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於君臣父子兄弟夫婦朋友와 天地三辰鬼神과 山川地理와 四夷中國의 風俗萬物과 治亂善惡과 通塞離合과 憂歡怨懟를 無不畢載하니
而其語則博而精하고 麗而不浮하여 其歸要不離於道하니 視昔以文名於天下者라도 夫豈易至於是耶아
鞏之愚且懶하고 且爲事物疾病所侵하여 以不專而且未久於學也라
使之觀若於海에 不見其涯涘하고 於深山長谷에 不見其形勢之所極하니 而敢議其大小高下耶아
而閣下不以所深且專以久者勵鞏하고 博而精하며 麗而不浮하며 其歸本於道者敎鞏하고 乃告之曰 其詳擇而去其非是者焉이라하니
凡鞏之學은 蓋將以學乎爲身하여 以至於可以爲人也로되
其欲使知閣下之貴而長과 其業之富而成하되 而猶不止如是하고 能下於後輩如是하니
注
글의 취지에 예스러운 빛과 고상한 생각이 많은 편이다.
삼가 보내주신 편지와 보여주신 거작巨作 6책을 받아 보았습니다.
이처럼 글의 분량이 많고 기울인 공부가 깊으신 것은 또 학문에 전심치지專心致志하고 오랜 세월 이어오신 결과입니다.
군신君臣‧부자父子‧형제兄弟‧부부夫婦‧붕우朋友와 천지天地‧삼신三辰‧귀신鬼神‧산천山川‧지리地理와 사이四夷‧중국中國의 풍속風俗‧만물萬物과 치란治亂‧선악善惡과 통색通塞‧이합離合과 우환憂歡‧원망怨望 등을 모두를 담아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말이 넓으면서도 정밀하고, 화려하면서도 허황되지 않아 그 핵심이 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옛날에 문장으로 천하에 이름을 떨친 이들과 비교하더라도 그 누가 쉽게 이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어리석고 게으른데다가 또 세상사와 질병의 침해를 받아 학문에 전념하지 못하고 또 오랫동안 계속하지도 못했습니다.
제 안목으로 각하의 수준을 살펴보면 마치 바다에서 그 물가를 볼 수 없고, 깊은 산 긴 골짜기에서 그 지형이 끝난 곳을 볼 수 없는 것과 같은데, 감히 그 크기와 높이를 거론하겠습니까.
그런데 각하께서는, 〈공부를〉 깊이 하고 또 〈학문에〉 전념하되 오랫동안 하라는 말로 저를 격려하지 않으시고, 〈문장을 지을 적에〉 넓으면서도 정밀하게 하고 화려하되 허황되지 않게 하며 그 핵심은 도에 근본을 두라는 말로 저를 가르치지 않으시며, 도리어 하시는 말씀이 “자세히 골라 그 중에 옳지 않은 것은 버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진정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각하께서 왜 그처럼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시어 저에게 이와 같은 부탁을 하셨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는 곧 저로 하여금 학문을 게을리 하고 또 앞으로 진보하는 길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제가 글을 배우는 목적은 장차 자신을 위하는 학문을 하여 남들을 위하는 경지에까지 도달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리석고 게으른데다 여기에 전념하지 못하고 또 오랫동안 계속하지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생각건대, 인자하신 각하께서 어찌 저로 하여금 학문을 게을리 하고 앞길을 잃어버리게 하자는 것이었겠습니까.
그 이유는 곧 각하께서 지위가 높고 연령도 많으시며 학문 또한 넉넉하여 높은 경지를 이루었는데도, 이처럼 중단하지 않으시면서 저 같은 후배에게 이처럼 자신을 낮춘다는 것을 알게 하자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맹자孟子께서 “내가 가르치기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아서 가르치지 않는 것도 역시 가르치는 방법이다.” 하였으니, 감히 가르침을 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거작巨作은 앞으로 살펴볼 예정이며 먼저 이 편지로 답해 올리니 황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