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較由遷謫僻徼하고 日月且久하여 簿書之暇에 情思所嚮이면 輒鑄文以自娛云이라
餰餌馨香하고 蔬果交羅하며 揷竹垂綏하고 剖瓜犬牙라
邀而祠者는 幸而與之巧면 驅去蹇拙하여 手目開利하여 組絍縫製에 將無滯於心焉이니
乃纓弁束袵하고 促武縮氣하여 旁趨曲折하고 傴僂將事하여 再拜稽首稱臣而進曰
下土之臣
이 竊聞天孫
이 專巧於天
하여 轇轕
하고 經緯星辰
하여 能成文章
하고 黼黻帝躬
하여 以臨下民
이라하니
今聞天孫不樂其獨得
이라 하여 將蹈石梁款
하여 儷於神夫於漢之濱
이라
幸而弭節하여 薄遊民間하여 臨臣之庭하여 曲聽臣言하라
臣有大拙하니 智所不化요 醫所不攻이요 威不能遷이요 寬不能容이라
乾坤之量이 包含海岳이로되 臣身甚微 無所投足이라
蟻適於垤하고 蝸休於殼하며 龜黿螺蜯이 皆有所伏이라
仿佯爲狂하고 局束爲諂하며 吁吁爲詐하고 坦坦爲忝이라
他人有身하여 動必得宜하여 周旋獲笑하고 顚倒逢嘻어늘
變情徇勢하고 射利抵巇를 中心甚憎이나 爲彼所奇라
反人是己를 曾不惕疑하고 貶名絶命하되 不負所知라
抃嘲似傲라도 貴者啓齒하니 臣旁震驚하되 彼且不恥라
叩稽匍匐하고 言語譎詭하니 令臣縮恧이로되 彼則大喜라
王侯之門에 狂吠狴犴하여 臣到百步라도 喉喘顚汗하고 睢盱逆走하여 魄遁神叛이라
世途昏險하여 擬步如漆하니 左低右昂하여 鬪冒衝突이라 鬼神恐悸하고 聖智危慄이라
沓沓騫騫하여 恣口所言이라 迎知喜惡하고 黙測憎憐이라 搖脣一發이면 徑中心原이라
膠加鉗夾하여 誓死無遷하고 探心扼膽하여 踊躍拘牽이라
獨結臣舌하여 喑抑銜寃하고 擘眥流血하여 一辭莫宣이라 胡爲賦授를 有此奇偏고
嚚昏莽鹵하고 樸鈍枯朽하여 不期一時하고 以俟悠久라
眉矉頞蹙하고 喙唾胸歐하여 大赧而歸하여 塡恨低首라
天孫司巧어늘 而窮臣若是하여 卒不余畀하니 獨何酷歟오
敢願聖靈悔禍하여 矜臣獨艱하고 付與姿媚하여 易臣頑顔하라
至夜半
에도 不得命
하여 疲極而睡
러니 見有靑褎朱裳
이 手持
而來告曰
汝之所欲을 汝自可期어늘 胡不爲之하고 而誑我爲오
汝唯知恥하여 諂貌淫辭는 寧辱不貴하고 自適其宜하니
嗚呼라 天之所命은 不可中革일새 泣拜欣受하니 初悲後懌이라
내가 살펴보건대 유자후柳子厚가 사물에 의탁하여 지은 사부辭賦와 산문散文이 매우 많다.
이 문장들은 대체로 후미진 고장으로 좌천되었고 그 기간이 또 오래됨으로 인해, 공무를 처리하는 여가에 마음이 쏠리는 곳이 있으면 그때마다 문장을 지어 스스로 즐겼던 것이다.
그 문장에 담긴 뜻은 깊지 않지만 격조만은 《시경詩經》의 〈국풍國風〉, 《초사楚辭》의 〈이소離騷〉와 가까웠다.
나는 이 때문에 뽑아 기록하여 여기에 올렸다.
그 문장력은 한창려韓昌黎의 〈송궁문送窮文〉과 엇비슷하지만, 점유한 지위는 한 등급이 낮다.
유자柳子가 밤에 바깥 정원에서 돌아오는데, 상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있었다.
상 위에는 죽과 떡이 향내를 풍기고 나물과 과일이 깔려 있으며, 꽂아놓은 댓가지에 끈이 드리워져 있고 갈라놓은 오이조각이 쭝긋쭝긋 놓여 있었다.
그 앞에서 절을 하면서 기도를 하기에 이상하여 물어보았더니, 여종이 앞으로 나와 말하였다.
“오늘 칠월칠석七月七夕은 직녀織女가 견우牽牛와 만나는 날입니다.
