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이각박안경기(二刻拍案驚奇)》는 명(明)나라 문학가 능몽초(凌蒙初)가 1632년에 출간한 백화 단편소설집이다. 1628년에 출간한 《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驚奇)》는 ‘초각(初刻)’이란 말을 빼고 일명 《박안경기(拍案驚奇)》로 통칭되는 반면 《이각박안경기》는 모두를 전칭(全稱)하여 부른다. 《초각박안경기》와 《이각박안경기》를 합하여 총 80편으로 구성된 ’양박(兩拍)‘의 내용은 주로 명대(明代) 사회생활의 다각적인 측면을 잘 반영한 것이 특색인데 특히 도시 서민계층의 희로애락(喜怒哀樂)과 봉건예교를 타파하려는 당대의 애정문제 등을 진솔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초각박안경기》와 《이각박안경기》 모두 능몽초가 편찬하였다.
2. 저자
(1) 성명:능몽초(凌蒙初)(1580~1644)
(2) 자(字)·별호(別號):능몽초는 자가 현방(玄房), 혹은 원방(元房), 호는 초성(初成), 치성(稚成), 즉공관주인(卽空觀主人), 즉공거사(卽空居士), 혹은 별명이 능파(凌波)
(3) 출생지역:절강성(浙江省) 오정인(烏程人)(지금의 오흥현(吳興縣))
(4) 주요활동과 생애
능몽초의 집안은 대대로 벼슬을 해온 관료집안으로 가풍이 저작활동과 관련이 깊었다. 이러한 환경은 그의 젊은 시절 문예활동과 문학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 그는 풍몽룡과 함께 이탁오(李卓吾)의 진보적 문학관을 적극적으로 추종하였기에, 그의 작품에서는 진보적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이 반영된 문학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그는 부친인 적지(迪知)와 삼촌인 치융(稚隆)의 영향을 받아 저작 및 출판활동에 일찍 눈을 떴으며 속문학(俗文學)을 포함한 전 분야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과거에는 여러 번 낙방하다가 55세에 비로소 상해현승(上海縣丞)이라는 관직을 제수 받았고 63세에 서주(徐州)의 통판(通判)으로 승진하였다. 이자성(李自成)의 난 때에 반란군을 제압하러 참전하였다가 65세 나이로 순직하였다.
(5) 주요저작:본래 능몽초의 집안은 여러 대에 걸쳐 전통적으로 관료를 배출한 집안이었으며, 또 저작활동 및 출간을 해오던 가풍으로 능몽초는 손쉽게 출판에 입문할 수 있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단편소설집 《초각박안경기》 40편과 《이각박안경기》 40편이 있고, 편찬서로는 《남음삼뢰(南音三籟)》가 있다. 그 외 창작희곡으로 《규염옹(虯髥翁)》, 《북홍불(北紅拂)》, 《전도인연(顚倒因緣)》, 《교합삼금기(喬合衫襟記)》, 《몽홀인연(夢忽因緣)》 등 주로 단편소설과 희곡을 많이 편찬하였다.
3. 서지사항
《이각박안경기》는 1628년에 《초각박안경기》가 나온 지 4년만인 1632년에 40편으로 출간되었다. 이렇게 바로 《이각박안경기》를 출간한 원인으로는 《초각박안경기》가 출간되자 반응이 좋았던 것을 들 수 있다. 《이각박안경기》의 권23 〈대자혼유완숙원(大姉魂游完宿愿), 소매병기속전연(小妹病起續前緣)〉은 《초각박안경기》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고, 마지막 권40의 작품은 잡극이기 때문에 총 78편의 소설이 수록된 셈이다. 대부분의 ‘삼언양박’ 판본들처럼 이 책의 판본도 일실(逸失)되었다가 1957년 중문학자 왕고로(王古魯)가 일본에서 베껴온 상우당본(尙友堂本)을 가지고 들어와 복원하였다.
《이각박안경기》를 구성한 40편 고사들은 그 제재(題材)를 대부분 문언소설(文言小說)에서 취하였다. 예를 들면 《제동야어(齊東野語)》, 《이견지(夷堅志)》, 《전등신화(剪燈新話)》, 《정사(情史)》, 《지낭보(智囊補)》, 《불가록(不可錄)》, 《구조야기(九朝野記)》 및 기타 필기소설에서 제재를 채록하여 편찬한 것이 주류를 이룬다.
