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是之時에 天下咸喜相慶이나 以爲閤下惟不爲宰相也라 故黙黙在此라
方今困而復起하고 起而復爲宰相하니 而又適值乎此時也하여 不爲而何爲잇가
且吾君之意가 待之如此其厚也니 不爲而何以副吾望이니잇가
故로 咸曰 後有下令而異於他日者면 必吾富公也라하여 朝夕而待之하고 跂首而望之니이다
嗚呼라 其弗獲聞也는 必其遠也라하고 進而及於京師나 亦無聞焉이니이다
不敢以疑하고 猶曰 天下之人이 如此其衆也요 數十年之間에 如此其不變也나 皆曰賢人焉이라하고 或曰 彼其中則有說也나 而天下之人則未始見也라하니이다
然而不能無憂하니 蓋古之君子는 愛其人也면 則憂其無成이니이다
且嘗聞之하니 古之君子는 相是君也와 與是人也에 皆立於朝면 則使吾皆知其爲人皆善者也而後에 無憂라
且一人之身而欲擅天下之事면 雖見信於當世라도 而同列之人一言而疑之면 則事不可以成이니이다
今夫政出於他人而不懼며 事不出於己而不忌면 是二者는 惟善人爲能이나 然이나 猶欲得其心焉이니이다
若夫衆人이면 政出於他人而懼其害己하며 事不出於己而忌其成功이니 是以로 有不平之心生이니이다
夫或居於吾前하고 或立於吾後하여 而皆有不平之心焉이면 則身危니이다
하여 告召公以其志
하여 以安其身
하고 以及於成王
이니이다
召公之於周公과 管蔡之於周公은 是二者亦皆有不平之心焉이니 以爲周之天下를 周公將遂取之也니라
周公이 誅其不平而不可告語者요 告其可以告語者而和其不平之心이니이다
然則 非其必不可以告語者면 則君子未始不欲和其心이니이다
天下之人從士而至於卿大夫히 宰相相集處其上이니 將有所爲에 何慮而不成이리오
不能忍其區區之小忿하여 以成其不平之釁이면 則害其大事라
是以로 君子는 忍其小忿以容其小過하고 而杜其不平之心然後에 當大事而聽命焉하노이다
且吾之小忿은 不足以易吾之大事也니 故로 寧小容焉하여 使無蔕芥於其間이니이다
古之君子는 與賢者로 竝居而同樂이니 故로 其責之也詳이나 不幸而與不肖者偶엔 不圖其大而治其細니 則闊遠於事情而無益於當世라
故로 賢者致其不賢者나 非夫不賢者之能致賢者也니라
伏惟閤下는 以不世出之才로 立於天子之下 百官之上하여 此其深謀遠慮必有所處나 而天下之人猶未獲見이니이다
洵은 西蜀人也라 竊有志於今世하여 願一見於堂上하노이다
注
노천老泉은 부공富公(부필富弼)이 그 아래 사람들과 함께 잘 지내면서 공명功名을 이루게 하고자 하였다.
아마 부공富公이 여러 상료相寮들 사이에서 틈이 생겨 잘 지내지 못한 점이 있다고 여긴 것 같다.
왕년往年에 천자天子께서 진노震怒하시어 재상宰相을 축출하시고 천하를 맡길 만한 구신舊臣을 선용選用하여 상부相府에 있게 하여 천하와 더불어 다시 시작하시니, 합하閤下의 지위는 실로 세 번째였습니다.
바야흐로 이때가 되자 천하天下에서는 모두 기뻐하며 서로 경하慶賀하였는데, 합하閤下께서는 재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으므로 묵묵히 그 자리에 계셨습니다.
이제 막 곤액困厄을 당하였다가 다시 일어나셨고, 일어나서 다시 재상이 되셨으니, 또한 마침 이러한 때를 만나서 일을 하지 않으시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또한 우리 임금(인종仁宗)의 뜻이 이렇게 두텁게 대우하시니 일을 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저희들의 바람에 맞겠습니까?
그러므로 모두 말하기를 “나중에 명령을 내려 전날과 다른 것이 있다면 반드시 우리 부공富公의 생각일 것이다.”라 하며, 아침저녁으로 기다리고 발꿈치를 들고 목을 빼어 바라고 있습니다.
간절히 바라도 볼 수가 없어서 슬피 의심을 하였습니다.
아아!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은 반드시 멀리 살아서일 것이라 생각하고, 나와서 서울에 미쳤는데도 또한 아무것도 듣지를 못했습니다.
감히 의심을 하지 않고 오히려 말하기를 “천하天下의 사람이 이와 같이 많고 수십 년간 이렇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모두 말하기를 ‘현인賢人이다.’라고 한다.”고 하며, 혹자는 말하기를 “저분이 조정에 계시면 무슨 말씀이 있을 것이나, 천하天下의 사람들은 미처 보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근심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옛 군자君子들은 남을 사랑하면 그를 이루어주지 못함을 근심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찍이 듣건대, 옛 군자君子들은 이러한 임금을 돕고 이러한 사람들과 함께할 때, 모두 조정朝廷에 서게 되면 우리들로 하여금 그 사람됨이 모두 훌륭한 것을 알게 한 뒤에야 근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한 사람의 몸으로 천하의 일을 멋대로 하고자 하면, 비록 당세에 신임信任을 받는다 하더라도 같은 반열班列의 사람이 한마디라도 의심을 하면 일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지금 만약 정치政治가 타인에게서 나와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일이 자기에게서 나오지 않아도 꺼리지 않으면, 이 두 가지는 오직 선인善人만이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오히려 그 마음을 얻고자 합니다.
