省主侍郎執事아 洵始至京師時에 平生親舊가 往往在此한대
問所以來者하고 旣而皆曰 子欲有求면 無事他人이요 須張益州來乃濟라
且云 公不惜數千里走表하고 爲子求官하니 苟歸에 立便殿上하여 與天子相唯諾에 顧不肯邪아
退自思 公之所與我者가 蓋不爲淺이나 所不可知者는 唯其力不足이요 而勢不便이라
當此時也에 天子虛席而待公이며 其言宜無不聽用이라
洵也與公有如此之舊하고 適在京師하며 且未甚老니 而猶足以有爲也라
此時而無成이면 亦足以見他人之無足求하고 而他日之無及也已라
雪後苦風에 晨至鄭州하니 脣黑而裂이요 僮僕無人色이라
注
자신을 알아준 사람에게 한 말로 정사情詞가 눈물을 흘리게 할 만하다.
성주시랑省主侍郎 집사執事께. 제가 애초 경사京師에 이르렀을 때 평생平生의 친구親舊들이 왕왕往往 이곳에 있었는데,
만나지 못한 지가 거의 10년은 되었는데도 제가 늙도록 이룬 것이 없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온 까닭을 물어보고는 이윽고 모두 말하기를 “그대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을 섬길 것이 아니라 모름지기 장익주張益州라야 이루어줄 것이다.”라 하였습니다.
또 이르기를 “장공張公은 수천 리 밖에서 표表를 올리는 것을 꺼리지 않고 그대를 위해 관직官職을 구하였으니, 만약 조정朝廷으로 돌아가 편전便殿에 서서 천자天子와 응대하게 되면 어찌 돌봐주지 않으시겠는가?”라 하였습니다.
물러나 스스로 생각해보니, 공公께서 제게 베풀어주신 후의厚意가 대개 얕지 않았으나, 저를 알아주지 못한 것은 오직 제 능력能力이 부족한데다가 또 형세形勢가 〈저를 추천하시기에는〉 편치 않아서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상공相公께서는 저를 사랑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옛사람에게서 듣자니 “해가 한가운데 있을 때 반드시 〈사물을〉 말릴 것이며, 칼을 잡았으면 반드시 베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때를 당하여 천자天子께서는 자리를 비워놓고 공을 기다렸으며, 그 말은 마땅히 듣고 쓰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저는 공에게 이와 같은 구면舊面이 있고 마침 경사京師에 있으며 또한 그다지 늙지 않아서 여전히 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를 만나서도 이룬 것이 없게 된다면 또한 다른 사람이 제게 구할 만한 것이 없고 훗날에는 이러한 기회를 얻지 못할 따름임을 족히 알겠습니다.
어제 공의 거마車馬가 이곳에 이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쪽으로 백여 리를 맞아 뵈러 나갔습니다.
눈 온 뒤의 모진 바람 속에서 새벽에 정주鄭州에 이르니 입술은 까맣고 터졌으며 아이종 녀석은 사람의 기색이 없었습니다.
객관客館 주인에게서 땔나무 묶음과 삼부스러기 불씨를 얻느라 한참이 되어서야 이에 뵐 수 있었습니다.
정주鄭州를 10리 남짓 나서자 이끄는 기병騎兵이 동쪽에서 왔는데 깜짝 놀라 말에서 내려 길가에 서 있었습니다.
송단명宋端明(송기宋祁)께서 이르실 거라면서 종자從者가 수백 명이나 되고 발소리가 우레와 같았습니다.
이미 지나간 뒤에야 감히 말에 올라 천천히 떠났습니다.
제가 스스로 상심傷心이 여기에 이른 것은, 엎드려 생각건대 명공明公께서 이른바 “결백潔白하고 청렴淸廉하며 문채文彩가 있고 한漢나라의 사마자장司馬子長(사마천司馬遷)에 비길 만하다.” 하셨으니 아마 곤궁困窮함이 이와 같아서일 것입니다.
어찌 거기에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말이 많기를 기다리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