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이아(爾雅)≫는 한자(漢字) 및 한자어(漢字語)의 의미를 풀이한, 중국에서 가장 연원이 오래된 훈고서(訓詁書)이다. 훈고는 동주(東周) 때에 기재하여 두지 않으면 뜻이 인멸될 우려가 있고, 또 사방 제후국과 왕도(王都)의 한자음이 달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발생하였다. 모두 19편에 2091항목을 풀이하였다. 피석사(被釋詞)(표제어(標題語))와 해석사(解釋詞)(설명어(說明語))에 의해 한자의 의미를 알게 하는 한자 뜻풀이의 지침서이다.
2. 저자
≪이아≫의 저자와 시기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다. 첫째, 서주(西周)의 주공(周公) 저작설로, 삼국 위(魏) 장읍(張揖)의 〈상광아표(上廣雅表)〉에 보인다. 둘째, 전국(戰國) 초기의 공자(孔子) 문인(門人) 저작설로, 동한 정현(鄭玄)의 ≪박오경이의(駁五經異義)≫ 〈천호(天號)〉에 보인다. 셋째, 전국 말년의 저작설로, 현대 학자의 연구서인 ≪중국고대어언학사(中國古代語言學史)≫(하구영(何九盈))와 ≪훈고학사략(訓詁學史略)≫(조진탁(趙振鐸))에 보인다. 넷째, 서한 초년의 저작설로, 북송 구양수(歐陽修)의 ≪시본의(詩本義)≫에서 ≪이아≫를 설명한 글에 보인다. 다섯째, 서한 중⋅후기의 저작설로, 현대 학자의 연구서 ≪이아지작자급기성서지연대(爾雅之作者及其成書之年代)≫(주조모(周祖謨))에서 무제(武帝) 이후 애제(哀帝)⋅평제(平帝) 이전이라고 추정하였다.
≪이아≫에는 특히 ≪시경(詩經)≫의 어휘가 많이 채택되어, 공자가 ≪시경≫을 산삭한 이후의 저작으로 추정되었고, 오늘날은 진한(秦漢) 시대의 편찬으로 인식되고 있다.
3. 서지사항
≪이아≫라는 이름에 대한 여러 설 가운데 두 가지를 제시한다.
유희(劉熙)는 ≪석명(釋名)≫ 〈석전예(釋典藝)〉에서 “≪이아≫의 이(爾)는 닐(昵)로, 가깝다는 뜻이고, 아(雅)는 의(義)로, 바르다는 뜻이다.[爾雅 爾 昵也 昵 近也 雅 義也 義 正也]”라고 하고,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의 장안(張晏)의 주(注)에는 “爾는 가깝다는 뜻이며, 雅는 바르다는 뜻이다.[爾 近也 雅 正也]”라고 하였다. 이는 ≪이아≫가 각지의 방언을 소통시켜 아언(雅言)(바른 말, 일상의 말)에 접근하기 위해 편찬되었음을 뜻한다.
곽박(郭璞)의 ≪이아주(爾雅注)≫에서는 ≪이아≫가 “고금의 다른 말을 풀이하고 지방마다 다른 말을 소통시키기 위한 것[所以釋古今之異言 通方俗之殊語]”이라고 하여, 각 지방의 방언을 소통시키는 기능에다 고금의 서로 다른 언어를 해석하는 기능도 있는 것이다. ≪대대예기(大戴禮記)≫ 〈소변(小辨)〉에 “≪이아≫를 기초로 현대어를 살펴보면 말을 변별할 수 있다.[爾雅以觀于今 足以辨言矣]”라고 한 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아≫는 경서(經書)에 편입되어 극도로 중시되었는데, ‘십삼경(十三經)’ 중에 12번째의 경서이다. 초당(初唐) 때에 ‘십일경(十一經)’이 이룩되고 당 문종(文宗) 개성(開成) 2년(837)에 ≪이아≫를 승격시켜 ‘십이경(十二經)’으로 하였다. 이후 송(宋)에서 ≪맹자≫를 승격시켜 ‘십삼경(十三經)’으로 하였다.