만약 그러한 사람이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정치가 타인에게서 나오면 남이 자기를 해칠까 두려워하며, 일이 자기들에게서 나오지 않으면 남이 공을 이룰까 봐 꺼리게 되는데, 이 때문에 불평不平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혹 내 앞에 거처하고 혹 내 뒤에 서서 모두 불평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내 몸이 위태롭게 됩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사이에 처함에 있어 그러한 사람들이 나에게 불평하지 않게 합니다.
주공周公이 명당明堂에 서서 천하의 일을 들음에 소공召公은 의혹疑惑을 가졌습니다. 어째서이겠습니까?
천하에서 실로 큰 것에 의혹을 가진 것은 소공召公이 여전히 주공周公의 이 마음을 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공周公이 천하를 안정시킬 때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을 죽인 뒤에 소공召公에게 그 뜻을 알려 그 몸을 편안하게 하고 성왕成王에게까지 안정이 미치게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무릇 그 몸을 편안하게 한 것은 주周나라를 편안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소공召公이 주공周公을 대하는 것과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이 주공周公을 대하는 이 두 가지에는 또한 모두 불평하는 마음이 있었으니, 주周나라의 천하를 주공周公이 장차 드디어 차지하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주공周公은 그 불평하는 자를 죽이되 말로 알려줄 수 없는 자였고, 말로 알려줄 수 있는 자에게는 알려주어 그 불평하는 마음을 화평和平하게 하였습니다.
그런즉 반드시 말로 알려줄 수 있는 자가 아니면 군자는 처음부터 그 마음에 화평하게 하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천하天下의 사람 가운데 사士로부터 경대부卿大夫에 이르기까지 재상宰相이 서로 모아 그 위에 처하는 것이니, 장차 무슨 일을 할 때에 어찌 이루지 못한다고 근심하시겠습니까?
그 구구한 하찮은 분忿을 참을 수 없어 그 불평의 틈을 이룬다면 그 큰 일을 해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하찮은 분忿을 참아 작은 과실過失을 용납하고 그 불평한 마음을 막은 연후에 큰 일을 담당하여 명을 듣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의 하찮은 분忿은 나의 큰 일과 바꾸기에 충분치 않으므로, 작은 것을 용납할지언정 그 사이에 사소한 일로 막히게 하지는 않습니다.
옛 군자君子는 현자賢者들과 함께 살고 함께 즐거워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책망함이 상세하였으나, 불행하게도 불초不肖한 사람들과 함께하였을 때는 큰 것은 도모圖謀하지 못하고 미세한 것만 잘 처리였으니 실정과는 멀기만 하였고 당세에 도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천하天下에 아무 일이 없은 다음이라야 〈옛 군자들과〉 더불어 이러한 점을 다툴 만하지,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옛날에 여씨呂氏들이 권세를 잡자 진평陳平은 근심하고 두려워하였지만 계책計策이 나올 데가 없었습니다.
육가陸賈가 들어가 뵙고 말하여 주발周勃과 사귀어 환심을 얻게 하였습니다.
진평陳平이 그 책략을 써서 마침내 강후絳侯(주발周勃)가 북군北軍으로 들어가는 도움을 얻어 여씨呂氏들을 멸하였습니다.
대체로 강후絳侯는 순박하고 강직한 사람이니 진평陳平이 아니라면 그를 초치招致할 사람이 누구였겠습니까?
그러므로 현명賢明한 자는 현명하지 못한 자를 초치하나, 현명하지 못한 자는 현명한 사람을 초치할 수 없습니다.
전에 금상今上 폐하께서 즉위卽位하셨을 초기에 구래공寇萊公(구준寇準)이 재상이 되었는데 오직 그의 곁에 소인小人들만 있어 죽일 수도 없었으며, 또한 그들에게서 불만이 사그러지게 할 수도 없었으므로, 끝내 그들에게 물리침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범문정공范文正公(범중엄范仲淹)이 상부相府에 있을 때 또한 세월을 헤아려가며 천하의 일을 모두 다스리고자 하여, 급하게 서두르다 실패하고 작은 분을 참지 못하였으므로, 뭇 소인들이 또한 그를 급히 쫓아내었습니다.
한번 떠나고 나서는 마침내 다시 임용되지 못하고 그 몸은 죽었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합하閤下께서는 불세출不世出의 재주로 천자天子의 아래 백관百官의 위에 서시어, 이에 깊은 계책과 원대한 생각으로 반드시 대처할 바가 있을 것이나, 천하天下의 사람들은 아직도 그러한 처사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서촉西蜀 사람으로 가만히 지금 세상 일에 뜻을 두었사오니 당상堂上으로 한번 찾아뵙기를 원합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합하閤下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어 홀대하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