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이 하여 이어늘 하사 하여 하시니 가 로다
부모와 자식은 하늘이 정해준 친한 관계이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을 낳아서 기르고 사랑하고 가르쳐야 하며, 〈자식은〉 부모를 받들어 부모님의 뜻을 이어가고 효도하면서 봉양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부모는〉 자식을 올바른 도리로 가르쳐서 부정한 곳에 발을 들여 놓지 않게 해야 하며, 〈자식은〉 부모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려서 고을에서 죄를 얻지 않게 해야 한다.
[출전] ○ 敎之以義方 弗納於邪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은공隱公 3년年》에 “신은 들으니 자식을 사랑하면 올바른 도리로 가르쳐서 부정한 데 발을 들여놓지 않게 한다고 했습니다.[臣聞 愛子敎之以義方 弗納於邪]”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柔聲以諫 : 《예기禮記‧내칙內則》에 나오는 문장이다. “부모님께서 과실을 저지르시면 기운을 낮추고 얼굴색을 온화하게 하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여 말린다.[父母有過 下氣怡色 柔聲以諫 ]”○ 不使得罪於鄕黨州閭 : 원래의 문장은 “부모로 하여금 고을에서 죄를 짓게 하느니 차라리 끊임없이 말리는 것이 낫다.[與其得罪於鄕黨州閭 寧孰諫]”로 《예기禮記‧내칙內則》에 나온다.
[해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1차적이고 본질적인 것으로 보아 인위적으로 형성된 2차적인 관계(사회적으로 형성된 관계, 예를 들면 군신 관계나 붕우 관계)와 구별하여 하늘이 만들어준 관계라고 파악하고 있다. 2차적인 관계는 의리를 기준으로 부합된 관계이기 때문에 추구하는 목적이 일치하지 않으면 때에 따라서 끊어버릴 수 있지만 1차적인 관계는 어떤 경우에라도 끊을 수 없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이와 같이 규정하는 것은 가족 윤리를 모든 윤리 행위의 출발점으로 삼는 유학 사상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그 때문에 유학에서는 전통적으로 ‘부자천합父子天合 군신의합君臣義合(부자관계는 하늘이 맺어준 관계이고 군신관계는 의리를 기준으로 만난 관계라는 뜻)’이라고 하여 부자관계가 군신관계보다 우선하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때문에 자식이 그릇된 행동을 저지르지 않도록 부모는 자식에게 올바른 도리가 무엇인지 가르쳐야 하고, 또 반대로 자식은 부모의 잘못을 끝까지 말려서 사회에서 부도덕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혹시라도 부모이면서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아니하며 자식이면서 자기 부모를 사랑하지 아니하면 어떻게 세상에서 자립할 수 있겠는가.
비록 그렇지만 천하에는 선善하지 않은 부모가 없는지라 부모가 비록 자식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자식은 효도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출전] ○ 天下 無不是底父母 父雖不慈 子不可以不孝 : 이 문장은 일찍이 정이程頤(程伊川)가 ‘吾道在南 : 내 도는 남쪽에 있다’고 인정했던 제자 나종언羅從彦이 한 말이다. 《맹자孟子‧이루상離婁上》에는 순舜임금이 아버지 고수를 잘 섬겨서 마침내 천하를 교화시켰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나종언은 순임금이 이와 같은 효도를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천하에 선善하지 않은 부모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내용은 《맹자집주孟子集註》에도 보이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중소羅仲素(羅從彦)가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지 천하에 선善하지 않은 부모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옹了翁(陳瓘)이 그 말을 듣고 훌륭하게 여겨 이렇게 말했다. 이와 같이 한 뒤에야 천하의 부자父子들이 안정될 수 있다. 신하로서 임금을 시해하고 자식으로서 부모를 시해하는 일들은 항상 〈부모나 임금의〉 선善하지 않은 부분을 보는 데서 비롯된다.[羅仲素語此云 只爲天下無不是底父母 了翁聞而善之曰 唯如此而後 天下之爲父子者定 彼臣弑其君 子弑其父者 常始於見其有不是處耳]”
[해설] 여기서 입立은 세상에서 자립한다는 뜻으로 사회적 탄생을 의미한다. 곧 생물학적 탄생을 거쳐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전통사회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되었음을 나타내 준다. 하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본능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유지되었던 반면 자식의 부모 사랑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쉽다. 그 때문에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는 부모에 대한 사랑이 강조되기에 이르렀는데 그것이 효孝사상이다. 곧 자식에 대한 사랑은 생물학적 본성으로 타고나는 원초적인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사회적인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부모에 대한 사랑은 2차적으로 학습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慈보다는 효孝가 강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여기서 비록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지 않아서는 옳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야만 하는 근거가 곧 천하에는 옳지 않은 부모가 없다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여기서 옳다는 표현은 부모가 항상 논리적으로 옳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유학에서는 논리적인 타당성을 기준으로 시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기준으로 시비를 가름한다. 곧 천하에 옳지 않은 부모가 없다는 말은 천하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 곧 자식에게 악의를 가진 부모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모의 행위가 무조건 타당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이고 본능적인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구절로 이해해야 한다.
옛적에 위대하신 순舜임금이 아버지는 완악하고 어머니는 모질어서 일찍이 순을 죽이려 하거늘 순은 효도로써 화합하고 끊임없이 다스려 악한 일을 하지 않게 하셨으니 효자의 도리가 여기에서 지극하였다.
공자께서는 “오형五刑에 해당하는 죄목이 삼천 가지이지만 그 중에서 불효보다 더 큰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출전] ○ 克諧以孝 烝烝乂 不格姦 : 《서경書經‧요전堯典》에 나온다. 장님의 아들인데 아버지는 완악하고 어머니는 모질며 상象(舜임금의 이복 동생)은 오만한데 효도로 잘 화합하고 끊임없이 다스려 악한 일을 하지 않게 하였다.[瞽子 父頑母嚚 象傲 克諧以孝 烝烝乂 不格姦]○ 孔子曰 五刑之屬 三千而罪莫大於不孝 : 《효경孝經》에 나오는 구절로 불효를 경계하기 위해서 중죄重罪임을 강조한 내용이다.
[해설] 이 부분에서는 앞에서 강조했던 부모에 대한 효도를 직접 실천한 인물이 역사적으로 실존實存한다는 사실을 들어 설득력을 강화하는 한편, 성인인 공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글쓴이의 권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하나의 주제를 총괄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물론 뒤의 네 조목도 모두 이와 같은 구성을 갖추고 있다. 순임금의 효도와 관련된 이야기는 《맹자孟子‧만장萬章》에 자세히 전한다.순임금의 효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악을 포용하는 것만이 공동체의 존속과 유지를 보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곧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악인도 같이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유가儒家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농경 사회에 필요한 조직적인 협력과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도 인정할 수 있는 통합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