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
【左傳】 文十五年
이라 宋華耦來盟
에 其官皆從之
하다 라
注
【主意】 華耦無故揚其先人之惡以辭宴하니 少知禮義者면 皆知賤之로되 而左氏槪稱魯人以爲敏이라 是謂魯空國無君子者니 果何待魯之薄也아
君子之立言
注+君子之立言:著書立言以垂後世엔 待天下甚尊
하고 期天下甚重
注+待天下甚尊 期天下甚重:不敢自尊而輕人이라 雖至奥至邈之理
라도 未嘗
輕視天下
하야 逆料其不能知
라
故識雖在一世之先
注+故識雖在一世之先:見識雖高於人이나 而心常處一世之後
注+而心嘗處一世之後:處心每下於人라 是非推遜不伐而自(記)[託]於(慊)[謙]退也
注+非推遜不伐而自於退也:辨明君子所以尊重天子之意라 降衷在天注+降衷在天:衷善也 書曰 惟皇上帝 降衷于下民이요 秉彜在民
注+秉彜在民:彛常也 詩曰 民之秉彛하니 凡具耳目鼻口
하야 號爲人者
注+凡具耳目鼻口 號爲人者:凡具人之者 均此降衷之性 同此秉彛之理는 罔不備參賛化育之神
注+罔不備參賛化育之神:無不可以贊天地之化育而與天地參者과 經緯幽明之用
注+經緯幽明之用:明有禮樂 幽有鬼神 無不能貫而通之 使相爲經緯者일새라
吾其敢以淺心隘量
으로 大棄之於罷冗無能之地乎
注+吾其敢以淺心隘量 大棄之於罷冗無能之地乎:君子所以尊重天下之人 意盖如此리오 至於父母之邦
하얀 尤君子之所祗畏而不敢忽者也
라
維桑與梓도 必恭敬止라하니 於一草一木에도 猶嚴如是하니 況於人乎아
左氏世傳以爲魯史
注+左氏世傳以爲魯史:左氏不知何人 古今以爲左丘明先儒矣 然世傳以爲魯史 則魯之史官也라하니 則魯其父母之邦也
注+則魯其父母之邦也:旣爲魯之史官 則是魯人無疑라 其載華耦來聘
注+其載華耦來聘:入本題事에 無故揚其先人之惡以辭宴
注+無故揚其先人之惡以辭宴:威公二年 宋督弑其君與夷及其大夫孔父 餘見本題註하고 乃繫之曰 魯人以爲敏
注+乃繫之曰 魯人以爲敏:言魯人稱華耦應對之敏이라하니
左氏之意
注+左氏之意:原其立言之意는 豈不以耦之辭令
은 魯人之所誇
니 而非君子之貴乎
注+豈不以耦之辭令……而非君子之貴乎:料得左氏譏笑 魯人無見識如此아언마는 耦之言
注+耦之言:辭宴之言은 少知禮義者
면 皆知賤之
注+少知禮義者 皆知賤之:賤其暴揚先世罪惡라
雖當時二三浮薄輩妄相矜衒
注+雖當時二三浮薄輩妄相矜衒:魯人稱華耦爲敏者 必是此等人이나 然曲阜龜蒙七百里之封
注+然曲阜龜蒙七百里之封:此言魯地之廣也 記明堂位曰 封周公於曲阜地方七百里 詩魯頌閟宮篇云 奄有龜蒙 龜蒙二山名에 寧無一人知其非者
注+寧無一人知其非者:其中豈無人能知華耦之言繆아 今槪稱魯人以爲敏
注+今槪稱魯人以爲敏:槪猶今言一例이라하니 果哉
라 左氏之論也
注+果哉 左氏之論也:深責左氏여
概稱魯人以爲敏
은 是謂魯空國無君子
注+概稱魯人以爲敏 是謂魯空國無君子:是謂魯無一人知禮義者니 抑不思所謂魯人者
注+抑不思所謂魯人者:轉責左氏毁薄鄕里가 誰非爾之黨友乎
注+誰非爾之黨友乎:其疏者則左氏之鄕黨僚友也며 誰非爾之姻戚乎
注+誰非爾之姻戚乎:其親者則左氏姻姫親戚也며 誰非爾之師長乎
注+誰非爾之師長乎:其尊者則左氏之師長也니라
一出言而盡置黨友姻戚師長於庸鄙之域
