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로 篇中에 皆論處軍相敵之事하니 處軍은 卽所以行軍也라
然이나 不相敵之虛實動靜이면 非惟不可以取勝이요 又恐敵之反來乘我也니라
原注
下文에 自絶山依谷으로 至伏姦之所는 皆處軍之法也요 自敵近而靜으로 至必謹察之는 皆相敵之法也라
原注
經過山險에 必依附溪谷而居니 一則利水草요 一則負險固니 但不可當大谷之口而居也라
原注
相視生地하여 而處其高陽하며 若敵先據隆高之處어든 不可登升而迎之與戰이니 此三者는 處山之軍法也라
原注
軍行過水에 必去水稍遠而舍止니 一則引敵하여 使半渡而擊之요 一則使我進退而無碍니
客絶水而來어든 勿迎之於水內하고 令半濟而擊之利니라
原注
敵若引兵過水來하여 與我戰이어든 愼勿迎之於水內라
令其半濟에 行列未定하여 首尾不接而擊之면 必得其利矣라
原注
我欲與敵戰이면 無近水而迎敵이니 恐敵不肯渡也요 我若不欲戰이면 則當阻水拒之하여 使敵不能濟也라
若
與楚軍
으로 夾
水而軍
할새 處父退舍
하여 欲使楚人渡
한대 楚人亦退舍
하여 欲令晉師渡
하여 遂不戰而歸
하니 是皆知此術也
라
原注
相視生地而處其高陽하고 無迎水之下流니 此五者는 處水上之軍法也라
地卑下면 恐爲敵決水以灌我라 故로 不可居之요 水下流면 恐戰有不便하고 兼慮敵投毒於上流라
原注
過斥
漸洳之地
엔 唯亟去
하여 愼勿留止
니 以其地氣濕潤
하고 水草薄惡
하여 不可以居也
일새라
斥鹵는 醎地也니 東方은 謂斥이요 西方은 謂鹵라
原注
若與敵人으로 交於斥澤之中이어든 必依水草하여 以便樵汲하고 背倚樹木하여 以爲險阻니 此二者는 處斥澤之軍法也라
平陸은 處易하고 右背高하며 前死後生이니 此는 處平陸之軍也라
原注
平陸之地엔 處其坦易無坎陷之處하여 使吾軍으로 便於馳突也라
右背高阜는 所以恃爲形勢也요 前低後高는 所以便乎奔擊也니 此二者는 處平陸之軍法也라
原注
凡此山水斥澤平陸四軍之便利는 黃帝所以取勝於四方諸侯之稱帝者也라
諸葛亮曰 山陵之戰은 不升其高하고 水上之戰은 不逆其流하고 草上之戰은 不涉其深하고 平地之戰은 不逆其虛하나니 此는 兵之利也라하니라
太公亦云 黃帝七十戰而定天下라하니 是所謂四方諸侯之稱帝者也라
黃帝
는 이니 以其土德王天下
라 故
로 曰黃帝
라하니 兵家之法
이 所由始也
라
原注
凡軍은 好處高平而惡居卑下하며 貴面陽方而賤向陰地하니 蓋居高則便於覘望하고 利於馳逐이요 處下則難以爲固하고 易以生疾이라
原注
養生은 謂近水草林木하여 便於牧放樵採요 處實은 謂居高陽而不處陰下하니 所以軍無病疾而可以必勝也라
하니 是知養生處實之道也
요 은 此失養生處實之道也
라
原注
丘陵隄防之地는 必居其顯明向陽之處而右背之하여 以爲固也라
原注
上流에 有雨水泡沫驟至어든 欲涉者는 待其水之定이니 蓋恐有暴水卒至而軍不及備耳라
凡地有絶澗, 天井, 天牢, 天羅, 天陷, 天隙이어든 必亟去之하여 勿近也니라
原注
凡遇此六者면 名爲六害之地니 必亟速去之요 若欲舍止라도 亦不可近之也라
溪谷深峻하여 不可過者 爲絶澗이요 外高中下하여 衆水所歸者 爲天井이요 山險環繞하여 所入者隘 爲天牢요 林木縱橫하고 葭葦隱蔽者 爲天羅요 陂池泥濘하여 漸車凝騎者 爲天陷이요 道路狹迫하고 地多坑坎者 爲天隙이라
原注
已上六害之地는 吾若遠之면 敵必近之하고 吾若向之면 敵必背之하나니
遠之向之면 則吾進止自由요 近之背之면 則彼擧動有阻니 進退自由則有利하고 擧動有阻則多凶이라
軍旁에 有險阻와 潢井에 林木蒹葭翳薈者어든 必謹覆索之니 此는 伏姦之所也니라
原注
軍旁에 有險阻丘阜之地와 潢井卑下之處에 或生林木하고 或産葭葦하여 翳薈蒙蔽어든 必謹覆之索之니 此乃伏兵與姦細潛隱之所也라
覆
은 猶
이니 謂設覆以備人也
요 索
은 乃搜索之索
이니 謂防人之襲我也
라
敵近而靜者는 恃其險也요 遠而挑戰者는 欲人之進也라
原注
敵去我近而安靜不動者
는 倚恃其有險阻之固也
요 敵去我遠
하여 來挑戰者
는 欲誘我進而擊之也
라
謂敵旣拒險이어든 我無就與之戰이요 敵來挑戰이어든 我無全氣擊之니 卽此義也라
原注
敵人左右前後에 多爲草木障蔽者는 設計疑我也니 謂或欲退去故로 爲障蔽하여 以避我之追하고 或欲襲我故로 爲叢聚하여 以張彼之勢라
