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노사(路史)》는 남송(南宋) 시대 나필(羅泌)이 상고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전체 47권으로 되어 있으며, 상고시대 제왕을 순서대로 서술하고, 상고시대 국가와 성씨들을 기록하였으며, 상고시대의 여러 의논에 대한 논증과 의견을 논술하였다. 이 책은 위서(緯書)와 도서(道書)를 많이 인용하여 비판을 받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이러한 점 때문에 평가를 받고 있다. 상고시대 많은 신화와 전설을 담고 있는 책이다.
2. 저자
(1) 성명:나필(羅泌(1131~1189?))
(2) 자(字)·호(號):자는 장원(長源), 호는 (歸愚)이다.
(3) 출생지역:남송(南宋) 효종(孝宗) 때 (吉州) (廬陵) 사람이다.(현 江西省 吉安)
(4) 주요활동과 생애
선조인 나즉(羅崱)이 오대(五代) 때에 상동(湘東)에서 여릉(廬陵)으로 이주하였다. 조부(祖父)는 나무경(羅無競)이고, 아버지는 나양필(羅良弼)이다. 나필은 남송(南宋) 소흥(紹興) 원년(1131)에 태어났다. 어려서 학문에 힘쓰고 시문에 정밀하였으나 벼슬에는 뜻이 없었다고 한다. (乾道) 연간(1165~1173)에 《노사(路史)》를 지었다. (慶元) 2년(1196)에 주필대(周必大)의 초빙을 받고 《구양문충공집(歐陽文忠公集)》을 교정하고 근체악부(近體樂府)를 담당하였다.
(5) 주요저작:《역설(易說)》, 《육종론(六宗論)》, 《삼회상증(三匯詳證)》 등이 있다.
3. 서지사항
《노사(路史)》의 ‘노(路)’자는 ‘대(大)’의 의미로 큰 역사[大史]를 뜻한다. 나필은 東晉과 宋 이래로 고사(古史(상고사))가 충분하지 못하여 이 책을 지었다고 하였다. 전체 47권이며, ‘전기(前紀)’(권1~9), ‘후기(後紀)’(권10~23), ‘국명기(國名紀)’(권24~31), ‘발휘(發揮)’(권32~37), ‘여론(餘論)’(권38~47) 등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판본에는 명나라 만력(萬曆) 교가전각본(喬可傳刻本), 청나라 건륭(乾隆) 원년(元年) 진수서원각본(進修書院刻本), 사고전서본(四庫全書本), 사부비요본(四部備要本) 등이 있다. 또한 중국 수도도서관(首都圖書館) 소장본은 명나라 가정(嘉靖) 홍편각본(洪楩刻本)으로 이는 송본(宋本)을 중간(重刊)한 것으로 보인다.
4. 내용
〈전기(前紀)〉는 모두 9권으로 되어 있으며, 초삼황기(初三皇紀), 중삼황기(中三皇紀), 구두기(九頭紀), 순비기(循蜚紀), 인제기(因提紀), 선통기(禪通紀)로 되어 있다. 각 ‘기(紀)’에는 제왕들을 기록하였다. 여기서는 삼황(三皇)부터 음강씨(陰康氏)와 무회씨(無懷氏)의 일까지 기술했다. 여기서는 태호복희씨(太昊伏羲氏) 이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후기(後紀)〉는 모두 14권으로 선통기(禪通紀)와 소흘기(疏仡紀)로 구성되어 있으며, 태호복희씨부터 하나라 이계(履癸)까지 기술하였다. 여기서는 복희(伏羲), 신농(神農), 황제(黄帝), 소호(小昊), 전욱(顓頊), 제국(帝嚳), 요(堯), 순(舜), 우(禹) 등의 제왕을 다루고 있다.
〈국명기(國名紀)〉는 모두 8권으로 태호후풍성국(太昊後風姓國), 제홍후리성국(帝鴻後釐姓國), 고양씨후(高陽氏後), 도당씨후(陶唐氏後), 주씨(周氏), 고국(古國), 잡국(雜國)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고시대부터 하(夏)・은(殷)・주(周) 삼대(三代)의 여러 국가의 성씨와 지리에 이르러 아래로는 양한(兩漢)시기 말기까지 기술했다. 또한 〈국명기〉 8권에는 〈봉건후론(封建後論)〉 등 논문을 서술하였다.
