疏
[疏]正義曰:序卦者, 文王旣繇六十四卦, 分爲上下二篇,
其先後之次, 其理不見, 故孔子就上下二經, 各序其相次之義, 故謂之序卦焉.
第一天道門, 第二人事門, 第三相因門, 第四相反門, 第五相須門, 第六相病門.
如乾之次坤, 泰之次否等, 第是天道運數門也, 如訟必有師, 師必有比等, 是人事門也,
如因小畜生履, 因履故通等, 是相因門也, 如遯極反壯, 動竟歸止等, 是相反門也,
如大有須謙, 蒙稚待養等, 是相須
也, 如賁盡致剝, 進極致傷等, 是相病門也.
疏
[疏]韓康伯云“序卦之所明, 非易之縕也, 蓋因卦之次, 託象以明義”, 不取深縕之義, 故云“非易之縕”,
變者, 反覆唯成一卦, 則變以對之, 乾․坤․坎․離․大過․頤․中孚․小過之類是也.
然則康伯所云“因卦之次, 託象以明義”, 蓋不虛矣, 故不用周氏之義.
有天地然後에 萬物生焉하니 盈天地之間者 唯萬物이라 故受之以屯하니 屯者는 盈也라 屯者는 物之始生也니
疏
[疏]正義曰:王肅云“屯, 剛柔始交而難生, 故爲物始生也”, 盧氏云“物之始生, 故屯難”, 皆以物之始生, 釋屯難之義.
案上言“屯者, 盈也”, 釋屯次乾․坤, 其言已畢,
更言“屯者, 物之始生”者, 開說下“物生必蒙”, 直取始生之意, 非重釋屯之名也, 故韓康伯直引剛柔始交, 以釋物之始生也.
物生必蒙이라 故受之以蒙하니 蒙者는 蒙也니 物之稺也라 物稺면 不可不養也라 故受之以需하니 需者는 飲食之道也라
訟必有衆起라 故受之以師하니 師者는 衆也라 衆必有所比라 故受之以比하니
注
[注]衆起而不比면 則爭无由息이니 必相親比而後에 得寧也라
注
[注]
는 非大通之道
면 則各有所畜以相濟也
니 由比而畜
이라 故
로 曰 小畜
이라하여 而不能大也
라
注
[注]履者
는 禮也
니 禮
는 所以適
用也
라 故
로 旣畜則
用
이요 有用則須禮也
라
履
然後安
이라 故受之以泰
하니 泰者
는 通也
라 物不可以終通
이라 故受之以否
하고 物不可以終否
라 故受之以同人
이라
注
[注]否則思通이니 人人同志라 故可出門同人하여 不謀而合이라
與人同者는 物必歸焉이라 故受之以大有요 有大者는 不可以盈이라 故受之以謙이라
有大而能謙이면 必豫라 故受之以豫하고 豫必有隨라
疏
[疏]正義曰:鄭玄云“喜樂而出, 人則隨從,
此之謂也”,
王肅云“歡豫, 人必有隨”, 隨者, 皆以爲人君喜樂歡豫, 則以爲人所隨.
案豫卦彖云“豫, 剛應而志行, 順以動豫, 豫順以動, 故天地如之, 而況建侯行師乎.
天地以順動, 故日月不過, 而四時不忒, 聖人以順動, 則刑罰淸而民服.”
卽此上云“有大而能謙, 必豫, 故受之以豫.” 其意以聖人順動能謙, 爲物所說, 所以爲豫.
人旣說豫, 自然隨之, 則謙順在君, 說豫在人也.
故受之以隨하고 以喜隨人者는 必有事라 故受之以蠱하고 蠱者는 事也니 有事而後可大라
故受之以臨하고 臨者는 大也니 物大然後可觀이라 故受之以觀이요 可觀而後有所合이라 故受之以噬嗑하고
嗑者는 合也니 物不可以苟合而已라 故受之以賁하고 賁者는 飾也니
剝者는 剝也니 物不可以終盡剝하여 窮上反下라 故受之以復하고
復則不妄矣라 故受之以无妄하고 有无妄然後에 可畜이라 故受之以大畜하고 物畜然後에 可養이라 故受之以頤하고
頤者는 養也니 不養則不可動이라 故受之以大過하고
疏
[疏]正義曰:鄭玄云“以養賢者宜過於厚”, 王輔嗣注此卦云“音相過之過”,
韓氏云“養過則厚”, 與鄭玄․輔嗣義同. 唯王肅云“過莫大於不養”, 則以爲過失之過.
