蓋一耳目하고 齊勇怯은 求之於勢하니 以勢戰人은 譬則勇者之貪賞也요 加以治氣, 治心, 治力하여 以至令文齊武는 譬則勇怯半者之怵而從之也요 陷死地는 則怯者之迫於虎也니 是는 兵家最高地位라
更無上一層이요 亦卽最危境界하여 更無前一步하니 所以不可輕言이요 亦不敢遽言也라
故
로 其難其愼
이라가 直至著書將竟
하여 纔肯說出
하니 旣已說出
이면 則又不容
이라
故로 屢言不一言하여 期至披露無餘而後已하니 此는 孫子之苦心也라
行兵所處之地凡九로되 而由淺漸深하여 至死地而無復所往矣러니
忽然開出生路
하여 不惟免於危亡
이요 且可藉以立功立事
하니 此正所謂
니
用兵之法
은 有散地
하고 有輕地
하고 有爭地
하고 有交地
하고 有
地
하고 有重地
하고 有
地
하고 有圍地
하고 有死地
하니
諸侯自戰其地者 爲散地요 入人之地而不深者 爲輕地요 我得亦利하고 彼得亦利者 爲爭地요 我可以往하고 彼可以來者 爲交地요 諸侯之地三屬에 先至而得天下之衆者 爲衢地요 入人之地深하여 背城邑多者 爲重地요 山林險阻沮澤凡難行之道者 爲圮地요 所由入者隘하고 所從歸者迂하여 彼寡로 可以擊吾之衆者 爲圍地요 疾戰則存하고 不疾戰則亡者 爲死地라
是故로 散地則無戰하고 輕地則無止하고 爭地則無攻하고 交地則無絶하고 衢地則合交하고 重地則掠하고 圮地則行하고 圍地則謀하고 死地則戰이니라
者
는 槪論行軍之要
니 地之凡也
요 六形者
는 擇便利而爲兵助
니 地之形也
요 九地者
는 隨所處之各異
하여 參人情而立名
이니 地之勢也
라
就中에 交地는 近於通形하고 圮地는 似乎斥澤이로되 而酌宜在人하니 則亦不妨其爲勢也라
曰 散地無戰이로되 而敵若來攻이면 則不得無戰이라 故로 下文曰 一其志라하고
輕地無止로되 而阻險守固면 則不得無止라 故로 下文曰 使之屬이라하니
志一則自不散走요 連屬則難以徑返이니 皆以救前說之弊也라
交地曰 無絶은 曰 謹其守니 蓋聯據通路則善矣나 不然則謹守以備其來也라
得一與國
이어늘 而曰天下之衆
은 猶云
爾
니 不以辭害義 可也
라
曰 合交는 曰 固其結이니 無二義요 而特申束之하니
圮者
는 水毁少固之地
니 不可以築營壘
요 는 水草惡故
로 不可止舍
니 而此云 山林險阻沮澤凡難行之地
는 蓋謂其類也
라
由隘入而敵塞之하고 歸道迂而敵邀之에 非有奇謀면 何以自免이리오
謀而無及이면 則敵雖圍而故闕이라도 猶將自我塞之하니 欲其進於死地也라
本篇은 專以死地立論故로 雖歷敍九地나 而精神所聚는 都在尾結하니 所以爲一篇之大頭腦也라
古之所謂善用兵者
는 能使敵人
으로 前後不相及
하고 衆寡不相恃
하고 貴賤不相救
하고 上下不相
하고 卒離而不集
하고 兵合而不齊
하니 合於利而動
하고 不合於利而止
하니라
前後不相及은 左不得以右하고 右不得以左也요 衆寡不相恃는 聚不得以散하고 散不得以聚也라
吏與卒伍는 有貴賤之倫하고 帥與群下는 有上下之等이로되 救死不贍이라 故로 莫相顧恤하여 潰其腹心하여 而四肢不收也라
威震則離而不集하고 氣奪則合而不齊하니 旣能使敵如是하고 而我却以利不利爲動止니 夫然故로 謂之善用兵也라
蓋以下文不徑接死地하고 而種種爲主爲客하여 許多句語를 將次第說去라 故로 只以善用兵起端也라
兵之情은 主速하니 乘人之不及하고 由不虞之道하여 攻其所不戒也니라
散地居九地之首어늘 而諸侯自戰其地면 則乃受敵者也라
掠於饒野
하여 三軍足食
이어든 謹養而勿勞
하여 竝氣積力
하고 이라
投
無所往
이면 死且不北
니 死焉
이면 不得士人盡力
이리오
兵士甚陷則不懼하고 無所往則固하고 入深則拘하고 不得已則鬪라
是故로 其兵이 不修而戒하며 不求而得하며 不約而親하며 不令而信하나니
令發之日
에 卒 坐者涕沾襟
하고 偃臥者涕交
하나니 投之無所往
이면 則諸
之勇也
니라
故로 曰 掠以足食이요 我旣入深而敵在散地라 故로 曰 主人不克也라
謹養勿勞는 所以竝氣積力也니 竝氣積力은 所以將致死於敵也라
然而猶患不得其力故로 必須潛運謀計하여 使衆不測而投之死地하니 如使知之면 安肯自陷哉아
修는 飭也요 戒는 備也요 求는 責也요 得은 得其力也라
故로 善用兵者는 譬如率然하니 率然者는 常山之蛇也라
擊其首則尾至하고 擊其尾則首至하고 擊其中則首尾俱至하나니라
