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此書反覆數千言이 如抽藕中之絲하여 段段有情緖하여 可愛하고 而中間指陳時政處에 又往往深中宋嘉祐間事宜하니 老泉一生文章政事를 略見於此矣라
前月五日
에 蒙本州錄到中書箚子
하고 連牒臣
하오니 以
議上翰林學士歐陽脩奏臣所著權書衡論幾策二十二篇
하여 乞賜甄錄
이니이다
陛下過聽하사 召臣試策論舍人院하여 仍令本州發遣臣赴闕하시니이다
今一旦卒然被召하니 實不知其所以自通於朝廷하여 承命悸恐하여 不知所爲니이다
以陛下躬至聖之資하시고 又有群公卿之賢과 與天下士大夫之衆하시니 如臣等輩는 固宜不少하여 有臣無臣이 不加損益이니이다
臣不幸有
하여 不能奔走道路
하며 以副陛下搜揚之心
하오니 憂惶負罪
하여 無所容處
니이다
臣本凡才로 無路自進이라 當少年時하여 亦甞欲僥倖於陛下之科擧나 有司以爲不肖하여 輒以擯落하여 蓋退而處者가 十有餘年矣니이다
今雖欲勉强扶病戮力이나 亦自知其疏拙하여 終不能合有司之意하니 恐重得罪하여 以辱明詔니이다
且陛下所爲千里而召臣者는 其意以臣爲能有所發明하여 以庶幾有補於聖政之萬一이요
而臣之所以自
讀書
하여 至于今玆
히 幾已五十
이로되 而猶未敢廢者
는 其意亦欲效尺寸於當時
하여 以快平生之志耳
니이다
今雖未能奔伏闕下하여 以累有司나 而猶不忍黙黙하고 卒無一言而已也니이다
天下之事에 其深遠切至者는 臣自惟疏賤하여 未敢遽言이나
而其近而易行하고 淺而易見者를 謹條爲十通하여 以塞明詔하노이다
是故로 千金之子가 欲有所爲면 則百家之市에 無寧居者니이다
古之聖人은 執其大利之權하여 以奔走天下하여 意有所向이면 則天下爭先爲之니이다
今陛下는 有奔走天下之權이나 而不能用하시니 何則이니잇가
古者에 賞一人而天下勸이러니 今陛下는 增秩拜官하여 動以千計로되 其人이 皆以爲己所自致라하여 而不知戮力하여 以報上之恩하니 至於臨事하여 誰當效用이리잇가
此는 由陛下輕用其爵祿하여 使天下之士로 積日持久而得之니이다
譬如傭力之人이 計工而受直하여 雖與之千萬이나 豈知德其主哉리잇가
是以로 雖有能者라도 亦無所施하여 以爲謹守繩墨하면 足以自致髙位니이다
官吏繁多
하여 溢于局外
하여 使陛下皇皇汲汲求以處之
하여 而不暇擇其賢不肖
하여 以病陛下之民
하고 而耗竭
之錢穀
하니 此
는 議者所欲去而未得也
니이다
臣竊思之
하니 蓋今制馭天下之吏
에 自
으로 而改京官者
가 皆未得其術
이라 是以
로 若此紛紛也
니이다
今雖多其
而遠其考
하며 重其擧官之罪
나 此
는 適足以隔賢者而容不肖
니이다
且天下無事엔 雖庸人이나 皆足以無過로되 一旦改官이면 無所不爲니이다
彼其擧者曰 此廉吏요 此能吏라하나 朝廷은 不知其所以爲廉與能也니이다
幸而未有敗事면 則長爲廉與能矣니 雖重其罪나 未見有益하고 上下相蒙하여 請託公行하니이다
臣愚以爲擧人者는 當使明著其迹하여 曰 某人廉吏也라
雖不必有非常之功이나 而皆有可紀之狀이니 其特曰 廉能而已者는 不聽이니이다
如此則夫庸人雖無罪나 而不足稱者는 不得入其間하여 老於州縣이라도 不足甚惜이요 而天下之吏가 必皆務爲可稱之功하여 與民興利除害가 惟恐不出諸己니이다
此는 古之聖人이 所以驅天下之人하여 而使爭爲善也니이다
今降官罷任者가 必奏曰 某人有某罪하니 其罪當然이라한 然後에 朝廷擧而行之니이다
今若不著其所犯之由하고 而特曰 此不才요 貪吏也면 則朝廷安肯以空言而加之罪며 今又何獨至於改官하여 而聽其空言哉리잇가 是는 不思之甚也니이다
或者以爲如此면 則天下之吏가 務爲可稱하여 用意過當하여 生事以爲己功하니 漸不可長이라하나 臣以爲不然이니이다
方天下初定하여 民厭勞役이면 則聖人務爲因循之政하사 與之休息하나 及其久安而無變이면 則必有不振之禍니이다
是以로 聖人은 破其茍且之心하여 而作其怠惰之氣니이다
今天下少惰矣니 宜有以激發其心하여 使踴躍於功名하여 以變其俗이온
況乎冗官紛紜如此어늘 不知所以節之하니 而又何疑於此乎잇가
且陛下與天下之士로 相期於功名이나 而毋茍得하시니 此는 待之至深也니이다
若其宏才大略으로 不樂於小官而無聞焉者를 使兩制得以非常擧之니 此天下亦不過幾人而已요
吏之有過而不得遷者도 亦使得以功贖하시니 如此면 亦以示陛下之有所推恩이니 而不惟艱之也니이다
然이나 其得之也에 猶有以取之하여 其弊不若今之甚也니이다
因其父兄之資하여 以得大官하고 而又任其子弟하고 子將復任其孫하고 孫又任其子하니 是는 不學而得者가 常無窮也니이다
以不學之人으로 而居不甚惜之官이면 其視民如草芥也固宜니이다
然이나 皆知損之로되 而未得其所損하니 此所謂制其末하고 而不窮其源이요 見其粗하고 而未識其精이니 僥倖之風少衰而猶在也니이다
夫聖人之擧事에 不唯曰利而已요 必將有以大服天下之心이니 今欲有所去也면 必使天下로 知其所以去之之說하니이다
夫所謂任子者는 亦猶曰 信其父兄하여 而用其子弟云尓요
今之制는 茍幸而其官이 至於可任者면 擧使任之에 不問其始之何從하고 而得之也니 且彼任於人不暇어늘 又安能任人이리잇가
此는 猶借資之人이 而欲從之匄貸하니 不已難乎잇가
臣愚以爲父兄之所任
으로 而得官者
는 雖至
이나 宜皆不聽任子弟
요 唯其能自修飾
하여 而越錄躐次
하여 以至于淸顯者
라야 乃聽
이니이다
如此면 則天下之冗官이 必大衰少하고 而公卿之後가 皆奮志爲學하여 不待父兄之資요
其任而得官者는 知後不得復任其子弟하여 亦當勉强하여 不肯終老自棄於庸人이리니
臣聞 自設官以來로 皆有考績之法이러니 周室旣亡에 其法廢絶하니이다
夫有官必有課하고 有課必有賞罰하니 有官而無課면 是는 無官也요 有課而無賞罰이면 是는 無課也니
然이나 更歷千載나 而終莫之行하고 行之則益以紛亂하여 而終不可考하니 其故何也잇고
天下之吏를 不可以勝考어늘 今欲人人而課之하여 必使入於九等之中하니 此는 宜其顚倒錯繆하여 而不若無之爲便也니이다
蓋天下之官은 皆有所屬之長하여 有功有罪면 其長皆得以擧刺하니
如必人人을 而課之於朝廷이면 則其長은 爲將安用이리잇가
惟其大吏는 無所屬而莫爲之長也니 則課之所宜加는 何者잇가
其位尊이라 故로 課一人으로 而其下皆可以整齊요 其數少라 故로 可以盡其能否而不謬니이다
今天下所以不大治者는 守令丞尉賢不肖가 混淆而莫之辨也니이다
夫守令丞尉賢不肖之不辨
은 其咎在
之不明
이요 職司之不明
은 其咎在無所屬而莫爲之長
이니
陛下以無所屬之官
으로 而寄之以
하시니 其賢不肖
를 當使誰察之
리잇가
古之考績者
는 皆從
而至於天子
하니 古之司會
는 卽今之尚書
니이다
臣愚以爲可使朝臣으로 議定職司考課之法하여 而於御史臺에 別立考課之司하고
中丞은 擧其大綱하고 而屬官之中에 選强明者一人하여 以專治其事하고
以擧刺多者爲上하고 以擧刺少者爲中하고 以無所擧刺者爲下하여
因其罷歸而奏其治要하여 使朝廷有以爲之賞罰하니이다
其非常之功과 不可掩之罪는 又當特有以償之하여 使職司知有所懲勸이면
則其下守令丞尉가 不容復有所依違요 而其所課者도 又不過數十人하여 足以求得其實이니
臣聞 古者諸侯
는 其境內
하고 而卿大夫之家
도 亦各有臣
이라하니이다
之事其君
은 如其君之事天子
하니 此
는 無他
라 其一境之內
에 所以生殺予奪富貴貧賤者