注+一出言而盡置黨友姻戚師長於庸鄙之域:魯人一言 是盡以其黨友姻戚師長爲無見識之人하야 倨傲暴慢之氣勃然可(鞠)[掬]
注+倨傲暴慢之氣:形於魯人以爲敏之一語하니 歸之以不孫不弟之名
注+歸之以不孫不弟之名:孫弟竝去聲 ○加此惡名以責左氏이라도 吾意左氏不能辭也
注+吾意左氏不能辭也:無辭以解不孫不弟之罪리라
昔吾夫子亦嘗稱魯矣
注+昔吾夫子亦嘗稱魯矣:如下文所云하야 曰魯無君子
면 斯焉取斯
注+曰魯無君子 斯焉取斯:出論語 孔子稱宓子賤爲君子人 又言假使魯國無君子 則此人何所取以成此德乎 言魯之多君子也리오하니라
是夫子一言而待魯爲君子
요 左氏一言而待魯爲小人
注+是夫子一言而待魯爲君子 左氏一言而待魯爲小人:左氏之罪 愈不可逃이니 人心之不同如是哉
注+人心之不同如是哉:總結孔子左氏ㄴ저 魯
는 一魯耳
라
夫子以夫子之心觀之라 故見其可稱하고 左氏以左氏之心觀之라 故見其可鄙하니 所存易於內면 而所觀變於前也라
或謂左氏之言魯人
注+或謂左氏之言魯人:前面已罵倒左氏 此又設或人爲他分疏은 特蚩蚩之流耳
注+特蚩蚩之流耳:稱魯人者 自是一輩愚俗之人요 至於閎達博雅之君子
注+至於閎達博雅之君子:若是此等好人히 敢名之以魯人哉
注+敢名之以魯人哉:則左氏必不敢目之爲魯人矣리오
曰
注+曰:又與或人卞閎達博雅之君子
는 其材雖出人千百等
注+閎達博雅之君子 其材雖出人千百等:君子雖有過人之材이나 然履魯地
하고 啜魯泉
하며 服魯藥
하고 食魯粟
注+然履魯地……食魯粟:步趨飮食 皆出於魯하니 苟不名之以魯人
注+苟不名之以魯人:雖君子亦只是魯人이면 豈九夷八蠻之人乎
注+豈之人乎:議論精采아
一爲君子而背鄕閭
하고 蔑名敎
하야 不以魯人自命
注+一爲君子而背鄕閭……不以魯人自命:假使君子而恥名曰魯人이면 是外父兄
하야 而恥與同類也
注+是外父兄 而恥與同類也:是謂我自爲君子 而鄕里父兄皆非吾徒也라 夫豈君子之所敢安哉
注+夫豈君子之所敢安哉:果是君子其心必不如此리오 吾益見左氏之誤也
注+吾益見左氏之誤也:深得反難非擊之體로다
雖然이나 衆不可盡言也며 本不可忘也라 左氏之失을 固不可復蹈也라 迺若十人之聚와 三家之市는 凡鄙汚下하니 皆無足取로 斷之一言이 不亦可乎아
曰至理均賦로되 先覺者 爲聖爲賢하고 未覺者는 爲庸爲鄙라 彼雖未覺이라도 然是理洋溢往來於眉睫步趨間하니 屈伸俯仰無非動人悟物者라
吾方左酬右酢之不暇온 慢心何自而生이리오 人見吾與庸鄙接이요 而不知吾常與天理接也라 終日與天理接하니 敢輕乎哉아
傳
문공文公 15년, 송宋나라 화우華耦가 와서 결맹結盟하였는데 그의 관속官屬이 모두 따라왔다. 경經에 “송사마화손宋司馬華孫”이라고 기록한 것은 그를 귀貴하게 여긴 것이다.
공公이 연회宴會를 열어 그를 접대하려 하니, 화우華耦가 사양하기를 “우리 송군宋君의 선신先臣 독督이 송宋 상공殤公께 죄를 얻어 그 이름이 제후국諸侯國의 사책史策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제사를 받드는 신臣이 어찌 감히 임금님을 욕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아려亞旅의 연회宴會[명命]를 받기를 청합니다.”고 하였다. 노인魯人은 그를 민첩敏捷하다고 하였다.
