 日月逝矣 歲不我延] 《오륜전비기(伍倫全備記)》 〈제2단 연사교자(延師敎子)〉
• “배움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한시라도 삿대를 놓아서는 안 된다.[爲學須如上水船 一篙不可放下]” 《오륜전비기》 〈제2단 연사교자〉
• “사람의 부귀와 빈천이 어찌 영원할 수 있겠는가? 오늘 부귀하다고 해서 내일 빈천해지지 않을 줄을 어찌 알 것이며, 오늘 빈천하다고 해서 내일 부귀해지지 않을 줄을 어찌 알 것인가? 비록 오늘은 부유한 집안일지라도 그 자식들이 천박하게 굴면 돈 몇 푼 가진 수전노에 불과하며, 설사 지체 높은 집안이라도 그 자식들이 거만하게 굴면 권세가 있다 한들 이 또한 빛 좋은 개살구와 다름없다.[人家富貴貧賤何常之有 今日富貴 安知他日不貧賤乎 今日貧賤 安知他日不富貴乎 雖是而今人家富盛 那子弟每村朴 雖有兩文錢 亦是守錢奴 雖是人家貴顯 那子弟每驕奢 雖有氣勢 亦是花木瓜]” 《오륜전비기》 〈제5단 앙매의친(央媒議親)〉
• “신체발부(身體髮膚)는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입신(立身)하고 도(道)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남김으로써 부모의 이름을 드높이는 것이 효의 끝이다.[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是孝之始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是孝之終]” 《오륜전비기》 〈제6단 견자부과(遣子赴科)〉
(2) 색인어:구준(丘濬), 오륜전비기(伍倫全備記), 오륜전비언해(伍倫全備諺解), 사역원(司譯院), 역과(譯科), 한학(漢學), 역관(譯官)
(3) 참고문헌
• 《伍倫全備諺解》(亞細亞文化社)
• 《伍倫全備諺解》(서울大學校 奎章閣)
• 《伍倫全備諺解》(박재연, 學古房)
• 《(역주)오륜전비언해》(성낙수,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伍倫全備諺解》 譯註(1)・(2)・(4)~(11)〉(유재원 등, 《中國語文論譯叢刊》)
• 〈《伍倫全備諺解》 譯註(3)・(12)〉(유재원 등, 《中國硏究》)
• 〈《五倫全備記》연구(1)〉(오수경, 《中國文學》 29, 1998)
• 〈奎章閣本《五倫全備記》硏究〉(오수경, 《中國文學》 30, 1998)
• 〈《伍倫全備(諺解)》의 교재적 가치 및 특성에 대한 연구〉(유재원, 《외국어교육》 10, 2003)
【유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