를 皆自我制之
하니 此固有以臣妾之也
니이다
其後諸侯雖廢
나 而自漢至唐
히 猶有
之勢
하니 何者
잇가
其
之權
이 猶足以臣之也
니 是故
로 太守刺史坐於堂上
이면 州縣之吏拜於堂下
하며 雖奔走頓伏
이나 其誰曰不然
이리잇가
自太祖受命
으로 收天下之尊
하여 歸之京師
하시고 以上
도 皆上所自署
하시며 而
衣食之
하니이다
自宰相至於州縣吏히 雖貴賤相去甚遠이나 而其實皆所與比肩而事主耳니이다
是以로 百餘年間에 天下不知有權臣之威어늘 而太守刺史猶用漢唐之制하여 使州縣之吏事之如事君之禮하니 皆受天子之爵하고 皆食天子之祿이로되 不知其何以臣之也니이다
小吏之於大官에 不憂其有所不從하고 唯恐其從之過耳니이다
今天下以貴相高
하고 以賤相諂
하니 奈何使州縣之吏
로 於太守之庭
이 不啻若僕妾
이라 唯唯不給
이니잇가
故로 大吏常恣行不忌其下하고 而小吏不能正하고 以至於曲隨諂事하여 助以爲虐하니 其能中立而不撓者는 固已難矣니이다
夫州縣之吏는 位卑而祿薄이나 去於民最近하여 而易以爲姦하니 朝廷所恃以制之者는 特以厲其廉隅하고 全其節槪하고 而養其氣하여 使知有所恥也니이다
且必有異材焉하여 後將以爲公卿이리니 而安可薄哉리잇가
夫縣令官雖卑
나 其所負一縣之責
은 與京朝官
等耳
니이다
其
人民
은 習知其官長之拜伏於太守之庭
이 如是之不威也
니이다
故로 輕之하고 輕之라 故로 易爲姦하니 此는 縣令之所以爲難也니이다
臣愚 以爲州縣之吏事太守
는 可恭遜卑抑
하여 不敢抗而已
며 不至於通名
에 趨走其下風
이 所以全士大夫之節
이요 且以儆大吏之不法者
니이다
是以로 天下有急이면 不求其素所不用之人하여 使天下不能幸其倉卒하여 而取其祿位니이다
其素所用者는 緩急足以使也로되 臨事而取者는 亦不足用矣니이다
國家用兵之時
에 하여 使天下屠沽健武
로 皆能徒手攫取陛下之官
하고 而兵休之日
에 雖有超世之才
라도 而惜斗升之祿
하니 臣恐天下有以窺朝廷也
니이다
陛下之老將에 曩之所謂戰勝而善守者는 今亡矣니이다
臣愚 以爲可復武擧하여 而爲之新制하여 以革其舊弊니이다
且昔之所謂武擧者
는 蓋疏矣
니 其以弓馬得者
는 不過挽强引重
하여 市井之
요 而以
中者
도 亦皆記錄章句
하여 區區無用之學
이며 又其取人太多
하니 天下之知兵者
가 不宜如此之衆
하고 而待之又甚輕
하여 其第下者
는 不免於
하니이다
故로 其所得皆貪汙無行之徒니 豪傑之士가 恥不忍就니이다
宜因
之歲
에 使
各擧其所聞
하여 有司試其可者
하고 而陛下親策之
하사 權略之外
에 便於弓馬
는 可以出入險阻
하고 勇而有謀者
는 不過取一二人
하여 待以
하여 試以守邊之任
하소서
文有
하고 武有武擧
하니 陛下欲得將相
에 於此乎取之
하시면 十人之中
에 豈無一二
리잇가
以法而制天下면 法之所不及은 天下斯欺之矣요 且法必有所不及也니이다
先王知其有所不及하시니 是故로 存其大略하시고 而濟之以至誠하사 使天下之所以不吾欺者는 未必皆吾法之所能禁이요 亦其中有所不忍而已니이다
人君御其大臣에 不可以用法하니 如其左右大臣而必待法而後能御也면 則其疏遠小吏는 當復何以哉리잇가
以天下之大而無可信之人이면 則國不足以爲國矣니이다
然이나 皆奉法供職하여 無過而已요 莫肯於繩墨之外에 爲陛下深思遠慮하여 有所建明하니 何者잇가
夫
與兩制
는 宜使日夜交於門
하며 以講論當世之務
하고 且以習知其爲人
하여 臨事授任
하여 以不失其才
어늘
君臣之道는 不同하니 人臣惟自防하나 人君惟無防之니이다
以兩府兩制爲可信耶인댄 當無所請屬이요 以爲不可信耶인댄 彼何患無所致其私意잇가
今兩制
는不免用
하고 旣奏而下
하면 御史
가 親往涖之
하여 凛凛如鞫大獄
하여 使不知誰人之辭
하니 又何其甚也
잇가
臣愚 以爲如此之類를 一切撤去면 彼稍有知하여 宜不忍負니이다
若其猶有所欺也면 則亦天下之不才無恥者矣니 陛下赫然震威하사 誅一二人이면 可以使天下姦吏重足而立하고 想聞朝廷之風하고 亦必有倜儻非常之才는 爲陛下用也니이다
臣聞 爲天下者는 可以名器授人이나 而不可以名器許人이라하니이다
國家以科擧取人에 四方之來者如市어늘 一旦使有司第之하니 此는 固非眞知其才之高下大小也요 特以爲始收之而已니이다
將試之爲政하여 而觀其悠久면 則必有大異不然者니이다
今進士三人之中
은 之日
에 天下望爲卿相
하고 不及十年
에 未有不爲兩制者
니이다
且彼以其
으로 而擅終身之富貴
하고 擧而歸之
에 如有所負
하니 如此則雖天下之美材
라도 亦或怠而不修
하고 其率意恣行者
는 人亦望風畏之
하여 不敢按
이니이다
先王制其天下에 尊尊相高하고 貴貴相承하여 使天下仰視朝廷之尊을 如泰山喬嶽하여 非扳援所能及하니이다
苟非有大功與出群之才면 則不可以輕得其高位하니 是故로 天下知有所忌하여 而不敢覬覦니이다
今五尺童子도 斐然皆有意於公卿하여 得之則不知愧하고 不得則怨하니 何則이니잇가
臣愚 以爲三人之中
은 苟優與一官
하여 足以報其一日之長
하고 엔 非擧不入
이니이다
臣聞 古者敵國相觀에 不觀於其山川之險과 士馬之衆하고 相觀於人而已라하나이다
高山大江은 必有猛獸怪物하여 時見其威니이다 故로 人不敢褻하니 夫不必戰勝而後服也니이다
使之常有所忌하여 而不敢發하고 使吾常有所恃하여 而無所怯耳니이다
今以中國之大로 使夷狄視之不畏하고 甚者는 敢有煩言以瀆亂吾聽하니 此는 其心不有所窺하고 其安能如此之無畏也리잇가
今之所謂使者를 亦輕矣하며 曰 此人也는 爲此官也니 則以爲此使也요 今歲以某하고 來歲當以某하고 又來歲當以某라하며 如縣令署役하여 必均而已矣리이다
人之才固有所短
하여 而不可强其
하며 捷給勇敢
도 又非可以學致也
니이다
今必使强之면 彼有倉皇失次하여 爲夷狄笑而已니이다
古者엔 大夫出疆하여 有可以安國家하고 利社稷則專之어늘 今法令太密하여 使小吏執簡記其旁하여 一搖足이면 輒隨而書之하니 雖有奇才辯士라도 亦安所效用이리잇가
彼夷狄觀之
하고 以爲
之間
이라도 尙不能辦
하니 軍旅之際
에 固宜其無人也
니이다
臣愚 以爲奉使宜有常人호대 唯其可者면 而不必均이니이다
彼其不能者인댄 陛下責之以文學政事하여 不必强之於言語之間하여 以敗吾事니이다
且今世之患은 以奉使爲艱危니 故로 必均而後可니이다
陛下平世使人을 而皆得以辭免이라가 後有緩急에 使之出入死地면 將皆逃耶잇가
凶荒流離之後
와 盜賊垢汙之餘
에 於是
에 有以沛然洗濯於天下
나 而
하여 使天下之凶民
으로 可以逆知而僥倖也
니이다
平時小民畏法하여 不敢趑趄라가 當郊之歲면 盜賊公行하여 罪人滿獄하니 爲天下者가 將何利於此잇가
而又糜散帑廪하여 以賞無用冗雜之兵하고 一經大禮면 費以萬億하니 賦斂之不輕하여 民之不聊生은 皆此之故也니이다
顧以爲所從來久遠하니 恐一旦去之면 天下必以爲少恩하고 而凶豪無賴之兵이 或因以爲辭而生亂하니 此其所以重改也니이다
蓋事有不可改而遂不改者면 其憂必深하고 改之則其禍必速이니이다
惟其不失推恩하며 而有以救天下之弊者는 臣愚 以爲先郊之歲에 可因事爲辭하여 特發大號니이다
如郊之赦與軍士之賜하시고 且告之曰 吾於天下非有惜乎推恩也어늘 惟是凶殘之民은 知吾當赦하고 輒以犯法하여 以賊害吾良民하니
