又覽所著文에 宏博中正하여 富我以琳琅珪璧之寶甚厚라
然特枉將命하여 猥承厚貺하니 豈得固拒雅志하고 黙黙而已哉리오
謹以所示로 布露于聞人하고 羅列乎坐隅하여 使識者動目하고 聞者傾耳하여 幾於萬一 用以爲報也리라
嗟乎
라 僕嘗病興寄之作
이 堙鬱于世
하고 이 蕩而成風
하니 益用慨然
이라
間歲에 興化里蕭氏之廬에 覩足下詠懷五篇하고 僕乃拊掌愜心하여 吟玩爲娛하고 告之能者하니 誠亦響應이러니
若夫古今相變之道와 質文相生之本과 高下豐約之所自와 長短大小之所出은 子之言云又何訊焉이리오
來使告遽에 不獲申盡하고 輒奉草具하여 以備還答이라
다만 끝부분은 하려는 말을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것 같다.
하인이 도착하여 보내신 편지를 전해주어 받아보니, 의지와 기개가 편지에 가득하고 풍風‧부賦‧비比‧흥興의 뜻으로 나의 지식을 넓혀주셨습니다.
나처럼 우둔하고 어리석은 자를 혜시惠施와 종자기鍾子期로 대해주시니, 매우 부끄럽습니다.
또 저술하신 글을 보니 식견이 해박하고 논리가 정당하여 진기한 보석으로 나를 매우 부유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나처럼 식견 없고 비루한 자에게 동아東阿와 소명昭明 같은 임무를 맡겨주시니, 또한 스스로 두렵습니다.
내가 어찌 식자들에게 비웃음을 사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수치를 안겨드려서야 되겠습니까.
나를 실제보다 훨씬 높게 보아주시는 것은 내가 감히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하인을 보내시어 내가 외람스레 후한 대우를 받았으니, 어찌 호의를 굳이 거절하고 잠자코 있을 수 있겠습니까.
보여주신 문장을 삼가 유명한 자에게 알리고 늘 자리 옆에 벌여놓아 식자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듣는 자의 귀가 쏠리게 함으로써 만의 하나라도 보답해드릴까 합니다.
아, 저는 일찍이 정취를 기탁한 작품이 세상에서 인멸되고 지엽적 문사文辭가 온통 기풍을 이룬 것을 병통으로 여겨 더욱 개탄해 마지않았습니다.
몇 해 전 흥화리興化里 소씨蕭氏의 집에서 족하足下의 〈영회시詠懷詩〉 다섯 편을 보고 나는 손뼉을 치면서 마음에 들어 음미하고 즐겼으며, 수준 높은 자에게 그 작품을 말해줬더니 그 또한 제 의견에 호응했습니다.
지금 50편을 보내주셨는데, 그 숫자는 이전에 비해 열 배이지만 쏟은 공력은 백 배나 되었습니다.
그 작품을 보는 자들은 감탄을 하면서 나에게 글을 볼 줄 안다고 했습니다.
이 또한 족하足下가 나에게 은혜를 내린 것이니, 너무도 고맙습니다.
부디 더 노력하여 태평한 때에 영예榮譽를 얻기 바랍니다.
대체로 〈문예작품의〉 체제가 고금이 서로 변하는 도리, 내용과 형식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근본, 수준의 고하高下와 내용의 풍약豐約은 어디서 오는지, 문자의 장단長短과 규모의 대소大小가 생기는 근원은 족하足下께서 하신 말씀에 내가 또 무슨 이견異見이 있겠습니까.
찾아온 사람이 갈 길이 급하다고 하여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대략 적어 답장을 대신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