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子固有一段自別於衆人處之意이나 而又有所難言이라 故其文迂蹇하여 不甚精爽하니 非其佳者라
及其心有所獨得者하여는 放之天地而有餘하고 斂之秋毫之端而不遺하여 望之不見其前하고 躡之不見其後라
巋乎其高하고 浩乎其深하고 燁乎其光明하여 非四時而信하고 非風雨雷電霜雪이나 而吹噓澤潤하고 聲鳴嚴威라
列之乎公卿徹官而不爲泰하고 無匹夫之勢而不爲不足이라
天下吾賴하고 萬世吾師라도 而不爲大요 天下吾違하고 萬世吾異라도 而不爲貶也라
其然也면 豈翦翦然而爲潔하고 婞婞然而爲諒哉며 豈沾沾者所能動其意哉리오
其與一時之士相參錯而居에 豈惟衣服飮食과 語黙止作之節이 無異也리오
若夫食於人之境하고 而出入於其里에 進焉而見其邦之大人은 亦人之所同也니
不然이면 則立異矣라 翦翦然而已矣요 婞婞然而已矣니 豈其所汲汲爲哉리오
於執事之至에 而始也自疑于其進焉이러니 旣而釋然이라 故具道其本末하여 而爲進見之資하니
注
자고子固가 내심 자기는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일련의 생각이 있었으나, 그것을 직설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 문장이 우회적이고 순조롭지 않아 그다지 명쾌하지 못하니, 우수한 작품은 아니다.
선비 중에 다음과 같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당시 선비들과 서로 뒤섞여 살면서 입고 먹는 의복과 음식이며 말하고 행동하는 등의 일이 남들과 다른 점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그의 가슴에 남다른 도를 터득하는 일이 있게 되면 그것을 온 천지에 풀어놓아도 여유가 있고 날카로운 털끝에 올려놓아도 떨어지지 않아, 앞에서 바라보면 그 앞이 보이지 않고 뒤에서 따라가면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산처럼 높고 강물처럼 깊으며 태양처럼 밝고 빛나, 춘하추동 사계절이 아닌데도 신의가 있고, 비바람과 천둥번개와 눈서리가 아닌데도 온기를 불어대고 촉촉하게 적셔주고 우렁차게 울리고 기운이 매섭습니다.
그리하여 공경公卿 등 높은 관직에 끼어 있더라도 지나치지 않고, 미천한 필부처럼 아무런 힘이 없더라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천하가 나를 의지하고 만대가 나를 스승으로 받들더라도 위대함이 되지 않고, 천하가 나를 어기고 만대가 나를 도외시하더라도 폄하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이 과연 있다면 그 어찌 편협하게 고결함을 추구하고 빳빳하게 고집을 부리겠으며, 반면에 또 의기양양한 어느 누가 그 마음을 흔들 수 있겠습니까.
그가 당시 선비들과 서로 뒤섞여 살면서 입고 먹는 의복과 음식이며 말하고 행동하는 등의 일이 남들과 다른 점이 없는 그저 그뿐이겠습니까.
남들과 서로 어울려 왕래하고 또 정을 주고 사랑하는 등 일체의 일도 남들과 동일할 것입니다.
대체로 남의 경내에서 생활하고 그 경내의 향리에 출입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그 고을의 수령을 찾아뵙는 일은 이것 또한 누구나 입장이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남과 다르다는 것을 표방하는 것으로 편협할 뿐이고 고집스러울 뿐이니, 그런 사람이 어찌 그렇게 하는 것을 서두르겠습니까.
저는 지금 이와 같은 행위를 경계로 삼아 유감이 없습니다.
집사執事께서 부임하였을 적에 처음에는 과연 나아가 뵙는 것이 옳은지 확신이 없다가 이윽고 확신을 얻었기 때문에 그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나아가 찾아뵙는 자료로 삼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