今而後赦不於郊之歲로 以爲常制하노라하시면 天下之人이 喜乎非郊之歲而得郊之賞也어늘 何暇慮其後리잇가
其後四五年而行之하고 七八年而行之라가 又從而盡去之면 天下晏然不知에 而日以遠矣리이다
且此出於五代之後兵荒之間하여 所以姑息天下而安反側耳어늘 後之人相承而不能去하여 以至於今이니이다
今不爲之計
면 使姦人猾吏
로 養爲盜賊
하여 而後取租賦以啖驕兵
이니 乘之以飢饉
하여 리이다
臣聞 古者所以採庶人之議는 爲其疎賤而無嫌也라하나이다
不知爵祿之可愛하니 故로 其言公하고 不知君威之可畏하니 故로 其言直이니이다
今臣幸而未立于陛下之朝하여 無所愛惜顧念於其心者니이다
是以로 天下之事로 陛下之諸臣所不敢盡言者를 臣請得以僭言之하노이다
事垂立而輒廢하고 功未成而旋去하니 陛下知其所由乎잇가
陛下知其所由시면 則今之在位者가 皆足以有立이나 若猶未也시면 雖得賢臣千萬이라도 天下終不可爲니 何者잇가
陛下遇士大夫有禮면 凡在位者가 不敢用褻狎戱嫚以求親媚於陛下리이다
而讒言邪謀之所由至於朝廷者를 天下之人은 皆以爲陛下不疎遠宦官之過니이다
陛下特以爲耳目玩弄之臣하시고 而不知其陰賊險詐시니 爲害最大니이다
天下之小人이 無由至於陛下之前이라 故로 皆通於宦官하여 珠玉錦繡所以爲賂者가 絡繹於道하여 以間關齟齬하고 賢人之謀는 陛下縱不聽用하시고 而大臣常有所顧忌하여 以不得盡其心이니이다
古之小人은 有爲君子之所抑이라가 而反激爲天下之禍者니 臣每痛傷之니이다
蓋東漢之衰
에 宦官用事
하니 爲司隷校尉
하여 發憤誅
等數人
하여 磔其尸于道中
하니 常侍曹節過而見之
하고 遂奏誅陽球
하여 而宦官之用事
가 過於王甫之未誅
니이다
惟陛下思宗廟社稷之重과 與天下之可畏하사 旣去之하고 又去之하며 旣疎之하고 又疎之니이다
之餘
는 必無忠良
하니 縱有區區之小節
이라도 不過闈闥掃洒之勤
하니 無益於事
니이다
惟能務絶其權하사 使朝廷淸明하여 而忠言嘉謨易以入하면 則天下無事矣리이다
惟陛下無使爲臣之所料로 而後世以臣爲知言이면 不勝大願이리이다
陛下雖以此召臣이나 然이나 臣觀朝廷之意컨대 特以其文采詞致稍有可嘉나 而未必其言之可用也니이다
天下無事하니 臣每每狂言하여 以迂闊爲世笑라 然이나 臣以爲必將有時而不迂闊也니이다
夫施之於孝武之世는 固不如用之於孝文之時之易也니이다
臣雖不及古人이나 惟陛下不以一布衣之言而忽之하소서
今老矣니 恐後無由復言하여 故로 云云之多至於此也니 惟陛下寬之하소서
注
而嚴考課之法과 擧武健之士는 其議雖未審이나 亦當時所急이라
至所言重縣令之體하고 假兩制之權과 與高第者不當按名敍用은 似無大關係라
首條에 欲州縣幕職上에 擧主必按其廉能은 其議未暢하고 而末謂宦官一節은 恐非宋朝時事之亟者나 然이나 於今日엔 則可謂血脈腸胃間之疾也已라
注
이 글은 수천 마디의 말을 반복한 것이 연뿌리에서 실을 뽑는 것 같아 단락 단락이 정서가 있어 사랑할 만하고, 글 중간에 당시의 정사를 지적하여 편 곳에는 또 이따금 송宋나라 가우嘉祐 연간의 일의 형편에 깊이 적중하니, 노천老泉의 일생의 문장文章과 정사政事를 대략 이 글에서 볼 수 있다.
지난달 5일에 본주本州(미주眉州) 관서에서 중서성中書省의 차자箚子를 받고 이어서 신을 불러들이는 공문을 받자오니, 한림학사翰林學士 구양수歐陽脩가 신이 지은 〈권서權書〉, 〈형론衡論〉, 〈기책幾策〉 등 22편을 양제兩制에서 의논하여 심사해서 채택하기를 청하는 글을 올려서입니다.
폐하께서 과분하게 들으시고 신을 불러 사인원舍人院에서 책론策論을 시험하기 위하여 본주本州에 명령하여 신을 대궐에 이르라 하셨습니다.
신臣은 본래 시골의 필부匹夫로 이름이 고을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하루아침에 갑자기 부름을 입으니 실로 스스로 조정朝廷에 통할 바를 알지 못하여, 명命을 받고 두려워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폐하께서는 몸소 지극히 성스러운 자질을 지니셨고, 또 뭇 공경公卿들 중에 어진 이와 천하 사대부들이 있어서 신과 같은 무리는 참으로 적지 아니하여, 신이 있고 없음이 손익損益이 되지 아니할 것입니다.
신은 불행하게도 병이 나서 분주히 길을 오가며 폐하께서 찾아 구하여 선발하는 마음에 부응하지 못하오니, 걱정되고 황공하여 죄를 지은 마음에 몸 둘 바가 없습니다.
신은 본래 평범한 재주로 스스로 나아갈 길이 없어 소년 시절에 또한 일찍이 폐하께서 시행하시는 과거시험에 운 좋게 합격하기를 바랐으나, 유사有司가 재목감이 아니라고 여겨 번번이 떨어져서 물러나 생활한 지가 10여 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비록 애써 병을 무릅쓰고 부지런히 힘을 다하고자 하나, 또한 스스로 변변치 못하여 끝내 유사有司의 뜻에 능히 부합하지 못함을 아니, 거듭 죄를 얻어 밝은 조칙詔勅을 더럽히게 될까 두렵습니다.
또한 폐하께서 천릿길에 신을 부르신 것은, 그 뜻이 신이 능히 공적功績을 이룰 만하다고 여겨서 성스러운 정사政事에 만에 하나라도 보탬이 있기를 바라서일 것입니다.
신이 결발結髮하고부터 책을 읽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신의 나이가 이미 50인데도 아직도 감히 학업學業을 폐하지 아니한 것은, 그 뜻이 또한 당시에 조금이라도 공헌하여 평소의 뜻에 기쁘고자 해서일 따름입니다.
지금 비록 달려가 대궐에 엎드려서 유사를 번거롭게 할 수는 없으나, 여전히 차마 입을 다물고 끝내 한마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일 뿐입니다.
천하의 일에서 그 깊고 원대遠大하며 절실切實하고 지극至極한 것은 신이 스스로 생각건대 미천微賤하여 감히 성급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까워서 쉽게 행할 수 있고 얕아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삼가 열 개의 조목으로 지어 밝은 조서詔書에 답하옵니다.
신은 듣건대, 이익利益이 있는 곳에 천하가 달려간다고 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부유富裕한 집의 자제子弟가 이익 되는 일을 하고자 하면 백 집의 시장市場에 편안히 있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옛날의 성인聖人은 큰 이익의 권한을 잡고서 천하를 분주히 하여 뜻하는 바가 있으면 천하가 다투어 먼저 하였습니다.
지금 폐하는 천하를 분주히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면서 쓰지 아니하시니 어째서이겠습니까?