이 相惡也
나 當其同舟
하여 遇風
이면 其相救也 如左右手
하니
今夫吳越之人相惡로되 而當其同舟遇風이면 則如左右手之相救어든 況良將之養士에 不易于身而同陷死地乎아
故로 人無勇怯而可以齊一이요 性無剛柔而皆得其力이니 由將之政謀與所處之地有不得已之理也라
苟非然者면 雖縛其馬하고 埋其輪하여 而使不去라도 猶懷爾我하여 莫肯相恤이니 尙何足恃哉아
故로 善用兵者 犯三軍之衆하여 而若携手使一人은 無他謬巧也요 誠以勢不得已故耳니라
靜은 安閒也요 幽는 淵深也요 正은 端凝也요 治는 整暇也라
能愚士卒之耳目
하여 使之無知
니 易其事
하고 革其謀
하여 使人無識
하며 하여
與之期
호되 若登高而去其梯
하며 帥與之深入諸侯之地
호되 而發其機
라
若驅群羊하여 驅而往하고 驅而來하여 莫知所之니 聚三軍之衆하여 投之于險이 此將軍之事也니라
能愚士卒之耳目
은 에 喜之而勿怒
하고 如
에 順之而勿逆也
라
易其事
는 謂不循陳跡
이요 革其謀
는 謂不襲前謀
니 若
이면 則人皆易知
하여 非所以愚也
라
易其居
는 恐其停久而懈也
요 迂其
는 恐其徑行而疑也
라
承上文하여 言人在死地라야 方肯盡力이로되 而所以投之者는 將也니 若非靜幽正治之人이면 何以顚倒愚弄於股掌之上乎아
九地之變과 屈伸之利와 人情之理를 不可不察也니라
至此하여 方回顧篇首하여 將更申九地也로되 仍就死地上立論은 承上文也라
無所往은 屈也요 疾戰則存은 伸也요 戰而勝은 利也요 死且不北는 理也라
去國越境而師者는 絶地也요 四通者는 衢地也요 入深者는 重地也요 入淺者는 輕地也요 背固前隘者는 圍地也요 無所往者는 死地也라
是故
로 散地
엔 吾將一其志
하고 輕地
엔 吾將使之屬
하고 爭地
엔 吾將趨其後
하고 交地
엔 吾將謹其守
하고 衢地
엔 吾將固其結
하고 重地
엔 吾將繼其食
하고 圮地
엔 吾將進其途
하고 하고 死地
엔 吾將示之以不活
이니라
主爲客而言故로 先擧衢重輕圍死로되 而復攙數外之絶地는 何오
因無留一語하여 僅附見於九變篇이로되 而去國越境而師者도 亦容有而不可沒者也라
故
로 兵之情
이 圍則禦
하고 不得已則鬪
하고 이니라
此는 承圍地死地而申結也니 與上文甚陷不懼一節로 略同이라
是故로 不知諸侯之謀者는 不能豫交하고 不知山林險阻沮澤之形者는 不能行軍하고 不用鄕導者는 不能得地利하나니
夫霸王之兵은 伐大國이면 則其衆不得聚하고 威加於敵이면 則其交不得合이라
是故
로 不爭天下之交
하고 不養天下之權
하고 하여 威加於敵
이라
三者는 非止軍爭之務요 而尤深入之要也라 故로 重述之라
聲先加人이면 則衆不得聚요 威先加人이면 則交不得合이라
故
로 하고 而晉鄙止鄴
하니 是則天下莫與我爭交
하여 而交不合於敵
이요 天下草如我養權
하여 而權自歸於我
니 所伸
이 雖一己之私
나 而威已震矣
라
無於法之賞과 無於政之令은 亦皆出人意外하여 而爲不可測也라
이니 犯之以事
에 勿告以言
하며 犯之以利
에 勿告以害
하여
요 는 常情也
니 若竝計利害
하여 告戒諄複
이면 則孰肯冒死就險哉
아
이라하니 犯之以事
하고 勿告以言也
요 이라하니 犯之以利
하고 勿告以害也
라
兵法極致
는 盡此數語
어늘 而前此十篇
에 故秘不發
하니 蓋不可妄傳也
요 至此
하여 遂
者
는 亦不可不傳也
일새라
-俗語云 甚是利害者는 猶云甚害也니 害之帶利는 正如勝之帶敗라
故
로 爲兵之事
는 在
敵之意
하고 竝力一向
하여 千里殺將
이니 是謂巧能成事
라
是故
로 政擧之日
에 夷關折符
하여 無通其使
하고 厲於廊廟之上
하여 以誅其事
하며 敵人開闔
이어든 必
入之
하여 하고 踐墨隨敵
하여 以決戰事
라
是故로 始如處女하여 敵人開戶하고 後如脫兎하여 敵不及拒니라
謂敵詐我以形이어든 我外示將順하여 佯若被愚하고 却竝我兵力하여 專意向之라
謀已定矣면 無益於事요 慮泄於機라 故로 無通其使也라
先字下에 着攻奪等字하면 太重故로 但云先其所愛라하여 使人自會意也라
遵我成算하고 因敵變化하여 以决戰事하니 所以亟入也라
노소老蘇는 용감한 자와 겁이 많은 자와 용맹과 겁이 반반인 자로 세 등급의 인물을 가설하여 간쟁諫諍에 비유하였으니, 이제 이것을 빌려 병사들을 비유해보겠다.
