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주례(周禮)》는 13경 중 삼례(三禮)의 하나이며, 《주관경(周官經)》 혹은 《주관(周官)》이라 하기도 한다. 《주관》을 《주례》로 개칭한 것은 전한의 유학자 유흠(劉歆)에 의해서이다. 또 후한(後漢)의 유학자 정현(鄭玄)이 《주례》, 《의례》, 《예기》를 함께 주석하면서 《주례》는 마침내 삼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주례》에서는 주나라의 정치제도를 육관(六官)으로 구성하여 기술해놓았는데, 이러한 《주례》의 육관제도는 후대 중국과 조선의 정치 조직에 큰 영향을 미쳤다.
2. 저자
(1)성명:희단(姬旦). 은나라 말엽 주나라 초기의 인물. 출생 시기는 기원전 약 1100년.
(2)자(字), 별호(別號):별칭은 주공(周公) 혹은 주공단(周公旦).
(3)출생지역:서기(西岐)(오늘날 섬서성(陝西省) 기산현(岐山縣)).
(4)주요활동과 생애
서주(西周)의 왕족으로 주나라 문왕(文王)의 아들이자 무왕(武王)의 동생이다. 무왕을 도와 상(商)나라 주(紂)임금을 토벌하고 주를 건국하였다. 무왕이 죽자 그의 아들 성왕(成王)을 보좌하여 섭정(攝政)이 되어 주나라를 다스렸다. 이후 동생들인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의 난을 평정하고, 오랑캐를 물리쳐 주나라의 국방을 튼튼히 하였다. 그리고 주나라 문명의 기초가 될 여러 정치 제도와 예악을 수립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주례》가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맏아들인 백금(伯禽)이 노(魯)나라 제후로 봉해졌는데, 주공이 죽자 성왕은 주공의 공을 높이 여겨 노나라에 천자의 예악을 하사하였다.
(5)주요저작 : 미상
3. 서지사항
《주례》는 고문(古文)만 있고 금문(今文)은 없다. 고문경으로서 가장 늦게 나왔기 때문에 금문경학자들은 위서라고 단정하는 이가 많았으며, 특히 유흠이 위조하였을 것이라고 하였다.
위서라고 하지 않는 경우도 저자 문제를 정할 때, 의견이 분분하였다. 일반적으로 주나라의 국가정치에 관한 책이기에 주공이 편찬한 것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주례》의 주를 단 정현(鄭玄)과 경학의 대가인 주희(朱熹)도 이 책을 주공이 지은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전국시대 유자의 편찬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주례》에 구현된 이 육관(六官) 제도는 명(明), 청(淸)과 조선의 기본관제인 이(吏), 호(戶), 예(禮), 병(兵), 형(刑), 공(工) 6부(六部)의 근원이다. 13경주소본 《주례》는 정현이 주를 달고 당나라 가공언(賈公彦)이 소(疏)를 달았다. 주희는 오경의 소 가운데서 《주례》의 소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하였다.
4. 내용
《주례》는 원래 6편이 있었지만, 〈동관(冬官)〉이 망실되어 5편이 전해지다가 〈고공기(考工記)〉가 〈동관〉편에 보충되어 현재는 6편으로 존재한다. 직제를 크게 천관(天官)·지관(地官)·춘관(春官)·하관(夏官)·추관(秋官)·동관(冬官)의 여섯으로 나누고 그 아래에 각 관직과 직무를 서술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천관 총재(天官冢宰)〉·〈지관 사도(地官司徒)〉·〈춘관 종백(春官宗伯)〉·〈하관 사마(夏官司馬)〉·〈추관 사구(秋官司寇)〉·〈동관 고공기(冬官考工記)〉의 여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관의 장(長)인 총재(冢宰)는 육경(六卿)의 우두머리이며 백관의 장으로, 천하의 정무를 관장하고 왕의 통치를 보좌한다. 천관의 편제는 위로 태재(太宰), 소재(小宰)에서 아래로 구인(屨人), 하채(夏采)에 이르기까지 모두 63종의 직관이 있다.
지관의 장인 대사도(大司徒)는 나라의 교육, 토지, 부세 등을 관장한다. 그 편제는 대사도, 소사도(小司徒), 향사(鄕師), 향대부(鄕大夫), 주장(州長), 당정(黨正) 및 사가(司稼), 고인(槀人) 등 78종의 직관이 있다.
