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하며 君臣有義
하며 夫婦有別
하며 長幼有序
하며 朋友有信
이라하시니 이면 리라
하며 君義臣忠
하며 夫和婦順
하며 兄友弟恭
하며 朋友輔仁然後
에야 리라
천지 사이에 있는 만물의 무리 가운데에서 오직 사람이 가장 존귀하다.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오륜五倫이 있기 때문이다.
[해설] 동양 사상의 대전제는 하늘과 사람, 곧 천지 자연과 인간의 동일성을 인정하는 데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선조들이 인간을 대단찮은 존재로 비하시켰던 것은 아니다. 여기서 보듯 천지간의 모든 존재 중에서 인간이 가장 존귀하다고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귀한 근거는 인간이 가진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적 지식 또는 기능 때문이 아니다. 인간이 가장 존귀한 까닭은 어디까지나 다른 만물들과는 달리 오륜五倫이라는 도덕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의 실학자 이익李瀷도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오륜을 가지고 있기 때문[人之異於禽獸者 以其有五倫也]”이라고 했다. 이처럼 유학에서는 성리학性理學이나 실학實學 등 어떤 학풍을 막론하고 인간을 본래부터 도덕성을 타고난 존재로 규정하기 때문에 자신이 타고난 도덕성을 밝혀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라고 생각하였다. 유학의 이와 같은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것이 사서四書의 하나인 《중용中庸》이다.《중용》에서는 인간이 자신에게 부여된 도덕적 능력을 극대화하면 천지자연과 대등한 존재가 될 수 있다[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與天地參]고 하여 도덕적 수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맹자孟子께서는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는 친애親愛함이 있어야 하며,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리義理가 있어야 하며,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구별區別이 있어야 하며,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어야 하며, 친구 사이에는 신의信義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사람이면서 오상五常이 있음을 알지 못하면 짐승과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다.
[출전] ○ 五倫(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 : 《맹자孟子‧등문공상滕文公上》에서 맹자孟子가 진상陳相과 대화하는 도중에 처음 나온다.사람에게는 도리가 있기 때문에 배불리 먹으며 따뜻한 옷을 입고 편안히 생활하면서 가르침이 없으면 짐승에 가까워진다. 성인聖人(舜임금을 지칭)이 이를 근심하여 설契(설 : 순舜임금 시대의 신하 이름)을 사도司徒(司는 맡는다는 뜻이고 도徒는 학도學徒로 백성들을 교육의 대상으로 보고 붙인 명칭이다. 따라서 사도는 백성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책임자로 지금의 교육부 장관격이다.)로 삼아 인륜人倫을 가르치도록 했으니 그것이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다.[人之有道也 飽食煖衣 逸居而無敎 則近於禽獸 聖人有憂之 使契爲司徒 敎以人倫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 則其違禽獸 不遠矣 : 원래 《맹자孟子‧고자하告子下》에서 “야기(밤에 자라나는 착한 기운)를 보존하기에 부족하면 짐승과의 차이가 크지 않게 된다.夜氣不足以存 則其違禽獸不遠矣”고 한 데서 유래했다.
[해설] 흔히 삼강三綱과 오륜五倫을 유학儒學이 지향하는 도덕 규범으로 병칭하지만 실제로 삼강은 유가의 문헌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삼강은 한漢나라 동중서董仲舒의 《춘추번로春秋繁露》에 처음으로 나오는데 그 내용이 각각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으로 임금은 신하의 벼리이고 부모는 자식의 벼리이며 지아비는 지어미의 벼리라는 식으로 신하와 자식, 지어미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조하는 일방적인 윤리이기 때문에 인륜의 쌍무성雙務性 또는 호혜성互惠性을 강조하는 오륜과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맹자孟子》에 처음 보이는 오륜은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지아비와 지어미, 어른과 아이, 친구간에 각각 지켜야 할 바람직한 행위 규범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에 비추어볼 때도 보편적 타당성을 얻을 수 있는 윤리 규범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며, 임금은 신하에게 의리를 지키고 신하는 임금에게 충성하며, 남편은 가족을 화합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며, 형은 동생을 사랑하고 동생은 형을 공경하며, 친구 사이에는 인仁을 도와준 뒤에야 비로소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출전] ○ 朋友輔仁 : 《논어論語‧안연顔淵》에서 “증자가 말씀하셨다. 군자는 글로써 친구를 모으고 친구를 사귐으로써 자신의 인仁을 돕게 한다.[曾子曰 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해설] 인륜의 쌍무성을 드러내주는 오륜五倫의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는 구절이다. 곧 부모에 대한 효도를 자식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또한 자식을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를 주장하고 있다. 이하의 군신 관계나 부부 관계 그리고 형제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특히 붕우관계에서는 친구를 사귀는 목적이 인仁을 보조하는 데 있다고 밝힘으로써 서로의 인격을 완성하기 위해 친구를 사귀는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