귀와 눈을 통일시켜서 용감한 자와 겁이 많은 자를 고르게 함은 세勢(기세)에서 구해야 하니, 기세로써 적과 싸움은 비유하면 용감한 자가 상賞을 탐하는 것이요, 여기에 더하여 기운을 다스리고 마음을 다스리고 힘을 다스려 문교文敎로 명령하고 무벌武罰로 통일시킴에 이름은 비유하면 용맹과 겁이 반반인 자로 하여금 두려워하여 따르게 하는 것이요, 사지死地에 빠지게 하는 것은 비유하면 겁이 많은 자가 호랑이에게 쫓기는 격이니, 이는 병가兵家의 가장 높은 경지境地이다.
이 이상 다시 한 층層이 없고 또한 가장 위험한 경계여서, 다시 앞으로 한 걸음의 여지餘地도 없으니, 이 때문에 가볍게 말할 수가 없고, 또한 감히 갑자기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중히 하고 또 신중히 하다가, 곧바로 지은 글이 장차 끝마칠 때에 이르러서야 겨우 말했으니, 이미 말을 하였으면 또 활을 당기기만 하고 발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한 번만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말하여, 기필코 다 드러내어 남김이 없음에 이른 뒤에야 끝났으니, 이는 손자孫子의 고심苦心이다.
군대를 출동하여 주둔하는 곳이 모두 아홉 가지인데, 얕은 데로부터 점점 깊어져서 사지死地에 이르러 다시 갈 곳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살길을 열어놓아 단지 위태로움과 멸망을 면할 뿐만이 아니요, 또 사지死地를 빌려 공功을 세우고 일을 성취할 수 있으니, 이것은 바로 병법兵法에 이른바 “병사들이 위험에 빠진 뒤에야 승리하여 적을 패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는 자가 마땅히 깊이 음미하여 완색玩索해야 할 것이다.
용병하는 법은 산지散地가 있고 경지輕地가 있고 쟁지爭地가 있고 교지交地가 있고 구지衢地가 있고 중지重地가 있고 비지圮地가 있고 위지圍地가 있고 사지死地가 있다.
제후(列國)가 자기 지역에서 스스로 싸우는 것을 산지散地라 하고, 남(적)의 지역에 들어가되 깊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경지輕地라 하고, 우리가 얻어도 이롭고 적이 얻어도 이로운 것을 쟁지爭地라 하고, 우리가 갈 수 있고 적이 올 수 있는 것을 교지交地라 하고, 제후의 땅이 삼면三面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먼저 이르면 천하의 무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을 구지衢地라 하고, 적의 지역에 깊이 들어가서 적의 성읍城邑을 많이 등지고 있는 것을 중지重地라 하고, 산림山林과 험조險阻와 저택沮澤(저습한 늪지대와 못)이어서 행군하기 어려운 모든 길을 비지圮地라 하고, 들어가는 길이 좁고 따라 돌아오는 길이 우회하여 적의 적은 병력으로 우리의 많은 병력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을 위지圍地라 하고, 급히 싸우면 생존하고 급히 싸우지 않으면 망하는 것을 사지死地라 한다.
이 때문에 산지散地에서는 싸우지 말아야 하고, 경지輕地에서는 머물러 있지 말아야 하고, 쟁지爭地에서는 오랫동안 적을 공격하지 말아야 하고, 교지交地에서는 길을 끊지 말아야 하고, 구지衢地에서는 외국과 연합하여 사귀어야 하고, 중지重地에서는 노략질하여야 하고, 비지圮地에서는 〈빨리〉 떠나가야 하고, 위지圍地에서는 도모하여야 하고, 사지死地에서는 〈결사적으로〉 싸워야 하는 것이다.
〈행군行軍〉의 ‘네 가지 이로움[四利]’은 행군行軍하는 요점을 대략 논한 것이니 지형의 일반적인 것이고, ‘여섯 가지 지형[六形]’은 편리한 곳을 가려 군대의 보조로 삼은 것이니 땅의 형태이고, ‘아홉 가지 지세地勢[九地]’는 주둔한 지역이 각각 다름에 따라 인정人情을 참작하여 이름하였으니, 땅의 세勢이다.
이 가운데 ‘교지交地’는 통형通形과 비슷하고 ‘비지圮地’는 척택斥澤(늪지대)과 유사한데, 참작하여 마땅하게 함은 사람에게 달려 있으니, 또한 세勢가 됨에 무방하다.
구지九地의 조목을 손자孫子가 이미 직접 설명하였으므로, 이제 다만 그 법法을 논한다.
“산지散地에서는 싸우지 말아야 한다.” 하였으나, 만약 적이 와서 공격하면 싸우지 않을 수가 없으므로, 아랫글에 “병사들의 마음을 통일시켜야 한다.” 하였고,
“경지輕地에는 머물러 있지 말아야 한다.” 하였으나, 험하고 막혀 있고 수비가 견고하면 머물지 않을 수가 없으므로, 아랫글에 “병사들로 하여금 연속되게 하여야 한다.” 하였으니,
병사들의 마음이 통일되면 자연 흩어져 도망하지 않고, 병사들로 하여금 연속되게 하면 곧바로 돌아오기가 어려우니, 이는 모두 앞의 말의 부족한 병폐를 바로잡은 것이다.