原注
鳥本平飛하니 至彼하여 忽然高起者는 下有伏兵也라
原注
山林草木之中에 野獸忽然驚駭而出者는 敵必從彼隱覆而來襲我也라
原注
車馬行疾하고 又轍迹相次而進이라 故로 塵埃高起而銳直者는 知其車來也니
原注
徒步行遲하고 又行列踈遠이라 故로 塵埃低下而廣濶者는 知其徒來也라
原注
樵採는 各隨所便이라 故로 塵埃散亂條達者는 知其樵採芻薪也라
原注
使來에 言辭强壯하고 軍又進驅者는 欲脅我而潛遁也라
如吳與晉爭長에 吳王이 以帶甲二萬으로 去晉軍一里하니 聲動天地라
晉使董
視之
한대 王曰 孤之事君
도 在今日
이요 不得事君
도 亦在今日
이니라
褐歸謂晉君曰 吳王之色이 類有大憂하니 吳將毒我라
秦與晉相拒
할새 秦行人
이 夜戒晉師曰 兩軍之士皆未
也
라
曰 使者目動而言肆
하니 懼我也
라하더니 秦果夜遁
하니라
原注
如
로 將重寶
하여 秦將賈孺
한대 孺欲和
어늘 漢王因其怠而擊之
하고
晉將李矩 拒劉暢할새 矩遣使奉牛酒請降하고 潛其精兵하고 見其弱卒한대
原注
鳥集營壘之上이면 知其空虛無人하고 乃留形而遁去也라
原注
軍士擾亂者는 將不持重也니 將能持重이면 軍自不擾亂矣라
原注
將吏忿怒者는 知其人情疲倦也니 人情疲倦이면 吏不能使라
原注
馬는 所以乘之而戰也어늘 今殺而食之者는 知其軍之無糧也라
原注
懸缻於外하여 示不復炊하고 暴露於外하여 不復返舍者는 窮寇也니 凡焚舟破釜하여 欲決一戰者는 皆窮寇耳라
原注
○ 一本에 作粟馬肉食하고 軍無懸缻하며 不返其舍者는 窮寇也라
粟馬는 謂以糧穀秣馬요 肉食은 謂殺牛馬饗士요 軍無懸缻는 悉破之하여 示不復炊요 不返其舍는 晝夜結部伍니 是皆窮寇라
原注
諄諄者는 懇至之貌요 翕翕者는 和合之貌니 懇至和合하여 徐緩而與人言者는 失衆心也라
原注
先暴刻御下라가 後畏其人衆而叛者는 威信不精之至也라
一說에 先輕敵而後畏其衆은 是料敵不精之至也라하니 未知是否로라
原注
以所親愛로 來委質爲謝者는 是勢力窮極하여 求欲休兵息戰也라
兵怒而相迎하여 久而不合하고 又不相去어든 必謹察之니라
原注
兵以忿怒而相迎하여 旣久而不合戰하고 又不相解去면 必謹伺察之니 恐有奇伏也라
兵은 非貴益多요 惟無武進이니 足以倂力하여 料敵取人而已니라
原注
兵은 非貴益之以多요 若勢力旣均이어든 惟無剛武而輕進이니 但厮養足用하여 料敵之虛實而取勝於人而已라
卒未親附而罰之면 則不服이니 不服이면 則難用也니라
原注
驟居將帥하여 恩信未施하여 卒未親附어늘 遽以刑罰齊之면 則人心不服이니 人心不服이면 則難於使用이라
故
로 曰 臣素卑賤
하여 士卒未附
하고 百姓不信
이라하고 이 是也
라
原注
恩信素洽하여 士心親附로되 而法令不行이면 則驕而不可使用也라
原注
故로 令之以文而親附之하고 齊之以武而整肅之하여 恩威相兼이라
令素行하여 以敎其民이면 則民服하고 令素不行하여 以敎其民이면 則民不服이니 令素行者는 與衆相得也니라
原注
令素行於下하여 以之敎民이면 則民心自服하고 令素不行於下하여 以之敎民이면 則民心不服이라
令素行者는 上以信使民하고 民以信事上하나니 是는 上下相得也라
論行軍이로되 而篇末에 以恩威言之者는 蓋恩以附之하고 威以齊之하여 剛柔兼得하고 恩威竝著然後에 行軍而能制勝矣일새니라
행군行軍이란 군대가 출동하는 즈음에 반드시 그 편리한 곳을 가려 거처(주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편篇 가운데 모두 군대를 주둔하여 서로 대적하는 일을 말하였으니, 군대를 주둔함은 바로 군대를 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적의 허실虛實과 동정動靜을 살피지 못하면, 다만 승리를 쟁취하지 못할 뿐만이 아니요, 또 적이 도리어 와서 우리의 허점을 틈탈까 두려운 것이다.
原注
무릇 군대를 주둔시키는 방법이 네 가지가 있고 적을 살펴보는 방법이 서른두 가지가 있으니,
아래 글에 ‘절산의곡絶山依谷’으로부터 ‘복간지소伏姦之所’까지는 모두 군대를 주둔시키는 방법이고, ‘적근이정敵近而靜’으로부터 ‘필근찰지必謹察之’까지는 모두 적을 살펴보는 방법이다.