≪이아≫의 주석은 일찍부터 이룩되어 수많은 종류가 있다. 최초 주석자는 한나라의 건위문학(犍爲文學)인데, 사신사인(史臣舍人)으로 불리며 한 무제의 부름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 유흠(劉歆), 번광(樊光), 이순(李巡), 손염(孫炎)이 모두 한나라 주해자이다. 진(晉)나라에는 곽박의 ≪이아주(爾雅注)≫가 있는데, 오늘까지 매우 중시되고 있다. 육조(六朝) 이후로는 심선(沈旋), 시건(施乾), 사교(謝嶠), 고야왕(顧野王), 배유(裴瑜), 육덕명(陸德明), 정초(鄭樵) 등이 있다. 송 형병(邢昺)은 곽박의 ≪이아주≫를 기본으로 ≪이아소(爾雅疏)≫를 지었는데, 곽박 주와 함께 13경 주소에 채택되었다. 청나라에는 ≪이아≫에 대한 저술이 많았고, 그 중에 소진함(邵晉涵)의 ≪이아정의(爾雅正義)≫, 학의행(郝懿行)의 ≪이아의소(爾雅義疏)≫ 등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4. 내용
≪이아≫는 한자 및 한자어를 풀이한 것으로, 19편 체제에 편차와 분류가 종합적 사서(辭書)를 이루고 있다. ≪한서≫ 〈예문지〉에는 ≪이아≫ 2권 20편이라고 하여, 원래 〈서편(序篇)〉이 있었으나, 당송 때에 잃어서 19편이 되었다. 이는 중국 최초의 분류 사전으로, 그 19편의 편목은 다음과 같다.
〈석고(釋詁)〉, 〈석언(釋言)〉, 〈석훈(釋訓)〉, 〈석친(釋親)〉, 〈석궁(釋宮)〉, 〈석기(釋器)〉, 〈석악(釋樂)〉, 〈석천(釋天)〉, 〈석지(釋地)〉, 〈석구(釋丘)〉, 〈석산(釋山)〉, 〈석수(釋水)〉, 〈석초(釋草)〉, 〈석목(釋木)〉, 〈석충(釋蟲)〉, 〈석어(釋魚)〉, 〈석조(釋鳥)〉, 〈석수(釋獸)〉, 〈석축(釋畜)〉
이를 개괄하면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앞 3편은 일반적인 사어(詞語), 즉 보통사어(普通詞語)를 해석하고, 나머지 16편은 각종 사물의 명칭 즉 백과명사(百科名詞)를 해석하였다.
일반 사어를 〈석고〉⋅〈석언〉⋅〈석훈〉 3편으로 나눈 이유는 육덕명의 ≪경전석문(經典釋文)≫에 따르면 “의미가 같지 않으므로 명칭을 세운 것 또한 다르다.[意義不同 故立號亦異]”라고 하였다. 이 3편의 의미의 차이에 대하여 학의행은 ≪이아의소≫에서 〈석고〉는 “모두 옛말을 오늘날의 말로 풀이한 것[皆擧古言 釋以今語]”, 〈석언〉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글자를 대략 뽑아 다른 의미로 풀이한 것[約取常行之字 而以異義釋之]”, 〈석훈〉은 “모양을 형용한 말이 많으므로, 중복된 뜻과 겹친 글자가 편 속에 자주 실려 있는 것[多形容寫貌之詞 故重義疊字累載于篇]”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이 세 편은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육덕명은 “〈석고〉 이하 세 편은 모두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진 말을 풀이한 것[釋詁已下三篇 皆釋古今之語 方俗之言]”이라고 하였다.
사물의 명칭에 대한 16편에는 사회 현상에서 자연 현상까지 광범위한 내용이 실려 있다. 〈석친〉은 친속의 명칭, 〈석궁〉은 가옥의 명칭에다 가옥과 연결된 도로⋅교량의 명칭, 〈석기〉는 각종 기물의 명칭, 〈석악〉은 음악과 악기의 명칭, 〈석천〉은 천문과 관련된 명칭에다 사시(四時)⋅풍우(風雨)⋅성명(星名)⋅제명(祭名) 등의 명칭, 〈석지〉는 지리와 관련된 명칭, 〈석구〉는 저절로 형성된 높은 지대의 명칭, 〈석산〉은 산악에 관련된 명칭, 〈석수〉는 물 흐름과 관련된 명칭, 〈석초〉는 초목 식물의 명칭, 〈석목〉은 목본(木本) 식물의 명칭, 〈석충〉은 곤충의 명칭, 〈석어〉는 어류와 파충류의 명칭, 〈석조〉는 조류의 명칭, 〈석수〉는 들짐승의 명칭, 〈석축〉은 가축의 명칭을 해석하였다.
