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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동양고전해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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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정선당송천가연주시격(精選唐宋千家聯珠詩格)》(이하, 《연주시격(聯珠詩格)》)은 한시(漢詩) 학습서(學習書)이다. 송말원초(宋末元初)에 번양(番陽)의 학사(學士)인 우제(于濟)가 당송(唐宋)의 절구(絶句) 중에서 자안(字眼)이 격(格)에 부합하는 것을 분류하여 3권으로 만든 것을, 채정손(蔡正孫)이 300개의 시격(詩格)과 1,000여 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작품마다 평석(評釋)을 붙여서 20권으로 만들었다. 조선(朝鮮)에서 이 책은 시학서(詩學書)로 크게 유행하여, 1485년(성종 16)에 서거정(徐居正)을 중심으로 주해본(註解本)이 만들어졌고, 7년 뒤인 1492년(성종 23)에 안침(安琛)을 비롯한 문신들이 좀 더 補削하여 ‘《정선당송천가연주시격증주(精選唐宋千家聯珠詩格增註)》’라는 서명(書名)으로 간행했다. 이후에 조선의 증주본은 여러 형태로 널리 전해졌고, 중국에도 역수입되어서 북경대학교도서관(北京大學校圖書館)에 완질(完帙)이 소장되어 있다.

2. 저자

(1) 성명:우제(于濟)(?~?), 채정손(蔡正孫)(1239~?)
(2) 자(字)·별호(別號):우제(于濟)의 자(字)는 덕부(德夫)‚ 호(號) 묵재(黙齋)다. 채정손(蔡正孫)의 자(字)는 수연(粹然)‚ 호(號)는 몽재(蒙齋), 또는 방촌옹(方寸翁), 자호(自號)는 몽재야일(蒙齋野逸)이다.
(3) 출생지역:우제는 강서(江西) 번양(番陽)(현 강서성(江西省) 파양(鄱陽))이고, 채정손은 복건(福建) 건안(建安)(현 복건성(福建省) 건양(建陽))이다.
(4) 주요활동과 생애
우제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채정손이 그의 이름과 자(字)를 말하며, ‘시에 뜻을 두고 있다’라고 소개한 것이 유일하다.
채정손은 송말(宋末)의 저명한 시인이자 유민(遺民)으로, 송이 멸망하자 고향으로 돌아가 은거하면서 원의 연호를 쓰지 않는 등 지조를 지켰다. 채정손의 고향인 건안(建安)은 송대에 출판업이 성행한 곳이라서 그 역시 인쇄ㆍ출판업에 종사하였고, 《시림광기(詩林廣記)》의 최초 판각본도 가각본(家刻本)(일명, 건안채씨가숙본(建安蔡氏家塾本))이었다. 《연주시격(聯珠詩格)》은 우제가 가져온 초고(草稿)가 질서가 없고 자세하지 못한 것을 보완하고자 채정손이 300개의 시격(詩格)과 1,000여 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작품마다 평석을 붙여서 20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5) 주요저작:우제는 알려진 정보가 없다. 채정손은 《시림광기》, 《정간보주동파화도시화(精刊補注東坡和陶詩話)》(또는 《도소시화(陶蘇詩話)》)가 있다.

3. 서지사항

《연주시격(聯珠詩格)》은 크게 9행(行)18자(字)본(本)과 9행(行)17자(字)본(本)으로 나눌 수 있다. 9행18자본은 중국에서 들어온 원본이고, 9행17자본은 조선에서 주해한 증주본(增註本)이다. 원본 9행18자본은 1488년(성종 19)에 초주갑입자(初鑄甲寅字)ㆍ초주갑인자보자(初鑄甲寅字補字)로 간행되었다. 현재 성암고서박물관ㆍ국회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근대 학자인 황의돈(黃義敦)의 구장본(舊藏本)이 있다. 영남대 도서관에 목판본(木版本)이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목판으로도 제작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선의 증주본이 나온 뒤로는 중국 원본은 거의 사라졌고, 현존하는 판본은 증주본이거나, 그것을 저본(底本)으로 삼아서 새롭게 가공한 텍스트들이다.
안침(安琛)의 발(跋)에 따르면, 1485년에 서거정 등이 주해본을 만들었고, 7년 뒤인 1492년에 안침과 성현(成俔)ㆍ채수(蔡壽)ㆍ권건(權健)ㆍ신종호(申從濩) 등에게 거듭 보삭(補削)하게 하여 주자(鑄字)로 인쇄한 뒤에 반사(頒賜)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증주본의 최초 인쇄였을 터인데, 간행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충남대 도서관에 성종 연간에 갑인자(甲寅字)로 인쇄한 9행17자본이 있다고 하는데,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그밖에 갑인자 9행17자본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은 연산군(燕山君)-중종초기(中宗初期)(1495-1544), 고려대 도서관은 1484~1515년이라고 간기(刊記)를 표기하고 있어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후에 경주에서 신승복(愼承福)이 이것을 널리 전하기 위해 목판으로 간행을 주도했고, 이에 대해 안침이 1502년에 발문을 썼다. 이것은 충남대 도서관과 이인영(李仁榮)의 󰡔청분실서목(淸芬室書目)󰡕에서 서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권말(卷末)에 ‘가정28년(嘉靖二十八年)’(1549년)으로 간기가 밝혀져 있는 판본은 규장각과 경북 의성 김성수(金聲秀)씨가 소장하고 있다. 갑인자번각본(甲寅字飜刻本)으로 알려진 목판본은 고려대 도서관, 한국국학진흥원(전주류씨 정재가), 성암고서박물관에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목판본과 필사본(筆寫本)이 국내에 존재하고 있다.

