右洵이 先奉勅編禮書에 後聞臣僚上言하니 以爲祖宗所行이 不能無過差라하여 不經之事를 欲盡芟去하여 無使存錄하니이다
前所授勅은 其意曰 纂集故事而使後世無忘之耳요 非曰 制爲典禮而使後世遵而行之也니이다
然則洵等所編者는 是는 史書之類也니 遇事而記之에 不擇善惡하고 詳其曲折하여 而使後世得知而善惡自著者니 是는 史之體也니이다
若夫存其善者而去其不善이면 則是制作之事요 而非職之所及也어늘 而議者以責洵等은 不已過乎잇가
且又有所不可者하니 今朝廷之禮가 雖爲詳備나 然이나 大抵往往亦有不安之處하니 非特一二事而已니이다
旣欲去之면 則其勢不得不盡去요 盡去則禮缺而不備니이다
苟獨去其一而不去其二면 則適足以爲牴牾齟齬 而不可齊一하니이다
且議者之意는 不過欲以掩惡諱過하여 以存臣子之義니 如是而已矣니이다
昔에 孔子作春秋하실새 惟其惻怛而不忍言者而後有隱諱하니
至於
과 와 과 과 와 과 하여는 若此之類
는 皆書而不諱
하니 其意以爲雖不善
이나 而尙可書也
니이다
今先世之所行이 雖小有不善者나 猶與春秋之所書者로 甚遠이로되 而悉使洵等으로 隱諱而不書하니
如此면 將使後世로 不知其淺深하고 徒見當時之臣子가 至於隱諱而不言하여 以爲有所大不可言者면 則無乃欲益而反損歟잇가
然이나 其所謂諱者는 非不書也요 書而迂曲其文耳니 然則其實猶不沒也니이다
其實猶不沒者는 非以彰其過也요 以見其過之止於此也니이다
今無故로 乃取先世之事而沒之면 後世將不知而大疑之리니 此大不便者也니이다
班固가 作漢志에 凡漢之事를 悉載而無所擇하니 今欲如之면 則先世之小有過差者가 不足以害其大明하고 而可以使後世無疑之之意요 且使洵等爲得其所職하여 而不至於侵官者니이다
注
일에 대한 실정實情이 밝고, 경전經典의 뜻에도 부합된다.
제가 앞서 조칙詔勅을 받들어 예서禮書를 편찬함에, 뒤에 신료들이 올리는 말을 들으니, 조종祖宗이 행하신 바에 잘못이 없을 수 없다 하여 상규常規에 합당하지 않은 일을 모두 제거하여 기록에 남김이 없도록 하고자 한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가만히 보니 의논하는 자들의 말이 조칙의 뜻과는 크게 다르니 어째서입니까?
앞서 내리신 조칙은 그 뜻이 고사故事를 모아 책을 만들어 후세로 하여금 잊지 말도록 하는 것이요, 특정한 의식을 제정하여 후세로 하여금 좇아 행하게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순洵 등이 편찬하는 것은 역사서歷史書의 일종이니, 일을 만나서 기록함에 선악善惡을 가리지 아니하고 그 일의 사정事情과 곡절曲折을 자세히 기록하여 후세에 알 수 있도록 하면 선악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니 이것이 역사서歷史書의 근본根本입니다.
만약 그 선善한 것은 두고 그 불선不善한 것을 없앨 것 같으면 이것은 제정하는 일이요, 신들의 직분이 미칠 바가 아니니, 의논하는 자들이 이로써 순洵 등을 책망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겠습니까?
또 불가한 것이 있으니, 지금 조정의 예禮가 비록 상세히 갖추어져 있으나, 대체로 왕왕往往 타당하지 않은 곳이 있으니 다만 한두 가지 일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예서禮書에서 불선不善한 것을〉 없애고자 할 것이 있다면 그 없앨 것이 과연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미 없애고자 하면 형세상 다 없애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요, 다 없애게 되면 예가 누락되어 구비되지 못하게 됩니다.
만일 그 어느 것은 없애고 그 어느 것은 없애지 않는다면 다만 서로 어긋나게 되어 한결같지 아니할 것입니다.
또한 의논하는 자들의 뜻은 악惡을 덮고 잘못을 숨겨줌으로써 신하臣下의 의리義理를 보존하고자 하는 데 불과하니, 이와 같을 뿐입니다.
옛날 공자孔子께서 《춘추春秋》를 지으실 적에 오직 측은하고 슬퍼서 차마 말하지 못할 것이 있는 뒤에야 숨겨줌이 있었으니,
위공威公과 자반子般의 피살을 빠뜨리고 기록하지 않은 것은 실제로는 이것을 기록해서는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요,
송宋나라의 난리亂離를 평정平定한 일, 제齊나라 사람과 사냥한 일, 희공僖公의 위차位次를 승격한 일, 구丘에 갑사甲士를 만든 일, 전부田賦를 써서 세금을 무겁게 거둔 일, 환궁桓宮의 기둥에 단청한 일, 환궁桓宮 서까래에 조각한 일에 이르러서는 이 같은 종류는 모두 기록하여 감추지 아니하였으니, 그 뜻은 이 사건들이 비록 불선不善하나 그래도 기록할 만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금 선대先代에 행한 일이 비록 조금은 불선한 것이 있으나 그래도 《춘추春秋》에 기록된 것보다 심하지 않은데도, 모두 순洵 등으로 하여금 숨기고 기록하지 못하게 하니,
이와 같이 하면 장차 후세로 하여금 〈숨긴 일들의〉 얕고 깊음을 알지 못하게 하고 다만 당시의 신하들이 숨기고 말하지 아니한 것에 이르러 크게 말하지 못할 것이 있었다고 여기는 것만 볼 것이니, 잘하려고 한 것이 도리어 손해損害를 끼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에서 해설한, 기국紀國을 제齊나라가 멸망시키고 항국項國을 제齊나라가 멸망시킨 사건은 모두 현자賢者를 위하여 숨긴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른바 숨겼다고 한 것은 기록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 아니고 기록하되 그 글을 우회적으로 넌지시 표현한 것이니, 그러한즉 그 실상은 오히려 없애지 아니한 것입니다.
그 실상을 오히려 없애지 아니한 것은 그 잘못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고 그 잘못이 여기에서 그쳤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지금 까닭 없이 선대先代의 사건을 취급하면서 없앤다면 후세가 장차 알지 못하고 크게 의심하게 될 것이니, 이것이 매우 불편할 것입니다.
반고班固가 《한서漢書》를 지을 때에 한漢나라의 일을 모두 기록하여 선택한 것이 없었으니, 지금 이와 같이 하고자 한다면 선대에 조금 잘못된 일이 있었던 것이 그 큰 밝음에 해가 되지 아니할 것이고, 그리고 후세로 하여금 의심하게 하는 뜻이 없도록 할 것이요, 또한 순洵 등으로 하여금 부여된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하여, 다른 관리가 직권職權을 침범하는 데에 이르지 아니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