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중국 당(唐)나라 시인 이하(李賀)의 작품을 명(明)나라 증익(曾益)이 편집한 시집이다. 이하는 27세에 요절한 천재시인으로 시귀(詩鬼), 귀재(鬼才)로 불린다. 유미주의적이면서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시어를 사용하여 후세 유미주의 시파에 큰 영향을 주었다.
2. 저자
(1) 성명:이하(李賀)(790~816)
(2) 자(字)·별호(別號):자는 장길(長吉)
(3) 출생지역:하남(河南) 복창현(福昌縣) 창곡(昌谷)(현재 하남성(河南省) 의양현(宜陽縣))
(4) 주요활동과 생애
이하는 790년 창곡에서 태어났다. 당나라 황족으로 어릴 때부터 재능을 보였다. 각지를 노닐다가 〈안문태수행(雁門太守行)〉을 한유(韓愈)에게 보여주어 인정을 받았다. 21세 겨울에 예부시(禮部試)를 치르러 장안에 갔으나 아버지의 이름이 ‘진숙(晉肅)’이라 ‘진(晉)’자가 ‘진사(進士)’의 ‘진(進)’과 발음이 같아 아버지의 이름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가휘(家諱)를 위반하므로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한유가 〈휘변(諱辯)〉을 써서 이하를 적극 변호하지만 결국 이하는 시험을 치르지 못하고 낙향한다. 이후 좌절하여 방황하다가 22세 되던 해에 황족이라는 신분 덕분에 봉예랑(奉禮郎)이라는 미관말직을 받고 봉직하였으나 건강이 악화되는 등 실의에 빠져 있다가 사직하고 다시 귀향한다. 이후 25세 가을에 노주(潞州) 막부로 친구를 찾아 떠났다가 27세에 귀향하여 사망한다.
(5) 주요저작:시 200여 수가 전한다.
3. 서지사항
애초에 이하는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여 친구 심자명(沈子明)에게 건네주었는데 총 223수였다. 그 이후 여러 판본이 등장하였다. 송대(宋代)에는 《이장길집(李長吉集)》, 원대(元代)에는 《이하가시편(李賀歌詩編)》이 출간되었다. 명나라 증익(曾益)이 편찬한 《창곡집(昌谷集)》은 이하의 시에 주석을 붙여 편찬한 것으로 총 4권이다. 《창곡시집(昌谷詩集)》은 서광(徐光)이 해설하고 여러 사람이 평주(評注)한 판본이며 219편, 외권 2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대(淸代)에 출간된 《창곡집(昌谷集)》은 요문섭(姚文燮)이 주석한 것으로 총 4권에 집외시(集外詩)가 붙어 있다. 주석서로 가장 유명한 것은 청대 왕기(王琦)가 간행한 《이장길가시휘해(李長吉歌詩彙解)》총 4권, 외집 1권이다. 현대에는 엽총기(葉蔥奇)의 《이하시집(李賀詩集)》, 상해인민출판사(上海人民出版社)의 《이하시가집주(李賀詩歌集注)》가 있다. 《창곡집》의 창곡은 이하의 고향이다.
4. 내용
그의 시는 귀신이나 무당, 신화, 전설 등의 기괴한 소재와 초현실적인 시적 구성, 아름답고도 오묘하고 기이한 시어를 즐겨 사용하며 그 근저에는 염세적인 정서가 흘러 전체적으로 유미주의적인 특징을 보인다. 현실을 비판하는 풍유시(諷諭詩)에서도 일가를 이루었다. 대표작으로는 〈안문태수행(雁門太守行)〉, 〈추래(秋來)〉, 〈감풍오수(感諷五首)〉 등이 있다.