직녀織女를 영접하여 제사를 지내는 것은 행여나 기교技巧를 내려준다면 서툴고 졸렬한 솜씨를 떨쳐버려 손과 눈이 빠르고 환해져서 깁고 재봉할 때 마음먹은 대로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매우 졸렬한 점이 있는데, 어쩌면 그렇게 해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그리고는 갓끈을 잡아매고 옷깃을 여미고는, 종종걸음으로 조심스레 옆으로부터 다가가 허리를 굽혀 기교技巧를 빌 준비를 한 뒤에, 재배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신臣이라 자칭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상地上의 신臣이 듣건대, 천손天孫이신 직녀織女께서는 천상天上에서 재주가 가장 뛰어나 북두칠성北斗七星을 배치하고 수많은 별자리를 가로세로로 엮어 문채를 만드시고, 상제上帝의 예복禮服에 수를 놓아 〈상제上帝께서 그 차림으로〉 아래 백성들을 굽어보시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신은 그 신성하신 위엄을 존경하고 찬란한 빛을 우러러본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지금 듣건대, 천손天孫께서는 그 재주를 혼자만 가지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으로, 신령한 귀갑龜甲으로 점을 치시고는 장차 돌다리를 밟고 천진天津을 건너가시어 은하수 가에서 지아비이신 견우牽牛와 만나신다고 하였습니다.
두 기성旗星이 길을 활짝 열어 제치면 가운데 있는 별이 빛을 발하고 신령한 기운이 번뜩이는데, 그 좋은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부디 행차를 멈추시고 잠시 민간으로 내려와 신의 뜰에 들르시어 신이 올리는 말씀을 들어주십시오.
신은 매우 졸렬하여 지혜智慧로운 이도 신의 미숙함을 교화시키지 못하고 의원醫員도 신의 병통을 치료하지 못하며, 위엄威嚴이 있는 이도 신의 나약함을 바꾸지 못하고 관대寬大한 이도 신의 방자함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천지의 도량이 바다와 산악도 포용하지만 신의 작디작은 이 몸은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개미는 개밋둑에서 생을 즐기고, 달팽이는 등껍질 속에서 쉬며, 거북이‧자라‧소라‧조개들도 모두 엎드릴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은 만물의 영장인데도 나아가나 물러나나 오직 모욕만 당할 뿐입니다.
방황하면 미쳤다 하고 조심하면 아첨한다 하며, 두려워하면 허세를 부린다 하고 태연하면 부끄러운 데가 있어서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면 언제나 타당하여 남과 어울리면 남들이 웃음으로 대해주고 넘어져도 좋게 보아줍니다.
하지만 신이 존중하고 가깝게 여기는 이에게는 사람들이 화를 냅니다.
본심을 바꿔 형세를 따르고 이익을 노려 모험을 하는 짓을 신의 마음에는 매우 증오하지만 저들은 기특하게 여깁니다.
증오심을 참고 좋아하는 척하면 그들이 좋아해주고 칭찬해주는 일이 따라옵니다.
어찌하여 신의 마음을 붙들어 매어 늘 변치 않게 하십니까?
〈신의 마음은〉 남에게 탓을 돌리고 자신만 옳다고 하는 이를 두려워한 적이 없고, 명예가 떨어지고 목숨이 끊어져도 알아주는 이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손뼉 치고 조롱하는 모습이 오만한 것처럼 보여도 귀한 자는 좋다고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데, 신이 옆에서 보고 크게 놀라지만 그들은 부끄러워하지도 않습니다.
머리를 조아리고 굽실대면서 중얼거리는 말이 종잡을 수 없는데, 신은 그것이 부끄럽지만 그들은 매우 즐거워합니다.
신이 만약 흉내라도 내면 노여움의 화살이 신에게 집중됩니다.
그들은 실로 대단한 기교를 지녔고 신의 졸렬함은 비할 데가 없습니다.
왕후王侯의 문 앞에는 미친개가 버티고 서서 짖어대므로 신은 백 보 가까이만 가도 숨이 가쁘고 이마에 땀이 나며, 흘겨보다가 되돌아 도망치며 혼비백산합니다.
그러나 의기양양한 기교 좋은 자들은 느긋하게 문 안에 들어가 되는 대로 큰소리를 칩니다.
그러면 미친개들이 꼬리를 흔들며 사나운 기세가 사라집니다.
세속의 길은 어둡고 험악해 칠흑 속을 걷는 것 같으니, 왼쪽은 낮고 오른쪽은 높아 이리저리 부딪쳐, 귀신도 겁내고 성인과 지혜로운 사람도 두려워 벌벌 떱니다.
