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大略老蘇之文은 有此一段奇邁奮迅之氣하니 故로 讀之往往令人心掉라
聖人之道
는 有
하고 有
하고 有
하니 是以
로 有民
하고 有群臣
하고 而又有腹心之臣
이라
曰經者는 天下之民이 擧知之可也요 曰權者는 民不得而知矣나 群臣知之可也요 曰機者는 雖群臣이라도 亦不得而知矣나 腹心之臣知之可也라
夫使聖人而無權
이면 則無以成天下之務
요 無機
면 則無以濟
이라
然
이나 皆非天下之民
이 所宜知
요 而機者
는 又群臣所不得聞
이니 群臣不得聞
이면 誰與議
리오 라
後世見三代取天下以仁義하여 而守之以禮樂也하고 則曰聖人無機라하니 夫取天下와 與守天下에 無機不能이라
顧三代聖人之機는 不若後世之詐하여 故로 後世不得見耳라
有機也
라야 是以
로 有腹心之臣
하니 禹有
하고 湯有伊尹
하고 武王有太公望
하니라
是三臣者는 聞天下之所不聞하고 知群臣之所不知하니라
禹與湯武가 倡其機於上하고 而三臣者가 和之於下하여 以成萬世之功이라
下而至于桓文
하여 有管仲
爲之謀主
하고 闔廬有
하고 句踐有
이라
髙祖之起也
엔 大將
은 任韓信黥布彭越
하고 裨將
은 任曹參樊噲滕公灌嬰
하며 游說諸侯
는 任
하며 至于奇機密謀
하여는 群臣所不與者
하고 唯
二人
하니라
唐太宗之臣
엔 多奇才
하되 而委之深任之密者
는 亦不過曰
라
君子有機하여 以成其善하고 小人有機하여 以成其惡하니라
有機也면 雖惡이라도 亦或濟하고 無機也면 雖善이라도 亦不克하니라
는 魏之賊也
로되 有
之徒
하여 爲之腹心之臣
하여 以濟
하고 은 秦民之湯武也
로되 無腹心之臣
하여 以不克
하니라
夫無機와 與有機而泄者는 譬如虎豹食人할새 而不知設陷穽이요 設陷穽하되 而不知以物覆其上者也라
守成之世에 其奚事機하여 而安用夫腹心之臣이리오하니라
昔者髙祖之末
엔 天下旣定矣
로되 而又
하고 武帝之末
엔 天下旣治矣
로되 而又
하니 蓋天下雖有泰山之勢
라도 而聖人常以累卵爲心
하니라
傳
에 曰
라하니 彼冢宰者
는 非腹心之臣
이면 天子安能擧天下之事
하여 委之三年
호되 而不置疑于其間邪
아
又曰
라하니 彼無腹心之臣
한대 五載一出
하여 捐千里之畿
면 而誰與守邪
아
今夫一家之中에도 必有宗老하고 一介之士라도 必有密友하여 以開心胸하여 以濟緩急하니 奈何天子而無腹心之臣乎아
近世之君은 抗然於上하여 而使宰相眇然於下하니 上下不接하여 而其志不通矣라
臣視君을 如天之遼然而不可親하고 而君亦如天之視人하여 泊然無愛之之心也라
是以로 社稷之憂를 彼不以爲憂하고 社稷之喜를 彼不以爲喜라
宰相이 避嫌畏譏도 且不暇어늘 何暇에 盡心以憂社稷이리오
數遷數易
하여 視相府
를 如
하여 百官汎汎於下
하고 而天子惸惸於上
하여 一旦
에 有卒然之憂
면 吾未見其不顚沛而殞越也
라
聖人之任腹心之臣也에 尊之如父師하고 愛之如兄弟하여 握手入卧內하여 同起居寢食하여 知無不言하고 言無不盡하니라
百人譽之라도 不加密하고 百人毀之라도 不加疎하여 尊其爵하고 厚其祿하고 重其權而後에 可與議天下之機하고 慮天下之變이라
近者
에 亦誠其人
이나 然
이나 與之權輕
하여 故
로 終以見逐
하니 而天下幾有不測之變
하니 然則
라
注
이 글은 마치 성난 말이 먼지조차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려서 제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대략 소순蘇洵의 글은 이런 일단의 기매분신奇邁奮迅(맹렬히 떨쳐 일어나는 모양)의 기세가 있기 때문에, 그의 글을 읽으면 종종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성인聖人의 도에는 상도常道가 있고 권변權變이 있으며 기밀機密이 있으니, 이 때문에 백성이 있고 군신群臣이 있고 또 심복의 신하가 있게 된다.
