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齊書는 八紀와 十一志와 四十列傳으로 合五十九篇이니 梁蕭子顯撰하니라
始에 江淹已爲十志하고 沈約又爲齊紀어늘 而子顯自表武帝하여 別爲此書라
將以是非得失과 興壞理亂之故로 而爲法戒면 則必得其所託이라
然而所託이 不得其人이면 則或失其意하고 或亂其實하고 或析理之不通하고 或設辭之不善이라
故雖有殊功韙德非常之跡
이라도 將闇而不章
하고 鬱而不發
하여 而
嵬瑣奸回凶慝之形
이 可幸而掩也
니라
古之所謂良史者는 其明必足以周萬事之理하고 其道必足以適天下之用하고 其智必足以通難知之意하고 其文必足以發難顯之情이니 然後에 其任可得而稱也니라
昔者에 唐虞有神明之性하고 有微妙之德하여 使由之者不能知하고 知之者不能名하여
以爲治天下之本
하며 號令之所布
와 法度之所設
에 其言至約
하고 其體至備
하여 以爲治天下之具
어늘 而爲
者 推而明之
하니라
幷與其深微之意而傳之하니라 小大精麤를 無不盡也하고 本末先後를 無不白也하여
使誦其說者로 如出乎其時하고 求其旨者로 如卽乎其人하니
是可不謂明足以周萬事之理하고 道足以適天下之用하고 智足以通難知之意하고 文足以發難顯之情者乎아
司馬遷從五帝三王旣没數千載之後와 秦火之餘에 因散絶殘脫之經하고 以及傳記百家之說히 區區掇拾以集하여 著其善惡之迹과 興廢之端하니라
又創己意
하여 以爲本紀
列傳之文
하니 斯亦可謂奇矣
라
然而蔽害天下之聖法하여 是非顚倒而採摭謬亂者 亦豈少哉리오
是豈可不謂明不足以周萬事之理하고 道不足以適天下之用하고 智不足以通難知之意하고 文不足以發難顯之情者乎아
夫自三代以後로 爲史者如遷之文은 亦不可不謂雋偉拔出之才와 非常之士也라
然顧以謂明不足以周萬事之理하고 道不足以適天下之用하고 智不足以通難知之意하고 文不足以發難顯之情者는 何哉오
蓋聖賢之高致를 遷固有不能純達其情而見之於後者矣라 故不得而與之也니라
子顯之於斯文에 喜自馳騁하여 其更改破析刻雕藻繢之變尤多하여 而其文益下하니 豈夫材固不可以强而有邪아
雖有隨世以就功名之君과 相與合謀之臣이라도 未有赫然得傾動天下之耳目하고 播天下之口者也며 而一時偸奪傾危悖理反義之人도 亦幸而不暴著於世하니
故爲之者도 亦必天下之材然後에 其任可得而稱也니 豈可忽哉리오 豈可忽哉리오
注
사가史家의 잘잘못에 관해 논하기를 마치 손바닥에 놓고 본 것처럼 분명히 하였다.
《남제서南齊書》는 8편의 〈본기本紀〉와 11편의 〈지志〉와 40편의 〈열전列傳〉으로 모두 59편인데, 양梁나라 소자현蕭子顯이 편찬하였다.
처음에 강엄江淹이 이미 10편의 〈지志〉를 만들고 심약沈約이 또 〈제기齊紀〉를 만들었는데, 소자현蕭子顯이 스스로 무제武帝에게 표문을 올려 따로 이 책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 책의 오류 부분을 교정하고 편목을 엮은 것에 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시비득실是非得失과 치란흥망治亂興亡의 까닭을 천명하여 법도와 귀감으로 삼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일을 충분히 맡을 만한 사람을 얻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비로소 그것이 먼 후세까지 전해갈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이 곧 역사서를 편찬하는 목적이다.
그래서 그 일을 맡은 사람이 적임자가 아니면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기도 하고 혹은 본래의 사실을 왜곡하기도 하며, 혹은 도리를 분석하는 것이 원활하지 못하기도 하고 혹은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좋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특수한 업적과 아름다운 덕행과 일반적이지 않는 사적이 있더라도 엄폐되어 선양되지 않고 매몰되어 드러나지 않는 반면, 비열하고 옹졸하고 간사하고 흉악한 행위가 도리어 요행히 숨겨지는 것이다.
고대의 이른바 훌륭한 사가史家란, 그 총명은 반드시 족히 만사萬事의 이치를 두루 알고, 그가 결론으로 내놓은 도리는 반드시 족히 천하의 운용에 적응할 수 있고, 그의 지혜는 반드시 족히 보통 사람은 알기 어려운 의미를 이해하고, 그의 문장은 반드시 족히 보통 사람은 묘사하기 어려운 실태를 표현할 수 있어야만 했으니, 그런 다음에 그가 비로소 직무를 감당할 수 있었다.