그런데도 저들은 아무렇지 않게 바로 통하는데 이는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입니다.
이들만은 그 무슨 재주로 동서남북 어디든 걱정이 없단 말입니까?
하늘이 빌려주신 것이 아니라면 그 지혜가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어찌 신에게만 인색하시어 항상 모욕당하고 쫓겨나게 하십니까?
어떤 이들은 말도 많고 방자하여 아무렇게나 떠들면서 남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미리 알고, 미워하는지 아끼는지를 마음속으로 헤아려서 입술 한번 떼면 남의 속마음까지 바로 꿰뚫어 말합니다.
권세가에게는 집게로 집은 듯 단단히 들러붙어 죽어도 변치 않는다고 맹세하고, 권세가의 심장과 쓸개 속까지 깊이 파악하여 열심히 뛰며 빌붙습니다.
그가 비록 뒤로 물러난 척하지만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천손天孫께선 유독 신의 혀만 묶어놓아 억눌리고 억울한 사연을 벙어리인 양 말을 못하게 하고, 화가 나서 눈초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면서도 한마디 말도 토로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어찌하여 부여하시는 것을 이처럼 치우치게 하십니까?
저들은 문장을 지을 때 현란하게 하여 자질구레한 말로 대구법對句法을 쓰고, 단순히 황黃자로 백白자에 짝을 맞추어 마치 새들이 짹짹거리고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냅니다.
네 자, 여섯 자씩 글자 수를 맞추면서 애써 아름다운 사고와 고운 말을 꾸며대고 높고 낮은 음조를 구사하여 황홀한 소리를 연출합니다.
그래서 보는 이는 좋아서 춤을 추며 찬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집니다.
그런데 유독 신의 마음만은 침울하게 만드시어 진부하고 추한 글을 짓는 것에 만족하게 하셨습니다.
어리석고 거칠며 무디고 생기 없는 마음으로, 목전의 한때를 기약하지 않고 유구한 미래를 기다립니다.
주변에서 만금을 준다 해도 낡은 빗자루를 팔지 않고, 무릎 꿇고 호걸을 만들어주겠다고 해도 그 호의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그리고는 눈살과 이맛살을 찌푸리고, 침을 뱉고 구역질을 해대면서 수치심을 잔뜩 안고 돌아와 한스러워 고개를 떨어뜨립니다.
천손天孫께선 기교를 관장하시면서 신을 이토록 곤궁하게 만들어 끝내 기교를 주지 않으시니, 어찌 신에게만 이처럼 가혹하게 하십니까?
감히 바라건대, 성령聖靈께서는 화禍를 내리신 것을 후회하시어 유독 신만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불쌍히 여기시고, 남의 이목을 끄는 아름다운 자태를 내려주시어 신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바꿔주십시오.
신의 모난 마음을 깎아내시어 둥글게 고쳐주십시오.
둔한 혀를 빼버리고 말 잘하는 혀를 주십시오.
문장은 완곡하고 부드럽게, 발걸음은 가볍게 만들어주십시오.
치아는 크고 아름답게, 눈썹은 곱게 만들어주십시오.
두루뭉술하고 얌전하여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좋다고 여기게 해주십시오.
저 공후公侯와 경사卿士 및 오속대부五屬大夫와 십국련수十國連帥들은 어떤 사람이기에 오래오래 일생동안 부귀를 누리는 것입니까?”
말을 마친 뒤에 또 재배하고 조아리면서 엎드려 기다렸다.
한밤중이 되어도 명을 받지 못하고 피곤이 극에 달하여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푸른 상의에 붉은 치마를 입고 손에 붉은 부절符節을 든 사자使者가 와서 다음과 같이 고하였다.
너는 네 길을 선택하여 행하는 것으로서, 그들을 미워하여 그들처럼 행하지 않는 것이다.
네가 바라는 것을 너 스스로 이룰 수 있는데, 어찌해서 그렇게 하지 않고 나를 속이려 하는가?
너는 부끄러움을 알아서, 아양 떨고 간교한 말을 하는 짓은 비록 모욕을 당하더라도 하찮게 여기며,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마음이 이미 정해졌는데 어찌해서 함부로 기도를 하느냐?
네 마음을 굳게 다지고 네 소신을 잘 지켜라.
성공하면 크게 될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하찮은 존재는 안 될 것이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노력하면 너는 좋아질 것이니, 부디 의심하지 말라.”
아, 하늘이 명한 것은 중도에 바꿀 수 없으므로, 흐느끼며 절하고 기꺼이 받으니 처음에는 슬프다가 뒤에는 기뻤다.
일생동안 졸렬함을 끌어안고 살다가 죽는다 한들 그 누가 두렵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