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翰
執事
아 士之能以其姓名聞乎天下後世者
가 夫豈偶然哉
리오
生而同鄕하고 學而同道로되 以某問某면 蓋有曰 吾不聞者焉이라하니라
而況乎天下之廣과 後世之遠으로 雖欲求髣髴이나 豈易得哉리오
今夫群群焉而生하고 逐逐焉而死者는 更千萬人不稱不書也라
彼之以一能稱하고 以一善書者는 皆有以過乎千萬人者也라
揚雄之死에 不得其繼千有餘年이러니 而後屬之韓愈氏라
且以一能稱과 以一善書者를 皆不可忽이니 則其多稱而屢書者는 其爲人宜尤可貴重이라
洵은 一窮布衣로 於今世에 最爲無用이니 思以一能稱과 以一善書로되 而不可得者也라
夫以布衣로 而王公大人稱其文似司馬遷호되 不悅而辭하니 無乃爲不近人情이리오
誠恐天下之人不信하고 且懼張公之不能副其言하며 重爲世俗笑耳라
不知其不肖하고 稱之曰 子之六經論은 荀卿子之文也라하니라
平生爲文하여 求於千萬人中에 使其姓名髣髴於後世而不可得이러니 今也에 一旦而得齒於四人者之中하니 天下에 烏有是哉아 意者其失於斯言也리라
執事
는 하고 로되 未聞其有此言也
하니 意者其戱也
라
惟其愚而不顧하고 日書其所爲文하여 惟執事之求而致之러라
退而處하여 不敢復見하고 甚慙於朋友하여 曰 信矣라 其戱也라
雖然이나 天下不知其爲戱하고 將有以議執事하니 洵亦且得罪라
執事憐其平生之心하여 苟以爲可敎면 亦足以慰其衰老요 唯無曰荀卿云者면 幸甚이나라
注
글에 기복起伏과 돈좌頓挫가 있으며, 자임自任한 곳 또한 탁월卓越하다.
한림학사翰林學士 겸 우간의대부右諫議大夫 집사執事께. 선비가 천하의 후세에 그 성명姓名이 알려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대저 어찌 우연이겠습니까?
같은 고을에서 태어나 같은 도를 배웠더라도, 아무개를 〈그 동문인〉 아무개에게 물어보면 대체로 “내가 들어보지 못한 자이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천하天下의 넓음과 후세後世의 영원함 속에서 비록 비슷한 인물을 구하고자 한들 어찌 쉽게 얻겠습니까!
옛날부터 한 가지 능한 것으로 칭송稱頌되거나 한 가지 훌륭함으로 기록記錄된 분들을 저는 일찍이 감히 소홀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지금 무리지어 태어나고 쫓기듯 죽는 사람들에 대하여서는 더욱이 천만千萬 인人이 칭송하지도 않으려니와 기록하지도 않습니다.
저렇게 한 가지 능한 것으로 칭송되고 한 가지 훌륭함으로 기록되는 분들은 모두 천만 인보다 뛰어남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자孔子가 죽은 이래로 백여 년 만에 맹자孟子가 태어났습니다.
맹자孟子의 뒤로 수십 년 만에 순경荀卿(순자荀子)에 이르렀습니다.
순경荀卿 뒤로는 이에 조금 멀어져서 200여 년 만에 양웅揚雄이 세상에 칭송되었습니다.
양웅揚雄이 죽자 그것을 잇지 못한 것이 천여 년이었는데 나중에 한유韓愈가 그것을 이었습니다.
한유韓愈가 죽은 지 300년이 되었는데 천하가 장차 누구와 함께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한 가지 능한 것으로 칭송되고 한 가지 훌륭함으로 기록되는 분들을 모두 소홀히 할 수 없으니, 그들이 많이 칭송되고 자주 기록되는 것은 그 사람됨이 마땅히 더욱 귀중히 여길 만하기 때문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수천 년 동안 이 네 분에 더하여진 사람이 없으니, 그런 사람은 의당 어떠하여야 하겠습니까?
천하天下에서 이러한 사람이 없음을 근심하고 있으니, 천하天下에 이러한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어떻게 대하여야 하겠습니까?
저는 한 사람의 궁한 포의지사布衣之士로 금세今世에 가장 쓸모가 없으니 한 가지 능한 것으로 칭송稱頌되고 한 가지 훌륭한 것으로 기록記錄될 것을 생각하나 그리 될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물며 저 네 분들의 문장文章은 실로 감히 만의 하나도 바라지 못합니다.
얼마 전에 장익주張益州(장방평張方平)가 제 글을 보고 사마자장司馬子長(사마천司馬遷)과 비슷하다고 하였으나, 저는 기뻐하지 않고 그 평을 사양하였습니다.
대저 포의지사布衣之士로 왕공王公‧대인大人이 그 문장을 사마천司馬遷과 비슷하다고 칭찬을 하여도 기뻐하지 않고 사양하였으니, 인정人情에 가깝지 않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실로 천하의 사람들이 그 말씀을 믿지 못할까 걱정이 되고, 또한 장공張公께서 하신 그 말씀에 부합할 수 없을까 두려우며, 거듭 세속世俗의 비웃음거리가 될 따름입니다.
집사 같은 분은 천하天下에서 성취된 바를 절충하시는 분입니다.
불초不肖함을 알지 못하시고 칭찬하시기를 “그대의 〈육경론六經論〉은 순경荀卿의 문장이다.”라 하셨습니다.
평소 글을 지어 천만 인 가운데서 그 성명姓名이 후세에 방불彷佛하게 되기를 구하였으나 그리 될 수 없었는데, 이제 하루아침에 네 분들 가운데서 〈한 분과〉 같아지게 되었으니 천하天下에 어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아마도 이 말에 실수가 있을 것입니다.
집사께서는 문장에 있어서는 윤사로尹師魯(윤수尹洙)를 칭찬하셨고, 시詩에 있어서는 소자미蘇子美(소순흠蘇舜欽)와 매성유梅聖俞(매요신梅堯臣)를 칭찬하셨으나, 이런 말이 있다는 것은 아직 듣지 못하였으니 아마도 저를 놀리려고 하신 것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리석음을 돌아보지 않고 날마다 지은 글을 써서 오직 집사께서 구하실까 하여 바쳤습니다.
이윽고 누차 〈보아주시기를〉 청함에 누차 사절하여 말씀하기를 “내 읽을 겨를이 없다.”라 하셨습니다.
물러나 있으면서 감히 다시 뵙지 못하고, 벗들에게 매우 부끄러워 말하기를 “정말이지 그 말씀은 장난이셨나 보다!”라 하였습니다.
비록 그러하나 천하天下가 그것이 장난인 줄 알지 못하고 집사께 평의評議를 받으려 하였으니 저는 또한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집사께서는 평생의 마음을 가엽게 여기시어 실로 가르칠 만하다고 생각하시면 또한 노쇠한 몸에 위로가 되겠으며, 다만 “순경荀卿 운운” 하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