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物之生은 小大異稱하고 惟人所處는 閒劇有宜니이다
是以
로 造物者
는 聽其自然
하고 而用人者
는 貴於
이니이다
以謂良冶之砥石은 不能發無刃之金하고 大匠之斧斤은 不能器不才之木이니이다
碌碌何功
이리오마는 猶或一書於竹帛
이요 堂堂偉績
은 尙能悉載於
리이다
09. 중서사인中書舍人을 제수받고 집정執政에게 사직하는 계주啓奏
최근에 성은聖恩을 입어 중서사인中書舍人을 제수받고, 따라서 장복章服도 다시 하사받았습니다.
폄관貶官되어 줄곧 강호江湖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대성臺省에 몸을 두게 되니 마음이 편안하지 못한데 이어서 한묵翰墨을 다루는 자리(中書舍人)에 올라 조칙詔勅의 글을 열심히 지어내게 하셨습니다.
중서사인中書舍人의 사면을 청했지만 허락받지 못하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더욱 불안합니다.
무릇 생물生物은 크고 작음에 따라 칭호가 다르기 마련이고, 사람은 천성이 같지 않으므로 처한 자리가 한가한 것이 알맞은 사람도 있고, 분답한 것이 알맞은 사람도 있습니다.
원숭이는 옷을 입고 모자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원거爰居란 새는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그런 것을 갖는 것이 두렵고 그런 것을 버리는 것이 편합니다.
이 때문에 조물주造物主는 자연自然의 이치를 따르게 해주고, 사람을 쓰는 이는 재능에 따라 임용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그런 뒤에야 재능이 알맞게 쓰이게 되고, 천성이 손상되는 바가 없습니다.
모某는 소시에는 글을 읽고 중년에는 꽤 시사時事에 대해 의논하기를 좋아하였습니다.
계책으로 세상일을 간섭하고, 세상 사람을 구제하려는 망령스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많은 주독奏牘을 쓴 것은 광적狂的인 것을 이미 동방삭東方朔에게 비교할 수 있거니와, 슬피 눈물을 흘린 것 또한 가생賈生처럼 충심忠心을 다한 것입니다.
요즘 과도한 걱정으로 시달린 끝에 비로소 자연법칙의 지리至理를 들었습니다.
빈 배가 가볍게 떠서 자유로이 오가는 것처럼 마음을 텅 비우고, 사그라진 재가 불타지 않는 것처럼 생각을 고요히 가지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고독하게 있었으니 쓸 수 있는 재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련製鍊에 뛰어난 장인匠人의 숫돌은 무딘 쇠를 날카롭게 만들 수 없고, 기예技藝가 뛰어난 목공木工의 도끼는 재목을 이루지 못한 나무를 기구로 만들 수 없습니다.
단속을 받지 않고 방종할 따름이니, 그대로 끝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태양이 계속 떠오르듯 은덕恩德을 꾸준히 베푸시어 여러 현인을 널리 취해서 치정治政을 돕게 하실 줄 어찌 생각하였겠습니까?
기록驥騄 속에 파노罷駑가 끼어 있고, 편남楩柟 속에 저력樗櫟이 섞여 있는 것과 같습니다.
뜻밖에 녹용錄用되었으니 녹용錄用된 이유를 전연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직위가 높은 고관高官을 만났는데, 그는 도道가 너무 커서 무어라 형언하기 어렵고 재주가 높아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습니다.
깊이 생각하옵건대 하늘을 감격시킬 만한 큰 공업功業을 성취시키는 것은 본래 현능賢能한 선비를 등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로二老 같은 은자隱者를 유하幽遐한 임천林泉에서 돌아오게 하고, 구관九官이 천거한 유능한 인재를 다 임용하였습니다.
아래로 미천하고 비루한 사람에 이르기까지도 더러 녹용錄用하였습니다.
일찍이 유방流放‧폐기廢棄된 끝에 갑자기 시종侍從의 반열에 참여되었습니다.
조의朝衣에 육식肉食을 할 처지가 되었으니, 비록 돌아갈 생각을 한다 하더라도 돌아갈 길이 없고, 빨리 서둘러 구제해야 할 위급한 상황이니, 처해진 상황의 적당 여부만을 살펴볼 뿐입니다.
백성들이 크게 안정되기를 희망하고, 온 천하가 태평무사하기를 바랍니다.
무능한 것이 무슨 공을 세우리오마는 혹시 한 번이라도 죽백竹帛(史冊)에 쓰일 수 있을 것이고, 당당堂堂한 위적偉績은 말할 것도 없이 모두 성시聲詩에 실릴 것입니다.
이것을 제외한 이외의 것은 더 말씀드릴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