5. 가치와 영향
≪이아≫는 “칠경(七經)을 살피는 척도이자 학문의 사다리(七經之檢度 學文之階路)”(위(魏) 장읍(張揖), 〈상광아표(上廣雅表)〉)라고 찬양을 받았다. 훈고를 연구하고 주소를 하는 이들은 모두 ≪이아≫를 근거로 삼았던 것이다.
≪이아≫의 가장 큰 가치는 훈고학의 기초를 확립한 것이다. ‘훈고(訓詁)’라는 말도 ≪이아≫의 〈석훈〉⋅〈석고〉에서 가져온 것이다. 훈고학은 춘추⋅전국 시기에 싹텄으나 당시의 훈고는 고인의 언급 혹은 저작에 보이는 몇몇 사어(辭語)에 대한 간단한 해석이거나, 전대의 한 편 혹은 몇 편의 논저를 문맥에 따라 해석한 것이 전부였다. ≪이아≫에 이르러서야 고금의 다른 말들과 지방마다 다른 말, 그리고 각종 명물을 전체적으로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아울러 의미를 통석한 것들을 모아 간략하게나마 조리 있는 분류 사전 체제를 갖춤으로써 훈고학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그 다음 가치는 사어의 다양한 옛 뜻을 보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고훈(古訓)은 주로 경전을 해석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통해 선진(先秦)의 다른 전적을 해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아≫는 고대 문헌을 학습하고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이 책이 없다면 선진 시대 문헌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며, 고어의 의미 변화를 탐색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초(初)⋅재(哉)⋅수(首)⋅기(基)⋅조(肈)⋅조(祖)⋅원(元)⋅태(胎)⋅숙(俶)⋅락(落)⋅권여(權輿)는 ‘始(시작, 처음)’의 뜻이다.[初哉首基肈祖元胎俶落權輿 始也]” 〈석고(釋詁)〉
• “‘爾’는 ‘가깝다’는 뜻이며, ‘雅’는 ‘바르다’는 뜻이다.[爾 近也 雅 正也]”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 장안(張晏) 주(注)
• “이에 사물을 널리 풀이하여 미혹되지 아니하고 조수초목(鳥獸草木)의 이름을 많이 알 수 있는 것은 ≪이아≫보다 가까운 것이 없다.(若乃可以博物不惑 多識於鳥獸草木之名者 莫近於爾雅)” 〈爾雅序〉 郭璞
• “≪이아≫는 오경(五經)을 훈석(訓釋)하여 동이(同異)를 분별하여 밝혔으니, 진실로 구류(九流)의 통로(通路)이며 백씨(百氏)(諸子百家)의 지남(指南)(기준)이다.(爾雅者 所以訓釋五經 辯章同異 實九流之通路 百氏之指南)” 〈爾雅註解傳述人〉 陸德明
(2) 색인어:이아주소(爾雅註疏), 훈고(訓詁), 석훈(釋訓), 석고(釋詁), 석언(釋言), 곽박(郭璞), 형병(邢昺).
(3) 참고문헌
• 爾雅注疏(十三經注疏 標點本, 十三經注疏整理委員會, 北京大學出版社 )
• 爾雅詁林(朱祖延 主編, 湖北敎育出版社)
• 爾雅詁林敍錄(朱祖延 主編, 湖北敎育出版社)
• 爾雅注疏(文淵閣四庫全書本, 臺灣商務印書館)
• 爾雅譯注(胡奇光⋅方環海 撰, 上海古籍出版社)
• 李賢淑(爾雅訓詁分析, 서울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 爾雅音義考(이충구, 韓中哲學 제5집, 한중철학회)
• 이아주소(이충구⋅임재완⋅김병헌⋅성당제 옮김, 소명출판)
【이충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