춘관의 장인 대종백(大宗伯)은 나라의 예교를 관장하며 종묘 제사 등을 주관한다. 그 편제는 대종백, 소종백(小宗伯)에서 아래로 도종인(都宗人), 가종인(家宗人)에 이르기까지 70종의 직관이 있다.
하관의 장인 대사마(大司馬)는 군정을 관장하고 군대를 거느린다. 그 편제는 대사마, 소사마(小司馬), 양인(量人), 소자(小子), 도사마(都司馬), 가사마(家司馬) 등 70종의 직관이 있다.
추관의 장인 대사구(大司寇)는 소송과 재판 등 사법의 정무를 관장한다. 대사구, 소사구(小司寇), 사사(士師), 향사(鄕士), 수사(遂士), 장교(掌交), 조대부(朝大夫) 등 66종의 직관이 있다.
동관은 사공(司空)이라 하는데, 나라의 공사를 다스린다. 원래는 망실되었는데, 후에 〈고공기〉로 보충하였다. 나무와 금속의 가공, 염색, 공구 연마, 수레, 화살, 칼, 종, 갑옷 등의 제작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윤인(輪人), 여인(輿人), 거인(車人), 궁인(弓人) 등 31종의 직관이 있다.
5. 가치와 영향
《주례》의 진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 책이 후세에 미친 영향은 크다. 중국역사에서 왕망(王莽)과 왕안석(王安石)의 변법(變法), 우문태(宇文泰)의 개혁 등은 모두 이 책에 근거하고 있다. 한편 《주례》는 조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례》는 이상 사회였던 주대(周代)의 법제를 담고 있는 경전이라고 여겨졌기에, 조선의 유학자들은 이 책에 담겨 있는 제도를 조선사회에 실현할 수 있는 방도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모색하곤 하였다. 그 초기에는 이수광(李睟光), 최영경(崔永慶) 등이 관심을 가졌으며, 인조대에 이르러 정부에서 《주례》를 간행한 이후 본격적으로 조선의 유학자들에 의해 읽혀졌다. 한편 《주례》는 집권층인 서인보다는 윤휴, 유형원, 정약용과 같은 남인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그들이 지향하는 이상사회의 모델로 간주되었다.
6. 참고사항
(1)명언
• “주나라는 하나라와 은나라를 본받아 그 문채가 빛났으니, 하늘을 본떠 관직을 세움에 관직이 더욱 구비되었다.[但周監二代 郁郁乎文 所以象天立官 而官益備]” 〈주례정의 서(周禮正義 序)〉
• “왕이 나라를 세움에 방위를 분별하고 지위를 바르게 하며, 나라의 체제를 세우고 들을 경영하며, 관직을 세우고 직분을 나누어 백성들이 지켜야 할 표준으로 삼았다.[惟王建國 辨方正位 體國經野 設官分職 以爲民極]” 〈천관(天官) 총재(冢宰)〉
• “첫째로, 새로 세운 나라를 형벌함에는 가벼운 법을 쓰고, 둘째로, 잘 다스려진 나라에 대해서는 중간의 법을 쓰고, 셋째로, 어지러운 나라에 대해서는 무거운 법을 쓴다.[一曰刑新國用輕典 二曰刑平國用中典 三曰刑亂國用重典]” 〈추관(秋官) 대사도(大司寇)〉
(2)색인어:주례(周禮), 삼례(三禮), 주공(周公), 주관경(周官經). 육부(六部).
(3)참고문헌
• 十三經槪論(莊伯潛, 上海古籍出版社)
• 周禮(이준영 옮김, 자유문고)
• 〈17세기 체제 개혁론의 전개와 《주례》〉(정호훈, 《한국실학연구》10, 2005)
• 〈茶山 丁若鏞의 周禮 수용과 그 性格〉(문철영, 《사학지》19, 2015)
• 〈《주례》의 체제와 유교이념〉(김인규, 《퇴계학논총》28, 2016)
• 〈왕권과 禮治에 대한 《주례》의 문제의식〉(장동우, 《동방학지》133, 2006)
【이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