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之罪大로되 會主上方以寬理人하고 用和天下라 故吾得在此라
夫爲天子尙書郞하여 謀畫無所陳하고 而群比以爲名하여 蒙恥遇僇하여 以待不測之誅하니 苟人爾인대 有不汗栗危厲偲偲然者哉아
自以上不得自列於聖朝하고 下無以奉宗祀近丘墓하니 徒欲苟生幸存하여 庶幾似續之不廢라
是以儻蕩其心하고 倡佯其形하여 茫乎若升高以望하고 潰乎若乘海而無所往이라 故其容貌如是하니
嘻笑之怒는 甚乎裂眥하고 長歌之悲는 過乎慟哭하니 庸詎知吾之浩浩非戚戚之尤者乎아
남이 조소하고 조롱한 것에 대해 해명한 것으로, 여러 유사한 문장의 유풍遺風이다.
유자柳子가 죄로 인해 영주永州로 좌천되었는데, 도성에서 온 이가 유자柳子를 보고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대가 사건에 연루되어 축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위로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대의 모습을 보니, 태연자약합니다.
능히 이처럼 달관을 하였으니, 내가 위로할 것은 없겠고 감히 다시 축하드립니다.”
“그대가 만일 겉모습으로 나를 축하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내 어찌 정말로 이와 같아서 가슴속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이겠습니까.
우선 근심 걱정을 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도리에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하는 것일 뿐입니다.
나의 허물이 큰데도 불구하고 마침 주상께서 지금 너그러운 덕으로 만민을 다스리고 이로써 천하를 화합하는 정사를 펴시기 때문에 내가 살아서 이곳에 올 수 있었습니다.
내가 좌천된 것은 행운이라 할 것이니, 어찌 또 근심 걱정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천자의 상서성尙書省 예부원외랑禮部員外郞으로 있을 적에 계책을 올려 어떤 공헌도 한 것이 없고 도리어 패거리를 조성했다는 죄명만 얻어 수치와 모욕을 당하고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사형 명령을 기다리는 처지이니, 진정 사람이라면 두려워 식을 땀을 흘리며 가슴을 조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내가 일찍이 조용히 앉아서도 생각해보고 혼자 길을 거닐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위로는 성명聖明한 조정의 반열에 진입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조상의 제사를 받들어 모시거나 조상의 무덤에 가까이 있을 수 없게 되었으니, 그저 바라는 것은 구차하게나마 생존하여 혹시 후사後嗣를 이어 대가 끊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뿐입니다.
이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한가로이 거닐고 있으니, 높은 곳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아득하고 바다에 떠서 갈 곳이 없는 것처럼 허전하기에 얼굴표정이 이런 것입니다.
그런데 그대가 태연자약하다고 나를 축하한다면 그것을 누가 받아들이겠습니까.
억지웃음의 분노는 찢어진 눈초리보다 심하고 긴 노래의 슬픔은 통곡보다 더한 법이니, 어찌 나의 태연함이 근심 걱정의 극한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