此習
이 하고 하여 하고 하나니 하여 하고 하여 하며 而
하여 然後
에 리라
사람이 비록 학문에 뜻을 두었다 하더라도 용감하게 곧바로 전진하여 〈학문을〉 성취하지 못하는 까닭은 구습舊習이 〈학문하겠다는 결심을〉 가로막고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구습에 해당하는 항목을 조목별로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으니, 만약 뜻을 더욱 굳게 세워 뼈아프게 끊어 버리지 않는다면 끝내 학문을 할 터전이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해설] 배움에 뜻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움을 성취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 까닭은 대부분 나태했던 평소의 생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답습하는 데 있다. 그 때문에 그와 같은 구습을 끊어 버려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이제 막 배움에 뜻을 둔 초학자에게는 학문의 기초를 수립하는 방법을 직접 알려 주기보다는 오히려 배움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알려 줌으로써 스스로 학문을 대하는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여기서는 초학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저지르기 쉬운 부정적인 생활 태도를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문단에 나와 있다.
첫째는, 자신의 심지心志를 게을리 하고 몸가짐을 함부로 해서, 단지 한가하고 편안하기만을 생각하여 구속당하기를 매우 싫어하는 것이요.
둘째는, 항상 동작할 것을 생각하여 고요함을 지키지 못하고, 어지럽게 드나들면서 말만 하면서 세월만 보내는 것이요.
셋째는, 〈여러 사람들과 의견이〉 같은 것을 좋아하고 다른 것을 싫어하여 세속에 빠져 조금 행실을 닦고 삼가려 하나 남들과 괴리될까 두려워하는 것이요.
넷째는, 문장으로 당시 세상에서 이름나기를 좋아하여, 경전의 내용을 표절해서 부조浮藻(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한 문장)를 꾸미는 것이요.
다섯째는, 글 짓는 일에만 힘을 기울이고, 거문고 타기와 술 마시는 것을 업으로 삼아 한가하게 놀면서 세월을 보내며 스스로는 깨끗한 운치韻致라고 여기는 것이요.
여섯째는, 한가한 사람을 모아 바둑이나 장기를 두면서 배불리 먹고 하루를 마쳐 다만 남과 다투는 데만 힘을 보태는 것이요.
일곱째는, 부귀를 부러워하고, 가난하고 천한 것을 싫어하여 남루한 옷과 거친 음식 먹는 것을 몹시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요.
여덟째는, 즐겨하고 좋아하는 욕심을 절제함이 없어 끊어 억제하지 못해서 재리와 음악과 여색에 빠져 그 맛을 사탕처럼 달게 여기는 것이다.
습관 중에서 마음을 수양하는 데 방해되는 것이 대개 이와 같으니, 그 나머지는 이루 다 들기 어렵다.
이러한 습관이 사람으로 하여금 뜻을 견고하게 지키지 못하게 하고 행실을 돈독하게 실천하지 못하게 하여, 오늘 저지른 일을 내일 고치기 어렵고, 아침에 그 행실을 뉘우쳤다가 저녁에는 이미 다시 그렇게 하나니, 반드시 용맹스런 뜻을 크게 분발해서 마치 칼을 가지고 단칼에 뿌리를 깨끗이 끊어 버리듯이 하고, 마음을 깨끗이 씻어 내어 털끝만치라도 남은 맥이 없게 하며, 때때로 매양 크게 반성하는 공부를 더하여 이 마음으로 하여금 한 점이라도 옛날에 물든 더러움이 없게 한 뒤에야 학문에 나아가는 공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출전] ○ 포식종일飽食終日 :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보인다. “종일토록 배불리 먹으면서 마음 쓰는 곳이 없으면 환난이 닥칠 것이다.[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 악의악식惡衣惡食 : 《논어論語》 〈이인里仁〉에 보인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서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더불어 도를 의논할 수 없다.’[子曰 士志於道而恥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
○ 구염지오舊染之汚 : 《대학大學》 1장章의 주자朱子 주註에 보인다. “신新은 옛것을 고침을 이른다. 이미 스스로 그 명덕明德을 밝혔으면, 또 마땅히 미루어 남에게까지 미쳐서, 그로 하여금 또한 옛날에 물든 더러움을 제거하게 함이 있음을 말한 것이다.[新者 革其舊之謂也 言 旣自明其明德 又當推以及人 使之亦有以去其舊染之汚也]”
[해설] 구습舊習에 해당하는 내용을 여덟 가지 조목條目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대부분 일상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통치적 지위를 점유하고 있었던 사대부士大夫 출신 학자들이 지켜야 할 내용을 조목별로 정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조목은 몸과 마음을 단정하게 지켜야 한다는 평범한 내용이다. 그러나 세 번째 조목은 세속적인 가치[流俗]에 빠지지 말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양해야 하며, 설혹 자신의 의견이 일반인들과 다르다 하더라도 학자로서의 뜻과 절개를 지켜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학자로서 시세에 영합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조목에서는 학자로서 학문에 매진하지 않고 얕은 지식을 이용하여 문자를 희롱하거나 문장을 화려하게 꾸미는 지적 유희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경계하고 있다. 여섯 번째 조목 역시 사대부로서 한가하게 바둑이나 장기 놀이하면서 무위도식하는 행위가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는 모두 물질적인 욕망이나 감각적인 욕망을 무절제하게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마음을 수양하는 데 방해되는 구습舊習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바로 이러한 습관이 사람의 뜻을 견고하게 하지 못하고, 또한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저지르게 한다. 따라서 이러한 구습의 뿌리까지 단칼에 베어, 털끝만큼이라도 남은 맥이 없게 해서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 내어 구습에 물든 더러움이 없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학문에 나아가는 공부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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