쟁지爭地에서 ‘적을 공격하지 말라.’ 한 것은 ‘뒤로 달려가 공격한다.’고 한 것이니, 〈군쟁軍爭〉에 자세히 보인다.
교지交地에서 ‘길을 끊기지 말라.’ 한 것은 ‘수비를 철저히 하라.’는 것이니, 거점을 연결하여 길을 통하게 하면 좋으나, 이렇게 하지 못하면 수비를 철저히 하여 적이 쳐들어오는 것을 방비하여야 한다.
구지衢地는 위魏 무제武帝가 이르기를 “내가 적과 서로 대치하고 있는데 옆에 다른 나라가 있는 것이 구지衢地이다.” 한 것이 이것이다.
협조하는 동맹국 하나를 얻었는데 ‘천하의 무리’라고 말한 것은 ‘도와주는 이가 많음이 지극한 경우에는 천하가 순종한다.’는 것과 같으니, 글을 가지고 뜻을 해치지 않는 것이 옳다.
‘외국과 연합하여 사귀어야 한다.’라고 한 것은 ‘외국과의 결속을 견고히 하여야 한다.’는 것이니, 다른 뜻이 없고 다만 거듭 묶은 것이다.
비지圮地에서는 ‘빨리 떠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으니, ‘그 길에서 빨리 진출하여야 함’을 말한 것이다.
‘비圮’는 물에 훼상되어 견고하지 못한 땅이니, 이러한 곳에는 진영과 보루를 구축할 수가 없고, 또 짠 갯벌은 물과 풀을 구하기가 나쁘므로 주둔할 수가 없는 것이니, 여기에서 ‘산림山林과 험조險阻와 저습한 늪지대와 못이어서 행군하기 어려운 모든 길이다.’라고 말한 것은 대개 이러한 따위를 말한 것이다.
좁은 곳을 따라 들어갔는데 적이 막고, 돌아가는 길이 우회하여 먼데 적이 가로막을 경우 기이한 계책이 있지 않으면 어찌 스스로 패망을 면하겠는가.
도모하여 미치지 못하면 적이 비록 포위하고 일부러 한 곳을 비워두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빈 곳을 막아야 하니, 병사들이 사지死地로 나아가고자 해서이다.
그러므로 ‘도모하여야 한다[謀]’라고 말하였으니, ‘그 빈 곳을 막음’을 말한 것이다.
사지死地에서는 극한 상황에 처하면, 오직 병사들을 격려하여 한 번 결사적으로 싸울 뿐이다.
그러므로 ‘결사적으로 싸워야 한다[戰]’라고 하였으니, ‘살지 못할 각오를 보임’을 말한 것이다.
본편本篇은 오로지 사지死地를 가지고 의논을 세웠으므로 비록 아홉 가지 지세地勢를 차례로 서술하였으나 정신이 집결되는 것은 모두 결말인 사지死地에 있으니, 이 때문에 이 한 편의 큰 두뇌頭腦가 되는 것이다.
옛날에 이른바 ‘용병을 잘하는 자’란 적으로 하여금 앞뒤가 서로 미치지 못하게 하고, 병력이 많은 부대와 적은 부대가 서로 믿지 못하게 하고,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이 서로 구원하지 못하게 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수습하지 못하게 하고, 병사들이 이산하여 모이지 못하게 하고, 병사들이 모여도 정돈되지 못하게 하니, 이익에 부합하면 출동하고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멈추었다.
‘앞뒤가 서로 미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왼쪽이 오른쪽을 구원할 수 없고 오른쪽이 왼쪽을 구원할 수 없게 하는 것이요, ‘병력이 많은 부대와 적은 부대가 서로 믿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모이면 흩어질 수 없고 흩어지면 모일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관리와 병사들은 귀하고 천한 차등이 있고, 장수와 부하들은 높고 낮은 등급이 있는데, 자신의 죽음을 구원하기에도 겨를이 없으므로 서로 돌아보고 구휼하지 못해서 심복心腹이 무너져 사지四肢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위엄이 진동하면 이산하여 모이지 못하고, 기운이 빼앗기면 모여도 정돈되지 못하니, 적으로 하여금 이와 같게 만들고, 우리는 다만 이로움과 이롭지 않음에 따라 출동하고 멈추는 것이니, 이렇게 하기 때문에 용병用兵을 잘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 절節이 윗장을 잇지 않고 특별히 따로 의논을 세운 것은 어째서인가?
이는 아랫글에 곧바로 사지死地와 연결하지 않고, 주인이 되고 객客이 되는 수많은 구어句語를 가지고 차례로 말하였기 때문에 다만 ‘용병用兵을 잘한다.’는 말로 단서를 일으킨 것이다.
감히 묻기를 “적의 병력이 정돈되어 장차 쳐들어오려고 하면 어떻게 상대하여야 합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먼저 적이 아끼는 곳을 빼앗으면 〈우리의 진퇴를〉 적이 따를 것이다.”라고 하였다.
군대의 실정은 신속함을 위주로 하니, 〈신속히 하면〉 적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 틈을 타고 적이 예상하지 않은 길을 경유하여, 적이 경계(수비)하지 않는 곳을 공격하게 된다.
산지散地가 구지九地의 맨 앞에 있는데, 제후諸侯가 스스로 자기 지역에서 싸운다면 바로 적의 침공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주인主人으로서 객客(적)을 대비하는 방법을 논하였으니, 문답하는 말을 가설한 것이다.
