州
遽至
에 得足下書
하고 又於
處得足下前次一書
하니 意皆勤厚
라
僕在蠻夷中에 比得足下二書하고 及致藥餌하니 喜復何言이리오
用南人
하여 破決壅隔大過
하니 陰邪雖敗
나 已傷正氣
하여 行則膝顫
하고 坐則髀痺
라
涉野則有蝮虺大蜂
하여 仰空視地
하여 寸步勞倦
하고 近水卽畏
이 含怒竊發
하니 中人形影
이면 動成瘡痏
라
一遇和景이면 負牆搔摩하며 伸展支體하니 當此之時에 亦以爲適이라
然顧地窺天하여 不過尋丈이라도 終不得出하니 豈復能久爲舒暢哉아
僕士人頗識古今
道
로되 獨愴愴如此
하니 誠不足爲理世下執事
라
僕曩時所犯은 足下適在禁中하여 備觀本末일새 不復一一言之하노라
苟爲
이면 不必立事程功
이요 唯欲爲
官
하여 差輕罪累
로라
卽便耕田藝麻하고 取老農女爲妻하여 生男育孫하여 以供力役하며 時時作文하여 以詠太平이라
摧傷之餘에 氣力可想이니 假令病盡已하여 身復壯이라도 悠悠人世에 不過爲三十年客耳라
前過三十七年이 與瞬息無異하니 復所得者라도 其不足把翫이 亦已審矣라
僕近求得經史諸子數百卷하여 嘗候戰悸稍定이라가 時卽伏讀하니 頗見聖人用心과 賢士君子立志之分이로라
著書亦數十篇이나 心病에 言少次第하여 不足遠寄요 但用自釋이라
은 僕各有書
하니 足下求取觀之
하되 相戒勿示人
하라
고을 역참驛站의 수레가 뜻밖에 도착하여 족하足下의 편지를 받았고 또 몽득夢得을 통해 족하의 지난번 편지를 받았는데, 그 뜻이 모두 저를 깊이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주莊周가 말하기를 “갈대숲으로 도망가 있는 자는 사람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 매우 기뻐한다.” 하였습니다.
제가 먼 남쪽지방에서 족하가 보낸 두 통의 편지를 연이어 받고 아울러 약품藥品까지 보내주셨으니, 그 기쁨을 또 무슨 말로 형용하겠습니까.
저는 지난해 8월 이후 비질痞疾이 약간 나았습니다.
과거에는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발작하였으나 지금은 한 달에 두세 번씩 발작합니다.
남쪽 사람들이 쓰는 빈랑檳榔과 여감餘甘을 복용하여 뱃속에 뭉친 응어리를 너무 지나치게 풀었더니, 음습한 병증은 사라졌지만 이미 원기를 손상하여 걸어다니면 무릎이 떨리고 앉아 있으면 넓적다리가 저립니다.
필요한 것은 기혈氣血을 보충하여 근육과 뼈를 강하게 하고 심장의 활력을 돕는 일입니다.
이와 같은 증상에 적합한 것이 있으면 또 몇 가지 약물을 보내주십시오.
좋은 처방도 함께 보내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영주永州는 초楚 지역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하여 그 여건이 남월南越과 비슷합니다.
저는 가슴이 답답할 때는 곧 밖에 나가 놀지만 놀 때에는 또 두려운 일이 많습니다.
들판을 건널 때는 독사와 왕벌이 도사리고 있어 허공을 쳐다보거나 땅바닥을 살피느라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힘들고, 물가에 접근하면 물여우나 모랫니가 노기를 품고 갑자기 침범하니 사람의 몸이나 그림자에 독기를 뿜으면 그만 상처가 납니다.
가끔 호젓한 숲이나 보기 좋은 바위 곁에 이르러 잠시 한 번 웃음 짓곤 하지만 이내 기분이 언짢아집니다.
그 이유는 감옥에 갇혀 감옥살이하는 것이나 같기 때문입니다.
어쩌다가 화창한 날씨를 만나면 몸을 담에 붙이고 가려운 곳을 비벼대면서 사지를 느긋하게 쭉 펴기도 하니, 이런 때는 그래도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땅을 돌아보고 하늘을 엿보면서 여덟 자나 열 자 정도에 불과한 작은 공간조차도 벗어나지 못하니, 어찌 오랫동안 마음이 편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정치가 청명淸明한 세상에 백성들은 모두 각자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글을 읽은 선비로서 고금古今의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만 홀로 이처럼 처량하게 지내고 있으니, 정말로 태평한 세상 치하에서 관리가 될 자격이 부족한가 봅니다.
심지어 우매한 일개 필부와 견주어보더라도 그들보다 못하니 내심 저 자신이 서글퍼집니다.
제가 지난날 범한 과오에 관해서는 족하足下께서 그때 마침 궁궐에 계시어 그 내용을 두루 보셨을 것이므로 새삼 다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저는 몸은 병들어 쇠약하고 정신은 어리석고 고루하니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도 다행입니다.
만약 평범한 백성이 될 수 있다면 굳이 무슨 일을 추진하여 성과를 거둘 생각은 없고, 오직 제 관직이 양이量移되어 저의 죄가 경감되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밭을 갈고 삼을 심으면서 늙은 농부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여 아들을 낳고 손자를 길러서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노역勞役을 제공하며 수시로 글을 지어 태평한 세상을 노래할 것입니다.
저는 기가 꺾이고 몸이 상한 끝이라 기력이 어떻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으니, 가령 신병이 완전히 사라져 몸이 다시 건강해지더라도 덧없는 세상에서 앞으로 30년간 나그네가 되는 데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앞서 지나간 37년의 세월이 눈 한 번 깜박이고 숨 한 번 들이쉬는 것과 다를 게 없었으니, 앞으로 무엇을 얻는 일이 있더라도 크게 좋아할 것이 못 된다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저는 요즘 경전經傳‧사서史書‧제자諸子 수백 권을 구해 얻어 일찍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조금 안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 기회를 만나면 즉시 엎드려 읽곤 하는데, 이 속에서 성인聖人이 마음을 쓰는 것과 어진 사군자士君子들이 각자 뜻을 세우는 차이에 대해 상당히 엿보았습니다.
저술한 글이 또한 수십 편에 이르지만 우울증으로 인해 논리가 정연하지 못해 당신께 보내드리지는 못하고 그저 제 마음을 달래는 자료로 삼을 뿐입니다.
빈궁貧窮이란 독서인讀書人의 당연한 본분이기에 지금 제가 비록 몸이 허약하고 배가 고프지만 그래도 맛있는 엿을 먹듯이 달게 여기고 있습니다.
족하足下께서 이미 상주자사常州刺史에게 고해 저를 돌보아주게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어찌 감히 일반인을 대하는 자세로 상주자사常州刺史를 대하겠습니까.
만일 제가 일반인처럼 대한다면 아마도 저를 돌보아주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주자사常州刺史께서 저에게 편지를 보낸 일이 없는데 제가 어찌 감히 먼저 글을 올리겠습니까.
배응숙裴應叔과 소사겸蕭思謙에게 제가 각각 편지를 보냈으니 족하足下께서 구해서 가져다 읽어보시되 부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마십시오.
돈시敦詩는 궁궐 안에서 직무를 보느라 인사人事에 관심을 두지 않으니, 지금 그에게 편지를 써 보내지 못합니다.
족하足下께서 남모르게 이 편지라도 보여주십시오.
바라건대 마음을 다해 한 시대 왕조의 법도를 도와 이루어서 저희와 같은 죄인의 허물을 용서해주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