曰 嗟夫
라 群者
를 라 蓋余仲兄名渙
이요 而字公群
이니 則是以
로 聖人之所欲解散滌蕩者
를 以自命也
니 而可乎
아
他日以告하니 兄曰 子可無爲我易之아하여 洵曰 唯라하다
旣而曰 請以文甫易之는 如何오 且兄嘗見夫水之與風乎아 油然而行이라가 淵然而留하고 渟洄汪洋하여 滿而上浮者는 是는 水也로되 而風實起之라
蓬蓬然而發乎太空하여 不終日而行乎四方이나 蕩乎其無形하고 飄乎其遠來하여 旣往而不知其迹之所存者는 是風也로되 而水實形之라
今夫風水之相遭乎大澤之陂也에 紆餘委蛇하며 蜿蜒淪漣하며 安而相推하며 怒而相凌하며 舒而如雲하며 蹙而如鱗하며 疾而如馳하며 徐而如緬하며 揖讓旋辟하며 相顧而不前하니
其繁如縠하고 其亂如霧하여 紛紜鬱擾하나 百里若一이라
汨乎順流
하여 至乎滄海之濱
하여 洶涌
하고 號怒相軋
하며 交橫綢繆
하여 放乎空虛
하고 掉乎無垠
하며 橫流逆折
하고 濆旋傾側
하여 宛轉膠戾
라
回者如輪하고 縈者如帶하며 直者如燧하고 奔者如燄하며 跳者如鷺하고 躍者如鯉하여 殊狀異態하니 而風水之極觀備矣라
今夫玉非不溫然美矣나 而不得以爲文하고 刻鏤組繡는 非不文矣나 而不可以論乎自然이라
昔者에 君子之處於世에 不求有功이나 不得已而功成하면 則天下以爲賢하고 不求有言이나 不得已而言出하면 則天下以爲口實이라
06. 형의 자字를 문보文甫로 지은 데 대한 글
注
노천老泉만이 곧 여기서 수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묘사해냈으니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내가 《주역周易》을 읽을 적에 환괘渙卦 육사효六四爻에 “〈사사로운〉 무리를 흩어버린다. 크게 길하다.”라고 한 대목에 이르러,
“아! 사사로운 무리들을 성인께서 흩어서 천하를 통일하려고 하는 것이다. 내 중형仲兄의 이름은 환渙이고, 자字가 공군公群이다. 이것으로 성인께서 흩어버리고 말끔히 씻어내려고 하는 것을 자기의 이름으로 삼았으니, 옳은 것인가?”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뒷날 이러한 뜻을 고하였더니, 형이 말하기를 “자네가 나를 위하여 자字를 바꿔줄 수 없겠는가?”라고 하여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얼마 뒤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문보文甫’라고 바꾸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형님께서도 일찍이 물이 바람과 함께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깊숙한 곳에 이르러서 머무르고, 고여 있다가 돌아 유유히 흘러가서 가득 차 위로 넘치는 것은, 이것은 물이지만 실제로는 바람이 그렇게 일으키는 것입니다.
휘~익 휘~익 허공에서 일어나서, 하루가 채 되지 않아서 사방으로 돌아다니지만, 아무런 형체形體가 없이 움직이고 아득히 멀리서 표연히 왔다가 이미 가버리면 그 자취를 두었던 곳을 알 수 없는 것은, 이것은 바람이지만 실제로는 물이 그렇게 모양을 만든 것입니다.
지금 바람과 물이 큰 못의 둑에서 서로 만남에, 굽이굽이 구부러지고 꿈틀거리며, 잔잔하다가는 넘실대기도 하며, 편안하게 서로 밀어주며, 성을 내고 서로 업신여기며, 구름처럼 펴지고 비늘처럼 움츠리며, 빠르게 내달리는 듯하며, 천천히 생각에 잠기는 듯하며, 읍양하면서 머뭇거리며, 서로 돌아보면서 나아가지 못하는 듯합니다.
번화繁華하기가 주름 잡힌 고운 명주 같고, 어지럽기가 안개가 일어나듯 하여 어지러이 뒤엉켰으나, 백 리를 가도 한결같습니다.
물길에 빠르게 흘러들어가 망망한 바닷가에 이르러 큰 물결에 뒤섞여 용솟음치고 성내어 부르짖으며 서로 부딪히며, 이리저리 얽히고설키어 허공에 제멋대로 튀어오르고 끝없이 요동치며, 이리저리 어지럽게 흘러 거꾸로 꺾어지고 솟아 돌다가 기울어져 나뒹굴어 어그러집니다.
바퀴같이 돌기도 하고 띠같이 두르기도 하며, 횃불같이 곧기도 하고 불꽃같이 내달리기도 하며, 해오라기처럼 뛰기도 하고 잉어처럼 뛰어 올라 특이한 모양과 괴이한 몸짓을 하니, 바람과 물의 절경絶景이 갖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이 물 위를 지나가는 것이 환괘渙卦가 된다.’고 하니, 이 또한 천하의 지극히 아름다운 무늬입니다.
그러나 바람과 물, 이 두 물건이 어찌 무늬를 만들기를 구해서 그렇게 했겠습니까!
서로 구하려는 뜻도 없었고 기약하지도 아니하였지만 서로 만나 무늬를 이룬 것입니다.
이렇게 무늬가 이루어진 것은 물의 무늬도 아니고, 바람의 무늬도 아닙니다.
두 물건이 무늬를 이루려고 해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무늬를 이루지 않으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물(바람과 물)이 서로 부려서 그 가운데 저절로 무늬가 생겨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천하의 지극히 아름다운 무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 와서 보면, 대체로 옥玉이 온화한 아름다움이 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무늬가 되지 못하고, 아로새기고 수놓은 것들은 무늬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천하에 꾀함이 없으면서 무늬를 이루는 것은 오직 물과 바람뿐일 것입니다.
옛날에 군자君子가 세상에 살면서 공功을 이루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부득이해서 공을 이루게 되면 천하가 어질다고 여겼고,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부득이해서 말을 하게 되면 천하가 그 말을 구실口實(이야깃거리)로 삼았습니다.
아! 이것은 다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말이 아니고, 오직 나의 형님만이 가능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