손빈孫臏이 위魏나라를 공격하여 조趙나라를 구원하면서 말하기를 “형세가 막히면 저절로 포위가 풀린다.” 하였으니, 이른바 ‘적이 아끼는 곳을 빼앗는다.’는 것이니, 이하의 내용은 적이 아끼는 곳을 빼앗는 방법이다.
그러나 적이 아끼는 곳을 어찌 대비하지 않고 경계하지 않겠는가.
또한 형체를 드러내 보여 적의 허虛‧실實을 나타나게 함에 달려 있을 뿐이다.
무릇 객이 되어 전투하는 방도는 깊이 쳐들어가면 병사들의 마음이 전일해지니, 주인이 된 자는 이기지 못한다.
풍요로운 들에서 노략질하여 삼군三軍의 양식이 풍족하면, 병사들을 삼가 기르고 수고롭게 하지 말아서 기운을 합하고 힘을 축적하며 군대를 운용하고 계책을 세워서 우리의 장병들로 하여금 우리의 계책을 측량할 수 없게 하여야 한다.
도망할 곳이 없는 곳으로 병력을 투입하면 병사들이 죽어도 패주하지 않으니, 죽을 각오로 싸운다면 병사들이 힘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병사들은 위급한 지역에 깊이 빠져 있으면 두려워하지 않고, 갈 곳이 없으면 견고해지고, 적지로 깊이 쳐들어가면 구속되고, 부득이하면 결사적으로 싸운다.
이 때문에 군대를 정돈하지 않아도 경계가 철저하며, 구하지 않아도 사력死力을 얻으며, 약속하지 않아도 친해지며, 호령하지 않아도 믿는 것이다.
요상함을 금지하고 의심스러운 계책을 제거하면, 병사들이 죽음에 이르러도 딴 생각이 없게 된다.
우리 병사들이 남긴 재물이 없는 것은 재물을 싫어해서가 아니요, 남긴 목숨이 없는 것은 장수長壽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출전 명령을 내리는 날에 병사들 중에 〈출전하지 못하고〉 앉아 있는 자들은 눈물이 옷깃을 적시고, 병으로 누워 있는 자들은 눈물이 흘러 턱으로 내려가니, 도망할 곳이 없는 곳으로 병력을 투입하면, 이것은 전제專諸와 조귀曹劌의 용맹이 나오는 것이다.
경지輕地 이하는 모두 객客이므로 다음에 객客이 되어 싸우는 방도를 논한 것이다.
경지輕地에서는 머물지 말아야 하니, 그렇다면 중지重地인 것이다.
그러므로 “〈중지重地에서는〉 노략질하여 양식을 풍족히 한다.” 하였고, 우리가 이미 깊이 쳐들어갔으면 적은 산지散地에 있으므로 “주인主人이 된 자는 이기지 못한다.”라고 한 것이다.
‘병사들을 삼가 기르고 수고롭게 하지 말라.’는 것은 기운을 합하고 힘을 축적하기 위해서이니, 기운을 합하고 힘을 축적함은 장차 결사적으로 적과 싸우기 위해서이다.
그래도 여전히 병사들의 사력을 얻지 못할까 염려되므로 반드시 계책을 은밀히 운용하여 병사들로 하여금 측량하지 못하게 해서 사지死地로 투입하는 것이니, 만약 병사들로 하여금 자신이 사지死地로 들어가는 것을 알게 한다면 어찌 기꺼이 스스로 사지死地에 빠지려 하겠는가.
이렇게 한 뒤에야 물이 새는 배에 앉은 듯하고 불타는 지붕에 엎드려 있는 듯하여, 적을 찾기를 잃어버린 자식을 찾듯이 하고 적을 공격하기를 물에 빠진 사람을 구원하듯이 할 수 있으니, 사지死地는 사지死地이나 결코 패배함이 없는 것이다.
이미 한번 죽기로 작정했기 때문에 구하는 것마다 얻지 못함이 없어서 사람마다 사력을 다하는 것이다.
‘위급한 지역에 깊이 빠져 있으면 두려워하지 않음’은 요행으로 살기를 바라는 희망을 끊는 것이다.
‘고固’는 전일함이요, ‘구拘’는 갇힘이요, ‘투鬪’는 ‘곤궁한 짐승도 오히려 싸운다.’는 것이다.
‘수修’는 신칙함이요, ‘계戒’는 경계하여 대비함이요, ‘구求’는 책責함이요, ‘득得’은 병사들의 사력을 얻는 것이다.
‘요상함을 금지하고 의심스러운 계책을 제거함’은 《삼략三略》에 “무당과 축원하는 사람을 금지하여 관리와 병사들로 하여금 군대의 길흉을 점쳐 묻지 못하게 하고, 변사辯士들로 하여금 적의 아름다움을 말하지 못하게 하여야 하니, 이는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
‘남긴 목숨이 없다.’는 것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버릴 수 있다고 말함과 같으니, 재물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눈물이 흘러 옷깃을 적시고 턱에 흐름’은 질병으로 앉아 있고 누워 있는 자들의 심정이다.
‘제諸’는 전제專諸이고 ‘귀劌’는 조귀曹劌이니, 모두 옛날의 용사이다.
그러므로 용병用兵을 잘하는 자는 비유하건대 솔연率然과 같이 하니, 솔연이란 상산常山에 있는 뱀이다.