4. 내용

이 책은 아이들의 한시(漢詩) 학습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시를 뽑은 1차 기준은 ‘시격(詩格)’이다. 각 시격마다 해당하는 작품을 3~4개를 실었다. 그밖에 여러 양식의 대우(對偶)와 첩자(疊字)의 쓰임, 특이한 구식(句式)으로 쓰이는 예를 격으로 분류했다.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칠언절구(七言絶句)인데,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다른 선집(選集)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다. 시대를 불문한 최고의 시인인 두보(杜甫)와 이백(李白)의 작품은 각각 7수와 12수에 불과하고, 가장 많은 작품이 실린 작가는 2차 편찬자인 채정손(蔡正孫)이다.(60수) 작품명과 작가명을 표기한 방식도 제각각이다. 《연주시격》의 시격은 324개 중에 280개가 허자(虛字)의 쓰임을 설정한 것이고, 그밖에 대우와 첩자, 구식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본다.
권1 〈四句全對格〉, 〈起聯平側對格〉, 권2 〈後聯用人事對格〉, 〈前三句疊字相貫格〉, 권3 〈四句設問格〉, 〈第三句貫頭兩句格〉, 권4 〈用只今字格〉, 〈用勸君字格〉 …… 권20 〈用古人全句格〉, 〈宮帖寓諷切意〉, 〈押無字韻格〉 등등.

5. 가치와 영향

《연주시격》은 원대(元代) 이후로 중국에서는 일찍 사라졌지만, 조선에서는 이 책이 시를 짓는 데 유용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문인들 사이에서 요긴한 학습서가 되었다. 성현(成俔)은 홍문관(弘文館) 재직 시절에 고시선집(古詩選集)인 《풍소궤범(風騷軌範)》을 엮었는데, 그 서문에, “율시(律詩)에는 《영규율수(瀛奎律髓)》가 있고, 절구(絶句)에는 《연주시격(聯珠詩格)》이 있다.”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1483년에는 성종(成宗)이 《연주시격》을 언해(諺解)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어서 주해본(註解本) 제작도 재촉하다가, 1484년에는 서거정에게 《연주시격》을 베껴서 바치게 했다.
《연주시격》은 한국 시선집의 가공에도 영향을 끼쳤다. 류희진(柳希軫)은 1525년에 《연주시격부록(聯珠詩格附錄)》과 1542년에 《대동연주시격(大東聯珠詩格)》을 편찬하면서 반평생을 이 책과 함께 했다. 두 책은 목판으로 인쇄되었고, 현재에도 판본이 전해진다.