注
화우華耦가 까닭 없이 선대의 악행을 드러내어 연회를 사양하였으니, 조금이라도 예의禮義를 아는 자라면 모두 그를 천하게 여길 줄을 아는데, 좌씨左氏는 “노인魯人은 그를 민첩敏捷하다고 하였다.”고 뭉뚱그려서 칭찬하였다. 이는 노魯나라가 텅 비어 군자가 없음을 이르니, 과연 어찌 그리도 노魯나라를 야박하게 대접하였는가.
군자君子가 후세에 전할 만한 교훈을 남김[
입언立言]에는
注+책을 짓고 말을 실어 후세에 전함이다. 천하 사람들을 매우 높이 대우하고, 천하 사람들에게 매우 정중하게 기대한다.
注+감히 스스로를 높이고 남을 경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비록 지극히 심오하고 지극히 심원한 이치라도 감히 천하 사람들을 가벼이 보아 〈저들은 이 이치를〉 알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식견은 비록
세인世人의 선두에 있으면서도
注+‘식견이 비록 다른 사람보다 높지만’의 뜻이다. 마음은 항상
세인世人의 후미에 있는 것으로 자처한다.
注+매양 다른 사람에게 낮추는 것으로 마음을 쓴다는 말이다. 이는 미루어 겸손하고 자랑하지 않아 스스로 겸양한다고 핑계 대는 것이 아니라,
注+군자가 천자를 존중하는 뜻을 설명하였다. 강충降充은 하늘이지만
注+衷은 善함이다. ≪書經≫ 〈商書 湯誥〉에 “위대하신 上帝께서 백성에게 善을 내리셨다.”고 하였다. 병이秉彛는 백성이니
注+彛는 떳떳함이다. ≪詩經≫ 〈大雅 烝民〉에 “백성들이 가지고 있는 常性이다.”라고 하였다. 무릇 이목구비를 갖추어 사람으로 호칭되는 자들은
注+무릇 사람의 □을 갖추고 있는 자는 똑같이 降衷의 性을 받았고, 똑같이 秉彛의 이치를 가졌다는 말이다. 천지의
화육化育에 동참하여 돕는 신묘함과
注+천지의 化育을 도와 천지와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승과 저승[
유명幽明]을 경영하는 작용을
注+이승[明]에 있는 禮樂과 저승[幽]에 있는 鬼神이 관통하여 서로 經緯가 되게 한다는 말이다. 갖추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내 어찌 감히 옅은 마음과 좁은 도량으로 대담하게 백성을 잔약하고 용렬하여 무능한 경지로 버리겠는가.
注+군자가 천하의 사람들을 존중하는 이유는 그 뜻이 대략 이와 같다는 말이다. 부모의 나라인 경우에는 군자가 더욱
경외敬畏하여 감히 소홀히 할 수 없는 바이다.
〈≪시경詩經≫에〉 “뽕나무와 가래나무를 대해도 반드시 공경한다네.”라고 하였으니,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오히려 이처럼 엄중하게 보았는데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좌씨左氏는 세상에 전하는 말에 ‘
노사魯史(
노魯나라 사관)’라고 하니,
注+左氏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古今에 左丘明은 ‘先儒遜下之矣’라 하였다. 그러나 세상에 전하는 말에 그를 ‘魯史’라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魯나라의 사관이다. 그렇다면
노魯나라는 그의 부모의 나라이다.
注+이미 魯나라 사관이 되었다면 바로 魯나라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좌씨左氏는〉
화우華耦가 와서 빙문할 때에
注+〈여기부터〉 본편의 일로 들어간다. 까닭 없이 그
선인先人의 죄악을 드러내어 연회를 사양한 일을 기재하고,
注+桓公 2년에 宋督(華父督)이 그 임금 與夷(殤公)와 大夫 孔父를 죽였다. 나머지는 본편의 註에 보인다. 이어 “
노인魯人은 그를
민첩敏捷하다고 하였다.”는 말을 기재하였다.
