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余爲僇人하여 居是州로 恒惴惴나 其隙也엔 則施施而行하고 漫漫而遊하니
日與其徒上高山하고 入深林하며 窮迴溪하여 幽泉怪石을 無遠不到하니라
到則披草而坐
하고 傾壺而醉
하며 醉則更相枕以臥
하고 하니
以爲凡是州之山
有異態者
는 皆我有也
하되 而未始知西山之怪特
하니라
今年九月二十八日
에 因坐
하여 望西山
하고 始指異之
라
遂命僕
하여 過
하고 緣
하여 斫榛莽
하고 焚茅茷
하여 窮山之高而止
라
攀援而登하고 箕踞而遨하니 則凡數州之土壤이 皆在袵席之下라
其高下之勢는 岈然洼然하고 若垤若穴하여 尺寸千里 攢蹙累積하여 莫得遯隱하고
悠悠乎與灝氣俱하여 而莫得其涯하고 洋洋乎與造物者游하여 而不知其所窮이라
蒼然暮色이 自遠而至하여 至無所見이로되 而猶不欲歸라
02. 처음 서산西山을 얻어 술을 마시며 노닌 것에 관한 기문
공公이 명승지를 찾아다니는 일은 가는 곳마다 〈명문장이 탄생하여〉 마치 신神이 돕는 것만 같다.
내가 죄인이 되어 이 고을에 거주한 뒤로 항상 두려워 전전긍긍하였으나, 틈이 날 적에는 즐겁게 다니고 자유로이 노닐었다.
요즘에는 나를 수종隨從하는 노복奴僕들과 높은 산을 오르고 깊은 숲에도 들어가며 굽이진 시내를 더듬으면서 숨은 샘과 기괴한 바위가 있는 곳은 아무리 멀더라도 가보지 않은 데가 없다.
그곳에 가서는 풀을 헤치고 앉아 술병을 기울여 흥건히 취하고, 취하면 또 서로 팔베개를 하고 눕는데, 누워서는 꿈속에 들어간다.
마음속에 가는 곳이 있으면 꿈에서도 똑같이 그대로 갔다.
잠에서 깨면 일어나고 일어나서는 그만 돌아온다.
나는 이 고을에 있는 기이한 자태를 지닌 산수는 모두 나의 소유라고 생각하면서도, 서산西山이 기묘하고 특별하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금년 9월 28일에 법화사法華寺 서정西亭에 앉아 있다가 서산西山을 바라보고 비로소 가리키며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노복에게 함께 가자고 하여 대동하고 상강湘江을 건너고 염계染溪를 따라간 뒤에 우거진 잡목과 잡초를 자르고 마른 띠풀을 태워가며 산 정상을 바라보고 올라갔다.
나뭇가지를 부여잡으면서 산을 올라가서는 두 다리를 뻗고 앉아 〈멀리 바라보니〉 몇 개 고을의 땅덩이가 모두 내가 앉은 자리 아래 펼쳐져 있었다.
눈앞에 전개된 높고 낮은 지세를 보니, 골짝은 깊어 휑하고 계곡은 낮아 물이 고였으며, 구릉은 작아 개밋둑 같고 동굴은 벌레가 사는 구멍 같아, 천 리의 광경이 모두 한 자 한 치의 공간 속으로 모이고 겹쌓여 그 실체를 숨기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리저리 감아 도는 푸른 산과 흰 강이 아스라이 하늘과 합쳐진 모양은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다 동일하였다.
이것을 본 뒤에야 이 산이 특출하여 작은 흙무더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유유하게 천지天地의 원기元氣와 서로 융화되어 그 한계를 측량할 수 없었고, 느긋하게 조물주와 함께 노닐어 그 끝이 어딘가를 알 수 없었다.
잔에 술을 가득 부어 마시고는 도도하게 취하여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어슴푸레한 황혼 빛이 멀리서 다가와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돌아가고픈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마음은 정지되어 움직이지 않았고 내 형체는 녹아 흩어져서 만물과 융화되어 혼연히 하나로 합쳐졌다.
그런 뒤에야 내가 이전에는 노닌 적이 없었고 진정한 유람은 이 서산西山에서 비로소 시작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이 때문에 이 문장을 지어 그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