原注
험한 산을 지나갈 때에는 반드시 계곡에 의지하고 붙어 주둔하여야 하니, 한편으로는 물과 풀을 채취하기가 편리하고 한편으로는 험하고 견고한 곳을 등지고 있기 때문인데, 다만 큰 골짜기의 입구를 막고 주둔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마원馬援이 무도武都의 강족羌族을 토벌할 적에 편리한 지역을 점거하여 적이 물과 풀을 채취하는 길을 빼앗고 오랑캐들과 싸우지 않자, 오랑캐 군대가 곤궁하여 모두 항복하였으니, 이는 저들이 골짜기에 의지하는 이로움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살 곳을 살펴보아 높은 곳에 주둔하며, 적이 높은 곳을 점거하였으면 올라가 싸우지 말아야 하니, 이는 산에 주둔하는 군대이다.
原注
살 곳을 살펴보아 높은 곳과 양지바른 곳에 주둔하며, 만약 적이 먼저 높은 곳을 점거하였으면 높은 곳에 올라가 적을 맞아 싸우지 말아야 하니, 이 세 가지는 산에 군대를 주둔하는 방법이다.
물을 통과할 적에는 반드시 물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며,
原注
행군하여 물을 통과할 적에는 반드시 물에서 약간 멀리 떨어져 주둔하여야 하니, 한편으로는 적을 유인하여 물을 절반쯤 건너오게 해서 공격하기 위해서이고, 한편으로는 우리 군대가 전진하고 후퇴함에 장애가 없게 하기 위해서이다.
예컨대 위魏나라 장수 곽회郭淮가 물에서 멀리 떨어져 진을 치자, 유소열劉昭烈이 그의 계책을 알고 물을 건너가 싸우지 않은 것이 이것이다.
적군이 물을 건너오거든 물가에서 맞아 싸우지 말고, 적군이 물을 절반쯤 건너왔을 때에 공격하면 이롭다.
原注
적이 만약 병력을 이끌고 물을 건너와서 우리와 싸우려 하거든 부디 물가에서 맞아 싸우지 말아야 한다.
‘내內’자는 혹 ‘예汭’자로 되어있으니, 물가이다.
적들이 물을 절반쯤 건너왔을 때에 항렬行列이 안정되지 못하여 선두와 후미가 연접하지 못하거든, 이때 공격하면 반드시 그 이로움을 얻을 것이다.
예컨대 한왕漢王이 조구曹咎를 사수汜水에서 격파하고, 공손찬公孫瓚이 황건적黃巾賊을 동광東光에서 패퇴시키고, 설만균薛萬均이 두건덕竇建德을 범양范陽에서 격파할 적에 모두 이 방법을 사용하였다.
적과 싸우려 할 경우에는 물에 가까이 붙어서 적을 맞아 싸우지 말며,
原注
우리가 적과 싸우려 하면 물에 가까이 주둔하여 적을 맞아 싸우지 말아야 하니, 이는 적이 물을 건너오려 하지 않을까 염려해서이고, 우리가 만약 적과 싸우고 싶지 않으면 마땅히 물을 가로막고 지켜서 적으로 하여금 물을 건너오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예컨대 진晉나라 장수 양처보陽處父가 초楚나라 군대와 지수泜水를 끼고 진을 쳤을 적에 양처보가 후퇴하여 초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건너오게 하자, 초나라 사람들 또한 후퇴하여 진晉나라 군대로 하여금 건너오게 하려 하다가 마침내 싸우지 않고 그대로 돌아갔으니, 이는 모두 이 방법을 안 것이다.
살 곳을 살펴보아 높은 곳에 주둔하고, 물의 하류下流를 맞이하여 주둔하지 말아야 하니, 이는 물가에 군대를 주둔하는 방법이다.
原注
살 땅을 살펴보아 높고 양지바른 곳에 주둔하고, 물의 하류下流를 맞이하여 주둔하지 말아야 하니, 이 다섯 가지는 물가에 군대를 주둔하는 방법이다.
지형地形이 낮으면 적이 상류上流에서 물을 터놓아 우리에게 물을 댈까 두려우므로 주둔해서는 안 되는 것이요, 물의 하류에서는 전투할 적에 불편함이 있을까 염려되고 겸하여 적이 상류에서 독약을 탈까 염려된다.
그러므로 하류를 맞이하여 주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컨대 사마자어司馬子魚가 전투할 것을 점쳤으나 길하지 못하였는데, 자어子魚가 말하기를 “우리가 상류를 점거하였으니, 무슨 까닭으로 불길하겠는가?” 하고는 마침내 결전하여 과연 승리하였으니, 이는 군대가 반드시 그 상류에 주둔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갯벌과 늪지대를 통과하게 되면 오직 빨리 떠나가고 지체하지 말며,
原注
척로斥鹵(갯벌)와 저습한 늪지대를 통과할 경우에는 오직 빨리 통과하고 부디 지체하지 말아야 하니, 이는 땅기운이 축축하고 물과 풀을 채취하기가 불편하여 군대를 주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척로斥鹵는 갯벌이니 동방에서는 ‘척斥’이라 하고 서방에서는 ‘노鹵’라 한다.
만약 갯벌과 늪 가운데에서 교전하게 되면 반드시 물과 풀이 좋은 곳을 의지하고 여러 나무를 등지고 있어야 하니.
이는 갯벌과 늪지대에 군대를 주둔하는 방법이다.
原注
만약 적과 갯벌과 늪지대의 가운데에서 교전하게 되면 반드시 물과 풀을 채취하기 좋은 곳에 의지하여 나무하고 물 길어오는 데 편리하게 하고, 나무를 등져서 험한 요새로 삼아야 하니, 이 두 가지는 갯벌과 늪지대에 군대를 주둔하는 방법이다.
