舍人執事아 方今天下雖號無事나 而政化未淸하고 獄訟未衰息하고 賦斂日重하며 府庫空竭이라
自
以上宜皆苦心焦思
하고 日夜思念
하여 求所以解吾君之憂者
니이다
洵自惟 閑人으로 於國家無絲毫之責하며 得以優游終歲하여 咏歌先王之道以自樂이라
是以
로 踰年在京師
에 而其平生所願
이 見如
者
나 未嘗一至其門
이라
天子求治如此之急하신대 君侯爲兩制大臣으로 豈欲見一閒布衣하여 與之論閒事邪아
自閒居十年으로 人事荒廢하여 漸不喜承迎將逢하고 拜伏拳跽라
王公大人苟能無以此求之하니 使得從容坐隅하여 時出其所學이면 或亦有足觀者라
況如君侯는 平生所願見者니 又何辭焉이리오 不宣하노이다
注
노소老蘇의 강직剛直함이 이와 같으니 꼭 전편前篇과 글의 뜻이 같지 않다.
사인舍人 집사執事께. 바야흐로 지금 천하에는 비록 일이 없다고 하지만 정치政治와 교화敎化는 맑지 못하고, 송옥訟獄은 줄어들거나 그치지 않고, 부세賦稅의 징수는 날로 무거워지며, 부고府庫는 비어 고갈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근심은 또한 두 오랑캐가 신하臣下 노릇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천자天子는 진노震怒하고, 대신大臣들은 근심하고 두려워합니다.
양제兩制 이상以上으로는 마땅히 모두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밤낮으로 생각하여 우리 임금님의 근심을 푸는 방법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저 스스로 생각건대 저는 한가閑暇한 사람으로 나라에는 털끝만 한 책임도 없으며, 한가로운 말년末年을 얻어 선왕先王의 도道를 읊고 노래하며 스스로 즐겼습니다.
이따금 어쩌다 문장文章을 지어도 또한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생각건대 천하天下에 바야흐로 해야 할 일이 있거늘 왕공王公 대인大人이 어찌 저를 만날 겨를이 있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해가 넘도록 경사京師에 있으면서 평소 소원이 군후君侯와 같은 분을 뵙는 것이면서도 일찍이 한 번도 그 문에 이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제게 와서 만나고자 하신다는 뜻을 알리니 저는 감히 뵙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군후君侯께서 저를 만나 무엇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천자天子께서 이런 위급함을 다스리길 구하시는데 군후君侯께서는 양제兩制의 대신大臣이 되어 어찌 한 한가한 포의지사布衣之士를 만나 함께 한가한 일을 논하고자 하십니까?
이것이 제가 감히 성급히 뵙지 않는 까닭입니다.
한가로이 거처한 10년 이래 인사人事를 잘할 줄 모르게 되어 점차 맞아들여 만나고 절하고 엎드리며 꿇어앉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왕공王公 대인大人께서는 실로 이러한 것을 가지고 구하실 수 없으니, 조용히 모서리에 앉아 이따금 그 배운 것을 끄집어낼 수 있게 하신다면 더러 또한 볼 만한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군후君侯께서 외람스럽게도 먼저 구하시니, 이는 반드시 세속世俗과는 다른 것이 있는 것입니다.
맹자孟子께서 말씀하기를 “단간목段干木은 담을 넘어 피하였고, 설류泄柳는 문을 닫고 들이지 않았으니, 이는 모두 너무 심하다.
〈만나보려는 마음이〉 간절하면 이에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라 하였습니다.
아아! 제가 어찌 이런 사람들의 무리이겠습니까!
저를 보고 싶으시면 만나보시고, 보고 싶지 않으시면 서서히 버리셔도 될 것이니, 무엇을 근심하시겠습니까?
하물며 군후君侯 같은 분은 평소 뵙기를 바라는 분이니 또한 어찌 사양하겠습니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