그가 직무를 감당했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
옛날 요堯‧순舜은 신명神明한 천성을 지니고 미묘微妙한 덕행을 지녔기에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이 그 속에 들어 있는 도리를 능히 알지 못하였고, 그 도리를 아는 사람은 또 능히 그것을 형용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천하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았으며, 명령을 선포하고 법도를 설치할 적에 그 언어가 매우 간단하고 그 체제가 매우 완비되어 천하를 다스리는 도구로 삼을 만하였는데, 이전二典을 편찬한 사람이 그것을 부연하고 천명하였다.
이전二典에 기록된 내용은 그것이 어찌 그들의 사적에 관한 것일 뿐이겠는가.
깊고 오묘한 의미까지도 모두 후대에 전하였으니, 크고 작으며 정밀하고 거친 것들을 완전하게 드러내지 않은 것이 없고, 도리의 본말本末과 선후先後를 분명하게 기재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리하여 그 내용을 읽는 자로 하여금 마치 그 시기로 돌아간 것 같게 하고, 그 의미를 구하는 자로 하여금 마치 그 작자 앞에 나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였다.
그러니 어찌 “그의 총명은 족히 만사의 이치를 두루 알고, 그가 결론으로 내놓은 도리는 족히 천하의 운용에 적응할 수 있고, 그의 지혜는 족히 보통 사람은 알기 어려운 의미를 이해하고, 그의 문장은 족히 보통 사람은 묘사하기 어려운 실태를 표현하였다.”고 말할 수 없겠는가.
이로 볼 때 그 당시에는 어찌 정사를 맡은 자만 모두 천하의 인재였겠는가.
죽간竹簡과 붓을 잡고 따르는 자들도 모두 성인의 무리였던 것이다.
양한兩漢(서한西漢과 동한東漢 두 시대) 이후 역사서를 편찬한 사람은 이와 같은 표준과는 거리가 멀다.
사마천司馬遷은 오제五帝‧삼왕三王이 이미 지나가버린 수천 년 이후 진시황秦始皇이 서적을 태워버린 시기에 이르러, 흩어지고 훼손되고 누락된 경전經典을 위시하여 각종 문헌에 기재된 것 및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설을 근거로 삼아 부지런히 수집하여, 그 선악善惡의 자취와 흥망의 원인을 드러내 밝혔다.
또 자기 의사에 따라 새로운 체제를 창안하여 본기本紀‧세가世家‧팔서八書‧열전列傳 등의 형태를 완성하였으니, 이 또한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천하에 적용할 성인의 법도를 손상하여 시비是非를 전도하고, 자료를 수집할 때 잘못되고 혼란스러운 부분이 또한 어찌 적다고 하겠는가.
그러니 어찌 “그의 총명은 족히 만사의 이치를 두루 알지 못하고, 그가 결론으로 내놓은 도리는 족히 천하의 운용에 적응할 수 없고, 그의 지혜는 족히 보통 사람은 알기 어려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문장은 족히 보통 사람은 묘사하기 어려운 실태를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삼대三代 이후 사서史書를 편찬한 사람들 가운데 사마천司馬遷의 문장 또한 위대하고 걸출한 재주를 지닌 비범한 선비의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의 총명은 족히 만사의 이치를 두루 알지 못하고, 그가 결론으로 내놓은 도리는 족히 천하의 운용에 적응할 수 없고, 그의 지혜는 족히 보통 사람은 알기 어려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문장은 족히 보통 사람은 묘사하기 어려운 실태를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체로 성현의 높은 품격과 이상에 대해 사마천司馬遷은 분명 그 실체를 완전히 통달하여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니, 이 때문에 그를 완전하다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사마천司馬遷의 허점이 이와 같은데 더구나 기타 인물들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송宋‧제齊‧양梁‧진陳‧후위後魏‧후주後周의 사서史書는 평론할 가치도 없다.
소자현蕭子顯은 문장을 지을 때 자기 생각대로 거침없이 치달리기를 좋아하여, 그가 이전 사람의 문장형식을 바꾸고 깨뜨리면서 문양을 아로새기고 꾸민 변화가 누구보다 많아 그의 문장수준이 매우 낮으니, 재능이란 본디 노력으로는 구비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러 시대 역사가들의 수준이 이미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기재한 사적事迹이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시대마다 공명功名을 이룬 군주와, 그리고 이들 군주와 함께 국사를 도모한 신하가 있더라도 크게 드러내 천하의 이목이 쏠리고 천하 사람의 입에 전파되게 하지 못했으며, 권력을 억지로 빼앗고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며 도리를 어기고 의리를 배반한 사람들 역시 요행히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니 어찌 사서史書를 편찬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 적격자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대체로 사서史書란 천하를 다스리는 도리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서史書를 편찬하는 사람 또한 반드시 천하에 이름난 인재여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에게 부과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니, 어찌 소홀히 볼 수 있겠는가, 어찌 소홀히 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