평지와 평륙平陸(平原)에서는 평이平易한 곳에 주둔하며, 높은 언덕을 오른쪽과 뒤에 두고, 앞에는 죽을 땅(낮은 곳)을 두고 뒤에는 살 땅(높은 곳)을 두어야 하니, 이는 평지와 평륙平陸에 군대를 주둔하는 방법이다.
原注
평지와 평륙平陸에서는 평탄하여 구덩이가 없는 곳에 주둔해서 우리 군대로 하여금 치달리고 돌격하기에 편리하게 하여야 한다.
높은 언덕을 오른쪽에 두고 등 뒤에 두는 것은 믿어서 형세를 삼기 위한 것이요, 앞에 낮은 곳을 두고 뒤에 높은 곳을 두는 것은 달려가 공격하기 편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니, 이 두 가지는 평지와 평륙平陸에서 군대를 주둔하는 방법이다.
무릇 이 네 가지 군대의 편리한 지역은 황제黃帝가 네 제왕帝王과 싸워서 승리한 이유이다.
原注
무릇 이 산과 물, 척택斥澤(갯벌과 늪)과 평지와 평륙平陸의 네 가지 군대軍隊의 편리한 지역은 황제黃帝가 사방의 제후 중에 제왕이라고 칭한 자를 승리한 이유이다.
제갈량諸葛亮이 말하기를 “산릉山陵에서의 전투는 높은 곳에 올라가지 말고, 수상水上에서의 전투는 흐르는 물을 거스르지 말고, 초상草上에서의 전투는 깊은 곳을 건너가지 말고, 평지平地에서의 전투는 그 허한 곳을 맞이하지 말아야 하니, 이는 군대의 이로움이다.” 하였다.
《사기史記》의 〈황제기黃帝紀〉에 “황제黃帝가 염제炎帝와 판천阪泉에서 싸우고 치우蚩尤와 탁록涿鹿에서 싸우고 북쪽으로 훈육獯鬻을 쫓아냈다.” 하였으며,
태공太公 또한 말하기를 “황제黃帝가 70번 싸워 천하를 평정하였다.” 하였으니, 이것이 이른바 ‘사방 제후가 제왕이라고 칭했다.’는 것이다.
황제黃帝는 바로 헌원軒轅이니, 토덕土德으로 천하에 왕王 노릇 하였으므로 황제黃帝라고 칭한 것이니, 병가兵家의 법이 황제黃帝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군대는 높은 곳을 좋아하고 낮은 곳을 싫어하며, 양지陽地를 귀하게 여기고 음지陰地를 천하게 여긴다.
原注
모든 군대는 높고 평평한 곳에 주둔하는 것을 좋아하고 낮은 곳에 주둔하는 것을 싫어하며, 양지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음지로 향하는 것을 천하게 여기니, 높은 곳에 주둔하면 적을 관망하기 편리하고 달려가 쫓기에 이로우며, 낮은 곳에 주둔하면 견고히 지키기가 어렵고 질병疾病이 생기기 쉽다.
동쪽과 남쪽은 양지가 되는데 양陽은 살리는 것을 주장하니 이 때문에 귀하게 여기는 것이요, 서쪽과 북쪽은 음지가 되는데 음陰은 죽임을 주장하니 이 때문에 천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 이하는 군대를 주둔하는 방법을 통론하였다.
생명을 길러주고 충실한 곳에 주둔하여 군대가 아무런 질병이 없으면 이것을 필승必勝이라 하는 것이다.
原注
생명을 길러준다는 것은 물과 풀과 숲에 가까워서 가축을 기르고 방목하며 나무하기에 편리한 곳이요, 충실한 곳에 주둔한다는 것은 높은 곳과 양지바른 곳에 주둔하고 음지와 낮은 곳에 머물지 않음을 이르니, 이 때문에 군대가 질병이 없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위魏나라를 정벌할 적에 위수渭水의 남쪽에 군대를 주둔하였으니, 이는 생명을 길러주고 충실한 곳에 주둔하는 방도를 안 것이요, 조조曹操가 오吳나라를 정벌하고 마원馬援이 남만南蠻을 정벌할 적에 병사들이 전염병을 앓게 된 것은, 이는 생명을 길러주고 충실한 곳에 주둔하는 방도를 잃은 것이다.
구릉丘陵과 제방隄防에는 반드시 그 양지바른 곳에 주둔하되, 구릉과 제방을 오른쪽과 등뒤에 두어야 하니,
原注
구릉과 제방의 지역에는 반드시 밝고 양지바른 곳에 주둔하되, 구릉과 제방을 오른쪽과 등뒤에 두어서 견고함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이는 군대軍隊의 이로움이요 지형地形의 도움이다.
原注
이는 용병用兵의 이로움이요 지형地形의 도움을 얻는 것이다.
상류上流에 빗물이 불어나 포말泡沫(거품)이 떠내려오거든 물을 건너려고 하는 자는 수위水位가 안정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原注
상류에 빗물이 흘러와 포말泡沫이 갑자기 떠내려오거든 물을 건너고자 하는 자는 수위水位가 안정되기를 기다려야 하니, 이는 홍수가 갑자기 몰려와서 군대가 미처 대비하지 못할까 염려해서이다.
장분張賁은 이르기를 “이 구句는 마땅히 〈위의〉 ‘싸우려 할 경우에는 물에 가까이 붙어서 적을 맞아 싸우지 말라.[欲戰者 無附水而迎客]’ 아래에 있어야 한다.” 하였다.
