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記周穆王馳
升崑崙之墟者
하니 後之好事者爲之圖
하여 以下傳之
라
觀其狀甚怪하여 咸若騫若翔하니 若龍鳳麒麟하며 若螳螂然이라
故傳
曰牛首
라하고 曰其形類蛇
라하며 孔子如倛頭
라하니 若是者甚衆
이라
今夫馬者는 駕而乘之에 或一里而汗하고 或十里而汗하고 或千百里而不汗者라
視之에 毛物尾鬣과 四足而蹄로 齕草飮水는 一也라
今夫人有不足爲負販者하고 有不足爲吏者하고 有不足爲士大夫者하며 有足爲者라
視之에 圓首橫目으로 食穀而飽肉하고 絺而淸하며 裘而燠은 一也니
然則伏犧氏女媧氏孔子氏도 是亦人而已矣요 驊騮白羲山子之類 若果有之면 是亦馬而已矣니
然而世之慕駿者 不求之馬하고 而必是圖之似라 故終不能有得於駿也며
慕聖人者 不求之人하고 而必若牛若蛇若倛頭之問이라 故終不能有得於聖人也라
고서古書에, 주周 목왕穆王이 여덟 마리 준마駿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곤륜산崑崙山 정상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는데, 후세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그것을 그림으로 그렸고, 그 그림이 남조南朝의 송宋ㆍ제齊 이후 전해오고 있다.
그림 속의 말을 보면 형상이 매우 기괴하여 한 필, 한 필이 모두 공중으로 올라가 날면서 달리는 것 같은데, 용ㆍ봉황ㆍ기린 같기도 하고 버마재비 같기도 하였다.
그 고서의 내용은 더욱 황당하여 세상에 이와 같은 서적이 많이 있지만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세상 사람들은 그 그림 속의 말들이 준마라는 말을 듣고 그만 이처럼 기괴한 형상을 가지고 준마를 고르는 표준으로 삼는다.
세상 사람들이 성인聖人에 대해 말할 때에도 이 경우와 비슷하다.
그래서 복희伏犧의 머리는 소와 비슷하다느니, 여와女媧의 몸은 뱀과 비슷하다느니, 공자孔子의 머리는 들짐승가죽으로 만든 가면과 비슷하다느니 하는 등 이와 유사한 설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성인聖人의〉 그 무엇이 일반인과 다르겠는가.
요堯ㆍ순舜도 일반인과 같았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대체로 말은 수레를 메워 타고 달릴 때 1리를 달리고 땀을 흘리거나 10리를 가고 땀을 흘리는 놈이 있는가 하면, 혹 어떤 놈은 천백여 리를 가고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
하지만 모습을 보면 털이 난 몸에 꼬리와 갈기가 있고 네 발에 발굽이 있으며, 풀을 먹고 물을 마시는 점이 모두 동일하다.
이 이치를 미루어 생각하면 준마도 그 모습이 이와 같을 것이다.
대체로 사람은 노점상도 못할 사람이 있고 관아의 하인도 못 될 사람이 있고 사대부도 못 될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그것들을 충분히 감당할 만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습을 보면 머리는 모두 둥글고 눈은 모두 가로로 나 있으며, 곡식을 먹고 고기로 배를 채우며 가는 갈포 옷을 입고서 시원해하고 털옷을 입고서 따뜻해하는 점이 모두 동일하다.
이 이치를 미루어 생각하면 성인聖人도 그 모습이 이와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복희씨伏犧氏ㆍ여와씨女媧氏ㆍ공자씨孔子氏도 사람일 뿐이고, 화류驊騮ㆍ백희白羲ㆍ산자山子 등 준마도 그것들이 실재 있다면 역시 말일 뿐이다.
어떻게 소의 머리와 뱀의 몸과 머리모양이 들짐승가죽으로 만든 가면 같은 성인聖人이 있을 수 있으며, 용ㆍ봉황ㆍ기린ㆍ버마재비와 같은 준마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세상에서 준마駿馬를 얻으려고 갈망하는 자들은 말 속에서 찾지 않고, 반드시 그 그림 속의 모양에 따라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끝내 준마를 찾지 못한다.
그리고 성인聖人을 흠모하는 자들은 일반인 속에서 찾지 않고, 반드시 소의 머리, 뱀의 몸 그리고 얼굴이 가면처럼 생겼는지의 여부를 따지기 때문에 결국 성인聖人을 찾지 못한다.
만약 온 세상에 이 그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것을 모두 태워버린다면 준마駿馬와 성인聖人이 곧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