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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동양고전해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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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전등여화(剪燈餘話)》는 명나라 초에 이정(李禎)이 지은 문언 소설이다. 당시 시중에 유행하던 구우(瞿佑)의 《전등신화(剪燈新話)》를 보고 지은 작품이지만, 후대 국내외 문단에 널리 전파되는 강인한 생명력과 넓은 유통 지역을 가졌다. 이 책자가 나올 당시부터 시전에 소문이 나 다투어 베낄 정도로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였고, 후대에 모방작이 지속적으로 나올 정도로 강한 전파력을 끼쳤다.

2. 저자

(1) 성명:이정(李禎)(1376~1452)
(2) 자자(字)·별호(別號):자 창기(昌祺), 호 교암(僑菴)
(3) 출생지역:강서 여릉(廬陵)(現 중국 길안(吉安))
(4) 주요활동과 생애
약관 나이에 시를 잘 지어 재자 증계상(曾棨相)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 1404년(영락 2년)에 진사시에 급제하여 한림원서길사(翰林院庶吉士)가 되었다. 그 후 예부주객사랑중(禮部主客司朗中), 명권지부사(命權知部事), 광서좌도포정사(廣西左道布政使), 하남도포정사(河南道布政使) 등을 역임했다.
1412년(영락 10년) 이정은 장간사(長干寺) 역사를 맡을 때 계형(桂衡)이 지은 《유유전(柔柔傳)󰡕을 보고 재주와 생각이 뛰어나고 언어가 정교하다며 모방해서 《가운화환혼기(賈雲華還魂記)》를 지었다. 1419년(영락 17년) 방산(房山)으로 들어와 있을 때 친우가 준 구우의 《전등신화》를 읽고 폄적(貶謫) 생활의 울적함을 달랬다. 또한 그 자신도 《전등신화》의 체제처럼 보고 들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 한 질의 책자로 엮어 《전등여화》라고 명명했다. 이 책자가 나오자 사람들이 필사본을 구하려고 다투어 찾아올 정도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5) 주요저작:《운벽만고(運甓漫稿)》, 《용슬헌초(容膝軒草)》, 《교암시여(僑庵詩餘)》

3. 서지사항

《용비어천가》에 《전등여화》 문구가 인용된 것으로 보아 세종 27년 이전 《전등여화》가 조선에 들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때 들어온 판본은 선덕 8년 간행된 장광계본으로 추정된다. 한편 현존본 중 가장 빠른 선조 9년(1576) 을해자본 《고사촬요》에 《전등여화》 책판이 있다고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선조 9년 이전에 책판으로 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4. 내용

《전등여화》는 본문 20편과 부록 1편, 총 21편으로 구성되었다. 저자 이정도 자신의 서문에서 20편을 《전등여화》 본문으로 엮고, 〈가운화환혼기(賈雲華還魂記)〉를 권말에 붙였다고 했다. 다만 후대 판본에 따라 1419년(영락 17)에 이정이 방산에 있을 때 원 지정 연간에 교방에서 활동한 퇴기를 만나들은 옛 이야기를 장편의 시로 읊은 〈지정기인행(至正妓人行)〉을 《전등여화》의 부록으로 포함시킨 것도 있다. 그 내용은 《전등신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남녀 간의 애틋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 요괴ㆍ저승에 관한 이야기들 등이다. 각 편장은 다음과 같다.
권1:〈장안야행록(長安夜行錄)〉, 〈청경원기(聽經猿記)〉, 〈월야탄금기(月夜彈琴記)〉, 〈하사명유풍도록(何思明遊酆都錄)〉, 〈양천도할원지(兩川都轄院志)〉
권2:〈연리수기(連理樹記)〉, 〈전수우설도련구기(田洙遇薛濤聯句記)〉, 〈청성무검록(靑城舞劍錄)〉, 〈추석방비파정기(秋夕訪琵琶亭記)〉, 〈난란전(鸞鸞傳)〉
권3:〈봉미초기(鳳尾草記)〉, 〈무평영괴록(武平靈怪錄)〉, 〈경노전(瓊奴傳)〉, 〈만정우선록(幔亭遇仙錄)〉, 〈호미랑전(胡媚娘傳)〉
권4:〈동천화촉기(洞天花觸記)〉, 〈태산어사전(泰山御史傳)〉, 〈강묘니신기(江廟泥神記)〉, 〈부용병기(芙蓉屛記)〉, 〈추천회기(秋天會記)〉
권5:〈가운화환혼기(賈雲華還魂記)〉

5. 가치와 영향

당시 도학자들은 고관을 지낸 이정이 하잘 것 없는 소설을 적었던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들은 이정이 《전등여화》를 지었다는 이유로 향현사나 학궁에 향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문학사나 동아시아 문단에 이정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도학자의 비판과 달리 《전등여화》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곧 이웃 국가인 한국, 일본, 베트남 등으로 흘려 들어가 널리 읽혀졌고, 심지어 번역본이나 모방작이 나와 동아시아 문단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6. 참고사항

(1) 명언
“지금부터 삼생의 길을 답파하니 무슨 선기 있어 다시 닦으랴[從今踏破三生路 有甚禪機更要參]” (《剪燈餘話》 〈聽經猿記〉)
“지분으로 얼굴 꾸미지 않고 검은 티끌에 흰 옷 더럽힐까 근심할 뿐[不將脂粉涴顔色 惟恨緇塵染素衣]”(《剪燈餘話》 〈月夜彈琴記〉)
“한(漢)나라 벼슬한 이들은 모두 묻히고 위(魏)나라 산과 강은 절반이 석양에 잠겼네[漢朝冠蓋皆陵墓 魏國山河半夕陽]”(《剪燈餘話》 〈月夜彈琴記〉)
(2) 색인어:구우(瞿佑), 전등신화(剪燈新話), 전기소설(傳奇小說), 문언소설(文言小說)
(3) 참고문헌
‧ 〈이창기의 전등여화 연구〉(이승연, 고려대 석사논문, 2004)
‧ 〈朝鮮에서의 明 李禎 《剪燈餘話》 受容과 變移:〈賈電華還魂記〉를 중심으로〉(朴現圭, 《洌上古典硏究》16, 2002)
‧ 〈전등삼종의 창작과 전파에 대하여〉(최용철, 《전등삼종》, 2005)
‧ 〈《전등여화》의 전파와 조선목판본의 특징〉(최용철, 《민족문화연구》81, 2018)

【박현규】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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