무릇 땅에 절간絶澗‧천정天井‧천뢰天牢‧천라天羅‧천함天陷‧천극天隙이 있으면 반드시 빨리 떠나고 가까이하지 말아야 한다.
原注
무릇 이 여섯 가지를 만나면, 여섯 가지의 해로운 지역이라 이름하니, 반드시 빨리 떠나야 하고, 만약 이곳에 머물고자 하더라도 또한 가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계곡이 깊고 험준하여 통과할 수 없는 곳을 절간絶澗이라 하고, 밖은 높고 중앙은 낮아서 여러 물이 모여드는 곳을 천정天井이라 하고, 산과 험한 것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들어가는 길이 좁은 곳을 천뢰天牢라 하고, 숲이 종횡縱橫으로 놓여있고 갈대가 우거져 은폐된 곳을 천라天羅라 하고, 늪과 못에 진흙이 있어서 수레가 빠지고 기병騎兵이 달릴 수 없는 곳을 천함天陷이라 하고, 도로가 협착하고 땅에 구덩이가 많은 곳을 천극天隙이라 한다.
우리가 이곳을 멀리하면 적이 가까이하고, 우리가 이곳을 맞이하면 적이 등지게 된다.
原注
이상 여섯 가지 해로운 지역을 우리가 만약 멀리하면 적이 반드시 가까이하고, 우리가 만약 향하면 적이 반드시 등지게 된다.
우리가 멀리하고 향하면 우리의 전진前進과 후퇴後退가 자유로울 것이요, 적이 가까이하고 등지면 적의 거동에 장애가 있을 것이니, 전진과 후퇴가 자유로우면 이로움이 있고, 거동에 장애가 있으면 흉함이 많게 된다.
군대 부근에 험한 곳과 우물가에 숲과 갈대가 우거진 곳이 있거든 반드시 적이 매복을 설치하였는가 철저히 수색하여야 하니, 이는 적의 복병伏兵과 간사한 자가 숨을 수 있는 곳이다.
原注
군대 부근에 험한 구릉의 지역과 우물가의 낮은 곳에 혹 숲이 자라고 혹 갈대가 자라서 우거지고 가려진 곳이 있으면 반드시 삼가 적의 매복을 조심하고 또 적의 간첩을 철저히 수색하여야 하니, 이는 바로 적이 매복을 하고 적의 세작細作(첩자)이 몰래 숨어있는 곳이다.
복覆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삼복三覆과 칠복七覆이라는 말과 같으니 매복을 설치하여 적을 대비함을 이르고, 색索은 바로 수색搜索한다는 색索이니, 남이 우리를 습격하는 것을 방비함을 이른다.
복병伏兵과 적의 간사한 세작細作은 혹 우리가 대비하지 않았을 때에 기습하고 혹은 우리의 동정動靜을 정찰한다.
이 이상은 모두 군대를 주둔하는 방법을 논하였다.
적이 가까이 있으면서 조용한 것은 험함을 믿는 것이요, 멀리 있으면서 자주 와서 도전하는 것은 우리가 싸우러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原注
적이 우리와 가까이 있으면서 안정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험한 지형의 견고함이 있음을 의지하고 믿기 때문이요, 적이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자주 와서 도전하는 것은 우리가 싸우러 나오도록 유인하여 공격하고자 하는 것이다.
《울료자尉繚子》에 이르기를 “적이 험한 곳을 나누어 점거한 경우에는 싸우려는 마음을 갖지 말고, 적이 도전해오는 경우에는 전력全力을 다해 싸우지 말라.” 하였다.
적이 이미 험한 곳을 점거하여 막고 있으면 우리가 가서 저들과 싸우지 말아야 하고, 적이 와서 도전하면 우리가 전력을 다해 공격하지 말아야 함을 말한 것이니, 바로 이 뜻이다.
이 이하는 모두 적을 살펴보는 방법을 논하였다.
적이 평탄한 곳에 주둔하고 있는 것은 이익利益으로 유인하기 위한 것이요,
原注
적이 평탄한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것은 적들이 이익으로써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다.
유소열劉昭烈이 오반吳班을 보내어 수천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가서 평지에 진영을 세워 육손陸遜과 싸우게 하자, 육손陸遜이 그 계략이 있음을 알고, 제장諸將들의 공격하자는 청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 이것이다.
여러 나무가 움직이는 것은 적이 오는 것이요,
原注
살펴보아서 적의 무리(陣地)와 가까운 곳에 나무가 움직이고 흔들리는 것은, 적이 나무를 베고 길을 닦으면서 싸우러 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초목草木으로 장애물을 많이 만드는 것은 의심하게 하는 것이요,
原注
적의 좌우左右와 전후前後에 초목草木으로 가려진 곳을 많이 만드는 것은 계략을 써서 우리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니, 혹은 적이 후퇴하여 가고자 하므로 장애물을 만들어서 우리의 추격을 피하려 하고, 혹은 우리를 습격하고자 하므로 여러 가지 초목草木을 모아놓아 저들의 군세軍勢를 떨치려 하는 것이다.
原注
새는 본래 평평하게 나는데 저곳에 이르러 갑자기 높이 나는 것은 아래에 복병이 있기 때문이다.
짐승이 놀라 뛰쳐나오는 것은 적군이 숨어 있는 것이요,
原注
산림山林과 초목草木의 가운데에 야수野獸가 갑자기 놀라 뛰쳐나오는 것은 적이 반드시 저곳에 은밀히 매복하여 있다가 우리를 습격하러 오기 때문이다.
