或曰 晏子爲之而人接焉이라하고 或曰 晏子之後爲之라하니
蓋非齊人不能具其事요 非墨子之徒면 則其言不若是라
사마천司馬遷이 《안자춘추晏子春秋》를 읽고 이 책을 매우 중시하였으나 그 저자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몰랐다.
어떤 사람은 “안자晏子가 썼고 다른 사람이 그 뒤를 이어 완성하였다.” 하고, 어떤 사람은 “안자晏子의 후세 사람이 쓴 것이다.”라고 한다.
나는 묵자墨子의 문도門徒 가운데 제齊나라 사람이 썼을 것으로 의심한다.
묵자墨子는 검소를 좋아했고 안자晏子도 검소로 세상에 이름났다.
이 때문에 묵자墨子의 문도가 안자晏子를 존경하여 그와 관련된 사적을 기록하여 묵가墨家의 학설을 제고했던 것이다.
그리고 《안자춘추晏子春秋》의 취지가 백성들의 사상과 행동을 통일하는 것을 숭상하고,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할 것을 주장하고, 예악禮樂의 작용을 부정하고, 지출을 줄일 것을 주장하고, 호화로운 장례와 상복 입는 기간을 오래 끄는 것을 반대하는 부분이 많으니, 이런 것들은 모두 《묵자墨子》에서 나왔다.
또 공자孔子와 유가儒家를 비평하고 귀신에 관한 일을 언급하기를 좋아하였으니, 유가儒家를 비평하고 귀신을 밝히는 사상 또한 《묵자墨子》에서 나왔다.
《안자춘추晏子春秋》 속에 제齊 경공景公이 안자晏子에게 대추나무가 꽃만 피고 열매를 맺지 않는 이유를 물은 일과, 안자晏子가 제齊 경공景公에게 고야자古冶子 등 세 용사를 제거할 것을 권한 일들이 실려 있는데, 이와 같은 말은 더욱 황당무계하다.
또 묵자墨子가 안자晏子의 학설을 듣고 칭찬했다는 것을 여러 번 제기하였으니, 이는 《안자춘추晏子春秋》가 《묵자墨子》로부터 나왔음을 밝혀주는 가장 확실한 자료이다.
유향劉向ㆍ유흠劉歆과 반표班彪ㆍ반고班固 등 부자가 모두 《안자춘추晏子春秋》를 유가류儒家類의 서목으로 기록하였으니, 이들 학자들이 너무도 자세히 고찰하지 못했다.
대체로 제齊나라 사람이 아니라면 그 일을 자세히 알 수 없을 것이고, 묵자墨子의 문도門徒가 아니라면 그 말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후세에 자서子書를 분류하는 사람은 마땅히 묵가류墨家類에다 배치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안자晏子가 묵가墨家라는 말이 아니라, 이 책을 쓴 사람이 해놓은 말이 묵가墨家의 학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