案此序卦, 以大過次頤也, 明所過在養, 子雍以爲過在不養, 違經反義, 莫此之尤.
有天地然後에 有萬物하고 有萬物然後에 有男女하고 有男女然後에 有夫婦하고 有夫婦然後에 有父子하고
有父子然後에 有君臣하고 有君臣然後에 有上下하고 有上下然後에 禮義有所錯니라
注
[注]言咸卦之義也라 凡序卦所明은 非易之縕也니 蓋因卦之次하여 託以明義라
先儒以乾至離爲上經이니 天道也요 咸至未濟爲下經이니 人事也라하니라
夫易六畫成卦하여 三材必備하면 錯綜天人하여 以效變化하니 豈有天道人事偏於上下哉아
夫婦之道는 不可以不久也라 故로 受之以恒하니 恒者는 久也라
物不可以久居其所라 故로 受之以遯하니 遯者는 退也라
注
[注]夫婦之道는 以恒爲貴로되 而物之所居는 不可以恒하여 宜與世升降하여 有時而遯也라
注
[注]遯은 君子以遠小人이라 遯而後亨하니 何可終邪아 則小人遂陵하고 君子日消也라
夷者는 傷也라 傷於外者는 必反於家라 故로 受之以家人하고
注
[注]室家至親은 過在失節이라 故로 家人之義는 唯嚴與敬이라
故로 受之以睽하니 睽者는 乖也라 乖必有難이라 故로 受之以蹇하니 蹇者는 難也라
物不可以終難이라 故로 受之以解하니 解者는 緩也라
緩必有所失이라 故로 受之以損하고 損而不已면 必益이라 故로 受之以益하고 益而不已면 必決이라
故로 受之以姤하니 姤者는 遇也라 物相遇而後聚라 故로 受之以萃하니 萃者는 聚也라
聚而上者를 謂之升이라 故로 受之以升하고 升而不已면 必困이라 故로 受之以困하고
困乎上者는 必反下라 故로 受之以井하고 井道는 不可不革이라
故로 受之以革하고 革物者는 莫若鼎이라 故로 受之以鼎이라
注
[注]革은 去故하고 鼎은 取新하니 旣以去故면 則宜制器立法以治新也라
鼎은 所以和齊生物하여 成新之器也라 故取象焉이라
主器者 莫若長子라 故로 受之以震하니 震者는 動也라 物不可以終動하여 止之라 故로 受之以艮하니 艮者는 止也라
物不可以終止라 故로 受之以漸하니 漸者는 進也라
進必有所歸라 故로 受之以歸妹하고 得其所歸者는 必大라 故로 受之以豐하니 豐者는 大也라
窮大者는 必失其居라 故로 受之以旅하고 旅而无所容이라 故로 受之以巽하니
巽者는 入也라 入而後說之라 故로 受之以兌하니 兌者는 說也라 說而後散之라 故로 受之以渙하니
注
[注]渙者
는 發暢而无所壅滯
면 則殊
요 各肆而不反
이면 則遂乖離也
라
注
[注]行過乎恭하고 禮過乎儉이면 可以矯世厲俗하여 有所濟也라
故로 受之以旣濟하고 物不可窮也라 故로 受之以未濟하여 終焉하니라
注
[注]有爲而能濟者는 以己窮物者也라 物窮則乖하고 功極則亂이니 其可濟乎아 故로 受之以未濟也라
疏
정의왈正義曰:〈서괘전序卦傳〉은, 문왕文王이 64괘卦에 괘사卦辭를 달고 나누어 상上․하下 두 편을 만들었는데
그 선후先後의 차례에 대한 이치를 볼 수 없으므로 공자孔子가 상上․하下 두 경經을 가지고 각각 서로 차례한 뜻을 서술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일러 “서괘序卦”라 한 것이다.