그의 머리를 치면 꼬리가 이르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이르고, 중간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이른다.
“군대를 솔연率然이라는 뱀과 같게 할 수 있습니까?”
월越나라 사람과 오吳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하나 한 배를 타고 물을 건너다가 풍랑을 만나면 서로 구원하기를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구원해주듯이 한다.
이 때문에 말을 묶어놓고 수레바퀴를 땅속에 묻어두더라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용맹한 자와 겁이 많은 자를 하나로 통일시킴은 군정軍政의 도道이고, 강剛한 자와 유약柔弱한 자가 모두 쓰임을 얻는 것은 처지가 그렇게 만드는 이치이다.
그러므로 용병用兵을 잘하는 자가 손을 잡고 한 사람을 부리는 것과 같이 함은 〈형세가〉 부득이하기 때문이다.”
‘솔연率然’은 뱀의 이름이니, 《박물지博物志》에 “지금도 많이 있다.” 하였다.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대대로 원수의 나라로서 날마다 방패와 창을 찾아 전쟁이 계속되어서 서로 미워함이 풍속이 되었으므로 빌려서 비유한 것이다.
방마方馬는 위魏 무제武帝가 이르기를 “말을 묶어놓은 것이다.” 하였으니, 지금 이 말을 따른다.
사람(병사들)을 진실로 솔연率然처럼 만들 수 있는가?
지금 오吳나라와 월越나라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지만 한 배를 타고 가다가 풍랑을 만나게 되면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구원하듯이 하는데, 하물며 훌륭한 장수가 병사들을 기를 적에 자기 몸과 차별을 두지 않아 함께 사지死地에 빠짐에 있어서랴.
그러므로 사람들은 용맹한 자와 겁이 많은 자를 막론하고 하나로 통일시켜 똑같게 만들 수 있고, 성품은 강하고 유약함을 막론하고 모두 그의 사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니, 이는 장수의 군정軍政과 계책, 처한 바의 위치에 부득이한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비록 말을 묶어놓고 수레바퀴를 묻어놓아 병사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하더라도 오히려 너는 너이고 나는 나라는 마음을 품어서 서로 구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니,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용병用兵을 잘하는 자는 삼군三軍의 무리를 범하여 마치 손을 잡고 한 사람을 부리는 것과 같게 하니, 이는 특별한 속임수와 공교로운 계책이 있어서가 아니요, 진실로 형세가 부득이하기 때문이다.
장군의 일은 고요하고 그윽하며 바르고 엄정해야 한다.
‘정靜’은 편안하고 한가로움이요, ‘유幽’는 깊음이요, ‘정正’은 바르고 진중함이요, ‘치治’는 엄정하고 침착함이다.
병사들의 귀와 눈을 어리석게 만들어서 알지 못하게 하여야 하니, 일을 바꾸고 계책을 변경하여 병사들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하며, 주둔하는 지역을 바꾸고 길을 우회하여 병사들로 하여금 생각할 수 없게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장수가 병사들과 기약하기를 마치 높은 곳에 올라가면 사다리를 제거하듯이 하고, 장수가 병사들과 함께 제후諸侯의 땅에 깊이 쳐들어가되 기아機牙를 발동하듯이 하여야 한다.
양 떼를 몰듯이 하여 병사들을 몰고 가고 몰고 와서 가는 곳을 알지 못하게 하여야 하니, 삼군三軍의 무리를 모아서 위험한 곳으로 투입하는 것이 장군의 일이다.
‘병사들의 귀와 눈을 어리석게 만든다.’는 것은 저공狙公이 원숭이에게 상수리를 줄 적에 원숭이들을 기쁘게 하고 노엽게 하지 않은 것이며, 양앙梁鴦이 호랑이를 기를 적에 그 성질에 순히 하고 거슬리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다.
‘일을 바꾼다.’는 것은 묵은 자취를 따르지 않음을 이르고, ‘계책을 변경한다.’는 것은 예전의 계책을 답습하지 않음을 이르니, 만약 계책을 규구䂓矩와 승묵繩墨처럼 똑같게 한다면 사람들이 모두 쉽게 알아차릴 것이니, 〈병사들을〉 어리석게 하는 방법이 아니다.
‘주둔하는 지역을 바꾸는 것’은 오래 머물면 병사들이 해이해질까 두려워해서요, ‘길을 우회하는 것’은 곧바로 가면 병사들이 의심할까 두려워해서이다.
사다리를 제거함은 물러날 수 없게 하는 것이요, 기아機牙를 발동하듯이 함은 화살이 활시위를 떠난 것이다.
양 떼를 몰고 가듯이 하는 것은 병사들이 아는 바가 없고 생각하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양이 만약 도살장으로 가는 것을 안다면 어찌 팔뚝으로 지휘하여 모두 오게 할 수 있겠는가.
윗글을 이어서 말하기를 “병사들이 사지死地에 있어야 비로소 힘을 다하는데, 병사들을 사지死地로 투입하는 자는 장수이니, 만약 고요하고 그윽하며 바르고 엄정한 사람(장수)이 아니면 어떻게 넓적다리와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병사들을 전도시켜 우롱할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한 뒤에야 비로소 장군의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장수는 구지九地의 변통과 굴신屈伸의 이익과 인정人情의 이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이르러 비로소 편篇의 머리를 돌아보고 다시 구지九地를 거듭 말하려 하였는데, 그대로 사지死地에 나아가 의논을 세운 것은 위의 글을 이어받은 것이다.
