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구 : 사현휘(謝玄暉)의 〈화서도조(和徐都曹)〉라는 시의 일부이다. 빛의 파장은 눈으로 감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햇빛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없는데, 물에 햇빛이 비치면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빛이 반사되어 물결이 반짝이며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시인은 햇빛이 물 위에서 넘실거린다고 한 것이다. 바람 역시 빛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촉촉히 윤기가 흐르는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면 그것에 따라 풀잎에 감도는 영롱한 빛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바람 빛이 풀 위에 떠 있다고 본 것이다. 아침 햇빛이 물결 위에서 찬란히 빛나고, 또 햇빛을 받은 방초 위를 부는 바람은 싱싱하게 자라는 풀밭을 마치 물결인양 일렁이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사현휘(謝玄暉, 464~499) 중국 남조(南朝)때 남제(南齊)의 시인. 이름은 조(脁)이며 현휘(玄暉)는 그의 자(字)이다. 오언시(五言詩)를 잘 썼으며, 선성(宣城)의 태수가 되었으므로 사선성(謝宣城)이라고도 불렀다. 문집으로는 《사선성집(謝宣城集)》5권이 있다. 화서도조和徐都曹 완락가오유宛洛佳遨遊 : 완땅이나 낙양이 놀기 좋지만 춘색만황주春色滿皇州 : 황주에도 봄 빛은 가득하다네. 결진청교로結軫靑郊路 : 수레 타고 푸른 들길로 나와 회감창강류回瞰蒼江流 : 돌아보니 푸른 강이 흐르고 있네. 일화천상동日華川上動 : 햇빛은 시냇물 위에서 넘실거리고, 풍광초제부風光草際浮 : 바람 빛은 풀 사이에 떠있다네. 도이성혜경桃李成蹊徑 : 복숭아 오얏꽃 지름길을 이루고, 상유음도주桑楡廕道周 : 온통 길에는 뽕나무 느릅나무 그늘지네. 동도이숙재東都已俶載 : 동도엔 이미 농사가 시작되니, 언귀망록주言歸望綠疇 : 돌아가 푸른 밭두둑 바라볼라네. 3, 4 구 : 왕유(王維)의 〈산거추명山居秋暝〉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왕유는 당시 관리생활을 하면서도 광대한 별장을 가지고 은일생활을 즐겼다고 하는데, 이 시는 어느 가을 저녁에 별장에서 느껴지는 경치를 노래한 것이다. ※ 왕유(王維, 699~759) 중국 당(唐)나라의 궁정시인. 자(字)는 마힐(摩詰)이며, 산서성(山西省) 태원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뛰어났었다고 함. 개원 9년에 진사가 되었고, 좌습유, 관찰어사, 이부랑중을 거쳐 천보 원년에 급사중(給事中)이 되었다. 왕유는 관리가 된 뒤에 도성의 동남쪽 섬서성 남전현 종남산에 망천장이라는 별장을 가졌는데, 매우 광대하였다고 한다. 저서로는 《왕우승집(王右丞集)》6권이 있다. 산거추명山居秋暝 공산신우후空山新雨后 : 쓸쓸한 가을산에 비가 그치니, 천기만래추天氣晩來秋 : 해질녘 날씨는 가을 기분이 도네. 명월송간조明月松間照 :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로 비추고 청천석상류淸泉石上流 : 맑은 샘은 돌 위를 흐르는구나. 죽훤귀완녀竹喧歸浣女 : 대숲의 수다는 빨래하던 아낙들 돌아가는 것일 게이고, 연동하어주蓮動下漁舟 : 연잎의 일렁임은 고기배 흐르는 것일 게이다. 수의춘방헐隨意春芳歇 : 제멋대로 봄꽃이 진들 어떠리! 왕손자가류王孫自可留 : 왕손은 스스로 머무를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