注+魯나라 사람들이 華耦의 응대가 敏捷했다고 칭찬했다는 말이다.
좌씨左氏의 뜻은
注+‘立言’한 뜻을 추구함이다. 어찌
화우華耦의
사령辭令(응대하는 사신의
언사言辭)을
노魯나라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니 군자가 귀하게 여겨야 할 바가 아니겠느냐는
注+左氏의 비웃음으로 생각했으니 魯나라 사람의 식견 없음이 이와 같다는 말이다. 생각이 아니었겠는가마는,
화우華耦의 말은
注+〈魯君이 주관하는〉 연회를 사양한 말이다. 조금이라도
예의禮義를 아는 자라면 모두 〈그의 말을〉 천하게 여길 줄을 알 것이다.
注+先代의 죄상을 폭로한 것을 천시한다는 말이다.
비록 당시에 몇몇 경박한 무리들이 함부로 뽐내고 자랑하였지만
注+華耦가 민첩하다고 칭찬한 魯나라 사람들은 반드시 이러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곡부曲阜에서
구산龜山과
몽산蒙山까지 〈
노魯나라〉 칠백 리 땅에
注+이는 魯나라 땅이 넓음을 말한 것이다. ≪禮記≫ 〈明堂位〉에 이르기를 “周公을 사방 7백 리 되는 땅인 曲阜에 봉하였다.”라고 하였다. ≪詩經≫ 〈魯頌 閟宮篇〉에 이르기를 “문득 龜山과 蒙山을 소유하여”라고 하였는데, 龜․蒙은 두 산의 이름이다. 어찌 한 사람도 그 잘못을 안 자가 없었겠는가.
注+그 가운데 어찌 華耦의 말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없겠느냐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
노魯나라 사람들이 그를 민첩하다고 여겼다.’고 뭉뚱그려 말하였으니,
注+槪는 요즘 말의 ‘一例’와 같다. 과감하도다.
좌씨左氏의 논설이여.
注+심하게 左氏를 질책하는 말이다.
‘
노魯나라 사람들이 민첩하다고 여겼다.’고 뭉뚱그려 말한 것은
노魯나라가 텅 비어 군자가 없음을 이른 것이니,
注+이는 魯나라에 禮義를 아는 자가 한 명도 없음을 이른다. 이는 이른바 ‘
노魯나라 사람’이
注+문장을 전환하여 左氏가 故國을 헐뜯음을 질책하였다. 누군들 제 동료가 아니며,
注+소원한 자는 左氏의 고향 동료이다. 누군들 제 인척이 아니며,
注+친근한 이는 左氏의 친인척이다. 누군들 제 스승과 어른이 아닌가를
注+높이는 자는 左氏의 스승과 어른이다.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좌씨左氏는 한 번 발언하여 동료와 인척과 스승과 어른을 모두 용렬하고 비루한 영역으로 버려,
注+‘魯나라 사람이 華耦를 민첩하다고 칭찬하였다.’라는 左氏의 한마디는 그(左氏)의 고향 동료와 친인척과 스승․어른을 전부 식견이 없는 사람으로 여긴 것이라는 말이다. 오만하고 사나운 기세가 갑자기 드러났으니,
注+‘魯나라 사람이 민첩하다고 하였다.’는 한마디에 〈오만하고 포학한 기세가〉 드러났다는 말이다. 겸손하지 못하고 공손하지 못하다는
악명惡名을 그에게 돌리더라도
注+孫과 弟는 모두 去聲으로 읽어야 한다. ○이러한 惡名을 씌워 左氏를 질책한 것이다. 나는
좌씨左氏가 사양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注+겸손하지 못하고 공손하지 못하다는 죄를 해명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말이다.
예전에 우리
부자夫子(
공자孔子)께서도 일찍이
노魯나라를 칭찬하여
注+아래 글에 말한 바와 같다. “
노魯나라에 군자가 없다면 이 사람이 어디에서 이런
덕德을 취하였겠는가?”