상도常道라 하는 것은 천하 백성들이 그것을 다 알아야 되는 것이고, 권변權變이라 하는 것은 백성들은 알 수 없지만 군신群臣들은 알아야 되는 것이며, 기밀機密이라 하는 것은 비록 군신群臣이라 하더라도 알 수 없으나, 심복의 신하만 그것을 알아야 되는 것이다.
대저 성인聖人이 권변權變이 없으면 천하의 일을 이룰 수 없고, 기밀機密이 없으면 한 왕조의 공功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이 둘 다 천하 백성들이 마땅히 알아야 할 바는 아니요, 기밀機密은 또 군신群臣들도 들을 수 없는 것이니, 군신群臣이 들을 수 없으면 누구와 의논할까? 의논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른바 심복의 신하는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
후세 사람들은 삼대三代에는 인의仁義로 천하를 취하여 예악禮樂으로 지킨 것을 보고, 곧 “성인聖人에게는 기밀機密이 없다.”라 말하니, 대저 천하를 취하고 천하를 지키는 데에 기밀機密은 없어서는 안 된다.
다만 삼대三代 성인聖人의 기밀機密은 후세의 속임과는 달랐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그것을 알 수가 없었을 뿐이다.
기밀機密이 있어야, 그것 때문에 심복의 신하가 있게 되니, 우禹임금에게는 백익伯益이 있었고, 탕湯임금에게는 이윤伊尹이 있었으며, 무왕武王에게는 태공망太公望이 있었다.
이 세 신하는 천하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들었고, 군신群臣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
우禹임금‧탕湯임금‧무왕武王이 그 기밀機密을 위에서 주창하고 세 신하가 아래에서 화답하여 한 왕조의 공功을 이룰 수 있었다.
그 후대로 내려와 제 환공齊 桓公‧진 문공晉 文公에게는 관중管仲과 호언狐偃이 있어 그들의 모주謀主가 되었고, 〈오吳나라〉 합려闔廬에게는 오원伍員이 있었고, 〈월越나라〉 구천句踐에게는 범려范蠡와 대부大夫 종種이 있었다.
한 고조漢 髙祖가 일어나서는 대장大將으로 한신韓信‧경포黥布‧팽월彭越을 임용하였고, 비장裨將으로 조참曹參‧번쾌樊噲‧등공滕公‧관영灌嬰을 임용하였고, 제후諸侯를 유세하는 데에는 역생酈生(역이기酈食其)‧육가陸賈‧종공樅公을 임용하였으며, 기기밀모奇機密謀를 요하는 계책에는 군신群臣들은 참여하지 못하였고, 오직 유후留侯(장량張良)와 찬후鄼侯(소하蕭何) 두 사람만 참여하였다.
당 태종唐 太宗의 신하 중에는 기이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 많았지만, 중임을 맡기고 기밀機密을 맡길 때에는 또한 방현령房玄齡과 두여회杜如晦 두 사람에 불과하였다.
군자君子가 선善을 행하는 마음과 소인小人이 악惡을 행하는 마음은 한가지다.
군자君子는 기밀機密이 있었기에 그 선善을 이루었고, 소인小人은 기밀機密이 있었기에 그 악惡을 이루었다.
기밀機密이 있으면 악惡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이룰 수가 있고, 기밀機密이 없으면 선善이라 할지라도 이룰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심복의 신하가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마씨司馬氏는 위魏나라를 해친 도적이었지만, 가충賈充과 같은 무리들이 있어 그들을 심복의 신하로 삼아 성공하였고,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은 진秦나라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은殷나라 탕왕湯王과 주周나라 무왕武王과 같았지만, 심복의 신하가 없어서 성공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런가? 심복의 신하가 없다는 것은 기밀機密이 없는 것이요, 기밀機密이 있어도 누설된 것이다.
기밀機密이 없거나 기밀機密이 있어도 누설된다는 것은, 비유하자면 호랑이나 표범이 사람을 잡아먹어도 함정을 설치할 줄 모르거나, 함정을 설치해놓고도 그 위를 물건으로 가릴 줄 모르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은 “기밀機密이란 창업創業의 군주가 빌려서 성공을 이루는 수단일 뿐이니,
수성守成의 시대에 어찌 기밀機密을 일로 삼아 심복의 신하를 쓰겠는가?”라고 말한다.