6. 참고사항

(1) 명언
• 〈劉景文에게〉 東坡
연꽃 다 지니 빗물 받칠 덮개 없는데, 荷盡已無擎雨蓋,
국화는 시들어도 서릿발 견디는 가지 여전히 남아있네. 菊殘猶有傲霜枝.
[눈앞의 경치를 표현한 것이 핍진하다.]
[(增註)擎은 渠와 京의 반절이다. 드는 것이다. 唐 太宗의 詩에, ‘荷疏一蓋缺’이라 했다. 傲는 거만하고 오만함이다.
1년 중 좋은 경치 그대는 기억하겠지. 一年好景君須記,
바로 등자 누렇고 귤 초록색일 때라네. 正是橙黃橘綠時.
[胡苕溪가 말하기를, “이 시는 오묘함을 곡진히 다하였다.”]
[(增註)橙은 涂와 耕의 반절이다. 귤나무과로 가지와 잎은 귤나무와 비슷하지 않지만 가시가 있고 색이 누렇고 가죽이 두껍다. 남방에서는 ‘柑’이라고 하고, 북방에서는 ‘橙’이라 한다. 귤은 강남에서 나는데 나무가 푸르고 겨울에 자란다. 유자나무와 비슷하지만 작고, 꽃은 희고 열매는 붉다. ○이것은 時物에 감응하여 보내준 작품이다.]
贈劉景文 東坡. 荷盡已無擎雨蓋菊殘猶有傲霜枝[卽景狀出逼眞] [(增註)擎渠京切擧也唐太宗詩荷疏一蓋缺傲倨也慢也] 一年好景君鬚記正是橙黃橘綠時[胡苕溪云此詩曲盡其妙] [(增註)橙 涂耕切橘屬枝葉不類於橘亦有刺色黃皮厚在南稱柑在北則橙橘出江南樹碧而冬生如柚而小白花赤實○此感時物而相贈之辭] 《연주시격(聯珠詩格)》권1 〈起聯卽景對格〉.
• 〈가을 바람〉 後村
누런 단풍잎 우수수 어느새 계단에 가득한데, 黃葉蕭蕭忽滿堦
홀로 여윈 말 타고 豫章臺에 오르네. 獨騎瘦馬豫章臺
[唐詩의 風度가 있다.]
[(增註)蕭蕭는 바람 부는 소리다. 陶淵明의 詩에, ‘백양나무 또한 솨솨’라고 했다. ‘堦’는, 本集에 ‘街’로 적혀 있다. 王荊公의 詩에, ‘홀로 여윈 말 타고 잔 비 맞네.’라고 했다. 豫章臺는 南昌府 城의 북쪽, 龍沙의 남쪽에 있다.]
宋玉의 心事가, 莫將宋玉心中事
[楚나라 宋玉은 󰡔九辯󰡕에서 가을을 슬퍼하는 내용을 썼다.]
[(增註)宋玉은 郢나라 사람이다. 楚나라 大夫가 되었다.]
潘郞의 귀밑털에 불지 말았으면. 吹向潘郞鬢上來
[晉나라 潘岳은 나이 32세에 귀밑털이 희어졌다.]
[(增註)潘岳은 字가 安仁이다. 晉나라 惠帝 때, 黃門侍郞이 되었다. ○가을을 슬퍼하는 것은 사람들의 보통 감정이다. 지금 (나무가) 흔들리고 (잎사귀가) 떨어지는 때가 되어, 여윈 말을 타고 홀로 가면 그 슬픔이란 매우 깊을 것이다. 宋玉은 옛날에 가을을 슬퍼하던 자이다. 그래서 가을바람에 말을 의탁하여 귀밑털에 불어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潘郞은 後村이 스스로를 비유했다.]
秋風 後村. 黃葉蕭蕭忽滿堦獨騎瘦馬豫章臺[有唐詩風度] [(增註)蕭蕭風吹聲陶淵明詩白楊亦蕭蕭堦本集作街王荊公詩獨騎瘦馬衝殘雨豫章臺在南昌府城北龍沙南] 莫將宋玉心中事[楚宋玉作九辯悲秋] [(增註)宋玉郢人也爲楚大夫] 吹向潘郞鬢上來[晉潘岳年三十二而鬢白] [(增註)潘岳 字安仁晉惠帝朝爲黃門侍郞 ○悲秋人之常情今當搖落之時騎瘦馬獨行則其悲也亦深矣宋玉古之悲秋者也故托語秋風而曰莫吹鬢上也潘郞後村自比也] 《연주시격(聯珠詩格)》권2, 〈後聯用人事對格〉
(2) 색인어:정선당송천가연주시격(精選唐宋千家聯珠詩格), 증주본(增註本), 우제(于濟), 채정손(蔡正孫), 서거정(徐居正), 시학서(詩學書)
(3) 참고문헌
• 《금속활자와 인쇄술》(손보기,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韓國古印刷技術史》(김두종, 탐구당)
• 《한국의 고활자》(손보기, 보진재)
• 《唐宋千家聯珠詩格校證 上ㆍ下》([宋]于濟ㆍ蔡正孫 編集, [朝鮮]徐居正等 增註, 卞東波 校證, 鳳凰出版社)
• 《日本現存朝鮮本硏究 集部》(藤本幸夫, 京都大學學術出版會)
• 〈『精選唐宋千家聯珠詩格』과 조선조 간행의 의미〉, (김상일, 《한국어문학연구》36집)
• 〈조선 전기 『精選唐宋千家聯珠詩格』의 수용과 활용〉, (류화정, 《대동한문학》44집)
• 〈蔡正孙与《唐宋千家联珠诗格》〉, (卞东波, 古典文学知识)
• 〈稀见汉籍《唐宋千家联珠诗格》的文献价值及其疏误〉, (卞东波, 清华大学学报)




【류화정】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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