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擊蒙要訣

격몽요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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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과학기술문명이 일구어 낸 산업경쟁사회는 개인이나 집단, 국가를 막론하고 가장 우선적인 가치를 자기 이익을 위한 실리추구에 두었다. 이 경제적 실리 위주의 가치관은 과학기술의 경쟁적 발전을 가져왔고 그 결과 물질산업문명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는 과학문명을 그 특징으로 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으며, 과학문명이 오늘날 인류에게 공헌한 바는 많은 방면에 있어 참으로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위대한 문명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난숙爛熟하게 되면 그 자체 내에 모순을 갖기도 하는데, 과학문명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21C를 열어 가는 현 시점에서도 우리는 고도의 과학문명에서 오는 말세적 폐단의 현상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를 가져다 준 긍정적 면이 있는가 하면, 인간생활의 편의를 위한 방편이어야 할 과학이 그 지나친 비대화와 철학적 가치의 부재로 인하여 인간이 도리어 과학에 예속되기도 하는 부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윤택해야 할 인간생활이 무의미한 기계의 작동처럼 변해 가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은 그와 비례하여 퇴폐, 향락 풍조를 일으켜 도덕성의 타락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따라서 인간생활은 그만큼 저질화되었고 인간은 물질적 만족과 퇴폐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노예처럼 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또 인간이 인간의 본래적인 고귀함을 상실하는 인간소외, 생명경시 풍조마저 가져오게 되었다. 이 밖에도 과학기술문명의 이기로 인한 공간적 단축을 통한 급속한 문화접변文化接變과 문화충돌 현상은 각 지역의 전통적 신앙, 전통적 윤리에 강력한 충격을 일으키고, 심지어는 한 문명을 말살시킴으로써 그 전통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오늘날 이 지구상의 인간들이 뚜렷한 가치의 기준이 없이 정신적으로 크게 방황하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대의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작게는 인간 개개인의 자아상실로부터, 크게는 인류의 생존 자체에 대한 위협에 이르기까지, 이미 한 국가, 한 민족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이며, 전 인류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현대가 직면한 문제들은 본질적이며 복합적이며 세계적인 성격을 지닌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복잡한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교육에 대한, 특히 인간성 회복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서구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문명의 위와 같은 부정적인 현상은 서구적 가치관이나 교육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오히려 문화생리를 달리하는 이질적인 문화에서 그 해결책을 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더구나 단순히 지식의 축적만을 위한 교육은 인간성 상실과 물질만능주의를 초래하였고 더 이상 물질적 풍요를 위한 교육의 도구화는 오늘날의 발달된 사회 속에서 초학자들에게 학문을 하는 동기유발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맹목적인 지식의 축적이 아닌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그리고 가치체계의 혼란 속에서도 인간 본래성을 잃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
흔히 현대의 문제점이 주체와 객체의 이분화, 정신과 물질의 이원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만큼, 이것들을 하나의 체계 속으로 환원시키는 동양적 교육사상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동양의 전통적인 교육에 대한 재음미가 요구되는 까닭이 있다.

격몽요결擊蒙要訣》은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42세 때(1577, 선조宣祖 10) 해주海州 석담石潭에서 강학하면서 학도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기초교육에 대해 정리한 것으로서, 제자들에게 도학道學의 입문을 지시하고 가르치기 위해 지은 책이다.