주씨周氏(주굉정周宏正)는 〈서괘전序卦傳〉을 가지고 여섯 문門(유별類別)으로 나누어 주관하였으니,
첫 번째는 천도天道의 문門, 두 번째는 인사人事의 문門, 세 번째는 상인相因의 문門, 네 번째는 상반相反의 문門, 다섯 번째는 상수相須(서로 필요로 함)의 문門, 여섯 번째는 상병相病(서로 해침)의 문門이다.
예컨대 건괘乾卦가 곤괘坤卦 다음에 있고 태괘泰卦가 비괘否卦 다음에 있는 것과 같은 따위는 천도天道의 운수運數의 문이요, 분쟁(송괘訟卦)에는 반드시 무리(사괘師卦)가 있고 무리에는 반드시 친함(비괘比卦)이 있는 것과 같은 따위는 인사人事의 문이요,
소축小畜(소축괘小畜卦)으로 인하여 이履(이괘履卦)가 생기고 이履로 인하기 때문에 통하는 것(태괘泰卦)과 같은 따위는 상인相因의 문이요, 물러남(돈괘遯卦)의 극에 이르면 도리어 장성하고(대장괘大壯卦) 동動함(진괘震卦)이 끝나면 그침(간괘艮卦)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따위는 상반相反의 문門이요,
크게 소유하면(대유괘大有卦) 모름지기 겸손해야 하고(겸괘謙卦) 어린 것(몽괘蒙卦)은 길러줌을 필요로 하는 것(수괘需卦)과 같은 따위는 상수相須의 문이요, 꾸밈(비괘賁卦)이 다하면 깎임(박괘剝卦)이 이르고 나아감(진괘晉卦)이 지극하면 상함(명이괘明夷卦)을 부르는 것과 같은 따위는 상병相病의 문이다.
疏
한강백韓康伯은 이르기를 “〈서괘전序卦傳〉에서 밝힌 것은 역易의 깊은 뜻이 아니니, 이는 괘卦의 차례를 인하여 상象에 의탁해서 뜻을 밝힌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깊은 뜻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易의 깊은 뜻이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의 이치를 취한 것이다.
지금 살펴보건대 64괘卦는 둘씩 서로 짝하여 복覆이 아니면 바로 변變이니, 복覆은 겉과 속으로 보아서 마침내 두 괘卦를 이룬 것인바, 둔屯․몽蒙과 수需․송訟과 사師․비比 같은 따위가 이것이요,
변變은 번복하여(정반대로 해서) 한 괘卦를 이루면 변하여 상대가 된 것이니, 건乾․곤坤과 감坎․이離와 대과大過․이頤와 중부中孚․소과小過 같은 따위가 이것이다.
또 성인聖人이 본래 선후先後를 정하였으니, 만약 공자孔子의 〈서괘전〉의 뜻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복覆이 아니면 바로 변變’일 수가 없으니,
그렇다면 한강백이 말한 “괘卦의 차례를 인하여 상象에 의탁해서 뜻을 밝혔다.”는 말이 헛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주씨周氏의 뜻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천天(건乾)․지地(곤坤)가 있은 뒤에 만물이 생겨나니, 천지의 사이에 가득한 것이 만물이다. 그러므로 둔괘屯卦로써 〈건乾․곤坤의 뒤를〉 받았으니, 둔屯은 가득함이다. 둔屯은 물건이 처음 생겨난 것이니,
注
둔屯은 강剛과 유柔가 처음 사귀었으므로 물건이 처음 생겨남이 되는 것이다.
疏
정의왈正義曰:왕숙王肅은 이르기를 “둔屯은 강剛과 유柔가 처음 사귀어 어려움이 생겼으므로 물건이 처음 생겨남이 된 것이다.”라고 하였고, 노씨盧氏는 이르기를 “물건이 처음 생겼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라고 하여, 모두 물건이 처음 생긴 것을 가지고 ‘둔난屯難’의 뜻을 해석하였다.
살펴보건대, 위에서 “둔屯은 가득함이다.”라고 하여 둔屯이 건乾과 곤坤 다음에 있는 것을 해석해서 그 말이 이미 끝났는데,
다시 “둔屯은 물건이 처음 생겨난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아래의 “물건이 생겨나면 반드시 어리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다만 ‘처음 생겨남’의 뜻을 취한 것이니, 둔屯의 명칭을 거듭 해석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한강백韓康伯이 다만 ‘강剛과 유柔가 처음 사귐’만을 인용하여 ‘물건이 처음 생겨남’을 해석한 것이다.
