僕不敢虛其來意하여 有長必出之하고 有不至必惎之하니라
其所不樂爲者는 非以師爲非하고 弟子爲罪也요 有兩事라 故不能하니
自視以爲不足爲 一也오 世久無師弟子어늘 決爲之면 且見非하고 且見罪일새 懼而不爲 二也라
秀才貌甚堅하고 辭甚强하여 僕自始覿으로 固奇秀才하고 及見兩文에 愈益奇라
前已必秀才可爲成人
이라하여 僕之心固虛矣
라 又何
互鄕於尺牘哉
리오
源而流者는 歲旱不涸하고 蓄穀者는 不病凶年하며 蓄珠玉者는 不虞殍死矣니라
然則成而久者其術可見이니 雖孔子在爲秀才計라도 未必過此리라
13. 스승이란 명칭을 피한다는 내용으로 원군진袁君陳 수재秀才에게 답한 편지
지난날 도성에 있을 때 내 집에 찾아오는 후학들이 하루에 어떤 날은 수십 명씩 될 때가 있었네.
나는 감히 그들이 찾아온 뜻을 헛되게 하지 못해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내세워주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반드시 가르쳐주었네.
비록 그렇게 하긴 했지만 당시에 스승이니 제자니 하는 말은 없었네.
그런 말을 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스승이 되는 것이 잘못이라거나 제자가 되는 것이 죄라고 여겨서 그런 것은 아니고 두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것이네.
스스로 보기에 내 자신이 스승이 되기에 충분치 못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세상에 오랫동안 스승이니 제자니 하는 사례가 없었는데 그것을 결행했다가는 〈세상으로부터〉 비난당하고 죄악시될 것이므로 그것이 두려워서 하지 못한 것이 두 번째 이유이네.
자세한 내용은 위중립韋中立에게 답한 편지에 들어 있는데, 지금 이것을 동봉해 보내니 살펴보기 바라네.
수재秀才는 외모外貌가 매우 야무지고 언사言事가 매우 씩씩하여 내가 처음 볼 때부터 사실 수재秀才를 기특하게 여겼고, 두 편의 글을 보고서는 더더욱 기특하게 여겼네.
내가 도성에 있을 당시 매일 내 문전에 찾아왔던 수십 명의 재사才士와 견주어보더라도 수재秀才보다 나은 자가 누가 있었겠는가.
나는 전에 이미 수재秀才는 재덕才德을 겸비한 인물이 될 것으로 인정하여 내 마음을 본디 비워두었으니, 새삼스레 편지 속에서 곤붕鯤鵬이 될 것이라고 또 거론할 게 뭐가 있겠는가.
가을바람이 더욱 높아지고 더위는 더욱 물러가니 함께 만나 나머지 이야기를 마쳤으면 하네.
수재秀才가 수시로 물어오면 나도 내 안에 있는 것을 감히 아끼지 않겠네.
대체로 문장이란 도道를 행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니,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진실하게 갖는 일에 달려 있네.
그 외적인 것으로는 마땅히 먼저 육경六經을 읽어야 하고, 다음으로 《논어論語》와 맹가孟軻의 글도 모두 경전의 말씀이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국어國語》‧《장자莊子》와 굴원屈原의 《초사楚辭》에서도 조금씩 취해야 하네.
곡량자穀梁子와 태사공太史公의 글은 매우 근엄하고 깔끔하니 섭렵해볼 만하네.
나머지 글들은 자신의 문장이 이루어진 후일에 읽더라도 좋을 것이네.
그 귀착점은 모두 공자孔子의 도를 벗어나지 않는 데에 있으니, 이는 옛날 현자賢者들이 전전긍긍 노력했던 바이네.
공자孔子의 도를 구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는 안 되네.
수재秀才가 도에 뜻을 두었다면 부디 괴이한 것을 찾지 말고, 잡다한 것을 찾지 말며, 세상에 속히 드러나려고 힘쓰지 말게.
도가 이루어지면 문장에 생기가 돌고 세월이 오래 되면 성대해질 것이네.
깊은 근원에서 솟아 흐르는 물은 날이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곡식을 쌓아둔 사람은 흉년을 걱정하지 않고, 주옥珠玉을 쌓아둔 사람은 굶어죽을 걱정을 하지 않네.
그렇다면 도가 이뤄지고 또 오래되어 성대해지는 것은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 비록 공자孔子가 살아 있어서 수재秀才를 위해 조언을 한다 해도 이 이상은 없을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