먼지가 높으면서 직선으로 올라가는 것은 적의 전거戰車가 오는 것이요,
原注
수레와 말은 행군속도가 빠르고 또 수레바퀴 자국이 서로 나란히 이어져 나오므로 먼지가 높이 일어나고 일직선으로 곧장 올라가는 것이니, 적의 전거戰車가 옴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초楚나라 반당潘黨이 먼지가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고 사람을 보내서 진晉나라 군대가 옴을 알린 것이 이것이다.
먼지가 낮으면서 넓게 퍼지는 것은 적의 보병步兵이 오는 것이요,
原注
보병步兵은 행군속도가 느리고 또 항렬行列이 듬성듬성 있으므로 먼지가 낮게 일어나고 넓은 것이니, 적의 보병步兵이 옴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먼지가 흩어지면서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은 적이 나무를 채취하는 것이요,
原注
나무를 채취함은 각각 편리함을 따르므로 먼지가 여기저기에서 흩어져 나오는 것이니, 적이 꼴과 나무를 채취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먼지가 적게 일어나면서 오가는 것은 적이 군영軍營을 설치하는 것이요,
原注
군영軍營을 경영하는 자는 반드시 경무장輕武裝한 기병騎兵으로 사면四面에서 엿본다.
그러므로 먼지가 적게 일어나면서 한 번 가고 한 번 오는 것이다.
적의 사자使者가 왔을 적에 말이 겸손하면서 더욱 대비對備하는 것은 진격進擊하기 위한 것이요,
原注
적의 사신使臣이 왔을 적에 말을 낮추면서 수비守備를 더욱 증강하는 것은 우리를 교만驕慢에 빠뜨리고 은밀히 진격進擊하려 하는 것이다.
조사趙奢가 진秦나라의 간첩을 잘 대접하고 보루를 증축한 뒤에 갑옷을 말아 〈무장을 가볍게 하고〉 급히 달려갔으며,
전단田單이 부녀자들로 하여금 성에 올라가서 항복을 약속하게 하고, 또 연燕나라 장수에게 편지를 보내어 “성城이 항복하는 날에 처첩妻妾을 사로잡지 말기를 원한다.”고 말하고는 얼마 뒤에 꼬리에 불을 붙인 소떼를 내보내어 출전한 것이 이것이다.
적의 말이 완강하면서 급히 전진前進하는 것은 후퇴後退하기 위한 것이요,
原注
적의 사신使臣이 왔을 적에 말을 완강하게 하고 군대가 또 빨리 전진前進하는 것은 우리를 위협하고 은밀히 도망하고자 해서이다.
오吳나라가 진晉나라와 맹주盟主의 패권覇權을 다툴 적에 오왕吳王이 갑옷을 입은 군대 2만 명으로 진晉나라 군대와 1리쯤 떨어져 대치하니, 소리가 천지天地를 진동하였다.
진晉나라가 동갈董褐로 하여금 살펴보게 하였는데, 오왕吳王이 동갈에게 말하기를 “내가 진晉나라 임금을 섬기는 것도 금일에 달려있고 진晉나라 임금을 섬기지 않는 것도 금일에 달려있다.” 하였다.
동갈이 돌아와서 진晉나라 군주에게 아뢰기를 “오왕의 얼굴빛에 큰 근심이 있는 듯하니, 오나라가 장차 우리에게 해독을 끼칠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오나라가 먼저 맹약盟約하도록 허락하니, 오왕吳王이 회맹會盟을 맺고 마침내 돌아갔다.
진秦나라가 진晉나라와 서로 대치할 적에 진秦나라 행인行人(외교관)이 밤에 진晉나라 군대를 경계하여 말하기를 “두 나라 병사들이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내일 서로 만나 회전會戰할 것을 청한다.” 하였다.
유병臾騈이 말하기를 “
진秦나라 사신의 눈이 두리번거리고 말을 함부로 하니, 우리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였는데,
진秦나라 군대가 과연 밤중에 도망하였다.
輕車
적이 경무장輕武裝한 전거戰車로 먼저 출동하여 옆에 주둔하는 것은 진陣을 치기 위한 것이요,
原注
적이 경무장한 전차로 먼저 출동하여 옆에 주둔하는 것은 장차 진영陣營을 벌려 싸우려는 것이다.
적이 약속이 없으면서 화친和親을 청하는 것은 계략計略이요,
原注
적이 먼저 약속이 없으면서 갑자기 와서 화친和親을 청하는 것은 반드시 간사한 계략이 있는 것이다.
한왕漢王이 역이기酈食其로 하여금 소중한 보물을 가지고 가서 진秦나라 장수 가유賈孺에게 주자, 가유가 화친하고자 하였으나, 한왕漢王이 그들의 나태한 틈을 타서 공격하였다.
진晉나라 장수 이구李矩가 석륵石勒의 장수 유창劉暢을 막을 적에 이구李矩가 사신을 보내어 소와 술을 올리고 항복할 것을 청하고는, 정예병을 은밀히 숨겨두고 약한 병사만 보여주었다.
유창이 〈이것을 보고 안심하고〉 병사들에게 연향宴享을 베풀어 모두 취하자, 이구李矩가 밤중에 습격하니, 유창이 겨우 자기 몸만 빠져나와 죽음을 면한 것이 이것이다.
적이 분주히 병사兵士와 전거戰車들을 진열하는 것은 싸움을 기약하기 위한 것이요,
原注
적이 분주히 왕래하면서 군대를 진열하는 것은 병사들에게 기약하여 싸우고자 하는 것이다.