물건이 생겨나면 반드시 어리므로 몽괘蒙卦로써 받았으니, 몽蒙은 어림이니, 물건이 어린 것이다. 물건이 어리면 기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수괘需卦로써 받았으니, 수需는 음식의 도道이다.
음식은 반드시 분쟁이 있으므로 송괘訟卦로써 받았고,
注
생겨남이 있으면 자뢰함이 있고, 자뢰함이 있으면 분쟁이 일어난다.
분쟁은 반드시 여럿이 일어남이 있으므로 사괘師卦로써 받았으니, 사師는 무리이다. 무리는 반드시 친한 바가 있으므로 비괘比卦로써 받았으니,
注
무리가 일어나는데 친하지 않으면 분쟁이 종식될 길이 없으니, 반드시 서로 친한 뒤에야 편안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비比는 친함이다. 친하면 반드시 모이는 바가 있으므로 소축괘小畜卦로써 받았으며,
注
비比는 크게 통하는 도道가 아니면 각각 모이는 바가 있어서 서로 구제하니, 친함으로 말미암아 모이기 때문에 소축小畜이라 하여 크지 못한 것이다.
물건이 모인 뒤에 예禮가 있으므로 이괘履卦로써 받았다.
注
이履는 예禮이니, 예禮는 때의 쓰임[시용時用]에 알맞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모였으면 써야 하고, 씀이 있으면 예禮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禮를 행한 뒤에 편안하므로 태괘泰卦로써 받았으니, 태泰는 통함이다. 물건은 끝내 통할 수 없으므로 비괘否卦로써 받았고, 물건은 끝내 막힐 수 없으므로 동인괘同人卦로써 받았다.
注
막히면 통함을 생각하니, 사람마다 뜻을 함께하므로 문을 나가 사람과 함께해서 상의하지 않고도 뜻을 합할 수 있는 것이다.
남과 함께하는 자는 물건이 반드시 돌아오므로 대유괘大有卦로써 받았고, 큰 것을 소유한 자는 가득한 체해서는 안 되므로 겸괘謙卦로써 받았다.
큰 것을 소유하고도 겸손하면 반드시 즐거우므로 예괘豫卦로써 받았고, 즐거우면 반드시 따름이 있다.
注
순順함으로써 동動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 바이다.
疏
정의왈正義曰:정현鄭玄이 이르기를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나가면 사람들이 따라오니, ≪맹자孟子≫에 이르기를 ‘우리 임금님이 유람하지 않으면 우리들이 어떻게 쉬며, 우리 임금님이 즐기지 않으면 우리들이 어떻게 도움을 받겠는가.’라고 한 것이 이것을 말한 것이다.”라고 하였고,
왕숙王肅은 이르기를 “즐거워하고 기뻐하면 사람들이 반드시 따른다.”라고 하여, 따름[수隨]을 모두 ‘인군人君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면 이로 인하여 사람들이 따르는 바가 됨’으로 해석하였다.
살펴보건대, 예괘豫卦 〈단전彖傳〉에 “예豫는 강剛이 응하여 뜻이 행해지고 순順함으로써 동動함이 예豫이다. 예豫는 순함으로써 동한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도 그와 같이 하는데 하물며 후侯를 세우고 군대를 출동함에 있어서랴.
하늘과 땅이 순함으로써 동하기 때문에 해와 달이 지나치지 않아서 사시四時가 어긋나지 않으며, 성인聖人이 순함으로써 동하므로 형벌이 깨끗해져서 백성이 복종한다.”라고 하였는데,
바로 이 위에 “큰 것을 소유하고도 겸손하면 반드시 즐거우므로 예괘豫卦로써 받았다.”고 말하였다. 〈이 두 말의〉 뜻은, ‘성인이 순함으로 동하고 능히 겸손하면 남의 기쁨을 받게 되는 것이니, 이 때문에 〈괘卦의 명칭을〉 예豫라 한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사람들이 이미 기뻐하여 자연히 따라오면 겸손함과 순함은 군주에게 있고, 기뻐함과 즐거워함은사람(백성)에게 있는 것이다.