‘갈 곳이 없음’은 굽힘[屈]이요, ‘급히 싸우면 생존함’은 폄[伸]이요, ‘싸워서 승리함’은 이로움[利]이요, ‘죽어도 패주하지 않음’은 이치[理]이다.
무릇 객客이 되어 싸우는 방도는 적지에 깊이 쳐들어가면 병사들의 마음이 전일해지고, 얕게 들어가면 병사들의 마음이 흩어진다.
국도國都를 떠나 국경을 넘어 군대를 운용하는 것은 끊긴 땅[絶地]이고, 사방으로 통하는 곳은 구지衢地이고, 깊숙이 들어간 것은 중지重地이고, 얕게 들어간 것은 경지輕地이고, 뒤에 산이 있고 앞이 좁은 곳은 위지圍地이고, 갈 곳이 없는 것은 사지死地이다.
이 때문에 산지散地에서는 내(장수)가 병사들의 마음을 통일시켜야 하고, 경지輕地에서는 내가 병사들로 하여금 〈부대가 끊이지 않고〉 연속되게 하여야 하고, 쟁지爭地에서는 내가 장차 적의 뒤로 달려가야 하고, 교지交地에서는 내가 수비를 철저히 하여야 하고, 구지衢地에서는 내가 외국과의 사귐을 견고히 하여야 하고, 중지重地에서는 내가 군량을 계속하여야 하고, 비지圮地에서는 내가 빨리 다른 길로 진출하여야 하고, 위지圍地에서는 내가 적의 포위망의 빈 곳을 막아야 하고, 사지死地에서는 내가 병사들에게 살지 못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객客이 된 입장을 위주로 말했으므로 먼저 구지衢地, 중지重地, 경지輕地, 위지圍地, 사지死地를 들었는데, 다시 열외의 절지絶地를 끼워 넣은 것은 어째서인가?
‘절지絶地에서는 머물지 말라.’고 한 말을 겨우 〈구변九變〉에 붙여 보였는데, 국도國都를 떠나 국경을 넘어서 군대를 출동한 경우에는 혹 절지絶地에 머물 수가 있어서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하 거듭 말한 것은 모두 편篇 머리에 해석하였다.
그러므로 군대의 정상情狀이, 포위되면 적을 막고, 부득이하면 싸우고, 위급한 지역에 심하게 빠지면 내(장수)가 가는 바를 따르는 것이다.
이는 위지圍地와 사지死地를 이어 거듭 맺은 것이니, 윗글의 ‘병사들이 위급한 지역에 깊이 빠져 있으면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한 절節과 대략 같다.
‘과過’는 빠지기를 심하게 함과 같고, ‘종從’은 병사들이 내가 가는 바를 따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후諸侯의 계책을 알지 못하는 자는 미리 외국과 사귀지 못하고, 산림山林과 험조險阻와 저택沮澤을 알지 못하는 자는 군대를 출동시키지 못하고, 향도鄕導를 사용하지 않는 자는 지리地利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네 가지와 다섯 가지 중에 하나라도 알지 못하면 패자霸者와 왕자王者의 군대가 아니다.
패자와 왕자의 군대는 큰 나라를 정벌하면 적의 무리가 모일 수 없고, 위엄을 적에게 가하면 적의 사귐(외교)이 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하의 사귐을 다투지 못하게 하고 천하의 권세를 기르지 못하게 하고서, 자신의 사사로운 야망을 펼쳐서 위엄을 적에게 가한다.
그러므로 적의 성을 함락할 수 있고 적의 국도國都를 허물 수 있는 것이다.
세 가지는 군쟁軍爭(군대가 서로 다툼)의 일에 그치지 않고, 더욱 깊이 적지에 쳐들어가는 요점이므로 거듭 기술한 것이다.
‘사오四五’는 의심컨대 탈자脫字나 오자誤字가 있는 듯하니, 감히 억지로 해석하지 못한다.
성세聲勢를 먼저 적에게 가하면 적의 무리가 모일 수 없고, 위엄을 먼저 적에게 가하면 외교外交가 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진秦나라 군대가 성고成皐를 막으면 한韓나라의 가운데가 분단되었고, 백기白起가 한단邯鄲을 공격하자 진비晉鄙가 업鄴 땅에서 멈추고 전진하지 못했으니, 이는 천하가 우리와 더불어 외교外交를 다툴 수 없어서 적의 외교가 합하지 못하는 것이요, 천하에 우리의 권세를 기르는 것보다 더한 자가 없어서 권세가 저절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니, 펼친 것은 비록 장수 한 사람의 사사로운 야망이나, 위엄이 이미 진동하였다.
그러므로 적의 성城을 함락하고 적의 국도國都를 허물 수 있는 것이다.
휴隳는 허무는 것이니, ‘노魯나라가 세 도읍을 허물었다.’는 것이 이것이다.
법에 없는 상賞을 시행하고, 정사에 없는 명령을 걸어놓아야 한다.
법法에 없는 상賞과 정사에 없는 명령은 또한 모두 사람의 예상 밖에서 나와 측량할 수 없는 것이다.
‘현懸’은 ‘상위象魏에 법法을 걸어놓는다.’는 현懸과 같다.