옛날에는 한 사람에게 상賞을 주어서 천하를 부지런히 힘쓰게 하였는데, 지금 폐하께서는 봉록俸祿을 올리고 관직官職에 임명하여 번번이 천 명에 이르지만, 그 사람들은 모두 자기 스스로 이룬 것이라 하여 힘을 다하여 임금의 은혜에 보답할 줄을 알지 못하니, 일을 처리함에 이르러서 누가 노력을 다 바치겠습니까?
이는 폐하께서 그 작록爵祿을 가벼이 써서 천하의 선비로 하여금 날짜만 보내어 오래 버티면 얻을 수 있게 한 데서 연유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고용된 사람이 성과를 셈하여 품삯을 받는 것과 같아서, 비록 천만 금을 주더라도 어찌 그 주인의 덕인 줄을 알겠습니까?
이 때문에 비록 능력能力이 있는 사람이라도 행하는 바가 없이 삼가 법규法規만 지키면 저절로 높은 자리에 이를 수 있다고 여깁니다.
관리가 번다繁多하여 국외局外에 넘쳐서 폐하께서 황급히 구하여 일을 처리하느라 그 현불초賢不肖를 가릴 겨를이 없게 하여, 폐하의 백성을 병들게 하고 대사농大司農의 전곡錢穀을 소모하니, 이것은 의논하는 자들이 없애고자 하나 하지 못하는 바입니다.
신이 가만히 생각하니, 지금 천하의 관리官吏를 통제하여 다룸에 지주知州와 현령縣令, 녹관錄官과 막직幕職에서 경관京官으로 바꾸는 것이 모두 그 방법을 얻지 못하여, 이 때문에 이와 같이 어지럽게 되었습니다.
지금 비록 그 거관擧官(추천자) 수를 많게 하고 인사고과人事考課를 심도 있게 하며 그 거관擧官의 죄를 무겁게 하고 있으나, 이는 다만 현자賢者를 멀리하고 불초不肖한 자를 받아들이는 것일 뿐입니다.
또한 천하에 일이 없을 때는 비록 평범한 사람이라도 모두 잘못이 없을 수 있지만 일단 관직官職이 바뀌게 되면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저 천거薦擧한 사람이 말하기를 “이 사람은 청렴淸廉한 관리요, 이 사람은 능력能力 있는 관리다.”라고 하나, 조정에서는 청렴하고 능력이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요행히 실패한 일이 있지 아니하게 되면 오래도록 청렴하고 능력 있는 관리로 여겨질 것이니, 비록 천거한 사람의 죄를 무겁게 하나 유익함을 보지 못하고, 위아래가 서로 덮어주어 청탁請託이 공공연하게 행하여지게 됩니다.
관직에 있을 때에 예닐곱 차례 시험을 거치고, 추천해주는 대여섯 사람을 구하는 것은 누군들 하지 못하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남을 천거薦擧하는 자는 마땅히 그 사람의 행적行績을 밝게 드러내어 “모인某人은 청렴淸廉한 관리官吏다.
일찍이 어떤 일로써 그 청렴함을 알 수 있고, 모인은 능력能力 있는 관리다.
일찍이 어떤 일로써 그 능력을 알 수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비록 반드시 특별한 공적功績은 있지 않더라도 모두 기록할 만한 행적은 있으니, 다만 “청렴하고 능력이 있다.”고만 말하는 것은 듣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면 용인庸人으로서 비록 죄는 없으나 칭찬稱讚하기에 부족한 사람은 그 대열에 들어가지 못하여 고을에서 늙더라도 심히 애석하지는 아니할 것이요, 천하의 관리가 반드시 모두 칭송稱頌받을 만한 공적을 이루도록 힘써서 백성과 함께 이로움을 일으키고 해로움을 없애는 것이 오직 자기에게서 나오지 아니하게 될까 두려워할 것입니다.
이것은 옛날 성인聖人이 천하 사람을 몰아서 다투어 선善을 행하도록 했던 방법입니다.
공功이 있으면 상賞을 주고 죄罪가 있으면 벌罰을 주는 것은 그 실상은 한 가지입니다.
지금 관직을 강등降等하고 직임職任을 파하는 자가 반드시 아뢰어 “모인某人은 무슨 죄가 있으니 그 죄가 당연하다.”고 한 연후에 조정朝廷에서 듣고서 이를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만약 죄를 범한 연유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다만 “이 사람은 재능도 없고 탐하는 관리이다.”라고만 말한다면 조정이 어찌 기꺼이 근거 없는 말로써 죄를 줄 것이며, 지금 또 어찌 유독 관직을 바꾸는 데 이르러서 그 근거 없는 말을 듣겠습니까. 이는 사려思慮하지 않음이 깊은 것입니다.
혹자는 “이와 같이 하면 천하의 관리가 칭찬받을 만한 일만 힘써서 용의用意가 지나쳐 일을 만들어서 자기의 공으로 삼을 것이니, 〈이런 일들이〉 점점 자라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나, 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성인聖人은 반드시 천하의 형세形勢를 보고 법法을 만듭니다.
천하가 처음 안정되어 백성들이 노역勞役을 싫어하면 성인은 옛것을 따르는 정사에 힘을 써서 백성과 함께 휴식하나, 오래 안정이 되어 변화가 없는 데 이르면 반드시 떨쳐 일어나지 못하는 화가 있게 됩니다.
이 때문에 성인이 구차한 마음을 깨뜨리고 그 게으른 기운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한漢나라 원제元帝‧성제成帝는 오직 이를 알지 못하여 난亂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천하가 조금 나태하니 마땅히 그 마음을 격동시켜 일어나게 하여 공명功名에 용약踊躍하도록 그 풍속風俗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하물며 쓸모없는 관리들이 어지럽기가 이와 같은데도 절제節制할 바를 알지 못하니, 또 여기에 무엇을 의심하겠습니까?
또 폐하께서는 천하의 선비와 함께 공명功名을 기약하시지만 구차히 얻고자 함이 없으시니 이는 기다림이 지극히 깊어서입니다.
만약 그 뛰어난 재능才能과 원대한 지략智略을 지니고서 낮은 관직은 달가워하지 아니하여 명성名聲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양제兩制로 하여금 특별히 천거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니, 이 또한 천하에 몇 사람에 지나지 않을 뿐이요,
관리로서 잘못이 있어 자리를 옮기지 못하는 사람도 공적功績으로 속죄贖罪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니, 이와 같이 하시면 또한 폐하께서 널리 은혜를 베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니 유독 어려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신은 듣건대, 옛날 제도에 작록爵祿은 반드시 모두가 효제孝悌‧충신忠信‧수결修潔‧박습博習이 향당鄕黨에 알려지고 조정朝廷에 이르러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후대에 이르러서는 그러하지 아니하여 곡예曲藝와 소수小數라도 모두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임용任用함에 여전히 취할 것이 있어서, 그 폐단이 지금처럼 심하지는 아니하였습니다.
오늘날 관리를 채용採用함에 가장 무의미한 것은 그 임자任子라는 제도일 것입니다.
그 부형父兄의 자격에 의지하여 높은 관직을 얻고 또 그 자제子弟를 임용하고 자식이 장차 다시 그 손자를 임용하고 손자가 또 그 자식을 임용하니, 이는 배우지 아니하고도 관직을 얻는 자가 항상 끝이 없는 것입니다.
무릇 얻기가 쉬우면 잃어도 심히 아까워하지 아니하는 법입니다.
배우지 않은 사람이 심히 아까워하지 아니하는 관직에 있게 되면 그가 백성을 초개草芥와 같이 보는 것은 진실로 당연할 것입니다.
조정이 근년으로부터 비로소 재제裁制하고 조절調節하는 데 뜻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줄여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으나 그 줄일 방법을 얻지 못하니, 이것이 이른바 “그 말단末端은 다스리고 그 근원根源은 궁구하지 않으며, 그 대략大略만 보고 그 자세仔細한 것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니, 요행을 바라는 풍습風習이 조금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성인이 일을 시행함에 오직 이利만을 말할 뿐만이 아니고, 반드시 장차 천하의 마음을 크게 감복시킬 수 있어야 하니, 지금 없애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천하로 하여금 없애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도록 설명說明하여야 합니다.
때문에 비록 모두 없애도 의혹疑惑이 없을 것이니 어째서이겠습니까? 그 설명이 분명한 것에 힘입은 것입니다.
대저 이른바 임자제도任子制度는 또한 오히려 “그 부형父兄을 믿고서 그 자제子弟를 등용登用하는 것을 이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저들의 부형은 참으로 배워서 관직官職을 얻었습니다.