만약 ‘인군人君이 기뻐하고 유람하고 즐김에 사람들이 따라온다.’고 한다면 주왕紂王이 미미靡靡의 음악과 장야長夜의 음주를 하였는데, 어찌하여 천하 사람들이 이반한 것인가.
그러므로 한강백韓康伯이 이르기를 “순함으로써 동함은 무리가 따르는 바이다.”라고 하였으니, 인군의 입장에서 ‘예豫를 지극히 한 뒤에야 남이 따르는 바가 됨’을 취한 것인바, 이 때문에 선유先儒의 설을 배척한 것이다.
그러므로 수괘隨卦로써 받았고, 기쁨으로써 남을 따르는 자는 반드시 일이 있으므로 고괘蠱卦로써 받았고, 고蠱는 일이니 일이 있은 뒤에 커질 수 있다.
注
커질 수 있는 사업이 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괘臨卦로써 받았고, 임臨은 큼이니 물건이 커진 뒤에 볼만하므로 관괘觀卦로써 받았고, 볼만한 뒤에 합함이 있으므로 서합괘噬嗑卦로써 받았고,
합嗑은 합함이니 물건은 구차히 합할 뿐일 수 없으므로 비괘賁卦로써 받았고, 비賁는 꾸밈이니
注
물건이 서로 모이면 모름지기 꾸며서 밖을 닦아야 한다.
꾸밈을 지극히 한 뒤에 형통하면 〈실제가〉 다하므로 박괘剝卦로써 받았고,
박剝은 깎여서 〈다하는 것인바,〉 사물은 끝내 다 깎일 수 없어서 위에서 다하면 아래로 돌아오기 때문에 복괘復卦로써 받았고,
돌아오면 망령되지 않기 때문에 무망괘无妄卦로써 받았고, 무망无妄이 있은 뒤에 〈크게〉 모일 수 있으므로 대축괘大畜卦로써 받았고, 물건이 〈크게〉 모인 뒤에 기를 수 있으므로 이괘頤卦로써 받았고,
이頤는 기름이니 기르지 않으면 동動할 수 없으므로 대과괘大過卦로써 받았고,
注
길러주지 않으면 동할 수가 없고 길러줌이 지나치면 후하다.
疏
정의왈正義曰:정현鄭玄은 “어진 이를 기르는 것은 마땅히 후함을 지나치게 하여야 한다.”라고 하였고, 왕보사王輔嗣(왕필王弼)는 이 괘卦에 주注하기를 “〈‘과過’는〉 음音이 상과相過(서로 뛰어넘음[과월過越])의 과過이다.”라고 하였는데,
한씨韓氏(한강백韓康伯)는 이르기를 “길러줌이 지나치면 후하다.”라고 하여 정현․왕보사와 뜻이 같다. 오직 왕숙王肅은 “과실은 길러주지 않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라고 하였으니, ‘과過’를 과실過失의 과過로 여긴 것이다.
살펴보건대 이 〈서괘전序卦傳〉은 대과괘大過卦가 이괘頤卦 다음에 있는 것을 가지고 ‘지나친 바가 길러줌에 있음’을 밝힌 것으로 본 것인데, 자옹子雍(왕숙王肅의 자字)은 “과실이 길러주지 않음에 있다.”라고 하였으니, 경문의 뜻에 위반됨이 이보다 더 심한 것이 없다.
그런데도 주씨周氏(주굉정周宏正) 등은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서 겸하여 ‘과실’의 뜻으로 대과大過의 명칭을 해석하였는바, 이미 이것을 경문에서 자세히 논하였다.
사물은 끝내 지나칠 수 없으므로 감괘坎卦로써 받았고, 감坎은 빠짐이니
빠지면 반드시 붙는 바가 있으므로 이괘離卦로써 받았으니, 이離는 붙음이다.
注
물건이 궁하면 변하고, 빠짐을 지극히 하면 도리어 붙게 된다.
