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恩所及
에 有隆天重地之施
하고 私義未安
에 有
之懼
로소이다
(中謝) 竊惟成湯高宗之世엔 有若伊尹傅說之臣하야 其道則格于帝而無疑하고 其政則加乎民而有變하니이다
迨乎中世之陵夷하야 非復古人之髣髴하니이다 忠或不足以取信하니 而事事至於自明이요 義或不足以勝姦하니 而人人與之爲敵이니이다
此臣之慮危於居寵之時하야 而昧死有均勞之乞이온 況於抱病하야 浸以癏官이니잇가
宜蒙善貸하야 使獲曲全이니 賜其疲賤之身하사 假以安閒之地하소서
則敝車無用
이나 猶可具於
이요 未忘
이면 或再施於華幄
이리이다
근자에 표表를 갖추어 중요한 정무를 담당하는 직책에서 해면解免해 주시기를 빌었으나, 윤허하지 않는다고 손수 쓰신 조서를 받들게 되었습니다.
성은聖恩이 미치는 바가 드넓은 천지에 가득하게 베푸심이 있으나, 사사로운 생각이 편안하지를 못하여 깊은 못에 임하고 얇은 살얼음판을 건너는 듯 두려움을 갖게 되나이다.
(中謝) 삼가 생각하옵건대 은殷나라 성탕成湯과 고종高宗의 시대에는 이윤伊尹과 부열傅說 같은 신하가 있었고, 그 도道는 천제天帝를 감동시키기에 의심할 것이 없었고, 그 훌륭한 정사政事는 백성들에게 베풀고자 개혁改革함이 있었습니다.
군주君主들은 오직 시대의 태평太平을 도모하였고, 재상들 또한 끝까지 섬김이 있었습니다.
중고中古시대의 쇠락함에 이르러서 옛 성인聖人과 같은 정치를 회복하지 못하여서, 충성忠誠이 신뢰를 얻기에 부족하게 되니 일마다 자신을 변명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의리義理가 간사함을 억제하기에 부족하게 되니 사람마다 서로 적敵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권세를 이용하여 오랫동안 지위를 누리려 하게 되었으니, 누구인들 녹위祿位를 유지하면서 잠시나마 편안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에 신이 총애를 받으며 벼슬자리에 있을 때에 염려하고 위태롭게 여기면서, 고생을 두루 겪는다 해도 죽기를 무릅쓰려 하였던 것인데, 더구나 질병을 안고 있어서 차츰 직무를 펼칠 수 없음에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황제폐하께서는 지니신 도道가 밝은 태양과 같으며 덕德은 하늘이 온 천하를 덮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한 사람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을 불쌍히 여기시며 만물이 모두 함께 번창하게 됨을 기꺼워하십니다.
하물며 돌보아 우대優待하심을 넉넉하게 입어서 이미 부지런히 힘쓰기를 오랫동안 했음에야 어떠하겠습니까.
마땅히 너그러우신 시혜施惠를 입어 여생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게 해 주시고, 파리하고 하찮은 이 몸이 물러남을 허락하시어 안한安閑한 경지에서 노닐 수 있도록 용인해 주십시오.
낡은 수레는 쓸모가 없으나 오히려 땔감으로 쓸 수가 있고, 버렸던 자리를 잊지 않으시면 혹 폐하의 유악帷幄에 다시 쓸 수가 있게 될 것입니다.