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有興作에 適當農忙하야 或遭旱而車戽救田이어나 或多雨而收穫方勤이어든 皆須審察何者重輕이라
果由兵興하야 急用軍需軍器等物은 立候以用이요 不可少停이니 則必遵奉施行이요 不宜後也라
其或非此之急이요 別有繕修면 是宜詢察農時하야 具其冗迹하야 明爲何事或重或輕하야 上達其由하고 候隙而作이면 庶幾不致妨農이요 亦不失於公務리라
무릇 관官에서 공역工役을 하려고 할 때 마침 농번기農繁期를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가뭄이 들어서 수차水車로 논에 물을 대거나 비가 많이 와서 한창 수확할 때에는 모두 어느 일이 중하고 어느 일이 가벼운지를 살펴야 한다.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서 급히 써야 하는 군수품과 군기軍器 등은 당장 써야 하고 잠시도 지체해서는 안 되니 반드시 명령대로 시행해야 하고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렇게 급하지 않고 별도로 수선해야 할 일이 있으면 이런 일은 농사 때를 살펴서 그 바쁜 실상을 상세히 갖추고 어느 일이 중하고 어느 일이 가벼운지를 명확히 하여 그 사유를 보고한 뒤 농한기農閑期를 기다려서 하면 농사일에 방해되지 않고 공무公務도 차질이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