천지天地가 있은 뒤에 만물萬物이 있고, 만물이 있은 뒤에 남녀男女가 있고, 남녀가 있은 뒤에 부부夫婦가 있고,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父子가 있고,
부자가 있은 뒤에 군신君臣이 있고, 군신이 있은 뒤에 상하上下가 있고, 상하가 있은 뒤에 예의禮義를 둘 곳이 있는 것이다.
注
함괘咸卦의 뜻을 말한 것이다. 무릇 〈서괘전序卦傳〉에서 밝힌 것은 역易의 깊은 뜻이 아니니, 이는 괘卦의 차례를 인하여 〈상象에〉 의탁해서 뜻을 밝힌 것이다.
함咸은 유柔가 위에 있고 강剛이 아래에 있어서 감응하여 서로 함께하니, 부부夫婦의 상象이 이보다 아름다운 것이 없다.
인륜人倫의 도道는 부부보다 더 큰 것이 없으므로 부자夫子가 간곡히 그 뜻을 깊이 서술하여 인륜의 시초를 높여서 이괘離卦의 아래에 달지 않은 것이다.
선유先儒는 “건괘乾卦에서 이괘離卦까지가 상경上經이니 천도天道이고, 함괘咸卦에서 미제괘未濟卦까지가 하경下經이니 인사人事이다.” 하였다.
그러나 역易은 여섯 번 그어 괘卦를 이루어서 삼재三材(삼재三才)가 반드시 구비됨에 하늘과 사람을 번갈아 종합해서 변화를 본받은 것이니, 어찌 천도天道와 인사人事가 상경上經과 하경下經에 편벽되어 있을 리가 있겠는가.
이는 글만 고수하고 뜻을 찾지 않은 것이니, 잘못됨이 큰 것이다.
疏
정의왈正義曰:한강백韓康伯은 이 한 절에 주注를 달아서 선유先儒들의 ‘상경上經은 천도天道를 밝히고 하경下經은 인사人事를 밝혔다.’는 것을 깨뜨렸으니, 함괘咸卦의 처음에 이미 이것을 논하였다.
부부夫婦의 도道는 오래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항괘恒卦로써 받았으니, 항恒은 오래함이다.
물건은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 수 없으므로 돈괘遯卦로써 받았으니, 돈遯은 물러감이다.
注
부부夫婦의 도道는 항상 함을 귀함으로 삼는데 물건이 머무는 바는 항상 할 수가 없어서 마땅히 세상에 따라 오르내려서 때로 은둔함이 있는 것이다.
注
돈遯은 군자君子가 소인小人을 멀리하는 것이다. 은둔한 뒤에 형통하니, 어찌 끝까지 할 수 있겠는가. 〈끝까지 은둔한다면〉 소인은 마침내 〈군자를〉 능멸하고 군자는 날로 사라질 것이다.
注
양陽이 성하고 음陰이 사라지니, 군자君子의 도道가 이기는 것이다.
물건은 끝내 장성할 수 없으므로 진괘晉卦로써 받았으니,
注
비록 유柔로써 나아가나 요컨대 이는 나아감이다.
나아가면 반드시 상傷하는 바가 있으므로 명이괘明夷卦로써 받았으니,
注
해가 중천에 있으면 기울고, 달이 가득 차면 먹힌다.
이夷는 상함이다. 밖에서 상한 자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오므로 가인괘家人卦로써 받았고,
注
밖에서 상하면 반드시 돌아와 안(집)에서 닦는다.
注
가家와 지친至親은 허물이 절도를 잃음에 있다. 그러므로 가인家人의 뜻은 오직 엄함과 공경인 것이다.
악樂이 지나치면 방탕함으로 흐르고 예禮가 지나치면 분열되니, 가인家人이 엄함을 숭상하면 그 병폐가 반드시 괴리된다.
그러므로 규괘睽卦로써 받았으니, 규睽는 괴리됨이다. 괴리되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으므로 건괘蹇卦로써 받았으니, 건蹇은 어려움이다.
물건은 끝내 어려울 수 없으므로 해괘解卦로써 받았으니, 해解는 늦춰짐(느슨해짐)이다.
늦춰지면 반드시 잃는 바가 있으므로 손괘損卦로써 받았고, 덜고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더하므로 익괘益卦로써 받았고, 더하고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터진다.