注+≪論語≫에 나온다. 孔子가 宓子賤이 君子다운 사람임을 칭찬하고, 또 “가령 魯나라에 군자가 없다면 이 사람이 어디에서 이러한 德을 성취했겠느냐”고 말하였으니, 魯나라에 군자가 많음을 말한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부자夫子는 한마디 말씀으로
노魯나라 사람들을 군자로 대우하고
좌씨左氏는 한마디 말로
노魯나라 사람들을 소인으로 대우한 것이니,
注+左氏의 죄는 더욱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이다. 인심이 같지 않음이 이와 같다.
注+孔子와 左氏의 차이를 총결한 것이다. 노魯나라는 하나의
노魯나라일 뿐이다.
부자夫子는 부자夫子의 마음으로 관찰하셨기 때문에 칭찬할 만한 것을 보았고, 좌씨左氏는 좌씨左氏의 마음으로 관찰하였기 때문에 천시할 만한 것을 본 것이다. 내면에 보존된 것이 다르면 관찰하는 것도 눈앞에서 변하는 것이다.
어떤 자가 말하기를 “
좌씨左氏가 말한 ‘
노인魯人’은
注+앞부분에서 左氏를 매도하였고, 여기에서는 또 어떤 이가 좌씨를 위해 변명해줌을 가설하였다. 단지 어리석은 무리들을 가리킨 것뿐이고,
注+‘魯나라 사람’이라고 일컬은 것은 본래 한 무리의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식견이 뛰어나고 사리에 통달한 점잖은 군자들까지
注+‘이렇게 훌륭한 사람일 경우에는’의 뜻이다. 감히 ‘
노인魯人’으로 명칭하였겠는가?”라고
注+左氏는 반드시 감히 그들을 지목하여 ‘魯나라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기에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注+또 或人의 말에 변론하는 말이다. “식견이 뛰어나고 사리에 통달한 점잖은 군자는 그 재능이 사람들보다 천백 배 뛰어나지만
注+‘군자가 비록 남보다 뛰어난 재주가 있더라도’의 뜻이다. 노魯나라 땅을 밟고
노魯나라 물을 마시며
노魯나라 약을 복용하고
노魯나라 곡식을 먹으니,
注+걷고 먹고 마시는 일상이 모두 魯나라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말이다. 만일 그들을 ‘
노인魯人’으로 명칭하지 않는다면
注+비록 군자일지라도 다만 魯나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구이팔만九夷八蠻의 사람이란 말인가.
注+의론이 정밀하고 다채롭다.
한번 군자가 되어서 고향을 저버리고
명교名敎를 멸시하고서 ‘
노인魯人’으로 스스로
명명命名하지 않는다면
注+‘가령 군자이면서 魯나라 사람이라고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의 뜻이다. 이는
부형父兄을
외인外人으로 여겨
부형父兄과
동류同類가 되기를 부끄러워함이니,
注+이는 나는 본래 군자이니 향리의 부형은 모두 나의 무리가 아니라고 함을 이른다. 어찌 군자가 감히 편안하게 여길 수 있는 바이겠는가.
注+과연 군자라면 그 마음을 반드시 이렇게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더욱
좌씨左氏의 잘못을 알겠다.
注+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반론을 제기하는 문체를 깊이 터득하였다.”
비록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사람은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되니, 좌씨左氏의 잘못을 진실로 다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열 사람이 사는 취락이나 세 가호家戶가 보는 시장 사람들의 말이라면 평범하고 비루하니 모두 취할 만하지 못하다’고 한마디로 분명히 밝히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하늘이 지극한 이치[성性]를 똑같이 부여하였으나, 먼저 깨달은 자는 성현聖賢이 되고 깨닫지 못한 자는 평범하고 비루한 자가 된다. 저 사람이 비록 아직 깨닫지 못했을지라도 이 이치는 용모[미첩眉睫] 사이에 드러나고 왕래하는 보행[보추步趨] 중에 표현되니, 몸을 굽히고 펴는 등 움직이는 일체의 행위[屈伸俯仰]가 사람을 감동시키고 만물을 깨우침이 아님이 없다.
내가 바야흐로 좌우로 대응하기에도 바빠 겨를이 없는데 오만한 마음이 어디에서 생기겠는가? 사람들은 내가 평범하고 비루한 사람과 교유하는 줄만 알고 내가 항상 천리天理와 교접하는 줄은 모른다. 종일 천리와 교접하니 감히 경시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