배운 자는 남을 임용任用하고 배우지 못한 자는 남에게 임용되는 것이니 이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제도는 만약 다행히 부형의 관직이 임용할 수 있는 자리에 이른 자는 모두 임용하게 하되 그 시작이 어떤 취지에서부터 나온 것인지는 묻지 않고 벼슬을 얻게 하니, 또한 그러한 사람들은 남에게 임용될 입장이 못 되면서 또 어찌 남을 임용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남에게 돈을 빌려 쓰는 사람이 남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하는 것과 같으니 매우 어렵지 않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부형의 보임補任으로 관직을 얻은 자는 비록 정랑正郞에 이르더라도 마땅히 모두 자제의 임용을 들어주지 아니하여야 할 것이요, 오직 그 능력을 스스로 닦아서 실력實力이 월등하여 청렴淸廉하고 높은 지위地位에 이른 자라야 들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다면 천하의 쓸모없는 관리가 반드시 크게 줄어들 것이며 공경公卿의 후손들도 모두 분발하여 학문學問에 뜻을 두어 부형의 힘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요,
임용되어 관직을 얻은 자도 이후에는 다시 자기 자제가 임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서, 또한 마땅히 힘써서 마침내 스스로 끝내 평범한 사람으로 늙어 버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니,
이는 그 이익 되는 것이 어찌 다만 한두 가지뿐이겠습니까?
신은 듣건대, 관직官職을 설치한 이래로 모두 관리官吏의 고과考課를 평가하는 법이 있었더니 주周나라 왕실王室이 망함에 그 법이 폐하여 끊어졌다고 합니다.
경방京房이 고과제도를 건의하였으나 그 후 끝내 시행하지 못하였습니다.
관리가 있으면 반드시 고과가 있고, 고과가 있으면 반드시 상벌賞罰이 있어야 하니, 관리는 있는데 고과가 없으면 이는 관리가 없는 것이요, 고과는 있는데 상벌이 없는 것은 이는 고과가 없는 것입니다.
관리도 없고 고과도 없는데 천하가 크게 다스려지기를 구하고자 하는 것을 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시 천 년이 지나도록 끝내 시행하지 못하였고, 시행하면 더욱 어지러워져서 끝내 고과를 할 수 없었으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천하의 관리를 이루 다 고과할 수 없거늘 지금 개개인을 고과하여 반드시 아홉 등급 안에 들어가도록 해야 하니, 이는 응당 그 제도가 전도顚倒되고 잘못되어 없는 것이 편리한 것만 못합니다.
신이 보건대, 옛날부터 고과考課를 행하는 데 있어 모두 그 방법을 얻지 못했습니다.
대개 천하의 관리는 모두 그 소속의 장長이 있어, 공功이 있거나 죄罪가 있으면 그 장長이 모두 승진昇進시키거나 파면罷免시켰습니다.
그러나 만약 반드시 개개인을 조정에서 고과를 한다면 그 장長은 장차 어디에 쓰겠습니까?
오직 대리大吏만은 소속된 곳이 없어서 관장管掌하는 장長이 없으니, 이들을 마땅히 더욱 철저하게 고과를 해야 하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그 지위地位가 높기 때문에 한 사람을 고과하면 그 아래를 모두 정돈하여 가지런하게 할 수 있고, 그 숫자가 적으므로 그 능력能力의 여부를 모두 파악하여 잘못됨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천하가 크게 다스려지지 못하는 까닭은 수守‧영令‧승丞‧위尉들의 현불초賢不肖가 뒤섞여 있는데 분변하지 못하여서입니다.
대저 수守‧영令‧승丞‧위尉들의 현불초賢不肖를 분변하지 못하는 것은 그 허물이 직사職司가 밝지 못한 데에 있고, 직사職司가 밝지 못한 것은 그 잘못이 소속된 곳이 없어서 관장管掌하는 장長이 없는 데 있습니다.
폐하께서 소속이 없는 관리에게 일로一路를 맡기시니 그 현불초를 마땅히 누구로 하여금 살피게 하시겠습니까?
옛날에는 공적을 고과하는 것은 모두 사회司會로 말미암아서 천자께 이르게 하였으니, 옛날 사회司會는 곧 지금의 상서尙書입니다.
상서가 이미 폐지되었으니 오직 어사御史가 조정朝廷 내외內外의 관리를 총괄하여 살펴야 합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조정朝廷의 신하臣下들로 하여금 직사고과職司考課의 법을 의논하여 정하게 해서 어사대御史臺에 별도로 고과 담당 부서를 세우고,
중승中丞은 그 큰 줄거리를 시행하고 소속 관원 중에 강직剛直하고 현명賢明한 한 사람을 뽑아서 그 일을 전담하게 하고,
승진昇進시키거나 파면罷免시키는 것을 많이 한 자는 상上으로 정하고, 승진시키거나 파면시키는 것을 적게 한 자는 중中으로 정하고, 승진시키거나 파면시키는 것을 하지 못한 자는 하下로 정하여,
그가 임기任期를 마치고 돌아갈 때에 치적治積의 대요大要를 아뢰어 조정으로 하여금 상賞과 벌罰이 있게 하여야 합니다.
그 뛰어난 공功과 비호할 수 없는 죄罪는 또 마땅히 특별히 상과 벌이 있게 함으로써 직사職司로 하여금 징계懲戒하고 권면勸勉할 바가 있음을 알게 하면,
그 아래 수守‧영令‧승丞‧위尉들이 다시는 어영부영하는 바가 있음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고과 대상자도 수십 명에 지나지 아니하여 능히 그 실상을 구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힘씀은 적으면서 공을 이룸은 많다는 것이니, 법이 이것보다 더 편리함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천하가 태평하다고 말하나 그 실상은 원방遠方의 백성들은 어렵고 궁함이 너무 심합니다.
그 잘못이 모두 직사職司에게 있으니 신은 감히 다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폐하께서 시험 삼아 널리 탐문하여 조사해보시면 곧 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아실 것입니다.
신은 듣건대, 옛날의 제후諸侯는 그 경내境內의 백성을 신첩臣妾처럼 거느려서 다스리고 경대부卿大夫의 집에도 각기 신하臣下를 두었다고 합니다.
배신陪臣이 그 제후를 섬기는 것은 그 제후가 천자天子를 섬기는 것과 같으니,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한 경내境內 백성의 생살여탈生殺與奪과 부귀빈천富貴貧賤을 모두 자기가 도맡아 다스림에서 비롯하니, 여기에 진실로 백성을 신첩臣妾처럼 거느려서 다스리는 까닭이 있는 것입니다.
그 후로 제후는 비록 없어졌으나 한漢나라로부터 당唐나라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재상의 권세權勢가 있었으니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관리官吏를 임용任用하고 인재人材를 천거薦擧하여 올리는 권한이 오히려 신하를 부리기에 충분하였으니, 이 때문에 태수太守나 자사刺史가 당상堂上에 앉으면 주현州縣의 관리가 당하堂下에서 절하며 비록 분주하게 머리를 조아리고 엎드리나, 그 누가 그렇지 않다고 〈거역하는〉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태조太祖께서 천명天命을 받으신 이래로 천하의 높은 벼슬아치의 임명권을 거두어 중앙정부에 돌리고, 일명一命 이상의 벼슬아치도 모두 천자께서 스스로 서명署名하셨으며, 대사농大司農이 그들의 의식 문제를 해결하여 주었습니다.
재상宰相으로부터 주현州縣의 관리官吏에 이르기까지 비록 높고 낮음이 서로 거리가 매우 멀지만, 그 실상은 모두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여 천자를 섬길 뿐입니다.
이 때문에 백여 년 동안에 천하가 권신權臣의 위엄威嚴이 있는 줄을 알지 못하였으나, 태수太守와 자사刺史는 오히려 한漢나라‧당唐나라의 제도를 써서 주현州縣의 관리들로 하여금 그를 섬기는 것을 옛날의 제후를 섬기는 예禮와 같게 하니, 모두 천자의 벼슬을 받고 모두 천자의 녹봉祿俸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신하 노릇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위地位가 낮은 관리官吏는 지위가 높은 관리에게 따르지 않아야 할 경우가 있는 것은 걱정하지 않고, 오직 따르는 데 잘못이 있을까 봐 두려워할 뿐입니다.
지금 천하가 귀貴한 벼슬로 서로 높은 체하고 천賤한 벼슬로 서로 아첨하니, 어찌하여 주현州縣의 관리들로 하여금 태수太守의 뜰에서 추주趨走하는 모습이 종과 같을 뿐만 아니라, ‘예, 예’ 하며 대답하는 데 급급하게 합니까?
