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者는 天下衣食之所仰이요 國家錢穀之所出이라 故春耕夏耘秋收三時엔 斷斷乎不可奪者也라
或有興作이어나 或有饋運하야 將以役民이면 必度其事之重輕急緩하야 果重而急者는 則遵而行之하고 果輕而緩者는 則申而請之라
不可執一偏而沽名이요 不可因其末而弄本이니 惟深計熟慮而後行之可也라
농사는 천하 사람들의 의식衣食이 달려 있고 국가의 전곡錢穀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봄에 밭을 갈고 여름에 김을 매고 가을에 추수하는 세 계절에는 결코 그 시기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공역工役을 일으키거나 곡물을 운반할 일이 있어 장차 백성을 부리게 되면 반드시 그 일의 경중輕重과 완급緩急을 헤아려서, 중요하고 급한 일이면 그대로 따라서 행해야 하지만 중요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은 일이면 상부에 상신上申하여 〈중지해주기를〉 요청해야 한다.
한 쪽에만 치우쳐 명예를 추구해서도 안 되고, 말단으로 인하여 근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니, 오직 깊이 생각한 뒤에 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