賤妨貴와 少陵長과 遠間親과 新間舊와 小加大와 淫破義 六者는 亂之本也라하니라
余謂少陵長과 小加大와 淫破義 是三者는 固誠爲亂矣나
然其所謂賤妨貴와 遠間親과 新間舊는 雖爲理之本可也어니와 何必曰亂이리오
夫所謂賤妨貴者는 蓋斥言擇嗣之道니 子以母貴者也라
以是而妨之면 其爲理本大矣나 而可捨之以從斯言乎아
以是而間之면 其爲理本亦大矣나 又可捨之以從斯言乎아
嗚呼
라 是三者
는 擇君置臣之道
로 天下理亂之
本也
라
上智之人固不惑於是나 自中人而降은 守是爲大據하여 而以致敗亂者 固不乏焉이라
에 乃興
하고 에 乃滅
하니 舊不足恃也
라 顧所信何如耳
라
明者慨然將定其是非면 則拘儒瞽生相與群而咻之하여 以爲狂爲怪하니
주제의 발단으로 다룬 소재는 이 작품에서도 그저 평범한 것일 뿐이다.
좌구명左丘明이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위衛나라 주우州吁의 일을 말할 적에 육역六逆에 관한 내용을 기재하였다.
거기에 “미천微賤한 자가 존귀尊貴한 자를 방해하는 것, 나이 어린 자가 나이 많은 자를 압박하는 것, 관계가 소원疎遠한 자가 친근親近한 자를 배제하는 것, 새 신하가 옛 신하를 배제하는 것, 지위 낮은 자가 지위 높은 자를 거스르는 것, 지나친 행위로 중용中庸의 도를 파괴하는 것 등 이 여섯 가지는 혼란을 일으키는 근본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나이 어린 자가 나이 많은 자를 압박하는 것’, ‘지위 낮은 자가 지위 높은 자를 거스르는 것’, ‘지나친 행위로 중용의 도를 파괴하는 것’ 이 세 가지는 분명히 혼란의 근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른바 ‘미천한 자가 존귀한 자를 방해하는 것’, ‘관계가 소원한 자가 친근한 자를 배제하는 것’, ‘새 신하가 옛 신하를 배제하는 것’은 비록 국가를 다스리는 근본방침에는 그럴 수 있지만, 어찌 반드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른바 ‘미천한 자가 존귀한 자를 방해하는 것’은 후계자 선택의 원칙을 밝힌 것으로, 지위를 승계하는 자는 반드시 정처正妻의 장자長子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존귀하지만 어리석은 자와 미천하지만 덕과 재능을 지닌 자가 있다고 하자.
이때 미천한 자가 존귀한 자를 방해한다면 국가를 다스리는 근본방침에는 큰 문제이긴 하나, 그렇다고 덕과 재능을 지닌 자를 방치해버려 〈존귀한 자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그 말을 따라야겠는가.
이러므로 그 말이 반드시 옳다고 고집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관계가 소원한 자가 친근한 자를 배제하는 것’과 ‘새 신하가 옛 신하를 배제하는 것’은 관리를 임용하는 원칙과 관련된 말이다.
그러나 만약 관계가 친근하고 오래된 신하는 어리석고, 관계가 소원하고 신참인 신하는 덕과 재능을 지녔다고 하자.
이때 관계가 소원하고 신참인 신하가 그렇지 않은 신하를 배제한다면 국가를 다스리는 근본방침에는 이 또한 큰 문제이긴 하나, 그렇다고 덕과 재능을 지닌 자를 방치해버려 〈관계가 친근하고 오래된 신하를 배제하면 안 된다는〉 그 말을 따라야겠는가.
그 말을 반드시 따르더라도 천하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니, 옛사람의 가르침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겠는가?
아, 이 세 가지 문제는 군주를 가려 세우고 신하를 임용하는 원칙으로, 국가의 통치를 잘하고 잘못하는 것에 관계된 근본적인 큰일이다.
그래서 책을 쓴 자가 앞서의 그와 같은 말을 고집하여 일정한 논조를 세워서 후대에 남겼다.
지혜가 높은 사람이야 사실 여기에 현혹되지 않겠지만 중등 사람 이하는 이것을 절대적인 표준으로 삼아 지킴으로써 망하고 혼란을 초래한 경우가 사실 적지 않을 것이다.
진晉나라는 여공厲公이 죽은 뒤에 도공悼公이 계승하자 잘 다스려졌고, 송宋나라는 양공襄公이 왕위를 계승하고 자어子魚가 물러나자 혼란해졌으니, 지위가 존귀한 사람은 반드시 높이기만 할 것이 못 된다.
진秦나라는 장록張祿을 등용하고 양후穰侯를 쫓아낸 뒤에 안정되었고, 위魏나라는 위성魏成과 적황翟璜을 재상으로 삼고 오기吳起를 멀리하자 위태로워졌으니, 관계가 친근한 사람을 임용하는 것은 반드시 찬동하기만 할 일이 못 된다.
부견苻堅은 왕맹王猛을 등용하고 번세樊世를 죽인 뒤에 흥성하였고, 호해胡亥는 조고趙高를 임용하고 이사李斯를 멸족시킨 뒤에 멸망하였으니, 옛 신하는 반드시 믿기만 할 것이 못 되고 그를 어느 정도로 신임信任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앞서의 그런 말들은 폐지하는 것이 옳다.
아, 옛날에 통치에 대해 말한 사람 가운데 말하고자 한 것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사람은 드물었다.
한 가지 주장을 하고 한 마디 견해를 말할 때 마음이 흔들려 불안정하였다.
그래서 옳다고 해도 되고 그르다고 해도 되는 등 애매할 뿐이다.
이로써 후대를 가르쳤으므로 사람들이 그 주장을 반대해야 할지 찬성해야 할지 몰랐다.
명철한 자가 의연하게 그 시비를 판단하려고 하면 완고한 유자儒者와 맹종하는 자들이 또 떼지어 일어나 떠들어대며 미쳤다고 하고 괴상하다고 한다.
그러니 세상에 지혜로운 자가 많기를 바란들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대체로 중등 사람 중에도 교육을 받아 도리를 깨우칠 만한 사람이 천하에 적지 않다.
그런데도 성인聖人의 도리를 아는 자가 적으니, 이는 진정 그렇게 책을 쓴 자의 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