그러므로 지위가 높은 관리는 항상 방자하게 제멋대로 행동하여 아랫사람에게 꺼리는 것이 없고, 지위가 낮은 관리는 능히 바로잡지 못하고 구부려 따르며 아첨으로 섬기는 데 이르러 포악한 짓을 돕게 되니, 능히 중심中心을 세워 흔들림이 없는 사람은 진실로 너무 〈처신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은 괴이하게 여길 것도 없으니 그 형세形勢가 참으로 그렇게 하도록 한 것입니다.
대저 주현州縣의 관리는 지위가 낮고 녹봉이 적으나 백성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 쉽게 간사奸邪한 행동을 할 수 있으니, 조정이 믿고서 맡긴 사람은 특별히 그 방정方正한 행실을 힘쓰고 그 절개節槪를 온전히 하고 그 기운氣運을 길러 부끄러움이 있음을 알게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들 중에는 반드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어 훗날에 장차 공경公卿으로 삼을 만할 것이니 어찌 야박하게 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 더욱 옳지 못한 것은, 지금 현령縣令이 주현州縣의 예禮를 따르는 것입니다.
대저 현령縣令의 관직이 비록 낮으나 그가 한 현縣의 책임責任을 지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의 관원인 지현知縣과 같을 뿐입니다.
그 고을의 이서吏胥와 인민人民은 그들의 관장官長이 태수太守의 뜰에서 엎드려 절하는 행동이 이와 같이 위엄威嚴이 없음을 익숙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현령縣令을 가볍게 여기고 가볍게 여기기 때문에 쉽게 간사한 짓을 하니, 이것은 현령縣令이 정사政事를 하기가 어렵게 되는 까닭입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주현州縣의 관리가 태수太守를 섬길 때에는 공손恭遜하고 겸손謙遜하게 낮추고 조심하여 감히 대항하지 못하게 할 뿐이며, 성명姓名을 아뢰고 찬배贊拜할 때에 그 낮은 자리에서 추주趨走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대부士大夫의 절개節槪를 온전히 하고 또한 지위가 높은 관리의 불법不法을 경계警戒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신은 듣건대,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반드시 엿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천하에 위급危急한 상황이 있으면 평소에 쓰지 않는 사람을 구하지 아니해서, 천하로 하여금 창졸간을 다행으로 여겨서 녹위祿位를 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오직 성인聖人이라야 능히 그렇게 할 수 있으니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평소 써왔던 사람은 위급한 상황에 부릴 수 있으나, 일이 닥쳐 취한 사람은 또한 위급한 상황에 쓸 수가 없습니다.
전傳에 말하기를 “국가가 안정安定되면 명예名譽가 있는 사람을 총애寵愛하고, 국가가 위급危急하면 갑옷과 투구를 쓴 무사武士를 등용한다.
지금은 위급할 때 소용이 있는 사람은 평소에 양성한 사람이 아니고, 평소에 양성한 사람은 위급할 때 소용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국가가 전쟁戰爭이 일어났을 때에는 방략方略을 구하고 무과시험武科試驗을 설치하여 천하의 백정과 술장수와 용감하고 굳센 자들로 하여금 모두 맨손으로 폐하의 벼슬을 움켜쥐게 하고, 전쟁을 하지 않는 날에는 비록 세상에 뛰어난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는 적은 녹봉을 아까워하니, 신은 천하가 조정을 엿봄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지금 장수將帥의 임무任務를 맡겨 갑자기 위급하고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부릴 만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폐하의 노장老將 가운데 지난날 전쟁에서 이기고 지키기를 잘한다고 이르던 사람은 지금 없습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무과시험을 회복하여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서 옛날의 폐단을 바꾸어야 합니다.
또한 옛날의 이른바 무과시험은 대체로 정밀하지 못하였으니, 활 쏘고 말 타는 재주로 벼슬을 얻은 자는 센 활을 당기거나 무거운 물건을 끌어당기는 시정市井의 추재麤材에 불과하고, 책시策試로 합격한 사람도 모두 장구章句만 기록하여 구구하게 쓸 데가 없는 학문을 하였으며, 또한 너무 많은 사람을 뽑았으니 천하에서 군사軍事에 대하여 아는 사람이 이와 같이 많은 것은 마땅하지 않고, 그들을 대우하는 것 또한 매우 가벼이 하여 등급이 낮은 사람은 예역隷役을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얻은 사람은 모두 탐욕스럽고 오활하여 바른 행실이 없는 무리이니 호걸지사豪傑之士가 부끄럽게 여겨 차마 나아가지 않습니다.
마땅히 공사貢士를 시행하는 해에 양제兩制로 하여금 각각 그들이 들은 사람을 천거薦擧하게 하여, 유사有司가 그 적임자適任者를 시험하고 폐하께서 친히 책문策問을 내어 시험하시어, 권변權變과 지략智略 외에 활 쏘고 말 타는 데 능한 사람은 험한 곳을 출입하게 하고, 용맹勇猛스러우면서도 지모智謀가 있는 사람은 불과 한두 사람만 취하여 파격적인 대우를 하여 변방邊方을 지키는 임무를 시험하소서.
문관文官에는 제과制科가 있고 무관武官에는 무거武擧가 있으니, 폐하께서 장수將帥와 재상宰相을 얻고자 하실 적에 여기에서 취하신다면 열 사람 가운데 어찌 한두 사람이 없겠습니까?
이 또한 위급한 상황을 구제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신은 듣건대, 법法으로만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고 합니다.
법으로만 천하를 다스린다면 법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천하가 이에 속임수를 쓸 것이고, 또한 법은 반드시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습니다.
선왕先王께서 그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음을 아셨기 때문에 법의 대략大略만 남겨두시고 지극한 정성精誠으로 구제하시어, 천하로 하여금 나를 속이는 자가 없도록 한 까닭은 반드시 모든 것을 나의 법으로써 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그 가운데 차마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였습니다.
인군人君이 대신大臣을 부리는 데에 법만을 적용시킬 수는 없으니, 좌우의 보필하는 대신大臣을 반드시 법을 기다린 후에 부릴 것 같으면, 소원疏遠한 낮은 관리들은 마땅히 다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큰 천하로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나라가 나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신臣이 보건대, 지금 양제兩制 이상에는 어질고 준걸俊傑한 선비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두 법을 받들고 직무를 담당하면서 허물이 없게 할 뿐이고, 승묵繩墨(규칙이나 법도)의 밖에서 폐하를 위하여 깊이 생각하고 멀리까지 염려하면서 나랏일에 대해 건의하여 아뢰는 것을 즐겨 하지 아니하니 어째서이겠습니까?
폐하께서 승묵繩墨의 안에서 그들을 대우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신은 청컨대 한두 가지 예를 들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저 양부兩府와 양제兩制는 마땅히 밤낮으로 문에서 오가며 당세의 업무를 강론講論하고 또 그 사람 됨됨이를 익히 알아서 일에 임하여 임무를 주어 그 재주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법은 서로 왕래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니, 사사로이 고알告謁하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군신君臣의 도道는 같지 아니하니 인신人臣은 오직 스스로를 방비防備하지만, 인군人君은 오직 그들을 막지 아니합니다.
이러므로 기쁜 마음으로 서로 만나서 간격間隔을 두지 않습니다.
양부兩府와 양제兩制를 믿을 수 있다고 여기신다면 마땅히 청탁請託할 곳이 없을 것이고, 믿을 수 없다고 여기신다면 저들이 사사로운 뜻을 이룰 곳이 없다고 어찌 걱정하겠습니까?
그들이 서로 왕래하는 뜻은 어디에 있겠습니까?
지금 양제兩制의 지거知擧는 봉미封彌하고 등록謄錄하는 일을 면하지 못하고 있고, 아뢰고 나서 내려오면 어사御史가 친히 자리에 임하여 서늘하기가 마치 큰 옥사獄事에 국문하는 것과 같아서, 어느 사람의 말인 줄 알지 못하게 하니 또 어찌 그리 심합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이와 같은 것들을 모두 거두어 없애시면 저들이 조금씩 알게 되어 마땅히 차마 저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그들이 여전히 속이는 경우가 있다면 또한 천하에 재주 없고 부끄러움도 없는 자이니, 폐하께서 혁연赫然히 위엄을 떨치시어 한두 사람을 벌주신다면 천하의 간사奸邪한 관리들이 두 발을 모으고 서서 몹시 두려워하게 될 것이고, 조정朝廷의 풍문風聞을 듣고 또한 반드시 뜻이 크고 비상한 재주가 있는 자는 폐하의 쓰임이 될 것을 생각할 것입니다.