아아! 수성守成의 시대라 해서, 저 태고의 시대처럼 바로 안락한 시대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나는 기밀機密을 버린 것을 아직 보지 못하였다.
게다가 천하의 변란은 늘 안일 속에 잠복해 있으니, 전문田文이 이른바 “임금이 어리면 나라는 위험하니, 대신들이 따르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바로 이러할 때에 심복의 신하가 없다면 얼마나 한심스런 일인가!
옛날 한 고조漢 髙祖 말년에는 천하가 이미 안정되었는데도, 주발周勃을 혜제惠帝와 문제文帝에게 남겨주었고, 무제武帝 말년에는 천하가 이미 잘 다스려졌는데도, 곽광霍光을 소제昭帝와 선제宣帝에 남겨주었으니, 대개 천하가 비록 태산泰山의 모습처럼 안정되어 있더라도, 성인聖人은 늘 위험하게 쌓아놓은 계란처럼 여겼다.
그러므로 수성守成의 시대라 하더라도 심복의 신하를 없앨 수 없는 것이다.
《서전書傳》에서 “백관百官은 자신의 직무를 총괄하여 재상宰相의 명을 듣는다.” 하였으니, 저 재상宰相이라는 사람이 심복의 신하가 아니었다면, 천자가 어찌 온 천하의 일을 들어 그에게 3년 동안이나 맡겨놓고도 그 사이에 의심하지 않았겠는가?
또 “5년에 한 번씩 순수巡狩한다.”라 하였으니, 그에게 심복의 신하가 없는데도 5년에 한 번 순수巡狩하여 천 리의 기내畿內를 포기해버리면, 누가 그를 위해 지켜주겠는가?
지금 한 가문家門 안에도 반드시 장로長老가 있고, 일개 선비라도 반드시 친밀한 친구親舊가 있어 심금을 터놓고 급한 일을 해결하는데, 어찌 천자에게 심복의 신하가 없겠는가?
근세의 임금은 위에 높이 앉아서 재상宰相을 아래로 하찮게 대하니, 위아래가 서로 접촉하지 않아 그들의 뜻이 통하지 않는다.
신하는 임금 보기를 아득히 먼 하늘인 양 가까이할 수 없는 것같이 하고, 임금은 또 마치 하늘이 사람을 보듯 덤덤하여 아끼는 마음이 없다.
이 때문에 사직社稷의 근심을 저들은 근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직社稷의 기쁨을 저들은 기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임금이 근심하여도 욕되게 여기지 않고, 임금이 욕을 당해도 죽지 않는다.
한 사람이 그를 칭찬하면 그를 등용하고, 한 사람이 그를 비방하면 그를 버린다.
재상은 의심을 피하고 비난을 두려워하는 데도 겨를이 없거늘, 어느 겨를에 마음을 다하여 사직社稷을 걱정하겠는가?
걸핏하면 옮기고 걸핏하면 바꾸어, 승상부丞相府 보기를 여관旅館 보듯이 해서, 백관들은 아래에서 표류하고 천자는 위에서 외로워하다가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런 우환이 생기면, 무너져 몰락하지 않는 것을 나는 아직 보지 못하였다.
성인聖人이 심복의 신하를 임용함에 아비와 스승처럼 높이고 형제처럼 아껴서 손을 잡고 침실 안으로 들어가 침식寢食과 기거起居를 함께하면서, 아는 것을 말하지 않음이 없고 말을 다하지 않음이 없다.
백 사람이 그를 칭찬해도 더 친밀할 것 없고, 백 사람이 그를 헐뜯어도 더 멀어질 것 없으며, 그 작위爵位를 높이고 그 봉록俸祿을 후하게 하고 그 권력權力을 무겁게 해준 다음에 그와 더불어 천하의 기밀機密을 의논할 수가 있고, 천하의 변화變化를 고려할 수 있다.
태조太祖께서는 조중령趙中令(조보趙普)을 등용하여 그 도道를 얻으셨다.
근자에 구래공寇萊公(구준寇準) 또한 진실로 그만 한 사람이지만, 그에게 준 권력이 가벼웠기 때문에 끝내 추방되어, 천하에는 거의 예측할 수 없는 변고가 생겼으니, 그렇다면 그에게 반드시 생살여탈生殺與奪의 권력을 준 뒤에야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