注
더하고 그치지 않으면 가득 찬다. 그러므로 반드시 터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쾌괘夬卦로써 받았으니, 쾌夬는 터짐이다. 터지면 반드시 만나는 바가 있다.
注
바름으로써 사邪를 결단하면 반드시 기쁜 만남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구괘姤卦로써 받았으니, 구姤는 만남이다. 물건이 서로 만난 뒤에 모이므로 췌괘萃卦로써 받았으니, 수萃는 모임이다.
모여서 올라감을 승升이라 이르므로 승괘升卦로써 받았고, 올라가고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곤困하므로 곤괘困卦로써 받았고,
위에 곤困한 자는 반드시 아래로 돌아오므로 정괘井卦로써 받았고, 우물의 도道는 변혁하지 않을 수 없다.
注
우물이 오래되면 탁하고 더러워지니, 마땅히 그 옛 것을 바꿔야 한다.
그러므로 혁괘革卦로써 받았고, 물건을 변혁시킴은 가마솥만 함이 없으므로 정괘鼎卦로써 받았다.
注
혁革은 옛 것을 제거하고 정鼎은 새것을 취하니, 이미 옛 것을 제거하였으면 마땅히 그릇을 만들고 법을 세워서 새롭게 다스려야 한다.
솥[정鼎]은 화제和齊(음식물에 간을 맞추어 조화롭게 함)하여 물건(음식물)을 만들어내어 새것을 만드는 기물이므로 상象을 취한 것이다.
기물器物을 주관하는 자는 장자長子만 한 자가 없으므로 진괘震卦로써 받았으니, 진震은 동動함이다. 물건은 끝내 동할 수 없어 멈추므로 간괘艮卦로써 받았으니, 간艮은 멈춤이다.
물건은 끝내 멈출 수 없으므로 점괘漸卦로써 받았으니, 점漸은 나아감이다.
나아가면 반드시 돌아오는 바가 있으므로 귀매괘歸妹卦로써 받았고, 돌아갈 곳을 얻은 자는 반드시 커지므로 풍괘豐卦로써 받았으니, 풍豐은 큼이다.
큼을 궁극히 하는 자는 반드시 그 거처를 잃으므로 여괘旅卦로써 받았고, 나그네여서 용납될 곳이 없으므로 손괘巽卦로써 받았으니,
注
나그네여서 용납될 곳이 없을 적에 공손함으로써 하면 출입할 바를 얻는다.
손巽은 들어감이다. 들어간 뒤에 기뻐하므로 태괘兌卦로써 받았으니, 태兌는 기뻐함이다. 기뻐한 뒤에 흩어지므로 환괘渙卦로써 받았으니,
注
기쁨은 편벽되게 매여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마땅히 흩어야 하는 것이다.
注
환渙은 발양發揚하고 통창하여 막히는 바가 없으면 취향이 다 다르고, 각각 방사放肆하고 돌아오지 않으면 마침내 괴리된다.
물건은 끝내 떠날 수 없으므로 절괘節卦로써 받았고,
注
일에 절도가 있으면 물건이 함께 지켜서 흩어지지 않는다.
注
부孚는 믿음이니, 이미 절도가 있으면 마땅히 믿음으로써 지켜야 한다.
믿음을 〈지킴이〉 있는 자는 반드시 결행하므로 소과괘小過卦로써 받았고,
注
믿음을 지키는 자는 ‘도道를 바르게 행하고 작은 신의信義를 기필하지 않음’의 도道를 잃어서 믿음이 과함이 되므로 소과小過라 한 것이다.
注
행실이 공손함을 지나치고(지나치게 공손하고) 예禮가 검소함을 지나치게 하면(지나치게 검소하면) 세상을 바로잡고 풍속을 장려하여 구제하는 바가 있게 된다.
그러므로 기제괘旣濟卦로써 받았고, 사물은 궁극히 할 수 없으므로 미제괘未濟卦로써 받아 끝마친 것이다.
注
함이 있어 능히 구제하는 자는 자기로써 남을 궁극하게 하는 자이다. 물건이 궁극하면 괴리되고 공功이 지극하면 혼란하니, 어찌 구제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미제괘未濟卦로써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