신은 듣건대,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명기名器(작위爵位와 거복車服)를 사람들에게 줄 수는 있으나, 명기로써 사람들을 허여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사람을 하루 만에 알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국가가 과거科擧로써 인재人材를 뽑을 때에 사방에서 오는 사람이 저자와 같이 많은데, 하루아침에 유사有司로 하여금 등급을 매기게 하니 이것은 진실로 그 재주의 고하高下와 대소大小를 참으로 알아서가 아니라, 다만 처음 그를 거두어주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차 정무政務를 맡겨 오래도록 관찰해보면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른 자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진사과進士課 3등 안에 든 자는 처음 관리가 되는 날에 천하가 경상卿相되기를 바라고 10년도 안 되어 양제兩制에서 벼슬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또한 저들은 남보다 조금 나은 성적으로써 종신終身의 부귀富貴를 마음대로 하고, 등용되었다가 돌아가서도 기대는 곳이 있는 것같이 하니, 이와 같다면 비록 천하의 훌륭한 인재라도 또한 혹 태만怠慢하여 닦지 않을 것이고, 내키는 대로 방자放恣한 행동을 하는 자는 사람들이 또한 기세를 보고 두려워 감히 억눌러 제지制止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왕先王께서 천하를 다스림에 높은 이를 높여서 서로 고상高尙하게 여기고 귀한 이를 귀하게 여겨 서로 받들어서, 천하로 하여금 조정의 높은 이를 우러러 바라보기를 태산泰山이나 높은 산악山嶽과 같이 하여 잡아당겨서 미칠 바가 아닌 듯이 하였습니다.
진실로 큰 공功이 있거나 무리 가운데 출중出衆한 재주가 있지 않으면 가볍게 높은 지위地位를 얻을 수 없도록 하셨으니, 이 때문에 천하가 금기禁忌할 것이 있음을 알아서 감히 분에 넘치는 일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오척동자五尺童子도 휩쓸리어 모두 공경公卿에 뜻을 두어, 얻으면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고 얻지 못하면 원망을 하니 어째서이겠습니까?
저들이 하루아침의 요행으로써 어려움이 없음을 익히 알아서입니다.
이와 같다면 필부匹夫도 조정朝廷을 가볍게 여길 것입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3등 안에 든 사람은 진실로 우대하여 하나의 관직官職을 주어 남보다 조금 나은 성적成績을 보상報償받도록 하고, 관각館閣과 대성臺省에는 천거薦擧가 없으면 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저들이 과연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면 어찌 들여놓을 수 있겠습니까?
저들이 과연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찌 천거할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겠습니까?
이것은 다만 명기名器를 아낄 뿐만 아니라, 장차 조정朝廷을 중하게 하는 것일 따름입니다.
신은 듣건대, 옛날에는 적국敵國을 살펴볼 경우에 그 나라 산천山川의 험한 정도와 군사軍士‧병마兵馬의 수가 많은 정도를 살펴보지 아니하고 사람을 살펴보았을 따름이라고 합니다.
높은 산과 큰 강에는 반드시 맹수猛獸와 괴물怪物이 있어서 때때로 그 위세威勢가 드러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감히 함부로 하지 못하니, 반드시 싸워서 이긴 뒤에라야 복종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로 하여금 항상 꺼리는 바가 있어서 감히 도발할 수 없도록 하고, 우리로 하여금 항상 믿는 바가 있어서 겁낼 것이 없도록 하여야 합니다.
지금 중국 같은 큰 나라로서 오랑캐들로 하여금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심지어는 감히 번거로운 말로써 우리가 듣는 것을 더럽히고 어지럽게 하니, 이것은 그 마음에 엿보는 바가 있지 아니하고서 저들이 어찌 이토록 두려움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적국敵國과 전쟁戰爭이 있을 경우엔 장수將帥로 저들을 방어防禦하고, 전쟁이 없을 경우엔 사신使臣으로 저들을 살펴보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의 사신使臣이라고 하는 자들을 또한 너무 가벼이 여기며, “이 사람은 이 관직에 있으니 이번 사신으로 가야 하고, 올해는 아무개가, 내년에는 마땅히 아무개가, 또 다음해는 마땅히 아무개가 가야 한다.”고 하며, 현령縣令 임무를 맡기듯이 반드시 균일均一하게 적용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사람의 재능才能에는 원래 부족한 바가 있어서 그 전대專對를 억지로 할 수 없으며, 민첩敏捷하고 용감勇敢한 것 또한 배워서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반드시 억지로 하게 한다면 그들이 창황倉皇(어쩔 줄 몰라)하여 차례를 잃어버려 오랑캐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옛날에는 대부大夫가 국경國境을 나가서 나라를 편안하게 하고 사직社稷을 이롭게 할 수 있다면 전권全權을 행사할 수 있었거늘, 지금은 법령法領이 너무 조밀稠密하여 하급관리로 하여금 붓을 잡고 그 곁에서 기록하게 하여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그때마다 이를 기록하게 하니, 비록 기재奇才와 변사辯士가 있더라도 또한 어찌 효율적으로 쓸 수가 있겠습니까?
저 오랑캐들이 이를 보고, 술좌석에서 한가한 담소談笑를 나누는 사이에도 오히려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전쟁이 일어났을 때 진실로 쓸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 여길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해서 장차 어떻게 그 간사奸邪한 꾀를 간파하고, 그 교만驕慢한 기운을 꺾을 수 있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사신의 임무를 수행할 만한 사람으로 상인常人을 두되 오직 그 가능한 자라면 반드시 균일하게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가 능력이 없는 자인데, 폐하께서 문학文學과 정사政事로 책임을 맡기셨다고 해서 반드시 언어言語의 사이에서 억지로 강요하여 우리의 일을 실패하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조금 그 법을 느슨하게 하여 사신으로 하여금 행할 바가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의 근심은 ‘사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고 위태로운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균일하게 적용한 후에 가할 것이라고 여긴다.’는 것입니다.
폐하께서 평화平和로울 때에는 사신들을 모두 직무職務에서 물러나 있게 했다가, 뒷날 위급危急할 경우에 그들로 하여금 사지死地에 드나들게 한다면 장차 모두 도망가겠습니까?
이것은 신이 또한 비단 사신을 보내는 것만이 그러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은 듣건대, 형벌刑罰에 사면제도赦免制度가 있었던 것은 그 유래가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주周나라 제도의 팔의八議에 사면할 수 있는 사람은 밝혀져 있으나, 사면할 수 있는 때는 없습니다.
삼대三代가 쇠약해진 이래로 비로소 사면령赦免令이 있었다고 들었으나, 모두 천하에 특별한 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기근饑饉이 들어 백성들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 도적들이 어지럽힌 뒤에, 이때에 천하를 말끔히 씻어낸 경우는 있었으나, 그래도 지금의 교제사郊祭祀를 지내는 것을 계기로 사면을 시행하여 천하의 음흉陰凶한 백성들로 하여금 미리 알고서 요행으로 여기는 것 같지는 아니하였습니다.
평소에 소민小民들은 법이 두려워서 감히 꼼짝도 못하다가 교제사를 지내는 해가 되면 도적질을 공공연히 행하여 죄인들이 감옥에 가득 차니, 천하를 다스리는 자가 장차 이에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또한 창고를 털어서 쓸모없고 잡다한 병사兵士들에게 상賞으로 주고, 한 차례 대례大禮를 치르고 나면 경비로 만억萬億이 소비되니, 세금이 가볍지 아니하여 백성들이 편안히 살 수가 없는 것은 모두 이러한 까닭입니다.
폐하께서 쓰임을 절약하고 백성을 사랑하여 이러한 폐단을 없애고자 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유래가 오래되었으니 아마도 하루아침에 이를 없애게 되면 천하가 반드시 은혜恩惠가 적다고 여기고, 흉포凶暴하고 무뢰無賴한 병사兵士들이 혹 이것을 계기로 구실을 삼아서 난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이것이 신중하게 고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개 일에는 고칠 수 없다고 해서 마침내 고치지 않으면 그 근심이 반드시 깊어지고 이를 고치게 되면 그 재앙이 반드시 빨라지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오직 은혜를 베푸는 것을 잃지 않으면서 천하의 폐단을 구제하는 것은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교제사郊祭祀를 지내기 한 해 전에 이를 계기로 구실을 삼아 특별히 큰 호령號令을 발하여야 합니다.