〈발휘(發揮)〉 6권과 〈여론(餘論)〉 10권은 설에 대한 논박이나 고증한 문장이다. 〈논태극(論太極)〉, 〈변사황씨(辨史皇氏)〉, 〈공화변(共和辯)〉, 〈신농금설(神農琴說)〉 등 상고시대의 여러 설이나 인물, 사건 등 논란이 되는 부분을 논하고 있다.
나필은 〈자서(自序)〉에서 황보밀(皇甫謐)의 《세기(世紀)》・초주(譙周)의 《사고(史考)》・장음(張愔)의 《계보(系譜)》・마총(馬總)의 《통역(通歷)》・제갈탐(諸葛耽)의 《제록(帝錄)》・요공년(姚恭年)의 《역제기(歷帝紀)》・소사마(小司馬)의 《보사(補史)》・유서(劉恕)의 《통감외기(通鑑外紀)》는 그 학문이 천박하고 자질구레하여 신뢰할 수 없다. 소철(蘇轍)의 《고사(古史)》는 다만 은미하고 심오한 옛일을 드러내 밝혔으나 아직 완전한 책은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을 지었다고 하였다.
《사고전서총목제요(四庫全書總目提要)》에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상고시대의 일은 본래 확실하지 않은데, 나필은 대부분 위서(緯書)에서 채록하였으니 근거로 삼을 수 없다. 심지어 《태평경(太平經)》・《동신경(洞神經)》・《단호기(丹壺記)》와 같은 부류는 모두 도가가 가탁한 말인데 하나하나 전요(典要)로 들었으니 너무 많아서 잡다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발휘〉와 〈여론〉에서는 모두 불교를 심하게 배척했으며, 《역(易)》을 설명한 여러 편은 도가(道家)에서 의미를 취하였다. 그러나 인용하여 근거로 제시한 것은 광범위하며 문체는 화려하다. 유협(劉勰)의 《문심조룡(文心雕龍)》 〈정위편(正緯篇)〉에서 위서(緯書)는 복희・신농・헌원・소호 등의 원류, 산악과 하천 및 악기와 악률의 요체, 상서로운 조짐과 기물에 관한 것인데, 이야기들이 매우 특이하고 웅장하며 문장이 아주 화려하다. 위서(緯書)는 경전을 학습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문장을 짓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하였는데, 나필의 이 책은 대체로 이러한 부류이다. 〈국명기〉・〈발휘〉・〈여론〉편은 고증하고 변난한 말이 대부분 정밀하고 잘 갖춰져 있으니, 역시 미혹함을 없애고 공정함을 지닌 논의가 매우 많다. 진실로 기이함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모두 배척할 수는 없다.
5. 가치와 영향
《노사》는 나필이 위서(緯書)과 도서(道書) 등을 많이 인용하여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인용한 문헌들이 이후 전해지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에 《제왕세기(帝王世紀)》, 《황왕대기(皇王大紀)》보다도 가치가 높다. 이런 맥락에서 상고시대 많은 신화 전설을 보존하였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이아(爾雅)》를 살펴보건대 ‘노(路)’의 뜻은 ‘대(大)’이니, 노침(路寢), 노조(路朝), 노문(路門), 노고(路鼓), 노거(路車), 노복(老服)은 모두 ‘대(大)’로써 칭호를 삼은 것이다. 그러므로 ‘노사(路史)’는 큰 역사라 하는 것이다.[按爾雅路之訓大 路寢路朝路門路鼓路車路服皆以大爲之稱……故路史者亦大史之云爾] 《노사》 권38 〈여론(餘論) 1 노대지훈(路大之訓)〉
(2) 색인어:나필(羅泌), 상고시대, 위서(緯書)
(3) 참고문헌
• 《宋史翼》
• 〈羅泌傳〉(施閏章 撰)
• 《四庫全書總目提要》
• 朱仙林, 〈罗泌家世及其《路史》考〉, 《古代文明》, 2011.
• 朱仙林, 〈罗泌《路史》版本考辨〉, 《古籍整理研究学刊》, 2012.
• 朱仙林, 〈罗泌《路史》文献学及神话学研究〉, 《古籍整理研究学刊》, 2021.
【이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