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구 : 이 구절은 도연명의 〈의고(擬古)〉라는 시의 일부이이다. 길게 뻗은 길 양 옆을 따라 소나무가 가로수처럼 늘어서 우거져있고, 하늘에 흐르던 구름조차 처마 끝에 걸려서 머물러 있는 것 같은 깊고 고요한 산 속의 풍경을 표현하였다. 의고擬古 동방유일사東方有一士 : 동방에 한 선비 있는데, 피복상불완被服常不完 : 의복은 언제나 남루하였네. 삼순구우식三旬九遇食 : 한 달에 아홉끼니가 고작이고 십년저일관十年著一冠 : 십년을 관 하나로만 지냈다 하네. 신고무차비辛苦無此比 : 누차함 이보다 더할 수 없지만 상유호용안常有好容顔 : 언제나 얼굴 빛 아름다워라. 아욕관기인我欲觀其人 : 내 그 사람 보고자 하여 신거월하관晨去越河關 : 새벽에 강나루 건너 갔었네. 청송협로생靑松夾路生 : 푸른 소나무는 길을 끼고 자라고 백운숙첨단白雲宿簷端 : 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물었구나. 지아고래의知我故來意 : 내 부러 찾아온 뜻 알고 있는지 취금위아탄取琴爲我彈 : 거문고 끌어당겨 날 위해 줄고르네. 상현경별학上絃驚別鶴 : 고음으론 별학조로 놀래키더니, 하현조고란下絃操孤鸞 : 저음으론 고란조로 가라앉히네. 원류취군주願留就君住 : 바라건대 그대 곁에 머무르면서 종금지세한從今至歲寒 : 지금부터 한겨울을 지내봤으면. 3, 4 구 : 맹호연의 〈하일남정회신대(夏日南亭懷辛大)〉라는 시의 일부이다. 바람에 실려오는 연꽃 향기와 대나무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맑은 이슬을 청각과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잘 표현해 내고 있다. 하일남정회신대夏日南亭懷辛大 산광홀서락山光忽西落 : 산마루에 떠있던 해 서쪽으로 훌렁 지고 지월점동상池月漸東上 : 연못에 비치는 달 천천히 동쪽으로 떠오르네. 산발승야추散髮乘夜杽 : 서늘한 밤바람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개헌와한창開軒臥閑敞 : 대청 열어 젖히고 한가로이 누웠더니 하풍송향기荷風送香氣 : 연꽃 바람은 향기를 보내오고 죽로적청향竹露滴淸響 : 대나무 이슬 맑은 소리로 떨어지네. 욕취명금탄欲取鳴琴彈 : 거문고를 가져다 뜯으려 하다가도 한무지음상恨無知音賞 : 들어줄 벗 없음이 못내 한스러. 감차회고인感此懷故人 : 그러자니 옛친구 생각 더욱 간절해 중소로몽상中宵勞夢想 : 한밤중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