혹자는 말하기를 “깃발을 세워 표表를 만들고 백성들과 함께 표表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주례周禮》에 이르기를 ‘전거戰車가 빨리 달려가고 보병步兵이 달려가서 표表에 이르러 마침내 멈춘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하였다.
적이 반쯤 전진前進하고 반쯤 후퇴後退하는 것은 유인誘引하는 것이요,
原注
적이 병사들로 하여금 반쯤 전진하고 반쯤 후퇴하여 혼란한 모양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우리를 유인하는 것이다.
적이 병장기兵仗器에 기대서있는 것은 굶주리기 때문이요,
原注
그러므로 병장기에 기대서는 것이니, 적의 삼군三軍이 굶주림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적이 물을 길어 먼저 마시는 것은 목마르기 때문이요,
原注
무릇 적의 병사들이 물을 길어갈 적에 먼저 물을 떠서 마시는 것은, 삼군三軍의 병사들이 모두 목마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적이 이로움을 보고도 진격할 줄을 모르는 것은 수고롭기 때문이요,
原注
적의 병사들이 이로움을 보고도 전진하지 않는 것은, 삼군三軍의 무리가 모두 피로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적의 진영陣營에 새가 모이는 것은 진영이 빈 것이요,
原注
새들이 적의 진영陣營과 보루堡壘의 위에 모였으면, 적의 진영이 텅 비어 사람이 없는데도 사람의 모습을 남겨두고 도망갔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초楚나라가 정鄭나라를 정벌할 적에 정나라 사람들이 장차 도망하려 하였는데, 첩자가 보고하기를 “초나라 막사에 까마귀가 앉아있으니, 초나라 군대가 도망간 것이다.” 하였고,
진晉나라가 제齊나라를 정벌할 적에 숙향叔向이 말하기를 “성 위에 새가 있으니, 제齊나라 군대가 도망간 것이다.” 하였으니, 이는 모두 새가 진영에 모여 앉은 것을 보고 그 진영이 비었음을 안 것이다.
적이 밤중에 함성을 지르는 것은 두려워하기 때문이요,
原注
적의 병사들이 밤중에 함성을 지르며 시끄럽게 떠드는 것은, 적의 장수가 담력과 용맹이 없어서 적의 병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진晉나라 군대가 초楚나라와 싸워 패하고는 밤새도록 병사들이 떠드는 소리가 있었던 것이 이것이다.
적의 병사들이 소요騷擾하는 것은 적의 장수가 후중厚重하지 못해서요,
原注
적의 병사들이 소요騷擾하고 혼란한 것은 장수가 후중厚重함을 지키지 못해서이니, 장수가 후중함을 지키면 병사들이 저절로 소요하거나 혼란하지 않게 된다.
주아부周亞夫의 군중에서 밤중에 놀라 장막 아래까지 소란하였으나, 주아부周亞夫가 굳게 누워서 일어나지 않았는데 잠시 후에 진정되었고, 장료張遼가 장사長社에 주둔할 적에 밤중에 군중이 갑자기 소란하였으나, 장료가 진영 가운데 서있자 잠시 후에 진정되었으니, 이는 장수가 능히 후중함을 지킨 것이다.
적의 깃발이 움직이는 것은 적의 대오隊伍가 혼란스러운 것이요,
原注
적의 깃발이 흔들리고 진정되지 못하는 것은 적군敵軍의 대오가 혼란한 것이다.
적의 관리官吏가 노여워하는 것은 적이 지쳐있는 것이요,
原注
적의 장수將帥와 관리官吏가 분노하는 것은, 적의 인정人情이 피곤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니, 인정이 피곤하면 관리가 부릴 수 없다.
적이 말을 잡아 말고기를 먹는 것은 군대에 양식이 없는 것이요,
原注
말은 타고 싸우는 것인데, 이제 말을 잡아먹는 것은, 적의 군대에 양식이 없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취사도구를 매달아놓고 자기의 숙소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궁지에 몰려있는 적이요,
原注
취사도구를 밖에 매달아놓아 다시 밥을 짓지 않을 것을 보이고 밖에서 노숙하며 다시 막사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궁지에 몰려있는 적이니, 무릇 배를 불태우고 가마솥을 깨뜨려서 한번 결사적으로 싸우고자 하는 자는 모두 궁지에 몰린 적이다.
原注
○ 일본一本에는 “말에게 곡식을 먹이고 병사들에게 고기를 먹이며, 군대에 취사도구를 매달아놓지 않고 자기 막사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궁지에 몰린 적이다.
‘말에게 곡식을 먹인다.’는 것은 양식과 곡식을 말에게 먹임을 이르고, ‘병사들에게 고기를 먹인다.’는 것은 소와 말을 잡아 병사들에게 먹임을 이르고, ‘군대에 취사도구를 매달아놓지 않는다.’는 것은 취사도구를 모두 깨뜨려서 다시는 밥을 짓지 않음을 보이는 것이고, ‘자기 막사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밤낮으로 대오를 결속시키는 것이니, 이는 모두 궁지에 몰린 적이다.
반드시 한번 결사적으로 싸우고자 하는 것이다.” 하니, 옳은지 모르겠다.
