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청대의 문인 포송령(浦松齡)이 지은 필기체(筆記體) 소설이다. 본서는 총 16권으로 431편(혹은 498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지괴(志怪)와 전기(傳奇)의 문체로 쓰였다. 신선, 여우, 귀신 등을 소재로 현실을 반영한 소설로 당(唐) 이후 쇠퇴한 문언소설(文言小說)의 열기를 다시 일으켰다. 중국 필기체 소설의 백미(白眉)이자 동아시아 환상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2. 저자
(1)성명:포송령(浦松齡)(1640~1715)
(2)자(字)·별호(別號):자는 유선(留仙) 혹은 검신(劍臣). 별호는 유천거사(柳泉居士).
(3)출생지역:산동성(山東省) 치천현(淄川縣) 만정장(滿井莊)(지금의 淄博市 淄川區).
(4)주요 활동과 생애
포송령은 몰락한 사족 출신으로 아버지 포반(浦槃)은 선비였으나 집안이 어려워 상업에 종사하였다. 형편이 좀 나아지자 포송령은 출세에 뜻을 두었는데, 19세에 과거에 응시하여 세 차례의 지방 예비시험에서 수석을 하는 등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이후 향시(鄕試)에 누차 불합격하여 50세에 이르기까지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였다. 전통시대에서 유일한 출세의 길인 과거에 합격하지 못한 그에게 불우한 인생은 예정된 것이었다. 31세 되던 해 포송령은 고향 친구로서 강남 지역의 현령이었던 손혜(孫蕙)의 막객(幕客)이 되면서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이후 여러 집에서 훈장 노릇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같은 고을의 명망 있는 인물이었던 필제유(畢際有)의 집에는 30년간이나 눌러있기도 하였다. 그는 70세 때에서야 남의 집 생활을 청산하고 귀가하였다. 이후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니 실로 실의에 찬 고단한 삶이었다고 할 것이다.
포송령은 비록 과거에 실패하여 불우한 일생을 살았으나 항상 성실한 자세와 정의로운 마음을 잃지 않았으며 학문적, 문학적으로도 탁월한 능력을 지닌 선비였다. 그는 오랜 기간의 객지 생활을 통하여 당시 곤궁했던 백성들의 삶과 부패하고 무능했던 관리들의 행태를 목도한 후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고 불합리한 제도와 봉건적인 인습이 가져온 폐해에 대해서도 깊이 개탄하였다. 그는 시대에 대한 비판의식과 때를 만나지 못한 울분을 소설을 통해 표출하였는데 불후의 명작 《요재지이》는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포송령은 젊은 시절부터 《요재지이》 창작을 시작하여 노년에 이르러서야 완성하였으니 그야말로 필생의 역작이라 할 것이다.
(5)주요 저작
대표작 《요재지이》 이외에도 《성세인연전(醒世因緣傳)》이란 장편 백화소설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요재문집(聊齋文集)》, 《요재시집(聊齋詩集)》 등 문학 관련 저작과 《농상경(農桑經)》, 《약수서(藥祟書)》 등 농업, 의약 방면의 실용서를 남겼다.
3. 서지사항
현존하는 《요재지이》의 판본으로 중요한 것은 포송령의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수고본(手稿本)이 있는데 아깝게도 상반부만 남아있으며 그 외 필사본으로 《강희초본(康熙抄本)》(1701), 《주설재초본(鑄雪齋抄本)》(1752), 인쇄본으로 《청가정각본(靑柯亭刻本)》(1766) 등이 존재한다.
4. 내용
《요재지이》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400여 편에 달하는 작품 하나하나가 환상적인 설화를 통해 심각하고 현실적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작품의 공간은 대부분 포송령이 살았던 산동 일대이고 시간은 명대로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이지만 이 책이 표현하고 있는 현실은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사이다. 그 의미 또한 산동이라는 공간대와 명, 청이라는 시간대를 훨씬 뛰어넘는 인류적 보편성을 지닌다.
《요재지이》에는 남녀 간의 애정을 주제로 한 작품이 가장 많다. 포송령은 이들 작품 중에서 예법에 짓눌린 청춘남녀에 대해 동정을 보내고 그들의 과감한 애정행위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아가 봉건적인 결혼제도를 비판함으로써 반예교(反禮敎)의 정신을 표현하였다. 아울러 포송령은 당시 사회가 안고 있던 정치, 사회적 모순을 예리한 필치로 비판하였다. 탐관오리의 악행, 토호의 횡포 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요재지이》의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이다. 과거제도의 폐단에 대한 폭로도 동일한 차원에서 행해진다. 포송령은 과거 시험관이 불공평하고 사리사욕을 취함으로써 올바른 인재가 매몰되는 현실을 풍자하였다. 아울러 과거제도가 조성한 출세지향주의가 지식인 계층의 정신을 얼마나 좀먹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비판하였다.
5. 가치와 영향
포송령의 《요재지이》는 중국신화로부터 위진남북조 시대의 지괴, 당대의 전기소설에 이르는 문언소설의 계보를 이어 찬란하게 개화한 환상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요재지이》가 예술적으로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환상적인 내용 하나하나가 당시 현실에 대한 심각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고 그것이 시공을 초월한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환상적인 장치를 통해 현실을 풍자하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기법이 포송령에 의해 이미 탁월하게 시도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요재지이》의 성공은 이후 후배 문인들에 의해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 《우태선관필기(右台仙館筆記)》 등 아류작들을 저술케 하였다. 오늘날에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고행건(高行健), 한소공(韓少功) 등 중국 굴지의 작가들이 포송령의 기법과 문체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였으며, 《요재지이》 내의 여러 작품들이 〈천녀유혼(倩女遊魂)〉, 〈화피(畵皮)〉 등의 영화로 각색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이 책이 여전히 동아시아 환상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이 책이 처음 저록(著錄)된 것으로 보아 대체로 19세기 중반 이전에 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6. 참고사항
(1)명언
•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나 여우, 귀신 책에 집어넣었으니, 말술로도 돌덩이처럼 응어리진 근심을 없애긴 어려웠다.[新聞總入鬼狐史 斗酒難消塊磊愁]” 〈십구일득가서감부(十九日得家書感賦)〉(포송령이 《요재지이》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감회를 읊은 시)
(2)색인어:포송령(浦松齡), 요재지이(聊齋志异), 성세인연전(醒世因緣傳), 문언소설(文言小說), 필기체(筆記體), 지괴(志怪), 전기(傳奇),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
(3)참고문헌
• 會校會注會評本聊齋志異(張友鶴 校注, 中華書局)
• 全本新注聊齋志異(朱其鎧 注, 人民文學出版社)
• 聊齋志異對照注譯析(邱勝威 譯, 廣西民族出版社)
• 요재지이(김광주 역, 명문당)
• 요재지이(배병균 역, 진원출판사)
• 요재지이(김혜경 역, 민음사)
【정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