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厚深服昌黎라 故其題如此하니 亦其讓能之一端也라
有來南者하여 時言韓愈爲毛穎傳하되 不能擧其辭하고 而獨大笑以爲怪하니
楊子誨之來에 始持其書하여 索而讀之하니 若捕龍蛇하고 博虎豹라 急與之角하여 而力不敢暇로니 信韓子之怪於文也로라
世之模擬竄竊
하고 하여 肥皮厚肉
하고 柔筋脆骨
하여 而以爲辭者之讀之也
에 其大笑固宜
라
若詩曰
라하고 太史公書
에 有滑稽列傳
하니 皆取乎有益於世者也
라
故學者終日討說答問하고 呻吟習復하며 應對進退하고 掬溜播灑면 則罷憊而廢亂이라
苦鹹酸辛이라 雖蜇吻裂鼻하고 縮舌澁齒라도 而咸有篤好之者라
韓子之爲也
도 亦將弛焉而不爲虐歟
며 息焉游焉而有所縱歟
며 盡
之奇味以足其口歟
인저
而不若是면 則韓子之辭 若壅大川焉하여 其必決而放諸陸하리니 不可以不陳也니라
且凡古今是非六藝百家 大細
用而不遺者
는 毛穎之功也
라
故奮而爲之傳하여 以發其鬱積하여 而學者得之勵하니 其有益於世歟인저
是其言也 固與異世者語
어늘 而貪常嗜瑣者
는 猶呫呫然動其喙
하니 亦勞甚矣乎
인저
07. 한유韓愈가 지은 〈모영전毛穎傳〉을 읽은 뒤에 쓰다
유자후柳子厚가 창려昌黎를 깊이 인정하였기 때문에 그 글이 이와 같았으니, 유능한 사람에게 겸양하는 한 면모이다.
내가 남쪽 변방에 머무른 이후로 중원 사람과는 편지를 주고받지 않았다.
남쪽으로 온 사람이 한유韓愈가 〈모영전毛穎傳〉을 지었다고 말하면서도 여러 차례 그 글의 내용은 제시하지 못하고 단지 크게 웃으며 괴이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그 글을 볼 수 없었다.
양회지楊誨之가 올 적에 그가 처음으로 그 글을 가지고 왔기에 달라고 해 읽어보았더니, 그 문세文勢가 용을 사로잡고 호랑이를 때려잡아 급박하게 싸우느라 잠시라도 사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었으니, 사실 한유韓愈의 글은 괴이하였다.
세간에서 남의 글을 모방하고 표절하거나 청靑자를 취해 백白자와 대를 맞추면서 피부와 살은 통통하게 불리고 힘줄과 뼈대는 부드럽고 무른 그런 방식으로 글을 짓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적에 크게 웃는 것도 사실 당연하다.
세간에서 비웃는 것은 그 해학諧謔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해학은 또 성인聖人이 폐기한 것이 아니다.
《시경詩經》에 “우스갯소리 잘하지만 지나치지 않는다네.”라고 하였고, 태사공太史公의 《사기史記》에는 〈골계열전滑稽列傳〉이 있으니, 이는 모두 세상에 유익하므로 취한 것이다.
학문에 종사하는 사람이 종일토록 토론하고 문답하며 읊조리고 복습하는 한편, 손님들을 접대도 하고 가정에 들어와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어른에게 공경하며 물을 길어다가 뿌리고 쓸고 하노라면 몸이 지치고 정신이 어지럽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휴식을 취하고 오락을 즐긴다.”는 말이 있고 거문고를 배울 때 “먼저 화음和音을 익히지 않으면 거문고를 잘 탈 수 없다.”고 하였으니, 제약할 때가 있으면 또 풀어줄 때도 있는 법이다.
종묘宗廟의 제사에 바치는 고깃국과 맑은 물, 제왕帝王의 잔치에 올리는 큼직한 고깃덩이는 극히 맛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또 기이한 조개며 마름, 풀명자와 유자 등을 함께 진열한다.
이것들은 쓰고 짜고 시고 매운 여러 가지 맛이 있어 비록 매운 맛이 입술을 쏘고 강한 냄새가 코를 찌르며 혀가 오그라들고 이가 떫더라도 이것들을 다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문왕文王이 좋아한 창포菖蒲절임, 굴도屈到가 좋아한 세발마름, 증석曾晳이 좋아한 고욤이 있은 다음에야 천하의 기이한 맛을 다 맛보아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한유韓愈가 쓴 이 문장 또한 어찌 느슨하되 지나치지 않은 경우가 아니겠으며, 또 어찌 휴식을 취하고 오락을 즐기게 하여 풀어주는 경우가 아니겠으며, 또 어찌 육경六經의 기이한 맛을 다 드러내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킨 경우가 아니겠는가.
만약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한유韓愈의 문장은 마치 큰 냇물을 막은 둑이 힘에 겨워 터져 평야로 쏟아지듯 어떻게 수습할 수 없을 것이니, 그렇게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고금古今의 시비是非와 육경六經과 제자백가諸子百家에 대해 크나 작으나 빠짐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모영毛穎의 공이다.
한유韓愈는 옛 서적을 많이 읽고 유학儒學을 좋아하였는데, 모영毛穎이 제 뜻을 다 펴는 것을 가상하게 여겼다.
그러므로 과감하게 일어나 그 전기를 지음으로써 이를 통해 자신의 울분을 표현하였고 글을 배우는 자들이 이로 인해 격려되었으니, 세상에 유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장은 실로 세속 사람과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글인데, 평범한 것을 탐하고 자질구레한 것을 좋아하는 자들이 오히려 중얼중얼 주둥이를 놀려대고 있으니, 그들은 너무 수고롭게 구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