만약 교제사를 지내는 해에 죄를 사면하고 군사들에게 상을 하사하고 또한 알리기를 “나는 천하에 은혜를 베푸는 것을 아끼지 아니하였는데 오직 이 흉악凶惡하고 잔학殘虐한 백성은 내가 당연히 사면해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번번이 죄를 범하여 우리 양민良民들을 해치니,
지금 이후의 사면은 교제사를 지내는 해에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일정한 제도를 삼겠다.”고 하시면, 천하 사람들이 교제사를 지내는 해가 아니더라도 교제사를 지낼 때와 같은 상을 받게 되는 데 대해 기뻐하게 될 것이니, 어느 겨를에 그 뒷일을 염려하겠습니까?
그 뒤로는 4, 5년 만에 이(사면)를 행하고, 7, 8년 만에 이를 행하다가 또한 뒤따라 〈교제사에 사면하던 것을〉 다 없앤다면, 천하가 편안히 여겨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날로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또한 교제사에 사면하는 제도는 오대五代 이후 병란兵亂으로 황폐해진 시기에 나와서 천하를 고식적姑息的으로 다스리고 두 마음을 품고 반란叛亂하려는 자들을 안정시키는 방법일 뿐이었는데, 뒷사람들이 서로 이어서 능히 없애지 못하고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법령法令이 밝게 구비되고 사방에 근심이 없는데 무엇이 두려워서 고치지 못하겠습니까?
지금 계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간사奸邪한 사람과 교활狡猾한 관리를 양성하여 도적이 되게 해서 이후 세금을 취하여 교만한 기세를 부리는 병사를 먹이게 되니 기근飢饉을 틈타서 난에 이르지 않음이 드물 것입니다.
이때를 당해서 계책을 세우고자 한들 그것을 오히려 다할 수 있겠습니까?
신은 듣건대, 옛날에 일반 백성들의 의론議論을 채택한 것은 그들이 미천微賤하나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작록爵祿을 아까워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말이 공평公平하고, 임금의 위엄威嚴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말이 정직正直하였습니다.
지금 신은 다행히 폐하의 조정에 벼슬하고 있지 아니하여 마음에 돌아보고 염려하며 아까워할 바가 없는 자입니다.
이 때문에 천하의 일에 대해서 폐하의 여러 신하들이 감히 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신이 외람되게 말씀드리기를 청합니다.
폐하께서 우수優秀한 인재人材를 발탁하여 등용하시어 태평太平한 세상을 이루기를 생각하신지가 지금 몇 해가 되었습니다.
일을 수립했다가 번번이 폐하고 공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는데 바로 떠나니, 폐하께서는 그 연유를 아십니까?
폐하께서 그 연유를 아신다면 지금의 관직官職에 있는 자들이 모두 자리에서 임무를 잘 수행할 수가 있으나, 만약 그렇지 않으실 것 같으면 비록 현신賢臣 천만 명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천하가 끝내 잘 다스려지지 못할 것이니 어째서이겠습니까?
폐하께서 사대부士大夫들에게 예禮를 갖추어 대우하신다면 무릇 관직에 있는 자들이 감히 허물없이 희롱하고 음란하게 굴면서 폐하께 가깝고 기뻐하기를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참소讒訴하는 말과 사악邪惡한 음모陰謀가 조정에 이르는 까닭을 천하의 사람들은 모두 폐하께서 환관宦官의 잘못을 멀리 내치지 않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폐하께서 다만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신하들이라고만 여기시고 그들이 음흉陰凶하게 해치고 음험陰險하게 속임수를 쓰는 것은 알지 못하시니, 해害가 됨이 가장 큽니다.
천하의 소인들이 폐하 앞에 이를 길이 없기 때문에 모두 환관을 통해서 보석寶石과 비단으로 뇌물을 쓰는 자들이 길에 끊이지 아니하여 점점 더 어긋나고, 현인賢人들의 계책은 폐하께서 내치며 들어 쓰지 아니하시고, 대신大臣들은 항상 꺼리는 바가 있어 그 마음을 다하지 아니합니다.
신이 그렇기 때문에 “소인의 뿌리를 제거하지 아니하였다.”고 아뢴 것입니다.
가만히 길거리에 떠도는 소문所聞을 들으니, 폐하께서 장차 그들을 제거해서 멀리할 뜻을 두고 계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은 바야흐로 걱정이 되어 감히 하례賀禮 드리지 못하옵니다.
옛날의 소인小人들은 군자君子들에게 제어받다가 도리어 격동激動하여 천하의 우환憂患이 된 자도 있으니, 신이 매양 이를 가슴 아프게 생각하였습니다.
대개 동한東漢이 쇠할 때 환관宦官들이 권세權勢를 부리니 양구陽球가 사예교위司隷校尉가 되어 발분發憤하여 환관 왕보王甫 등 여러 사람을 주살誅殺하여 길 가운데에서 그 시신을 찢으니, 상시常侍 조절曹節이 지나가면서 이를 보고 마침내 양구를 죽여야 한다고 아뢰어, 환관들이 권세를 부리는 것이 왕보를 베지 않았을 때보다 심하였습니다.
그 뒤 두무竇武와 하진何進도 그(환관)들을 제거하려다가 도리어 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므로 한漢나라가 쇠할 때 땅을 쓴 듯이 모두 없어져 구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대체로 군자君子가 소인小人을 제거할 때는 오직 모조리 제거하여야만 이에 후환後患이 없을 것입니다.
오직 폐하께서는 종묘사직宗廟社稷의 소중함과 천하를 두려워해야 함을 생각하시어, 이미 이들을 제거하시고 또 제거하시며, 이미 이들을 멀리하시고 또 멀리하셔야 합니다.
환관宦官들의 잔당들은 반드시 충성스럽고 어진 자가 없을 것이니, 설령 구구한 작은 절개가 있다 하더라도 궁궐의 문에 물 뿌리고 청소하는 부지런함에 불과하니 큰 일에는 보탬이 없을 것입니다.
오직 그들의 권력을 끊는 데 힘써서 조정으로 하여금 청명淸明하도록 하여 충성스러운 말과 훌륭한 계책들이 쉽게 받아들여진다면 곧 천하가 무사하게 될 것입니다.
오직 폐하께서 신이 생각하는 것을 가지고 후세 사람들이 신을 ‘사리에 맞는 말을 한 자’라고 여기지 않도록 해주신다면 더할 수 없는 큰 소원이 성취되는 것이라 하겠나이다.
지난번 신이 저술한 22편에 당세의 요점要點을 대략 말씀드렸습니다.
폐하께서는 비록 이것 때문에 신을 부르셨으나, 신이 조정의 공론公論을 보건대 다만 그 문채文采와 사치詞致는 조금 나은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말의 내용이 쓸 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천하가 무사無事하니 신이 광언狂言을 할 때마다 우활迂闊하다고 여겨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되었으나, 신은 반드시 장차 유사시有事時에는 오활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의賈誼의 대책이 효문제孝文帝 때에는 채택되지 아니하였으나 주보언主父偃의 무리들로 하여금 그 여론餘論을 얻어 효무제孝武帝 때 이를 시행하게 하였습니다.
효무제 때 이를 시행한 것은 진실로 효문제 때에 쉽게 시행하는 것만 못합니다.
신이 비록 옛사람들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오직 폐하께서는 일개 보잘것없는 자의 말이라고 해서 소홀히 여기지 마시옵소서.
분수에 맞지 않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신의〉 소견所見을 바칩니다.
또한 폐하께서 신을 부르시지 아니하셨다면 신의 말은 조정에 이르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신이 지금 늙어 뒤에 다시 말할 기회가 없을까 두려워 올리는 말들이 많기가 이에 이르렀으니, 오직 폐하께서 너그럽게 살펴주시옵소서.
注
살펴보니 여기에 기록된 열 가지 조목 중에 임자제도任子制度 개혁改革과 사신使臣을 임명任命하는 것과 사면령赦免令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것은 가장 적확的確하다.
고과법考課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과 굳세고 건장한 무관武官을 등용하는 것에 대한 것은 그 의논이 비록 자세하지는 않으나 또한 그 당시에는 시급한 일이었다.
현령縣令의 체통體統을 중히 여기고 양제兩制의 권한權限을 서로 교환하는 것과 우수한 성적으로 급제하였다고 해서 명성名聲의 허虛와 실實을 고찰하지도 아니하고 등용하는 것에 대해 말한 바에 이르러서는 크게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첫 조항에 주현州縣의 막직幕職을 올려주려고 할 때에 천거한 자가 반드시 그의 청렴淸廉함과 능력能力을 살펴야 한다는 것은 그 의논이 유창하지 못하고, 마지막에 환관宦官에 관한 한 조항은 아마도 송宋나라 당시에는 시급한 일이 아니었으나, 오늘날에는 혈맥血脈과 내장內臟 사이의 질병疾病과 같은 아주 심한 폐단이라고 이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