삼군三軍의 무리를 범犯하되 한 사람을 부리듯이 하여야 하니, 일로써 범할 적에 처음에 계획한 말을 일러주지 말며, 이익으로써 범할 적에 병사들에게 해로움을 말해주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병사들을 망할 땅에 투입한 뒤에야 생존하고, 죽을 땅에 빠뜨린 뒤에야 살 수 있으니, 병사들이 이해利害에 빠진 뒤에야 승패를 결단할 수 있는 것이다.
‘범犯’은 ‘얼굴을 범犯한다.’는 범犯과 같으니, 범하기 어려운 바를 범하는 것이다.
성공은 함께 즐길 수 있으나 시작은 함께 도모할 수 없고, 따르게 할 수는 있어도 알게 할 수 없는 것은 사람의 떳떳한 정情이니, 만약 장수가 이롭고 해로움을 장병들과 함께 계산하여 자세히 일러주면 누가 기꺼이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한 곳으로 나아가겠는가.
이소李愬가 채주蔡州를 습격할 적에 명령하기를 “다만 서쪽으로 가라.” 하였으니, 일로써 범하고 말로써 고하지 않은 것이요, 한신韓信이 조趙나라를 정벌할 적에 약속하기를 “조趙나라를 격파하고 회식會食하겠다.” 하였으니, 이로움으로써 범하고 해로움으로써 고하지 않은 것이다.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위태로움은 그 지위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요, 망함은 그 생존을 보존하는 것이다.” 하였으니, 손자孫子는 아마도 일찍이 《주역周易》을 배운 자인가 보다.
어쩌면 그리도 말이 《주역周易》에 합치된단 말인가.
병법兵法의 극치가 이 몇 마디 말에 다하였는데, 앞의 10편에서는 일부러 숨기고 말하지 않았으니, 이는 함부로 전할 수 없기 때문이요, 여기에 이르러 마침내 소반 채로 남김없이 다 드러내 보인 것은 또한 전하지 않을 수 없어서이다.
‘해害’는 이해利害라는 말과 같고, ‘승패勝敗’는 승패勝敗를 결단한다는 말과 같다.
-속담에 ‘심시이해甚是利害’라고 말함은 ‘심히 해롭다.’는 말과 같으니, 해害에 이利를 겸하여 덧붙인 것은 바로 승勝에 패敗를 겸하여 덧붙인 것과 같다.
그러나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바람과 비로써 적셔준다.” 하였는데, 바람은 적셔줄 만한 물건이 아니요, 아랫글에 “적들이 성문을 열고 닫을 적에 반드시 빨리 쳐들어가야 한다.” 하였는데, 닫음은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니, 옛사람이 글을 쓸 적에 진실로 이와 비슷한 것이 많다.-
그러므로 군대를 출동하는 일은 적의 뜻을 순종하여 거짓으로 속는 체하고, 힘을 합하여 적에게 전일專一한 마음으로 향해서 천 리를 달려가 적장을 죽임에 있으니, 이것을 일러 ‘공교하여 능히 일을 이룬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정軍政을 거행하는 날에 관문關門을 폐쇄하고 부신符信(신표)을 꺾어버려서 적의 사자使者가 왕래하지 못하게 하고, 낭묘廊廟(조정)의 위에서 엄격히 통제하여 일을 다스리고, 적들이 성문을 열고 닫을 적에 반드시 빨리 쳐들어가서 적이 아끼는 곳을 먼저 공격하되 은밀히 시기에 맞추어 달려가고, 법도를 실천하고 적의 변화에 따라 전쟁하는 일을 결정하여야 한다.
이 때문에 처음엔 처녀와 같이 유순하게 행동하여 적들이 문을 열게 하고 뒤에는 그물을 빠져나가는 토끼와 같이 신속히 행동하여 적이 미처 막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순順’은 받들어 순종함이요, ‘상詳’은 거짓[佯]이니, 상詳과 양佯은 고자古字에 통용되었다.
이는 적敵이 형태로써 우리를 속이거든 우리가 겉으로 적의 속임수를 받들어 순종해서 거짓으로 어리석어 속는 것처럼 하고는 우리의 병력을 총동원하여 한마음으로 적에게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능히 천 리 멀리 있는 적장을 죽일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이夷’는 위魏 무제武帝가 말하기를 “닫는 것이다.” 하였으니, 이 말을 따른다.
‘부符’는 대나무로 만들어 사신을 통행하게 하는 신표信標이니, 《사기史記》에 “제왕齊王이 초楚나라의 신표信標를 부러뜨리고 진秦나라와 연합했다.”는 것이 이것이다.
계책이 이미 정해졌으면 일에 유익함이 없고 기밀이 누설될 우려가 있으므로 사신을 통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厲’는 칼을 가는 숫돌로 갈고 닦음이요, ‘주誅’는 다스림이다.
‘선先’자 아래에 ‘공攻’자와 ‘탈奪’자 등을 놓는 것이 너무 무거우므로 다만 “그 아끼는 곳을 먼저 한다.[先其所愛]”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뜻을 이해하게 한 것이다.
만약 장차 적이 아끼는 곳을 공격하게 되면 은밀히 시기에 맞추어 달려감을 보여줌은 그 틈을 열기 위해서이다.
내가 이루어놓은 계책을 따르고 적의 변화를 인하여 전쟁하는 일을 결단하니, 이 때문에 급히 쳐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처녀는 순하고 약하며, 그물을 빠져나가는 토끼는 빠르니 ‘탈脫’은 그물에서 탈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