적장이 간곡하고 화합하여 천천히 병사들과 말하는 것은 병사들의 마음을 잃은 것이요,
原注
순순諄諄은 간곡한 모양이요 흡흡翕翕은 화합한 모양이니, 적장이 간곡하고 화합하면서 천천히 병사들과 말하는 것은 병사들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적장이 자주 상賞을 내리는 것은 군색窘塞한 것이요,
原注
적장이 자주 상을 내리는 것은 세력이 궁핍하여 병사들이 배반하고 떠나감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적장이 자주 벌罰을 주는 것은 곤궁한 것이요,
原注
적장이 자주 벌을 주는 것은 인력이 곤궁하고 피폐하여 자주 벌을 주어서 독려함을 이른다.
먼저 병사들을 포학하게 대하다가 뒤에 두려워하는 것은 정밀精密하지 못함이 지극한 것이요,
原注
먼저는 포학함과 각박함으로 아랫사람을 다스리다가 뒤에는 병사들이 배반할까 두려워하는 것은 위엄威嚴과 신의信義가 정밀하지 못함이 지극한 것이다.
일설에 “먼저 적을 가볍게 여기다가 뒤에 적군을 두려워함은 적을 헤아림이 정밀하지 못함이 지극한 것이다.” 라고 하니, 옳은지 모르겠다.
적이 와서 사례하는 것은 휴식하고자 하는 것이다.
原注
적이 우리와 친근한 사람을 보내와서 폐백을 바치고 사례하는 것은, 세력이 궁극窮極하여 군대를 쉬고 전투를 중지하고자 해서이다.
적군이 분노하며 서로 대치해서 오랫동안 교전하지 않고 또 서로 떠나지 않으면 반드시 삼가 살펴야 한다.
原注
적군이 분노로써 서로 맞아 대치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도 교전交戰하지 않고 또 군대를 해산하여 떠나가지 않으면 반드시 조심하여 살펴야 하니, 이는 적이 기병奇兵을 매복해두었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군대는 병력兵力이 더 많은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오직 무용武勇만으로 경솔하게 진격하지 말아야 하니, 충분히 힘을 길러서 적을 헤아려 적에게서 승리를 취할 뿐이다.
原注
군대는 병력을 많이 증가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만약 세력이 이미 비슷하면 오직 강함과 무용武勇으로 가볍게 전진하지 말아야 하니, 다만 지위가 낮은 장병들에게도 재물을 충분히 주면서 적의 허실虛實을 헤아려 적에게서 승리를 취할 뿐이다.
구본舊本에는 ‘수雖’자가 ‘유惟’자로 되어있으니, 이제 이를 따른다.
깊은 생각이 없이 적을 가벼이 여기는 자는 반드시 적에게 사로잡힌다.
原注
깊은 계책과 먼 사려가 없이 가볍게 남을 대적하는 자는 반드시 적에게 사로잡힌다.
제齊나라가 진晉나라와 싸울 적에 제齊나라 군주가 말하기를 “내가 우선 이들을 다 쓸어버리고 아침밥을 먹겠다.” 하고는 말에 갑옷을 입히지 않고 달려갔다가 진晉나라에게 패하였으니, 이는 적을 깔보아 무용武勇으로 진격한 것이다.
병사들이 친히 따르지 않는데 벌을 주면 복종하지 않으니, 복종하지 않으면 쓰기가 어렵다.
原注
갑자기 장수의 지위에 올라 은혜恩惠와 신의信義가 베풀어지지 않아서 장병들이 친하게 따르지 않는데, 급히 형벌刑罰로써 통일하려 하면 인심人心이 복종하지 않으니, 인심이 복종하지 않으면 장병들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전양저田穰苴가 말하기를 “신臣이 평소 신분이 낮고 천하여 병사들이 따르지 않고 백성들이 믿지 않는다.” 하였고, 초楚나라 오참伍參이 말하기를 “진晉나라의 국정에 종사하는 자들이 새로 등용되어 명령을 제대로 행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것이다.
병사들이 친히 따르지만 형벌刑罰을 제대로 행하지 못하면 병사들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原注
은혜와 신의가 평소에 흡족하여 장병들의 마음이 친히 따르지만, 장수가 법령을 제대로 행하지 못하면 장병들이 교만하여 전투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덕文德으로 명령하고 무용武勇으로 통일시키면, 이것을 일러 반드시 취한다고 하는 것이다.
原注
그러므로 문덕으로써 명령하여 친히 따르게 하고 무용으로써 가지런히 하여 엄하게 정돈시켜서 은혜恩惠와 위엄威嚴을 겸하여야 한다.
이 때문에 반드시 승리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명령이 평소 행해져서 백성(병사)들을 가르치면 백성들이 복종하고, 명령이 평소 행해지지 못하고서 백성들을 가르치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으니, 명령이 평소 행해진 자(장수)는 병사들과 서로 마음이 맞는다.
原注
명령이 평소 아랫사람들에게 행해져서 이로써 백성들을 가르치면 백성들 마음이 저절로 복종하고, 명령이 평소 아랫사람들에게 행해지지 못하였는데 이로써 백성들을 가르치면 백성들의 마음이 복종하지 않는다.
명령이 평소 행해진 자는 윗사람이 신의信義로써 백성을 부리고 백성이 신의로써 윗사람을 섬기니, 이는 상하上下가 서로 마음이 맞는 것이다.
행군行軍(군대의 출동)을 논하면서 편篇 끝에 은혜와 위엄을 가지고 말한 것은, 은혜로써 병사들을 따르게 하고 위엄으로써 병사들을 통일시켜서 강剛과 유柔가 겸하여 얻어지고 은혜와 위엄이 아울러 드러난 뒤에 군대를 출동하여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