4. 내용
《초각박안경기》와 《이각박안경기》에서는 남녀의 자유연애 및 결혼을 통하여 당시 시민계층의 애정관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도 봉건관료의 부정부패와 상공인들의 생활상이 생동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초각박안경기》와 《이각박안경기》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초각박안경기》에는 사람들의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반적인 사건들을 중심으로 서술한 것이 많은 반면, 《이각박안경기》에서는 귀신(鬼神)·요괴(妖怪) 및 신괴(神怪)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각박안경기》에 묘사(描寫)된 고사 내용의 시대적 배경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1종, 송대(宋代) 14종, 명대(明代) 19종, 기타 시기불명이 4종으로 주로 송대와 명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 가장 많다. 특히 명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5. 가치와 영향
명대 중엽 이후에 수공업과 상공업의 발달로 인하여 서민들의 사회 진출과 참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아래 수많은 이야기들이 의화본(擬話本) 소설을 통하여 사대부와 문인사회의 전통적 예교사상에 반발하고 봉건사상을 타파하려는 민중의식을 과감하게 서술하고 있어 그 문학적 가치와 예술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삼언양박’의 영향으로 모방작이 후대에 지속적으로 나타나 청대 말기까지 약 50여 종의 단편소설집이 대량으로 출현하게 된다.
《초각박안경기》와 《이각박안경기》의 국내 유입 시기는 완산이씨(完山李氏)의 《중국소설회모본(中國小說繪模本)》(1762)과 윤덕희(尹德熙)의 《소설경람자(小說經覽者)》(1762)에 그 서명이 언급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늦어도 1760년대 이전에는 유입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 책을 포함한 《삼언(三言)》과 《금고기관(今古奇觀)》은 조선시대 소설의 형성과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소설로 평가된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세상의 이치가 좋은 물건은 튼튼하고 견고하질 못하며, 아리따운 채색 구름은 쉽게 흩어져 유리처럼 부수어진다네.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마주해도 서로 만나지 못하고, 인연이 있으면 천리 먼 길에 있을지라도 만날 수 있다네.[世間好物不堅牢 彩雲易散琉璃碎 無緣對面不相逢 有緣千里能相會]” 〈장복랑일심정수(張福娘一心貞守) 주천석만리부명(朱天錫萬里符名)〉
•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풍운이 있고, 인간에게는 조석으로 길흉화복이 있다.[天有不測風雲 人有旦夕禍福]” 〈장복랑일심정수(張福娘一心貞守) 주천석만리부명(朱天錫萬里符名)〉
• “저 불구대천지 원수와 나는 이 세상에서 결코 함께 살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此不共戴天之仇 兒誓不與俱生人世]” 〈행효자도저불간시(行孝子到底不簡屍) 순절부류대쌍출구(殉節婦留待雙出柩)〉
(2) 색인어:능몽초(凌蒙初), 이각박안경기(二刻拍案驚奇), 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驚奇), 삼언양박(三言兩拍), 이박(二拍), 의화본소설(擬話本小說), 화본소설(話本小說), 즉공관주인(卽空觀主人), 상우당본(尙友堂本)
(3) 참고문헌
• 二刻拍案驚奇(臺灣 桂冠圖書公司)
• 明代小說史(齊裕焜, 中國 浙江古籍出版社)
• 中國古代小說百科全書(中國古代小說百科全書編輯委員會, 中國大百科全書出版社)
• 200種中國通俗小說述要(吳邨, 홍콩 中華書局)
• 中國通俗小說總目提要(中國 江蘇省社會科學院 明淸小說硏究中心 文學硏究所 編, 中國 文聯出版公司出版)
• 중국고전소설총목제요(中國 江蘇省社會科學院 明淸小說硏究中心 編, 오순방 외 역, 울산대학교출판부)
• 중국소설사략(魯迅 著, 정범진 역, 범학도서)
• 중국소설사의 이해(중국소설연구회 공저, 학고방)
【민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