격몽擊蒙’이란 ‘어리석음을 깨우친다.’는 뜻으로 ‘’ 자는 《주역周易》 〈몽괘蒙卦〉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역》에 의하면 〈몽괘〉는 ‘산 아래에서 샘물이 솟아나오는 것을 형상한 것이며, 또한 어린이가 나서야 하는 형국으로, 발전해야 하는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따라서 ‘격몽擊蒙’이란 어린이가 나서서 가르침을 받아 발전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마치 샘에서 솟아나오는 물줄기가 처음에는 작지만 나중에는 큰 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사람도 교육을 받으면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조선시대 교육기관에서 사용하던 교재들로는 《천자문》‧《동몽수지》‧《동몽선습》‧《소학》‧《속몽구》‧《격몽요결》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교재들은 교육목적에 따라 문자교육용 교재와 인성교육용 교재로 나누는데 인성교육용 교재는 유학교육용 교재, 덕성교육용 교재, 기초덕성교육용 교재 등 다른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닌 분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격몽요결擊蒙要訣》은 인성교육 교재, 또는 유학 교재로서의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유학儒學에 있어서 학문이란, 인간의 도덕적 본질을 강조하여 인성 속에 천도天道를 내재화시킴으로써 인간과 하늘을 내면적으로 연관시켜 인성人性천도天道를 본질적으로 동일시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확립하며, 나아가 사회, 국가, 세계의 공동체적 질서를 확보하려는 기초적인 과정이다. 유학儒學을 일반적으로 내성외왕지도內聖外王之道, 혹은 수기치인지도修己治人之道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내성외왕內聖外王,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이루는 길로써의 가 바로 유학儒學의 방법이며, 이것을 전통적으로 유학에서는 공부론 혹은 수양론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실천實踐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유학에 있어서 학문의 목적은 곧 인간의 본래성을 회복하여 성인이 된다고 하는 인격의 완성을 통하여 사회를 바로잡고 문화를 창조하는 외왕外王이라는 목표를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학에 있어서의 학문이란 관념적인 사변思辨이나 인식론적인 논증뿐 아니라 실천적인 것이다.
율곡 역시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밝히고 있듯이 학문이란 스스로 성인이 되기를 기약할 것을 주장하면서도 현실적인 치인治人를 함께 말하고 있다. 물론 총 10장으로 구성된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는 다양한 학문의 과제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이 책 역시 항상 인간 및 인간사회의 제 관계를 문제의 중심에 두었고, 그것을 제외한 분야 역시 중심문제의 해결이나 그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주변문제로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율곡에게 있어 학문이란 곧 도덕의식의 전개과정이며 도덕적 본질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율곡의 교육사상 역시 유학의 기본사상과 마찬가지로 수기치인修己治人, 내성외왕內聖外王이라고 하는 현실에 있어서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목표를 이룩하기 위한 이론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傳統文化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한자漢字한문漢文으로 문자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전통문화의 올바른 이해와 계승 발전을 위해서 한자 및 한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그러므로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계승 발전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자에 대한 이해와 한문 문자의 독해능력 신장 및 한문으로 기록된 전적의 올바른 이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옛날의 한문교재가 대부분 중국에서 지어진 것에 반하여 《격몽요결擊蒙要訣》은 바로 우리 선조의 저서이고 내용 또한 그 어떤 책보다 충실하여 기초한문 교재로서는 어느 책에 비하여도 손색이 없음은 참으로 우리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격몽요결擊蒙要訣》이 이와 같이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 역시 시중에 나와 있는 여타의 기초한문 교재와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이 원문과 그에 대한 해석만 해 놓았을 뿐, 여타의 구문분석構文分析이나 내용연구內容硏究 등에 대한 것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격몽요결擊蒙要訣》은 상당히 많은 부분이 출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이 이에 대한 언급이나 자세한 설명은 되어 있지 않다. 그리하여 한문을 전공한 사람이든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든, 실제로 시중에 나와 있는 기초한문 교재를 가지고 가르치거나 배우는 데에는 각자의 역량이나 여러 가지 제반 여건상 교재 연구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간혹 부실하거나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이러한 폐단을 보완하고 보다 쉽게 한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문문장의 구조를 분석하였으며, 가능한 한 내용의 출전을 밝히고, 이와 관련된 설명을 덧붙임으로써 교재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은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초학자들이 고전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에 가깝다. 그러므로 원문에 대한 정확한 해석뿐 아니라, 가능하면 한 가지 사실을 보다 정확히 가르칠 수 있도록 본 책의 배경과 관련된 여러 가지 배경을 충분히 담으려 애썼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책이 거의 완성된 시점에서 볼 때에는 가장 먼저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틀린 내용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 점은 앞으로 여러 선생님과 선배, 동학들의 질정을 받아 조금씩 수정해 나갈 생각이다.
이 책이 완벽한 교수용敎授用 지도서指導書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어린이를 가르치거나 초학자初學者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이 나올 수 있기까지 여러 모로 배려해 주신 전통문화연구회 가족 여러분, 그리고 편집을 전담해 주신 권영순權永順 간사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히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출간된 《동몽선습童蒙先習격몽요결擊蒙要訣》(성백효 역주, 전통문화연구회 )이라는 든든한 언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울러 이 책을 펴내는 과정에서 먼저 애써 주신 전호근田好根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이 책을 펴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격려해 주셨을 뿐 아니라 꾸준히 전통문화 창달에 기여해 온 전통문화연구회의 높은 뜻에 경의를 표하면서 서문에 대한다.


2007년 6월 일

현룡재現龍齋에서 함현찬 삼가 쓰다



격몽요결 책은 2023.12.14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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