5. 가치와 영향
유미적이고 염려(艶麗)한 시어 및 27세로 요절한 극적인 생애, 그리고 귀신이나 무당 등 신비한 소재를 즐겨 사용한 것으로 말미암아 이후의 유미주의적 시파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당나라 말기 만당(晩唐)의 유미주의적 대가들인 이상은(李商隱), 두목(杜牧), 온정균(溫庭筠) 등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송대에는 이백에 견주어 귀재(鬼才)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송나라 엄우(嚴羽)는 이백이 선재(仙才)라면 이하는 귀재라고 했다. 이후에도 《홍루몽(紅樓夢)》의 작가로 유명한 청대의 조설근(曹雪芹)이 영향을 받았고, 근대에는 공자진(龔自珍), 황준헌(黃遵憲) 등 개혁적 성향의 지식인들이 이하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처음 언급이 보이고, 조선시대 성종~중종 연간에 《이장길집(李長吉集)》이 간행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이하의 불우한 생애와 천재적인 능력을 빗대어 표현하는 시구들이 간혹 창작되었으나, 두보(杜甫)와 같은 유가적 시인을 숭상하는 당시의 시대적 조류로 인하여 대대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하였다
6. 참고사항
(1) 명언
• “검은 구름 성을 압박하니 성은 무너지려 하고, 갑옷의 번쩍이며 달을 향해 황금빛 비늘을 여는구나. 뿔피리 소리 하늘 가득히 가을빛 속으로 퍼지고, 변방 산의 핏자국들 밤에는 자줏빛으로 엉긴다. 반쯤 말린 주홍 깃발은 저 역수(易水)까지 임박하고, 서릿발로 두터워진 북은 얼어서 소리도 나지 않네. 황금대(黃金臺) 세워 〈현인을 귀히 하신〉 황제께 보답코자, 옥룡검 잡고 임금을 위해서 죽으리라.[黑雲壓城城欲摧 甲光向月金鱗開 角聲滿天秋色裏 塞山燕脂凝夜紫 半捲紅旗臨易水 霜重鼓寒聲不起 報君黃金臺上意 捉攜玉龍爲君死]” 〈안문태수행(雁門太守行)〉
• “오동잎 부는 바람 사나이 마음 놀라게 하여 괴롭고, 꺼져가는 등불에 베짱이 울음 속 차가운 가을하늘. 죽간 한 묶음 시들을 보아주어서, 벌레에게 좀먹어 허공으로 날리지 않게 할 사람은 누구일까. 사념 일으키는 이날 밤 괴로워 창자 곧게 펴지는 듯, 찬 빗속에서 〈옛 시인의〉 향기로운 영혼 나에게 조문을 오네. 가을날 무덤 속의 귀신은 포조(鮑照)의 시를 노래하리니, 한 맺힌 피는 천년을 두고 땅 속에서 푸르리라.[桐風驚心壯士苦 衰燈絡緯啼寒素 誰看靑簡一編書 不遣花蟲粉空蠹 思牽今夜腸應直 雨冷香魂弔書客 秋墳鬼唱鮑家詩 恨血千年土中碧]” 〈추래(秋來)〉
• “종남산(終南山)은 어찌 이리 슬픈가, 귀신의 눈물은 빗방울 되어 공허한 풀 위에 뿌리네. 장안(長安)은 깊은 가을날 밤인데, 바람 앞에 몇 사람이나 늙어갔는가. 어둑어둑한 길 위의 황혼 빛, 흔들흔들 길가의 푸른 상수리나무. 달은 중천에 떠올라 나무 그림자 세우고, 온 산 단지 하얗게 밝아와 새벽은 오려는데. 도깨비불은 새로 오는 신부를 맞이하며, 캄캄한 묘혈에는 반딧불만 어질어질하네.[南山何其悲 鬼雨灑空草 長安夜半秋 風前幾人老 低迷黃昏逕 裊裊靑櫟道 月午樹立影 一山惟白曉 漆炬迎新人 幽壙螢擾擾]” 〈감풍오수(感諷五首)〉 제3수
(2) 색인어:이하(李賀), 장길(長吉), 시귀(詩鬼), 귀재(鬼才), 창곡집(昌谷集), 한유(韓愈), 휘변(諱辯), 이장길가시(李長吉歌詩)
(3) 참고문헌
• 李賀詩集(裏仁書局)
• 李賀全集(王步高, 劉林, 珠海出版社)
• 李賀詩注(楊家駱, 世界書局)
• 李賀詩硏究(楊文雄, 文史哲出版社)
• 〈李賀詩硏究〉(송행근, 전남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
• 완역 이하시집: 시귀의 노래(홍상훈 역주, 명문당)
• 이하 시선(김민나 편저, 문이재)
【윤석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